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의 숲 / 공화순
나무가
밤을 부르고
숲은 너무 멀리 있다
바람이 찾아오자
숲이 더 멀어지고
한 그루 높은 나무의
찰랑대는 소리가 되고
밤의 뿌리처럼
들썩이다 눈물이 되고
끝내 불안으로
우묵한 시름이 되고
어둠에 흔들리다가
빛깔 몽땅
쏟았다
와이파이 유목민 / 공화순
드넓은 초원을 향해
소 떼를 모는 목동처럼
먹이가 있는 곳마다 모여드는 포노사피엔스 우리에게 안락한 소파 따윈 필요 없지 빠르게 휘두르는 와이파이 채찍들이 세상 끝까지 누빈다 생명줄 같은 멀티파이 혼자서 유랑하는 랜 망의 여행처럼
어디든 멈추면 끝장이지
아직도 갈 길은 머니까
목련 유서 / 공화순
목련이 긴 유서 한 장 남기고 가는 동안
층층나무 사이로 멍은 더 깊어가고
오월을 견디지 못한 그가
안녕이라 말합니다
구름처럼 빛나던 순간을 잡으려다
얼룩진 길목에서 다시 듣는 함성들
돌아서 눈부신 날에
점 하나 찍고 갑니다
ㅡ 시조집 『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상상인 시선 049. 2024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아무 날의 숲/ 와이파이 유목민/ 목련 유서/ 공화순
정상미
추천 0
조회 29
24.08.08 07:07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