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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바산
 
 
 
카페 게시글
━━━이야기 방 스크랩 내 지갑속에 부적 한장.
너른숲 추천 0 조회 93 07.02.20 17:47 댓글 6
게시글 본문내용

어릴적 기억 저편 정부에서 미신 타파다 뭐니해서....

굿(푸닥거리), 부적 이런것들을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는 운동이 한동안 벌어 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을 알시리가 전혀 없으신 엄마!!!

절에 다녀 오시면 노르스름한 얇은 종이위에 붉은색으로

디자인된 일명 부적을 주면서 이것은 어디에 좋으니까 주머니

혹은 가방에 꼭 넣고 다녀라 이것은 벼게에 넣고 자야 한다고

귀가 아프도록 이야기 한 후 건내 주시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이런것이 뭔 소용이 있냐며 엄마를 핀잔하기 일쑤였고

주면 받지 않으니 몰래 가방 혹은 벼개속에 넣어 놓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혹시 그 부적을 가지고 다니다가 선생님께 적발되던가

친구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놀림받던 기억......

그 기억속의 부적!!!!

지금 제 지갑에 언제 부터인가 엄마가 건내준 부적이 그대로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전 해마다 정월이면 절에 가셔서 받아 온 부적을

지갑속에 넣으면서 전에 있던 부적을 버리고 교환 했는데.

 

이제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나니 내 지갑속의 부적을 바꾸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그래서 어느때 부터인가 지갑속에 부적을

볼때면 그냥 버려 버릴까 하면서 혼자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

그래도 엄마가 세상을 뜨시면서 마지막으로 주고 간 부적이기에

그리 쉽게 부적을 휑하니 버릴 수 없어 오늘도 지갑속엔 그대로

부적을 버리지 못하고 잘 접어서 누가 볼까 깊숙한 곳에 자리합니다.

 

세상사 돌고 도는것이 인생이라고 했던가요?

엇그제 정월 초 하룻날 절에 들렸습니다.

법당에 들려 인사를 하고 연등비를 계산 했습니다.

그리고 앉아서 과일도 먹고 떡도 먹고 이야기하고 놀다가

 

처가댁으로 가야 하기에 그만 우리 간다 인사를 하는데

법사인 생질이 아람이 고3 되니까 공부 잘 하는 부적이라고

부적 1장을 손에 건네 주었습니다.

예전 어릴적 생각 같아선 이것이 무슨 소용이야 공부는

본인이 하는것이지 부적이 무슨 소용이람 하고 거절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고 받아가지고 함께 절을 찾은 큰딸에게

건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큰 딸 왈 우리반 애들 부적 가지고 다니는 애들 많아

내 어릴때는 부적 가지고 다니는것은 쪽 팔리고 챙피했는데

우리 딸 그런 꺼리낌없이 좋은 듯 받아 지갑에 쳉기는데

아 ~~~ 세월은 이렇게 해서 돌고 도는 인생이구나

그리 느껴 졌습니다...

 

내 지갑속의 부적을 바꾸어줄 엄마는 계시지 않지만

이젠 우리 애들 지갑속에 부적을 내가 바꾸어 주어야

되지 않나 그리 생각하는 설날 이었습니다.

그리 보면 부적이란것이 우리 현실에서 없어져야할

미신만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부적 1장에서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수 있고 내 아이들에게 또 이런 모습으로

자리메김을 하지 않나 하면서 절 마당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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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2.20 20:42

    첫댓글 아주 많은 생각을 하는 글이네요. 저도 어릴적 경험은 너른 숲님과 비슷하군요. 고3인 딸이 많은 친구들이 부적을 넣어 갖고 다닌다는 것은 아마도 고3의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일겝니다. 따님이 건강하게 고3을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하여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학과에 합격하기를 기원합니다.

  • 07.02.20 21:46

    결혼하던 첫해 시어머니께서 주신 부적들...처음이라 웬지 꺼림칙한 맘으로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이번 설 성묘가서도 어머님이 그리워 몰래 눈물을 훔쳤는데,그 부적들을 버리지 말고 갖고 있을걸 하는 후회가 듭니다.12년이 지나도 이렇게 가슴한쪽이 아린건 그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햇던 어머님의 사랑이 지금도 느껴지기 때문이겠죠.너른숲님의 따뜻한 부정이 전해옵니다.

  • 07.02.21 10:07

    엉뚱하시기는 누가 그러대요 관상 족상 그리고 수상, 에 ~~~ "심상."이라고 마음이 다에요. 그냥 딴지 함 걸어요. 이쿠 도망이닷!

  • 07.02.21 10:57

    ^^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저도 어머님이 주신 부적...쉽게 버리질 못하는데...^^

  • 07.02.21 15:20

    코 끝이 찡합니다...그리고

  • 07.02.21 17:40

    이것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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