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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동경교회 익투스합창단해외연주를 다녀와서!!
하나님께서는 계획을 세우실 때 어떻게 하실까?
퍼즐을 맞추듯 이리저리 짜 맞추시는 것일까?
니느웨로 가라는 하나님 말씀에 선뜻 응하지 않았던 요나,
그도 나처럼 뭉그적거리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었을까.
일본으로 제9회 익투스합창단 해외연주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썩 내키지가 않는다.
몇 년 전에 불어 닥쳤던 쓰나미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지금도 가끔씩 지진이
발생해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곳.
그동안 잠잠하던 화산이 불을 토하고, 시커먼 화산재를 하늘 높이 뿜어대기도 하는 곳.
잊혀질만 하면 속을 할퀴듯 얄미운 소리로 심사를 뒤틀리게 만드는 정치인들이 있어서
보이는 곳이나 듣는 곳이나 선뜻 가까이 하고 싶지 않는 곳이다. 일본!
여행을 떠나는 날 까지도 마음 한편 구석이 심드렁하다.
이번 해외순회연주 여행에는 익투스 단원 71명이 참가한다.
단원 가족들도 30여분이나 동행해서 역대 최대의 규모이다. 1차와 2차로 나뉘어서
출발해야 할 정도로 많은 분이 동참했다. 2대 단장을 지내신 박현권장로님께서는 이번에도
기타 2대를 찬조해 주셨고, 남선교회전국연합회 총무님은 공항까지 나오셔서 기도로
응원해 주셨다. 함께 가지 못하는 단원들의 기도소리가 들린다. 모두 감사드려야 할 일이다.
김포공항에서의 출발은 그다지 붐비지가 않은 탓인지 느긋하게 여유로웠다.
그래도 여행은 여행,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면세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살피느라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을 터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도 없어져서 한결 가벼운 마음이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귀가 멍멍하고 귓속이 아릿하다. 어떨 때는 별로 느끼지 못하고
쉽게 지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통증처럼 좀 오래 지속되었다. 나이 들어감인가..
시장이 반찬이라고 때를 훨씬 넘긴 탓인지 기내에서 제공해주는 점심이 맛있다.
똑 같은 점심식사인데 기내에서 먹게 되니 그것도 별미처럼 여겨진다.
점심식사 후 모두들 제각각으로 자기 시간을 갖고 있다. 금세 눈을 감고 자는 사람,
이어폰을 낀 채 눈앞의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 신문을 보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도
있다. 조그만 비행기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습이다.
무슨 생각들일까?
일본에는 무슨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일까? 우리처럼 모두가 여행가는 것만은 아닐테고...
그런저런 생각도 잠시, 곧 착륙준비를 할 거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일본은 겨우 2시간
정도의 거리 밖에 안 된다. 거리로만 친다면 참 가까운 나라다.
입국장에서도 여느 나라처럼 오래 걸리거나, 까다롭지 않아서 좋다.
하네다공항 로비에서 가이드의 외침에 마치 초등학생들처럼 이리저리 줄을 서곤 한다.
인원을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듯, 몇 번씩이나 번호를 대곤 한다.
아 참, 이제 보니 우리도 단체여행객이다.
국내 공항에서도 자주 봤던 모습, 오늘 우리도 그런 모습이다. 깃발을 든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긴 꼬리를 한 채 이리저리 모였다 헤어지는 모습.
단체여행에다 외국의 관광지라는 상황이 만들어 내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다지 북적대지 않은 공항 대합실 덕에 쉽게 기다리던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버스에 오르려고 보니 운전석이 다르고, 오르는 문의 방향이 다르다.
아,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이구나! 하고 실감케 하는 첫 번째 눈에 띄는 것이다.
2진이 늦게 오는 바람에 버스의 좌석도 한결 여유가 있어서 좋다.
2진은 도착하면 늦은 밤이 될 것 같다.
창밖으로 올려다 보이는 하늘이 약간 흐릿하다.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도 그렇고, 하늘거리며 흔들리는 길 가 풀잎들도 익히 보아 왔던
모습처럼 눈에 익어 보인다. 좁아 보이는 도로의 폭만 아니면 국내의 여느 도로처럼
눈에 낯설지가 않다. 공항을 빠져 나오는 잠깐의 거리 풍경이 마치 국내인양 착각이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다. 가이드도 가끔 국내와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단다.
그런데 차가 달리고 있는 도로의 폭이 우리나라 보다 23cm나 좁다고 한다. 그만큼이라도
절약하려고 하는 모습이 악착스럽게 느껴진다. 근검정신이 철두철미한 나라라고 한다.
첫 번째 볼거리로 도착한 곳이 신주쿠 신도청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이다.
길거리에 잠깐 버스를 세우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관공서 건물의 꼭대기에 전망대를
만들어서 주민에게 개방을 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확대되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까지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안내하는 사람들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대하고 구경을 할 수가 있다.
본받을 만한 사례인 것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쿄시내의 전경은 우리와는 또 다른
모습의 풍경이다. 건물들의 모습도 훨씬 달라 보인다. 건축물들은 조형미도 있고 각각의
모습이 아름답다. 내진을 대비해서 지은 건물들이라는데 튼튼하고 멋있어 보인다.
구경을 끝내고 도청사 밖으로 나왔을 때 거리에는 아직 길가에서 자고 있는 노숙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일부 자전거도 보유하고 있고, 노숙용 침대도 사용하는 것이 보인다.
오늘을 살아가는 시대의 아픈 구석이 여기서도 어찌 할 수 없는가 보다.
그래도 이들은 국가에서 후원을 해 주기 때문에 구걸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노숙인도 앞서가는 나라인가...
신주쿠 거리, 오늘의 일정 중 두 번째로 볼거리를 찾아서 도착한 곳이다.
일본의 젊은이들, 특히 도쿄의 젊은이들을 가장 밀접하게 접해 볼 수 있는 곳, 우리나라
서울의 명동거리와도 같은 곳이라고 한다. 번화한 길거리에 내려 선 우리에게 특명이
주어졌다. 각자 헤어져서 자유롭게 둘러본 후 다시 이 자리에 집결하라는 것이다.
때로는 자유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 복잡하고 낯선 거리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니라니... 말이 마음대로이지 정작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할 것인가.
우루루 몰려가는 일행을 뒤따라가다 박명철집사님과 박종술장로님이랑 셋이서만 떨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그런데 박장로님은 예전에 도쿄를 많이 여행했던 경험이 있어서
일본어도 능숙하셨다. 우선 길 잃은 염려를 않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거리를 걷다가 대형서점이 보여서 들어가 구경하기로 했다.
주말이어서인지 서점 안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서울의 대형서점
처럼 수많은 젊은이들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보며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젊은이들의 거리에 이만한 대형서점이 있고, 그곳을 가득 메운 채 책을 들여다보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흐뭇한 것인가. 요즘 우리나라는 길가의 서점이 사라지고
책을 읽지 않는 젊은이가 많아서 걱정이라는 우리나라 어느 학자의 푸념이 생각났다.
어느 나라나 국민이 깨어 있어야 국가가 부흥하는 것을 보아 왔다.
책을 읽는 국민이 국가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서점 안에서 이곳저곳 구경하면서 젊은이들의 모습들을 더 눈여겨보았다.
일본이 우리보다 앞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런 문화적 바탕 때문이 아닐까.
거리는 어딜 가나 젊은이들이 넘쳐서 활기 있게 보인다. 길가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작지 않은 가게 안에는 여러 가지 상품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있다. 일반 가게인데도 상품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생필품부터 일반의약품까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약국보다 규모가 더 커 보인다. 마치 팔 수 있는 것은 모두 놓고 팔아라. 하는 것 같다. 여기서도 우리나라처럼 규제가 많이 있는 걸까?
일본인 특유의 친절함은 쇼핑하기에도 참 좋은 것 같다. 돌아서면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이라 하지만 그래도 손님 앞에서는 우선 친절한 것이 좋아 보인다.
사실 우리도 사업하는 사람들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한다. 이해관계 앞에서야 누구나
두 가지 마음, 아니 몇 가지의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 대하는 인상이
우선 친절한 것, 우리에게는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잘 헤아려야 하겠지만.
낯선 거리에서 마음껏 둘러보고 쇼핑하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서둘러서 집결 장소에 모였다. 신주쿠의 거리에서의 1차 관문, 모두 잘 찾아왔다.
조금 걸어서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보이는 신주쿠의 거리는 요란하다. 곳곳에 있는 대형 오락실에서는 전자음의 요란한 소리가 귀를 울릴 정도로 넘쳐난다.
거리 곳곳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직종의 간판들이 보인다.
듣던 대로 발달 된 상업의 나라이고, 도쿄는 그 중심지답다.
일본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식당에 들어섰다.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어떤 음식을 즐겨 먹을까? 그 음식들은 과연 우리들의 입맛에도 잘
맞아서 우리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전통적인 그들의 음식은 어떤 것일까?
가이드가 열심히 알려주었지만 설명만으로는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먹어봐야지.
스기야키! 일본의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 우리네의 샤브샤브랑 비슷한 것이다.
우선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라서 한참을 우왕좌왕했다. 그렇게 헤매면서도 어떻게 먹었는지
하여튼 포만감이 느껴졌다.
음식의 재료 한 가지 한 가지가 생생하게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는 단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식당에서처럼은 아니더라도 좀 더 양념을 준비해주면 더 맛있는 요리가
될 것 같다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하긴 고유의 느낌은 다르니까.
어설프지만 일본에서 첫 번째 음식과 대면이 무난히 끝났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거리에 나오니 어두운 밤거리에 형형색색의 조명 빛이 어지럽다.
분주히 오고가는 젊은이들 틈에 섞여서 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 오랜만에 젊음을 느껴 볼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고 좋은 것 같다.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젊은이들과 함께 걸어보고,
그들의 숨결을 느껴 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버스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듯, 좁은 밤거리를 요리조리 달려가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의 모습들이 새롭게 보여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 같은 듯 달라 보이는 거리의 풍경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이어서 차창 밖 거리 구경이 재미있다.
숙소인 신주쿠의 선샤인시티프린스호텔은 가까이에 있었다.
호텔이라지만 방은 1인용 침대 2대가 거의 맞붙어 있으며,
어디를 둘러봐도 버릴 공간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작고 오밀조밀하게 꾸며져 있다.
화장실 역시 필요한 공간만큼만 주어져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너무 헤프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도 해 본다.
사흘 동안 함께 지낼 룸메이트인 위동환집사님과 방에 들어섰다. 단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더구나 같은 파트에서 노래를 하며 지냈지만, 특별한 교류가 없었는데 해외여행지에서
한 방을 사용하며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비치되어 있는
차를 끓여서 함께 나누며 일본에서의 첫 밤을 멋지게 맞았다. 고운 꿈을 꿀 것 같다.
<2일째, 요한동경교회 연주의 날>
모닝콜이 울리자 부랴부랴 서둘렀다.
6시에 지하 식당 앞에 모였지만 아직 문도 열지 않은 상태인데 어디 적당히 모여서 아침
경건회로 예배드릴만한 장소가 없다. 시간은 바쁘고 장소는 여의치 않고 해서 식당 앞
공간에 서서 말씀을 읽으며 예배를 대신했다. 주일 찬양생각에 마음이 어수선하다.
식당에 들어섰지만 아침식사도 건성건성 하는 것 같다. 나만 그러는 건가.
숙소를 나서는 발걸음들이 많이 무거워 보인다. 아침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는 것 같다.
주일 아침의 신주쿠 거리는 한산하게 보인다.
휴일 아침의 거리가 국내에서나 비슷한 느낌이다.
교회에 도착했다. 요한동경교회이다.
처음에 학교 건물로 사용하려던 것을 교회에서 매입 후 개조하여 사용 중이라고 한다.
지역사회와 공존을 위해서 주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점은 철저하게 방지하고 있으며
소음 하나도 말썽이 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한다고 한다. 대학생들의 선교에 힘을
쏟으며, 그리스도 제자의 길을 가기 위해 선교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전국에 40여개의
교회를 개척할 정도로 선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예배 후에도 모여서
제자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루에 8부 예배를 드린다는데,
교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한국, 일본, 중국 등 여러나라의 신도들을 위한 예배란다.
한 건물에서 하루 종일 각 나라의 예배가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지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도착해서 연습을 하였지만 여간 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이 곳 한 교회에서만 4번의 집회에서 찬양을 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연주가 일본현지인을 위한 집회.
‘나주사랑’
하나님 사랑합니다. 요리조리 피해 다니던 나를 불러서 일본인들 앞에 세워주시고,
하나님 찬양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양을 시작하기 위해서 기도를 드리는데 그만 눈물이 터진다.
어떻게 온 일본인가. 어떻게 찬양을 드려야 여기에 모인 분들에게,
이 땅 일본의 국민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온 정성을 쏟아서 이분들에게 전해드려야 할 터인데 하나님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처음부터 흐르는 이 눈물을 어이 할 것인가.
아직 찬양을 시작도 하기 전에 터져 나오는 눈물,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이곳에 모인 일본인 여러분,
그리고 일본 땅의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하나님 찬양하지 않으실래요??
나 주 사랑한다는 나의 목소리를, 우리들의 합창소리를 들어보세요.
‘죄짐 맡은 우리 구주‘
전국에 80만개의 신이 있다는 우상의 대국인 일본.
우리 구주 예수님만이 참 신이요, 우리를 구원하시는 이요,
참 좋은 친구가 되신다는 것을 우리 함께 고백해요.
이 어렵고 힘들고 불안한 세상, 예수 품에 안기어서 위안하심을 찾아보아요.
오늘 여기에 찾아오신 예수님을 우리 모두가 손뼉을 치며 노래해요.
‘쿰바야!’ 주님, 여기에 임하시옵소서! 하고 기도드리며 노래해요.
여기를 보세요, 연로하신 팔순의 백장로님이 흥겨운 몸짓과 타악기를 두드리며 열정적으로
찬양드리는 모습, 여러분도 우상숭배 대신 우리 하나님을 찬양하세요.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지만,
돌베개를 베고 자야 하는 고생과 역경이지만, 그리고 그것이 여러분을 힘들고 지치게 하지만.
내 주와 함께 모든 고난을 헤치고 이겨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쓰나미와 폭풍이 밀려오고 지진이 일어나도 우리는 찬양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내 평생에 가는 길’, 그래요, 이 길입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험하고 두려운 큰 풍파가 밀려와도
내 영혼이 평안해 질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찾아야 합니다.
엘리야가 불단을 앞에 두고 하나님께 부르짖어서 승리를 얻었던 것처럼
수많은 재앙 앞에서 두려워 떨지 않으려는 몸부림에서 헤어나려면
세상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어야 하지 않겠어요? 여러분이 하나님과 함께
해서 그분이 주시는 참 평안을 얻기를 기도하며 찬양합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첫 번째 찬양이 끝났을 때 그들 모두는 아멘으로 화답하며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사실 일본은 음악적인 면에서 우리 보다 굉장히 앞서가는 나라라고 해서
행여 합창 실력이 여의치 않아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망을 안겨주면 난감한 일이 아닐까.
내심 걱정하면서 준비도 많이 했고, 정말 열심히 정성을 다해서 합창을 했다. 그런 우리의
진심이 통하였는지 그들도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나만 몰래 눈물을 흘린 줄 알았는데 단원 여러분들이 눈물을 흘리느라
찬양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은혜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이곳 일본에 와서 은혜는
정작 우리 단원 모두가 흠뻑 받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긴장했던 첫 연주회가 끝나자 긴 한숨을 몰아쉬며 우리는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제서야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던 곳이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는 것을 알았다. 벽면을
둘러서 빽빽이 들어차 있는 책들을 둘러보는데 눈에 선뜻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고려왕조실록’과 ‘삼국왕조실록’의 책이 꽂혀져 있는 것이 보였다. 어느 누군가가 일본에
와서 있지만 고국의 뿌리를 잊지 않겠노라 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느낌이 새로웠다.
그 외에도 벽면 가득히 꽂혀있는 고국의 책들,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 같다.
고국을 떠나와서 고국의 뿌리를 생각해 보는 것, 묘한 느낌이 든다.
점심식사를 교회에서 비빔밥으로 준비해 주셨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우리 음식인 비빔밥이
반갑고 정겹다. 일본에서 먹는 비빔밥이 특별하게 느껴지면서 맛이 있다.
점심을 끝내고 교회 밖으로 나왔다.
5월의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교회 밖 거리에는 맑게 갠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다.
일본의 도시거리가 그렇듯 깨끗하게 보인다. 교회 건물 뒤편으로 꺾어 돌아가니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옥도 보이고, 조그만 아파트처럼 공동주택도 보인다. 조그만 거리의 길 양
옆으로 화분들이 놓여 있다. 키가 작은 꽃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앙증맞게 피어서 삭막해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를 화사하게 꾸미고 있다. 관(官)에서 계도를 한 것인지, 주민 각자
스스로 가꾸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시작했건 보기 좋은 모습이다. 우리도
예전에 몇 번 시도했다가 언제 사라진지 모르게 거의 모습을 감추었다. 거리에 놓인 화분은
자신들을 위하고 동네를 위하고, 타인을 위해서라도 다시 계속 됬으면 좋겠다.
길가의 꽃을 보면서 어느 누가 싫어 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걸 우리는 한 동안 하다가
슬그머니 잊어버렸는데, 일본은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교회 뒤편에는 조그만 동네 공원이 있다. 자세히 보니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이파리와
꽃들의 색깔과 모양이 튼실하고 윤기가 있어 보인다. 토양의 덕분인가, 관리를 잘 하고
가꾸기를 잘 해서 그런가. 공원 한켠에 조그만 모래바닥으로 된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이 모래를 만지면서 놀고 있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말이 한국어이다.
교포의 자녀들인 것 같아서 반갑다.
한국말을 사용하는 이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갑자기 일본에 와서 머무르고 있는
시간이 오래 된 것 마냥 착각이 생긴다.
공원에 피어있는 꽃들은 어제 우리 동네에서 보고 왔던 것과 같은 것들이 태반이다.
나무사이로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만 다른가?
점심식사 후에 맞아하는 여유로운 시간이 일본이라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인 동포들이 드리는 예배라서인지 첫 무대의 일본인 예배 때와는 다른 여유가
생기고 긴장감도 좀 덜한 것 같다. 그래도 멀리 일본까지 찾아와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는 없고 정성을 다 해야 한다.
‘평화의 기도’를 올리면서 우리들의 심정을 보여드렸다. 외국에서 하나님을 믿는
여러분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땅의 평범한 민초들에게는 용서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땅에 진리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한 평화의 도구로 우리 익투스합창단이 사용되어지길 원해서 찬양을 드립니다.
‘나 주 사랑’하는 마음을 받쳐 주님께 찬양합니다. 찬양하는 기쁜 마음을 여러분도
함께 느껴보세요. 목소리가 다 하는 날까지 주님을 찬양합니다.
‘죄 짐 맡은 우리구주’를 우리말로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따로 준비한 일본어와
중국어 버전 대신 우리말로 찬양하면서 우리말의 소중함을 느껴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친구 되신 우리 구주를 외로울 때 마다 찾고, 부르고, 의지하세요.
‘쿰바야’ 하고 날마다 외치세요. 주님 여기에 오시옵소서! 하고 기도하세요. 찬양하세요.
우리 단원 중에서 가장 고령이신 백명제장로님이 흔드는 몸짓과 두드리는 봉고 소리에
맞춰서 흥겹게 찬양하시는 모습을 보세요.
‘내 주를 가까이’ 하려는 것은 때로 험하고 외롭고 두려우며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요.
야곱이 광야에서 돌베개를 베고 자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기도를 드렸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찬양을 드렸겠습니까.
‘내 평생에 가는 길’이 요즘처럼 멀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날도 흔치 않지요. 온갖 천재지변
이 일어나고 있는 이곳 일본에서의 생활이 맘 편할 날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주님이
주시는 평안함과 위로를 날마다 감사와 찬양으로 기도로 견디며 승리하는 생활이길
우리는 기도하겠습니다. 우리의 찬양과 기도에 열렬히 환호해주시는 교민여러분,
그런 환호와 격려로 우리도 힘을 얻어서 더 정성껏 찬양하겠습니다.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해 주셨다.
왜, 이방인을 업신여기느냐?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거룩한 제사장이 된 것은
나를 통하여 역사하심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구원의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라고 하셨다.
예배가 끝난 후에는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서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젊은이들이 살아서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살아있는 선교현장이다.
중국인들이 드리는 예배에서도 찬양을 하였다.
떠나 온 고국이 다를 뿐,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중국인
이라는 사실 말고는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하나님 찬양하는 모습이 우리 한국인과는 또
다른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아, 하나님은 세계 열방의 모든 족속을 품에 안으시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어쩌면 이들에 의해서 중국의 수많은 국민들이 구원을 얻게 되지 않을까. 젊은
중국인들의 예배드리는 모습,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 대륙에서 드려지는 하나님 찬양하는
모습이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우리는 그들을 격려하며 찬양을 하였다.
‘나주사랑’에 이어서 ‘죄 짐 맡은 우리구주’를 중국어로 찬양하니 훨씬 반갑고 편안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이어서 ‘쿰바야‘를 찬양 할 때는 젊은이들답게 너무 좋아하며 모두가 손뼉을
치면서 함께 하였다. 이어서 ‘오, 해피데이’를 찬양하자 열정적으로 기뻐하며 함께 찬양을
하였다. 그들에게 하나님과 함께하는 행복한 날들이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렇게 3회의 찬양연주가 끝이 났다.
휴식시간 주어지자 많은 분들이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한숨씩 청하는 모습이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 보다 단원들의 의지가 강해서인지 건강한 모습들이다. 쉬는 것도 잠시, 마지막
남은 연주를 위해서 최종 점검을 했다. 그 사이 교회에서 준비한 저녁식사가 도착했다.
메뉴에 특별히 신경을 써 주셨다는 담임목사 사모님의 언급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먹는 한식은
별맛이었다. 특히 돼지 갈비찜은 아,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할 정도로 별미였다.
마지막 남은 연주에 힘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만찬이었다.
주일 8부 예배.
지역주민과 모든 이들에게 문화의 한 장이 된 기독교 전도방식을 취한 콘서트형식의 연주다.
‘평화의 기도’에 이은 ‘나 주사랑’ 그리고 ‘승천’의 힘찬 찬양이 이어지자 좌석에 앉은
여러분들이 열정적으로 호응하며 박수로 환대해 주었다.
남성 특유의 웅장하고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목소리가 어울어진 합창소리는 찬양을 하는
나 자신이 들어도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멋있게 들리곤 한다. 71명의 대단원으로 짜여진
남성합창단의 멋진 화음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이어진 하모니카의
애절한 음색에 모두가 잠잠해진 사이 고요하게 한계령을 합창하자 그야말로 모두가 숨죽인
듯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산 설악산으로 순간이동을 해서 굽이굽이 고개를 돌아가듯,
운무가 산 허리에 걸려 있는 한계령의 골짜기 위에 서 있는 듯,
계곡 깊숙한 곳에서 울려나는 산울림인 듯, 산을 부르는 듯, 산 속의 나를 부르는 듯...
그렇게 마치 시 한편을 읊조리듯 노래하자 모두가 노래에 취한 듯, 시에 잠긴 듯하다.
이어진 또 한 번의 하모니카 전주에 이은 멋진 우리말의 서정시로 한국의 농촌 시골집 풍경을
남성들의 웅장한 목소리로 사실감 있게 읊조리자 그야말로 향수에 젖은 듯하다.
‘향수’ 평화로운 한국의 농촌, 그 농촌은 예전에도 그리고 그 이전에도
그렇게 평화로운 농촌이었습니다. 기억해야 할 평화로운 땅 이었거든요.
지휘자가 이 노래는 이 땅에 남겨두고 가겠다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다.
부르는 동안 내내 온 몸이 부르르 떨린다.
가늘게 호소하는 목소리로, 울부짖듯 포효하는 목소리로 흐느끼는 심정으로
‘그것이 차마 잊힐리야!!’
내가 들어도 너무 멋있는 화음과 섬세한 듯 웅장하고 자못 비장해 보이는 곡이었다.
합창의 진한 멋 속에 내가 푹 잠겨있다. 이렇게도 멋있는 연주를 하는 합창단원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 가슴 뿌듯하게 밀려왔다.
그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가 되어 뜨겁게 눈물로 흘러내렸다.
그 기쁨을 찬양했다.
‘쿰바야’ 주님 이 저녁 여기에 오시옵소서!
그리고 우리가 외치게 하옵소서. 나는, 우리는 행복합니다. ‘오, 해피데이!’를...
마지막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생동안 주님 함께하시기를 기도하면서
연주를 마쳤습니다.
단원들은 이제 성령으로 충만하여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익투스합창단이 하루에 4번 공연을 했다는 자부심과 새 역사를 기록했다는 긍지에 뿌듯한 듯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주님 하라시면 주님을 찬양 하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였다.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곰곰 생각했다.
오늘 지휘자님의 곡 선택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잘 된 것 같다.
한중일 3국의 교인들과 마지막 연주에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했던 것 같다.
나는 한 곡 한 곡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합창을 잘 해야 했었는데,
지휘자가 전하고자 하는 대로 잘 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부족했던 것 같다.
‘여러분들의 하나님 찬양에 힘입어서 일본 선교 사역에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큰 힘이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목사님의 말씀대로 정말 우리가 선교사님의 사역에 도움이 되었을까?
나 스스로만 은혜받고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루를 마친 생각들이 많은데, 도쿄의 저녁은 어둠이 짙게 내려앉고 있다.
<3일째, 여행>
여유로운 월요일 아침이다.
어제 종일토록 진행 된 강행군이 끝나고 나니 한결 느긋한 마음이다.
이제부터 도쿄 주변의 여행일정만 남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숙소 근처에 있는
조그만 공원으로 갔다. 동지공원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공원에는 주민들이
이른 아침에 모여서 체조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 아이부터 허리가 굽은 할머니까지 모여서 국민체조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
공원 뒤편으로 돌아가니 고양이가 떼를 지어서 야옹거리는데, 한편에서 노숙인들이
거적거리 같은 것들을 덮고 누워 있다. 아직 늦은 잠을 자고 있는지 움직임도 없다.
어쩌다 시대의 아픔들을 송두리째 껴안고 잠들어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한 생각이다.
이제 막 떠오르는 태양도 그들에게는 버거운 짐인 듯 뒤척거린다. 눈치 빠른 고양이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이방인의 눈치를 살핀다.
길가에 피어있는 철쭉은 햇살을 받으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건회로 식당 앞에 모였으나 우리 대식구가 예배드릴 공간이 없다.
식당 앞 조그만 공간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야곱이 광야에 꿇어 엎드린 심정이다. 옹기종기 쪼그린 채 모여앉아서 드리는 예배이다.
전 단장이신 최호철장로님께서 말씀을 전해주셨다.
하나님께서는 퍼즐을 맞추시듯 계획하시고 행하신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본행도
계획하시고 행하셨던 것 같다. 물 붓듯 부어주신 성령의 은혜도 준비하셨듯이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에 들어서니 어제는 건성으로 보았던 것들이 보인다. 박집사님이 알려주신대로
식판을 보니 모양이 특이하다. 사면체를 주로 사용하는 우리네와는 모양이 다르다.
그 작은 그릇에도 지혜를 담아서 모서리마다 맞대면 공간이 훨씬 절약되게 디자인을 잘 했다.
좁은 공간에 있는 집기들도 잘 배치하고 사용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절약하는 습관이 눈이 띄게 잘 운용되고 있다. 배워야 할 것 같다.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일본의 전통적인 음식들이 많다. 일본의 토속적인
음식들을 접해 보려고 많이 노력하니 식사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일본의 음식문화는 소식, 라또, 건강식, 녹차가 주를 이룬다고 하였다. 눈 여겨 봐야겠다.
하코네로 가는 길을 떠났다.
후지산이 유명하지만 화산이 언제 불을 뿜을지 몰라 접근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와 비슷한
하코네 산으로 가기로 하였다. 가는 길의 고속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시골로 접어드니
길가에 일본의 전통가옥들이 보인다. 흔히 일본은 모방을 좋아하는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도
전통가옥들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 한옥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방 할 것은 하되 지킬 것은 지키는 것 같다. 우리와는 무엇이 다른가.
산골로 접어들어서도 한참을 달려갔다. 하코네산 관광단지에 들어서니 잘 정비되어 깔끔한
느낌이 드는 상가와 드문드문 가옥들이 보인다. 관광지하면 떠오르는 들끓는 듯한 모습이
아니고 잘 정돈된 모습이 역시 인상적이다.
하코네산의 화산 분출로 인하여 생긴 산정호수인 아시호수에 이르렀다.
아시호수는 약 3,000년 전에 하코네산의 수중 폭발로 이루어진 폐쇄호수이다.
면적은 7.1평방km이고, 깊이 43.5m, 수면 높이는 해발 723m 라고 한다.
주변이 아름다워서 경승지가 많이 있으며, 해적선과 유람선의 두 종류 배가 있는데 우리는
아시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호수 위를 둘러보는 코스다. 맑은 호수 위를 유람선을 타고
돌아보는 것인데, 물이 맑아서 그야말로 명경 같은 호수다. 날씨가 좀 흐려지더니 바람도
거세게 불어 닥쳤다. 맑은 날에는 후지산의 봉우리가 물 위에 나타난다고 한다.
오늘 후지산을 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운항하는 배 위에서 여행자가 느끼는 기분은 얼마나 황홀한가.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호수면은 그 둘러싼 산들을 품에 안 듯 물 위에 띄운 채
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산에 안기고 호수에 잠겨서 나를 잊어버린다. 세상에서
시달리고 부대끼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나를 잠시, 그래 잠시 동안만 잊어버리고 싶다.
물 위에 나를 내려놓고, 바람에 나를 실려 보내고 싶다.
이때 누군가의 제안으로 선상 코러스가 이루어졌다. 달리는 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을
반주삼아서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 국민여러분 들어보시오. 일본의 산과 호수여
들어보아라. 우리 하나님의 위대하신 솜씨 찬양하는 소리를.
배에서 내려 점심식사를 위해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관광지는 어디나 그렇듯 밀려드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일본의 전통 요리인데, 우리네 비빔밥과 같아 보인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한참이나 서성대다 주위사람을 보고 따라서 먹을 수 있었다. 어설프긴 해도
그 지역의 전통음식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일본은 화산지역이어서 온천이 많다고 한다. 웬만한 곳에서는 땅만 파면 따끈한
온천물이 솟아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천이 많아서 옛부터 전해오는 유명한 온천이 많다.
모리노유 온천에 모두 들어갔다. 유명 관광지의 온천답게 시설이 잘 되어있다.
단원 모두가 빨가벗은 채 한 몸이 되어서 뜨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우리를 이야기하며
익투스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롯한 행복을 한 움큼씩 나누는 기쁨이었다.
언제 이런 흐뭇한 기회를 또 가질 수 있겠는가.
고국을 떠나오기 전에는 자주 변하는 날씨를 걱정하기도 했다. 여행 출발 전에는
고속도로에서 정체 될 것을 염려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날씨에 가는 곳마다
지체되는 것 없이 제 시간에 도착되곤 한다. 감사 할 일이다.
도쿄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 오른 오다이바에 도착했다.
내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발빠르게 조성된 종합관광유흥지이다.
대형 쇼핑몰이 있고, 발달된 자동차산업을 둘러 볼 수 있게 자동차산업 전시관이 있다.
놀이시설도 함께 있어서 누구나 찾아와서 보고 느끼며 즐기도록 조성되어 있다.
앞서가는 관광산업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얄미울 정도로 앞서가고, 발전해 간다.
우리의 관광산업을 비교해 보면 어수룩한 나 같은 범부의 눈에도 비교가 된다.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돋보이는 장면들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 같다.
인정하기 싫어도 가슴 한켠으로 인정이 되는 나라다. 모방만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우리가
좀 더 솔직해져서 좋은 점은 좋다고 인정하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일본의 부모들이 어린아이의 교육방침 중 하나로 이런 것을 강조한다고 한다.
‘최소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삼가 하라!’ 가이드가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덕목이 아닐까???
도쿄에는 여기저기 관광해야 할 곳들이 많은 것 같다. 유럽의 여러 명소와 미국의 유명
관광지 까지 흉내내서 볼거리를 만들고 조성해 놓았다. 미국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모조품
까지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웃으면서 가보고 싶고, 그래서 둘러보고 간다고 한다.
사연이 있긴 해도 그렇게라도 호기심을 유발하고 궁금증을 갖게 하고 찾아보게 한다.
관광이란 무엇인가??
저녁식사를 위해서 긴자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예전에 긴자거리를 거닐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을 늘어놓던 시기가 있었다.
일본의 도쿄 중심가 긴자거리가 얼마나 유명했으면 국내에서도 수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했던 것일까. 지금은 쇠락해진 대명사의 하나로 회자되는 긴자거리를 거닐며 거리 곳곳을
눈 여겨 보았다. 퇴근 길 셀러리맨들이 여기저기 모여드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영욕의 부침이 있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보는 것 같다. 그런 곳에서 또 다른 일본의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 재미있는 여행이다.
숙소로 돌아와서 도쿄의 밤을 마냥 숙소에서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단원 몇몇이 근처의
거리구경을 나갔다. 이끄보끄역 주변에는 서울의 어느 한 거리마냥 많은 인파를 볼 수 있고,
거리의 가게들을 구경 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가방을 둘러메고 밤늦게 퇴근하는
셀러리맨들의 행렬도 있다. 늦은 밤인데도 거리에서 교통신호를 잘 지킨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일부러 교통규칙을 위반하기도 하는데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늦은 밤 길거리 술집에서 왁자하게 회포를 푸는 젊은이도 보인다.
가게 안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느라 북적이던 손님들, 길게 늘어서서 계산을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모습들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그 정도는 우리도 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좋은 점 하나는 똑 같은 값이면 어디를 가나 똑 같은 품질의 상품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의 질을 구분하는 것은 단지 값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똑 같은 상품이 판매하는 곳에 따라 다르고, 판매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상품을 신뢰하게 만드는 가이드의 설명 한마디에 많은 생각이 든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거리를 거닐며 살펴 볼 수 있어서 참 기분 좋은 밤이다.
<4일째, 마지막 날>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다.
여행객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느긋해야 할 아침이 바쁘게 움직여졌다.
경건회로 모였는데, 오늘도 식당 앞 조그만 틈바구니에 쪼그려 앉았다.
고전 15:10 말씀‘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 은혜로......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다‘ 전 단장 박만길장로님께서 전해 주신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행하신 것이다. 이번 일본순회연주도 그렇다. 내가 한 것 같아서
오만하게 뽐내려 했었는데,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다. 아멘!
교만하고 어리석은 나를 불러 은혜주시고 깨닫게 해 주신 것도, 나를 부르신 이도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일본 순회연주의 성공적인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행하시고
인도하여 주셨음을 고백합니다. 아멘!
아침 식사 후 마지막 일정을 재촉했다. 어젯밤 긴자거리와 접해있는 황거를 이야기 했는데
오늘은 그 황거를 돌아보기로 했다. 본래 일본의 수도는 교토였는데, 도쿠가와의 에도시대
후에 이곳 도쿄로 옮겨오게 되었다고 한다. 도쿄 한 복판에 천황이 살고 있는 곳이다.
넓은 정원 곳곳에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 정원, 본래 우리나라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소나무가 이곳에서 저렇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다. 한국 땅에서는
거의 사라져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소나무가 무슨 연유로 이렇게 잘 가꾸어져 있는 것인가?
주차장에서 나오자 황궁을 향해있는 거대한 기마조각상이 있다.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한 후스노기 마츠히메의 동상이라고 하다. 죽어서도 충성을 다하겠다는 용맹을 보여주는
듯 천황이 있는 황거를 향하여 칼을 들고 있다. 참새들이 조각상에 둥지를 틀고 들어앉아서
짹짹거리고 있다. 참새가 보아 온 충성이란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볼까?
인간이 만들어 낸 신, 천황은 어떻게 위대한 것인지. 일본인이 지금도 떠받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원 가득한 소나무에게 물어볼까, 조각상에 있는 참새에게 물어볼까?
아니면 넓은 정원 한 구석에서 아직 잠에 취해있는 노숙인에게 물어볼까?
여행 중에서 그 고장이나 나라의 특산품을 구경하고 사는 재미, 이것도 여간 아니다.
사정이 좀 여유가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면세품점엘 갔다. 가서보니 듣던대로
중국인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있다. 요리를 즐겨하는 아내의 부탁이 있어서 세라믹으로 된 칼을 샀다. 국내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고 하여서 구입하였다. 물건을 사고, 그것을 들고
흐뭇해 하고 사람 마음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여행의 재미란 것도 그런 것일 게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으로 갔다. 한국에서도 흔히 보았던 식당이다. 아니 이런 형태의
식당도 이곳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 아닌지. 갑자기 변경된 일정으로 부랴부랴 점심을
먹고 우에노시장으로 향했다. 서울의 남대문시장과 같이 잘 알려진 시장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큰 규모의 시장구조에 놀랐고, 역시 시장답게 많은 인파에 눈이 둥그레졌다.
주어진 시간이 워낙 짧아서 한 바퀴 구경만 하기에도 벅찬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시장 구경 하노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네다공항으로 오면서 이번 여행 중 우리 차의 팀장을 맡았던 성영선집사님의
소감 한마디가 있었다. 처음 맡아 본 직제에도 없는 팀장 역할이지만 열심히 뛰어다니며
정성껏 최선을 다 했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은혜로운 시간들이었다고 간증을 곁들였다.
공감하면서 궂은 일을 뒷바라지 해 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 이번 여행을 위해서 기도하고 진행하느라 단의 집행부에서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배은주 단장님, 이정현 총무님, 지휘자님과 반주자님 그 외 여러분들
그리고 여행사 일을 맡은 조동주집사님과 가이드로 수고한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자세한 설명을 해 준 가이드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나는 덤으로 왔다가는 여행 같다.
차창 밖에서 수시로 변하는 길가 풍경을 바라보았다.
짧은 기간 동안의 여행이었지만 차츰 눈에 익어가는 것들이 반갑게 여겨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 한포기도, 아직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일본의 전통 가옥도
친근한 생각이 든다. 누군가 요한동경교회에서 했던 연주 실황을 들려주고 있다.
하나님께서 계획하고 행하신 익투스합창단의 일본해외연주여행,
함께 한 날들이어서 행복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주께 영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