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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여대 앞 삼거리에서 홍지문 쪽으로 들어서자 순식간에 다른 세상이 펼쳐진 듯 하다. 처음
가보는 집. 어딘가하고 두리번거리는데 장사익 선생이 손수 나와 반갑게 손사래친다. 예술인은 고고해서 거리감이 있으리라는
선입견을 깨부수는 첫 번째 감동이다.
그는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를 하고 집으로 안내한다. 앞으론 인왕산을 굽어보고 뒤론 북한산 자락과 닿은 붉은 벽돌집.
계단을 오르는데 두 쪽짜리 작은 문 앞 아래 거의 누워있다시피 한 문패가 눈길을 끈다. 칠도 안 된 거친 나무판 위에
‘행복을 뿌리는 판, 고완선, 장사익’ 이란 이름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평등 부부로 사는 집. 현관에 들어서자 그는
방문을 일일이 열어 안내하고 연습실을 지나 전망이 좋은 2층 거실로 이끈다. 땅거미가 지는 저물 녘, 거실 창밖으로
바위산이 장관이다. 허나 매연으로 인한 잿빛 하늘이 옥에 티였는데 그 바위산이 바로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 <인왕제색도>의
모델이 됐던 풍경이라 하니 뿌연 하늘마저도 그리움이 부유하는 듯한 안개로 느껴진다. 그를 닮은 바위산, 두 번째 감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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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울림으로 직접 노래 만들어 ‘하늘 가는 길’이야 그의 고향, 충남 광천의 상여소리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찔레꽃’, ‘국밥집에서’, 2집 ‘기침’에 이르는 앞서 발표된 곡들이 온전히 그가 다 만든 거라고 하니 놀랄 수 밖에 없다. “노래는 생활이에유. 사는 게 힘들면 힘든 대로, 또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우린 장소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기꺼이 노래를 불렀거든유. 어머니가 ‘자장자장 우리 아가’하고 아기 등을 토닥이며 잠재우느라 부르는 노래, 농사일 하면서 굽은 허리 한 번 펴며 부르는 노래, 나무 등짐 지고 산에서 내려오며 허허롭게 부르는 노래, 아 이런 게 악보가 어딨어요? 그냥 부르는 거지. 나도 그런 거에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면 왜 우리가 그토록 그의 노래에 공감하고, 왜 평론가들이 한결같이 그의 노래엔 삶의 리얼리티가 확보돼 있다고 평하는지 알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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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가 우주의 긴 호흡이고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시간의 호흡일 때 그의 노래 또한
그가 살아가는 호흡의 한 방법이다. 때론 길게, 때론 밭은 호흡으로 생명의 노래를 빚어 온 그가 다가오는 3월 29일과 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003 겨레의 노래뎐>에서 ‘아버지’와 ‘꿈꾸는 세상’, 그리고 민요 ‘쾌지나 칭칭’ 세 곡을 선보인다. 특히 ‘아버지’와 ‘꿈꾸는 세상’은 4집 음반으로 발매되기 전에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신곡 ‘아버지’는 폐암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산 설고 물 설고 낯도 선 땅에 아버님 모셔 드리고 떠나온 날 밤 문 열어라 (중략) 아버님 목소리 들릴 때마다 세상을 향한 눈의 문을 열게 되었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그러나 나도 모르게 그 문 다시 닫혀졌는지 어젯밤에도 문 열어라’라는 허형만 시인의 시에 담은 것이다. 그는 지난 2집 때는 ‘돌아누워도 돌아 누워도 찾아오는 환장할 기침’ 이라는 신배승 시인의 ‘기침’에 아버지를 사모하는 마음을 담은 바 있다. 이야기가 있는 연극같은 노래로 때론 읊조리듯, 때론 토해내듯 아주 흥미로운 곡이 될 거라고 귀띔해 준다. 한편 4집의 표제곡이 될 ‘꿈꾸는 세상’은 평소 자연과 환경에 관심이 높은 그가 직접 노랫말까지 써 가며 메시지를 담은 노래이다. 그는 사인을 할 때 ‘하늘처럼 높고 푸르소서’라는 글귀를 남길 정도로 친 환경주의자인데 현실은 높고 푸르긴커녕 낮고 시커멓고, 우리들 마음마저도 하얀 걸 하얗다고 하지 못하고 검은 걸 검다고 하지 못할 정도로 오염돼, 이를 촉구하고 싶은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높고 파란 하늘에서 푸른 날개를 달고 날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꿈꾸는 세상’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락처럼 비트가 강해 신바람 나는 무대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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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감동이다. 생각의 날개란 뜻의 그의 이름 ‘사익(思翼)’을 나의 멘토(정신적 스승)로 삼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그는 TV 출연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사양할 예정이다. 집안에 TV도 없이 산다. 그 이유는 노래는 오디오지 비디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음악이라면 장르 구분 없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무대에 올라 신명나게 한 판 벌이는 자유로운 그지만 자기 노래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해칠 수 있는 일엔 애당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완고한 그이기도 하다. | ||||
하고 싶은 노래가 새순처럼 돋아 노랫말은 시집을 보며 마음의 울림으로 찾고 음률은 스스로 만든다. 공연 예술도 홍보마케팅이 좌우하는 시대라고 떠들어대지만 그는 전문 기획사 하나 없이 그 흔한 방송 광고 하나 없이 공연을 진행한다. 그저 그의 평생지기인 아내 고완선 씨가 ‘행복을 뿌리는 판’이라는 고운 이름을 걸고 혼자서 전화연락부터 음반 제작, 관객 예약까지 온갖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연은 늘 만원사례다. 더군다나 그의 팬들은 가족 단위이다. 애써 알릴 필요 없이 그의 마니아(mania)들이 자가 발전하여 공연을 홍보한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그를 보고 ‘다 늦게 복을 탔다’고 한다. 상을 타듯이 ‘복을 탔다’는 말이다. 또 젊은 나이에 데뷔하지 않고 마흔 다섯이라는 늦깎이에 데뷔한 것 또한 ‘복을 탄 일’이라고 한다. 삶의 무게나 깊이만큼이나 불러도 불러도 또 하고 싶은 노래가 새순처럼 돋아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얘기가 이어지니 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만약 젊었을 적에 겁 없이 드러냈다가는 지금쯤 더 이상 드러낼 것이 없어 허덕일 것이 뻔한데, 그나마 정체성이 확고해진 다음에 무대에 설 수 있어 쉬 휘청거리지 않고 쉬 게을러지지 않으니 다행이란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의 장남 광수(29)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대금을 불고 있고 그의 며느리는 안산시립국악관현악단에서
가야금을 탄다. 또 둘째 영수(27)도 대금을 부는데 “아~ 국악관현악단 단원 공모에서 떨어졌잖아유!”라며 ‘허허’
예의 호방한 웃음을 날린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아내 고완선 씨의 걱정에 “알았쩌, 알았쩌”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어리광을 부릴 정도로 맑고 귀엽다(?).
두 사람은 마치 한국판 존 레논과 오노 요꼬처럼 보인다. 영혼으로 교류하며 서로 발전을 도모해 주는 동지 관계. 아름다운
사이다. 난 그 사이에서 슬그머니 빠져줘야 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마중을 나온 첫 모습과 똑같이 배웅까지
마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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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그가 국립극장에게 요긴한 역할 주문을 하나 했다. 서울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이 남산 속의 국립극장 아닌가? 아울러 서울에서 문화예술이라는 일상 속의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곳 또한 ‘도심 속의 예술공원-국립극장’이 아닌가? 부디, 꽃 많고 나무 많아 산소 많은 남산의 국립극장이 삶에 필요한 산소도 양질의 것으로, 풍족하게 공급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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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박성일선생님 음악회준비로 바쁘시지요? 저희회원들이 저에게 입장권예매에 관하여 문의를 해옵니다. 벌써 매진은 아니겠지요? 수고스럽겠지만 입장권 구입요령 다시한번 알려주시구요, 당일 구입도 가능한지요? 담양문화예술회관 위치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그럼 고운하루되세요^^*
5월 보름날 하얀 찔레꽃이 처연하게 아름다울때 장사익님의 찔레꽃은 당신의 잠든 감성을 깨울것입니다. 연락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B석은 매진 될것 같습니다. B석은 15000원이며 초중고생은 10000원이며 A석은 20000원입니다. S석은 뒷풀이겸 주연 포함해서 30000원입니다. 뒷풀이는 9시부터 11시까지 합니다.
남도의 멋과 진정한 소리를 듣고 싶다면 S석을 구입하세요 원래 뒷풀이 행사가 재미있고 전율감을 느끼실것입니다.
지정좌석제인가요? 예전 여수 진도 쪽에서도 비슷한 음악회가 있었는데 막상 가서보니 좌석구분이 없더라구요 비싸게 예매해서 갔는데 결국 섞여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저두 예매를 하고픈데.. 어디다 문의를 해야하나요?
소소성방 061-383-6015. 016-633-0615 김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