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정준호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싫다. 아니 싫었다. 뭐랄까, 너무 뻔질뻔질하기 때문이다. 잘 계산된 머리 속의 판단에 의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보이는 게 유익할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물론 이런 나의 생각이 완전히 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준호를 보는 시선을 조금 바꿨다. 만약 나의 억측이 맞는다고 해도, 그것 또한 하기 힘든 노력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1970년생, 우리 나이로 37살이다. 183cm에 79kg의 이 잘생긴 남자가 왜 지금까지 혼자일까? 그는 최근, 13살 연하의 여자와 사귀고 있다고 공개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결혼할 때가 되어서 그런지 주위에서 좋은 사람이라며 소개를 많이 해준다. 그녀와는 지난 8월 뉴욕에서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3번 정도 만났고, 단 둘이는 식사를 한 번 했다. 아직 애인이라고 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만남의 횟수보다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느낌이다. 우리는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 잘해보고 싶다]
정준호가 만난다고 고백한 여성은 뉴욕의 파슨스 스쿨을 졸업한 예비 디자이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녀는 현재도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림과 예술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우리를 가깝게 만들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주로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데 국제전화 요금이 만만찮게 든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고향에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다. 내년 추석엔 싱글로 지내지 않아야 할 텐데. 그러나 결혼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다.]
정준호는 10월 21일 서울 한남동에 마련한 빌라에 입주한다. 그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끝냈다.
[큰 방이 세 개나 되는데 빨리 결혼해서 신혼집을 꾸미고 싶다. 살아갈수록 인생이 생각처럼 길지 않다는 걸 느낀다. 일도 중요하지만 더 가치 있는 것은, 가정인 것 같다. 아무쪼록 우리가 예쁘게 사랑할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정준호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가시밭길은 없었다. 그는 외양에서 풍기는 이미지대로 항상 귀공자 스타일을 유지해 왔다.
정준호는 두 가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연예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대표적인 연예인 출신 사업가이다. 현재 주머니 필름과 주머니 엔터테인먼트 이사로 있다. 또 누구보다 각종 선행활동과 봉사활동을 펴는 연예인이다.
정준호는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홍보대사도 하고 있고, 11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캄보디아에 가서 다양한 평화운동 및 봉사활동을 실시한다. 내전과 지뢰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캄보디아 절단 장애인에게 의수와 의족을 지원하고, 캄보디아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며, 사랑의 집짓기에도 참여한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때를 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가 전쟁 등으로 많이 어려웠을 때 주변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그 도움을 돌려주워야 할 차례다.]
영화가에서 정준호의 또 다른 이름은 계두식이었다. 그가 주연을 맡은 [두사부일체]에서 맡은 배역 이름이다. 계두식이 곧 정준호가 된 것은, [두사부일체]를 통해 비로소 흥행 배우로 성공했기 때문이며,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대중들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TV 연기로 시작했지만, [두사부일체]로 흥행배우가 된 이후에는 오직 영화에만 전념하고 있다. [가문의 영광][공공의 적][투사부일체]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외에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나두야 간다][동해물과 백두산이] 등을 찍었다.
정준호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중량감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그는 가벼운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고 코믹한 웃음을 주는 데 주력한다. 멀쩡하게 생긴 귀공자 스타일의 남자가 망가지는 것을, 대중들은 즐거워한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아니라,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그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영화인 장진 감독의 [거룩한 계보]는 조폭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조직의 2인자였지만 보스에게 버림받은 뒤 복수를 꿈꾸는 동치성(정재영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마치 정재영과 정준호의 버디 무비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그러나 철저하게 정재영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작품을 살리기 위해서도 정준호의 비중은 늘어났어야 했다.
보스를 대신해서 감옥에 들어갔지만 실리를 취한 보스의 선택에 따라 조직에서 버림받고 이제는 목숨까지 위험해진 동치성, 그리고 그에 맞서는 그의 둘도 없는 조직 내 친구이자 3인자에서 2인자로 올라선 김우중, 두 사람의 맞대결이 중요하지만 너무 정재영 중심으로 이야기가 짜여져 있다.
[이 영화에서 나의 출연분량은 많지 않다.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을 했다고 새로운 영화를 결정할 때 출연분량이나 비중을 보지는 않는다. 1년 365일 중 내 생일은 단 하루고, 나머지 364일은 남의 생일을 축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준호의 솔직한 고백에 의하면, 그가 [거룩한 계보]에서 김우중 역을 맡기로 결심한 것은 장진 감독의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 유혹의 핵심은 정준호가 맡은 김우중이 마치 [영웅본색]의 주윤발과 비슷한 결말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에서 사투리가 약간 어설플 것이다. 하지만 배워가면서 열심히 작업했다. 장진 감독과 정재영을 비롯해 배우들과 함께 즐겁게 촬영했다. 내가 맡은 배역은 싸움을 잘 못해서 액션씬도 별로 없었다. 계속 얻어맞는 장면이다. 싸움 못하는 역할은 조금 쉬울 줄 알았는데, 때리는 역만 하다가 얻어맞는 역을 하려니까 그것도 어려웠다.]
정준호는 극중 정순탄 역을 맡은 류승룡을 [처음에는 못 보던 사람이 와 있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촬영 내내 그의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며 반해버렸다. 사실 우리 류승룡씨는 영화에서 숨겨진 보석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뉴욕에서 촬영 중인 마이클 강 감독의 [웨스트 32번가]는, 뉴욕 한인 거리를 배경으로 한국계 갱단의 음모와 배신, 야망 그리고 사랑을 그리는 작품기다. 정준호는 이 영화에서 갱단의 중간 보스 역을, 미국 TV 시리즈인 [우주전함 갤럭티카]와 영화 [로미오 머스트 다이] 등에 출연했던 모델 출신의 한국계 배우 그레이스 박은 갱단 두목의 여동생 역을 각각 맡아 열연 중이다.
정준호는 오는 12월부터는 경남 김해에서 촬영하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에 출연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도 피력한 바 있다. 그의 모든 선행이 자신의 개인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 아니기를, 진정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온 봉사활동이며 이웃사랑이기를, 우리는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