4월 21일, 노광 장비 및 전자빔 검사 장비 공급사 ASML은 1Q21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4.36B를 기록하며 컨센서스 및 가이던스를 상회했다. 그중에서 신규 장비 판매 매출은 €3.1B, 교체 수요 대응 매출은 €1.2B이다.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데 매출이 예상을 상회한 주요 원인은 기존 장비의 교체(upgrade)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이다. 매출 총이익률은 53.9%로 가이던스를 상회했다. 장비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교체 수요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비사와 마찬가지로 신규 장비 매출보다 교체 수요에 대응하는 매출의 마진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은 35.8%이다. 장비 수주액은 €4.7B으로 컨센서스 €3.3B를 상회했고, 장비 수주액 중에서 EUV 노광 장비 수주액은 €2.3B으로 전체 장비 수주액의 절반에 가깝다. 비중이 유의미하게 높은 이유는 EUV 노광 장비의 가격이 KrF 또는 ArF 대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적 발표 이후 ASML Holding의 주가와 동종업종(반도체 장비) 관련주 주가는 전일 대비 상승했다. ASML Holding ADR 주가는 +6.25% 상승했다. ASML이 제시했던 여러 가지 지표가 대부분 견조했지만, 그 중에서도 주가 상승을 가장 크게 견인했던 것은 2021년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를 +30% Y/Y로 제시하며 전방 산업의 파운드리 고객사(TSMC)의매출 증가율 가이던스(US$ 기준 +20% Y/Y)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칩의 공급 부족은 기정사실인데 그러한 환경에서 노광 장비 공급사의 매출 증가율이 고객사의 매출 증가율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이었다. ASML 측의 발표에 의하면 전방 산업에서 노광 장비 수요를 견인하는 분야는 비메모리 파운드리의 선단 공정 및 mature node와메모리 반도체 분야이다. ASML에서는 지난 분기부터 2021년 EUV 노광 장비의 매출 증가율을 별도로 제시해왔는데 2021년 전사 매출 증가율과 동일한 30%이다. 결국, EUV 노광 장비가 사용되는 선단 공정에서의 장비의 수요와 EUV 노광 장비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공정에서의 장비 수요가 거의 동시에 유사한 속도로 늘어난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ASML이 발표한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이번 분기의 장비 종류별 매출 비중은 EUV 36%, ArF immersion 47%, KrF 11%, 계측 및 검사 장비 3%이다. 비메모리(로직) 관련 장비 매출 비중은 78%로 다른 장비 공급사(AMAT, LRCX, KLA)보다 높다. 지역별 매출은 한국 44%, 대만 43%, 중국 15%이다. 다음 분기(4~6월) 매출 가이던스는 €4.0~4.1B로컨센서스(€3.95B)를 상회한다. 매출 가이던스가 예상을 상회하는 강도가 높지 않고 1분기 매출 (€4.36) 대비 감소하는 흐름인데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고객사들이 양산 준비를 재촉하고 있어 factory acceptance testing이시기적으로 완료되지 못한 장비들이 일단 빠르게 출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EUV 노광 장비의 출하 목표치는 2022년 기준 55대(제품명: NXE: 3600D)이다. 2021년의 경우 EUV 노광 장비의 매출 증가율만 제시하고 출하 대수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2021년에 대한 출하 대수의 컨센서스는 40~41대수준으로 형성되어 있다. 일단 2021년 1분기에 EUV 노광 장비는 9대 출하됐고, 그중에서 매출로 7대가 반영됐다. EUV 노광 장비에 대한 수요는 견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ASML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EUV 노광 장비 중에 2대를 재매입(buy back)해서 다른 고객에게 출하했다는 것이 언급되어 있다. 기존 고객사가 무역갈등이나 시설투자 계획 변경 등의 이유로 장비 매입을 취소했더라도 바로 뒷줄에 누군가 서서 EUV 노광장비를 바로 가져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 ASML은 주주 환원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데 이번 1분기에는 €1.6B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일 발간 자료(4/21, 대만 Nanya Technology의 DRAM 증설 함의)에서 언급했듯이 ASML의 실적 발표 내용은 Nanya Technology의 증설 발표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장비사에 대한 관심을 지속해서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실적 발표 내용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SML의 2021년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가 +30%로 TSMC의 매출 증가율 가이던스(+20%)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실적 발표 직전의 ASML 매출 증가율 컨센서스가 10% 후반대였으니 조만간 상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칩 공급 부족 사태의 수혜주가 장비 공급사라는 점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