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옛날부터 낙지를 좋아했던 것 같다. 광해군 때 허균은 팔도음식을 평가한 '도문대작'에서 낙지는 서해안에서 잡히는데 맛 좋은 것이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자세히 적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특산품으로도 이름을 떨쳤던 모양이다. 발해와 당나라 사이의 교역 품목에 낙지도 포함되어 있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산 낙지를 즐겨 먹은 것을 비롯해서 낙지 숙회, 연포탕 등 다양한 낙지 요리가 발달했다.
이 낙지요리 하나로 광주의 '먹자골목'을 평정한 이가 있다. 해남 송지면 출신 이영현씨(58)이다.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덕분에 낙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낙지음식으로 명가를 이룬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들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목포로 나와 이일 저일 해 보았는데 되는 일 하나 없이 고생만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목포와 운대가 맞지 않은 것이었다. 매제의 권유로 광주로 와 함께 카센터를 열었는데 광주는 운대가 맞아서인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카센터에서 번 돈으로 그가 두 번째로 시작한 일이 낙지전문점, 18년 전 쌍촌동 지금의 자리 바로 옆집에서 시작한 '낙지한마당'이었다. 그는 이번 달 11월말이면 맞은편에 10억 원을 들여 80평 땅을 사 새로 지은 건물로 이사를 한다. 점심시간 무렵이면 식당 앞이 와글와글 사람들로 넘치고, 주차난을 일으키던 일도 없어질 것이다. 낙지한마당 이영현 사장과 만나 낙지음식성공스토리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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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송지면 학가리에서 태어나 송지초등학교와 송지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영현 사장. 모두들 어렵다는 외식업창업으로 낙지명가를 일으켰으면서도 자신은 배움이 짧다고 이력서 펼치는 걸 사양한다. 지역주민자치회, 의용소방대 등 20여개가 넘는 지역사회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독거노인 초대 등 남모르는 봉사활동도 열심히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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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쌍촌동에 있던 직장에 다닌 관계로 낙지한마당의 명성은 익히 알았는데 사장님이 해남분인 건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창업할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처음부터 제가 장사를 한건 아니었습니다. 제대를 하고 목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집사람이 통닭집을 하고 힘을 합해도 겨우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정도의 빠듯한 생활이었죠.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매제와 카센터 동업을 했는데 1년 6개월 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왜냐고요? 너무 일감이 넘쳐 도저히 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러다가는 건강을 망치겠다싶어 6개월을 쉬면서, 대형차면허증을 따고 심지어는 도배개술에 이발 기술까지 배웠습니다. 일요일에 쉬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싶더라고요.
이발소도 아니고 도배기술자도 아닌 식당을 개업한 것이 히트를 쳤군요. 이렇게 성공하리라 예상을 하셨나요?
글쎄요. 한 때 이 좁은 식당에 종업원만 16명을 두었으니 성공이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도 납세관리대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제가 내는 세금이 꽤 되는 모양이지요?
우리나라는 자영업의 비율이 유난히 높고 그 중에서도 많은 비중이 외식업에 몰려있죠. 그래서 창업하긴 쉬워도 성공확률이 가장 낮은 곳이 외식업이라고 하는데 오직 낙지메뉴하나로 광주음식명가가 되셨으니 특별한 비결이 있었던 거 아니었나요?
제가 낙지한마당을 열 당시 광주에는 딱 네 군데에 낙지음식전문점이 있었습니다. 요 앞 큰 길 건너에 수락정이라고 하나하고 또 금남로에 하나 있었고, 그리고 두 군데가 더 있었지요. 그 곳에 가서 다 음식을 먹어보고 전국 유명하다는 집도 가 보았는데 지금처럼 낙지음식이 대중화된 건 우리 집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 인터넷에 한번 낙지한마당을 쳐보세요. 전국에 주르륵 이름이 나옵니다.
낙지한마당 프랜차이즈인가요?
천만에요. 저는 낙지한마당이라는 이름을 오로지 제가 고심하고 지었는데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 이곳저곳에 같은 상호가 생겨나더라고요. 누군가 '상호특허를 내라' 그러는데 그런 거 신경 쓸 정도로 한가하지를 않았어요. 어떻게 손님들이 밀어닥치는지 집사람은 식당 지휘하고 저는 낙지 구입하러 새벽부터 차 몰고 다니느라고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지금은 좀 후회도 되는데 어떻겠어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래도 원조를 알고 찾아주는 분들이 있으니 다행인거죠.
이제는 정말 비결을 듣고 싶네요. 낙지한마당의 '시원한 콩나물 국'은 입맛이 까다로운 우리 어머니도 좋아하시던데 메뉴가 딱 세 가지인가요 ?
낙지볶음, 낙지회무침, 그리고 낙지연포탕에 낙지 비빔밥, 산낙지도 있지요. 기본 다섯 가지 메뉴로 식사 전에 땅콩과 콩나물국을 내는 것이 처음부터였고 하나도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콩나물국은 이상하게 인기가 있는데, 낙지볶음이나 낙지무침의 매운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로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죠. 특별한 비결은 없고 집사람이 기본적인 음식솜씨가 있고 손이 커서 푸짐하게 내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정약전·정약용 형제의 낙지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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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실학자 형제인 정약전과 정약용은 낙지사랑이 대단했다. 특히 다산 정약용이 낙지를 좋아했다. '탐진어가(耽津漁歌)'라는 시에서 "어촌에서는 모두 낙지로 국을 끓여 먹을 뿐, 붉은 새우와 맛 조개는 맛있다고 여기지도 않는다"고 읊었다. 형인 정약전도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낙지는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며 낙지예찬론을 펼쳤다. 또 낙지는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의서 '천주본초' 역시 낙지는 익기양혈(益氣養血), 즉 기를 더해주고 피를 함양해주기 때문에 온몸에 힘이 없고 숨이 찰 때 효능이 있다고 했다. 10월 하순부터 잡히는 가을낙지를 '꽃낙지'라 부르는데 일 년 중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낙지를 산 것으로 먹을 때는 세발낙지가 좋다. 낙지의 발이 세 개라서 세발낙지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세'는 '가늘다'(細)라는 뜻의 한자어.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고 길어 붙여진 이름이다. 입에 쩍쩍 달라붙어 씹을수록 우러나는 맛과 초장과 잘 어울리는 세발낙지는 남도의 명물이 된지 오래다. | |
한때 광주3대외식업 성공사례로 '매월농장' 오리바베큐와 피자집 '그랑삐아또', 그리고 '낙지한마당'을 들었지요. 그리고 4대 먹자골목이 송정리 떡갈비와 광주역 주변 오리탕골목, 무등산 보리밥집, 그리고 쌍촌동 낙지골목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 곳 낙지골목은 좀 한산해진 것 같은데 그야말로 골목을 평정한 셈이군요.
그런가요? 제가 처음에 장사가 잘 되자 세를 준 주인이 회수해서 낸 곳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고 비슷한 이름의 낙지음식도 광주뿐 만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저는 낙지음식을 대중화시킨 장본인으로 소개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낙지는 한우나 오리처럼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수산품목도 아니고 실제로 부화단계만 성공했지 양식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원가관리가 매우 불안정합니다. 어떤 때는 마리당 1만5천에 육박하는 재료를 사용하는 일이라서 조마조마하기도 하지요. 모두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해남을 고향으로 둔 분들이 각계에서 큰 활약을 하시는데 사장님은 외식업 쪽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셨어요. 실례지만 낙지로 번 돈이 얼마나 되십니까?
하하, 제가 한번은 어떤 인터뷰에서 하루 평균 손님이 5백명 가량이라고 하자 사람들이 대번에 계산을 해내더라고요. 하루 5백만 원 매출에 한 달이면 1억 5천, 1년이면 15억, 18년 했으니 못해도 100억은 넘었다 이렇게 말하는데 저는 좋은 재료공급에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종업원 월급으로 나가는 돈도 3천만 원 가깝고요. 그러나 많이 벌었다는 입소문은 싫지는 않네요. 제가 하루 손님 1천명은 못 넘겼지만 9백 몇십 명을 받아보았습니다. 입소문이 정말 무서운 것이더라고요.
"더위를 먹어 탈진한 소에게 낙지 서너마리를 먹이면 벌떡 일어난다"는 설명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기록된 것인데 낙지의 효능을 저렇게 벽에 써 붙여놓으신 아이디어가 좋군요. 스토리텔링을 잘하셨어요.
저게 바로 제 작품입니다. 낙지에 관련된 자료라면 샅샅이 뒤져 노트 한권을 채울 정도로 기록해 익혔고 없는 솜씨로 그걸 써서 벽에 붙이기도 했지요. 스토리텔링인지 먼진 몰라도 없는 이야길 지어서 한 것은 아니니까요. 낙지는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아세틸콜린을 비롯해 양질의 무기질과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훌륭한 스테미너식품으로 통합니다. 그래서 흔히 보양식으로 여름에 많이 찾는데 맛으로 말하면 여름보다 이렇게 찬바람이 나는 10월 이후 지금이 낙지 맛이 가장 좋은 때지요.
그러면 낙지는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있나요?
낙지에 대한 오해를 하나 풀어드려야겠군요. 낙지는 고 단백생물이면서도 다리에 붙은 동그란 흡반이 함유하고 있는 타우린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지방질 생성을 억제하고 간을 해독시켜 피로해소에 효과 있는 강장제 역할을 해요. 콜레스테롤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서울 무교동에서는 낙지를 무조건 맵게만 요리하는데 그건 좋은 재료를 못 구하기 때문이지요. 세발낙지나 싱싱한 것은 날 것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고요. 맑은 물보다 갯벌에서 영양분을 흠뻑 흡수하며 자란 낙지가 그냥 살짝 물에만 데쳐도 달보드레하고 쫄깃하니 맛이 좋습니다.
식당증축과 함께 새로운 계획은?
그동안 좁은 장소를 애용해 주신 고객들께 더 좋은 맛과 서비스로 보답하는 게 꿈입니다. 지역사회봉사도 더 하고 싶고, 그리고 지금 직장생활을 하는 두 아들 중 큰 애는 미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어렵지만 둘째가 꼭 이 업을 이어 낙지명가의 전통을 더 발전시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김원자 편집고문·언론인·호남대객원교수>
첫댓글 김원자 선뵈님~ 그날 늦은시간까지 기다리시느라고 욕마니보셋어요~
다음은 김형윤 전,국정원 경제단장.김재욱 광주신용보증 재단이사장.박정남 변호사...순입니다.
돈 많이 벌어서 고향에도 좋은 일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