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슈왑은 1971년 설립된 금융 중개 회사입니다. (회사 명칭인 찰스 슈왑은 창립자인 찰스 R. 슈왑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슈왑은 전통적으로 애널리스트나 중개상들을 고용하지 않는 '저가형' 금융 중개 서비스로 유명합니다.
찰스 슈왑에서는 고객들에게 무엇을 언제 얼마나 사고, 언제 얼마나 팔아야 하는지 시시콜콜 조언해 주지 않습니다. 찰스 슈왑은 창업 시절부터 애널리스트와 증권 중개상들이 고객들에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거짓 정보를 제공해 고객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금융 서비스
찰스 슈왑은 고객의 판단을 흐리는 조언을 일체 금한 채, 고객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 상품을 거래하도록 해줍니다. (1990년대까지 찰스 슈왑은 고객에게 주식 추천이나 통계 보고서를 내놓지 않는 것을 일종의 회사 규정처럼 준수해 왔습니다.) 고객들이 다양한 금융 상품을 보다 쉽게 거래하도록 도와주고 다른 금융 중개업체들보다 더 싼 수수료를 받는 것이 찰스 슈왑의 시장 경쟁력이었습니다.
특히 찰스 슈왑은 1992년 "뮤추얼 펀드 원소스(Mutual Fund OneSource)"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고객들이 전례 없이 편리하게 뮤추얼 펀드를 매매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슈왑의 원소스란 뮤추얼 펀드 제공 업체들을 한 곳에 모아 고객이 찰스 슈왑 거래처에서 손쉽게 뮤추얼 펀드를 사고 팔 수 있게 한 '뮤추얼 펀드 장터'입니다. 이전까지 일반일들이 뮤추얼 펀드를 구입하기 위해선 제공업체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돈을 입금하고, 배당을 얻으려 마냥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찰스 슈왑의 원소스에서는 고객이 다양한 펀드 제품을 쉽고 빠르게 매매할 수 있고, 소규모 펀드 제공 업체들은 찰스 슈왑의 방대한 배급망을 통해 효율적으로 제품을 판매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슈왑은 펀드 제공업체로부터 중개 수수료를 받아 이윤을 얻을 수 있고요.) 원소스는 찰스 슈왑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사업 모델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실례였습니다.
찰스 슈왑의 저가형 금융 서비스 모델은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와 기술 분야에 대해 잘 하는 '지식층'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습니다. '저가형 고급 중개 서비스'라는 틈새 시장과 적극적인 브랜딩 전략을 바탕으로, 슈왑은 1990년대 들어 메릴 린치(Merrill Lynch)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와 같은 유명 금융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합니다.
금융 기업의 기술 마인드
찰스 슈왑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기술 혁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슈왑은 1990년대부터 회사에 강력한 IT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이 (통신 서비스에 연결된) PC로 편리하게 금융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특히 1993년엔 "스트리트스마트(StreetSmart)"라는 윈도 기반 소프트웨어를 출시해 슈왑의 고객들이 온라인에서 주식이나 채권, 뮤추얼 펀드 등을 거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찰스 슈왑의 '기술 마인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시장 경쟁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WWW와 웹 브라우저의 인기로 인터넷 사용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저가형 금융 중개 시장에서의 슈왑의 입지는 크게 좁아집니다.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금융 정보를 얻고 더 쉽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저가형 금융 서비스 시장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장이 커진 대신, 저가형 금융 서비스는 누구나 진출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업 모델이 됐죠. 많은 돈을 투자해 가며 지점을 내거나, 수많은 인력을 고용할 필요 없이, 온라인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저가형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말하자면,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경쟁이 치열해 진 것이죠. 인터넷 금융 거래 모델이 각광을 받으면서 E*트레이드나 롬바르드(Lombard) 같은 저가형 중개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 경쟁 업체들은 찰스 슈왑이 보유하고 있던 (인터넷 환경에 알맞은) 고객들을 끌어들이면서 슈왑의 시장을 잠식해 나갑니다. 찰스 슈왑의 '저렴하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가 일상적인 사업 모델이 되면서, 슈왑의 시장 경쟁력은 떨어졌고, 이제는 더 저렴한 가격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됐습니다.
찰스 슈왑은 1995년 찰스 슈왑의 인터넷 사업체인 e슈왑(eSchwab)을 설립했고, 1996년엔 자사의 웹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 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인터넷 금융 업체들로부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인터넷 시장에 진출한 슈왑은 이내 자사의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와 다양한 금융 상품/서비스를 무기로 경쟁사들을 압도합니다.
이미 IT 기술을 활용해 혁신적인 고객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익숙했던 찰스 슈왑은 다른 금융 중개상들보다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슈왑의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 이용 방법을 기초부터 알려주는 스마트 인베스터(SMART Inverstor), 웹을 통해 결제 및 대금 납부를 할 수 있는 빌페이(BilPay), 세금 납부 계획 및 노후 설계를 도와 주는 인베스터 택스 & 리타이어먼트 센터(Investor tax & retirement centers), 뮤추얼 펀드의 실적을 한눈에 보여주는 뮤추얼 펀드 퍼포먼스 프로파일(Mutual Fund Performance Profile), 금융 뉴스와 주식 시장 변동을 시시때때로 알려주는 슈왑얼럿(SchwabAlerts), 거래 결과를 e메일로 통보해 주는 e컨펌(eConfirms), 미국에서 거래되는 모든 주식을 분류해 보여주는 스톡 스크리너(Stock Screener), 그리고 뮤추얼 펀드 원소스 온라인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자동화 돼 움직입니다.
성공하는 온라인 기업, 한 가지 길을 고집하지 않는다
특히 찰스 슈왑은 온라인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전까지의 전통을 버리고, 고객들에게 금융 추천과, 조언, 각종 통계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슈왑은 애널리스트와 중개상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전통은 그대로 유지한 채, 컴퓨터의 힘을 이용해 고객에게 가장 객관적인 금융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슈왑은 자사의 IT 기술과 금융 전문가들의 힘들 빌어, 고객 각자에게 맞춤화 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각 주식의 통계와 데이터, 시장 보고서를 보여주는 애널리스트 센터(Analyst Center), 기업의 순위, 추천 종목, 트렌드를 알려주는 인더스트리 클로즈 업(Industry CloseUp), 고객의 거래 내역과 실적을 비교 분석해 주는 포트폴리오 퍼포먼스(Portfolio Performance) 등이 대표적입니다.
금융 서비스의 기술적 우위와 깨끗한 브랜드 이미지로 찰스 슈왑은 1999년 금융 시장의 최강자였던 메릴 린치를 시장 자기 자본총액에서 제치고 1위로 올라섭니다. (하지만 당시 슈왑은 수익 규모에서는 메릴 린치보다 30% 뒤져 있었습니다.)
인터넷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슈왑은 결코 인터넷을 시장의 전부로 보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찰스 슈왑에게 인터넷은 수익을 올리는 하나의 매체일 뿐입니다.
찰스 슈왑의 인터넷 전략은 완벽하게 고객 편의에 맞춰져 있습니다. 슈왑은 금융 업체가 인터넷에서 성공하는 길은 멋진 웹사이트도, 훌륭한 콘텐츠도 아닌 오직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편의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즉,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찰스 슈왑을 이끌었던 사업 핵심 전략이자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