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20篇 山木篇 第3章(장자 외편 20편 산목편 제3장)
북궁사北宮奢가 위衛나라 영공靈公을 위해 백성에게 특별히 세금을 걷어 그것으로 종을 만들었다. 〈이 종을 주조하기 위해〉 성곽문 밖에 사단土壇을 축조한 지 불과 삼 개월 만에 위아래 두 단에 종을 걸어놓자 〈이때 마침 위衛나라에 망명해 있던 오吳나라의〉 왕자王子 경기慶忌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도대체 그대는 어떤 기술을 썼습니까?”
북궁사가 대답했다.
“저는 마음을 순일純一하게 하였을 뿐 감히 다른 기술을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듣건대, ‘인위人爲를 깎고 쪼아 없앤 뒤에 자연自然의 순박純朴함으로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멍하게 아는 것이 없는 듯, 아무 생각 없이 어리석은 듯하며 황홀한 가운데 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사람을 맞이함에 오는 사람을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을 붙잡지 않아서 사나운 백성들은 사나운 채로 맡겨 두고 잘 구부리고 따르는 사람은 따르는 대로 내맡겨 두어 그들 스스로 이르는 것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세금을 거두어도 털끝만큼도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 없었으니 하물며 대도大道를 체득한 사람이겠습니까?”
北宮奢 爲衛靈公 賦斂以爲鐘 爲壇乎郭門之外 三月而成上下之縣 王子慶忌 見而問焉曰 子何術之設
(북궁사 위위령공하야 부렴이위종하더니 위단호곽문지외한 삼월이성상하지현하거늘
왕자경기 견이문언왈 자하술지설고)
북궁사北宮奢가 위衛나라 영공靈公을 위해 백성에게 특별히 세금을 걷어 그것으로 종을 만들었다. 〈이 종을 주조하기 위해〉 성곽문 밖에 사단土壇을 축조한 지 불과 삼 개월 만에 위아래 두 단에 종을 걸어놓자
〈이때 마침 위衛나라에 망명해 있던 오吳나라의〉 왕자王子 경기慶忌가 그것을 보고 물었다.
“도대체 그대는 어떤 기술을 썼습니까?”
☞ 북궁사北宮奢 : 인명. 북궁은 성姓. 사奢는 이름. 위나라 대부이며, 궁의 북쪽 북궁이라는 지방에 살았으므로 북궁이라고 하였다.
☞ 위단호곽문지외爲壇乎郭門之外 : 단을 만들고 올라가서 거기서 종을 주조鑄造한다.
☞ 삼월이성상하지현三月而成上下之縣 : 상단上段 8개, 하단下段 8개, 합계合計 16개의 종이 묶여져 있는 편종編鐘을 완성했다는 뜻.
☞ 왕자경기王子慶忌 : 인명. 오吳나라 왕 료僚의 자식.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오왕吳王 합려闔閭에게 복수를 맹세하고 위나라로 망명했다가 합려가 보낸 자객 요리要離에게 죽었다.
☞ 자하술지설子何術之設 : 어떤 묘수를 썼기에 이렇게 멋진 편종編鐘을 이렇게 간속簡速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奢曰 一之間無敢設也 奢聞之 旣彫旣琢 復歸於朴
侗乎其無識 儻乎其怠疑 萃乎芒乎
(사왈 일지간에 무감설야하라 사는 문지호니 기조기탁하야 복귀어박이라호라
동호기무식하며 당호기태의하며 췌호망호라)
북궁사가 대답했다. “저는 마음을 순일純一하게 하였을 뿐 감히 다른 기술을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듣건대, ‘인위人爲를 깎고 쪼아 없앤 뒤에 자연自然의 순박純朴함으로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저는 멍하게 아는 것이 없는 듯, 아무 생각 없이 어리석은 듯하며 황홀한 가운데,
☞ 기조기탁旣彫旣琢 복귀어박復歸於朴 : “모난 곳을 제거해서 원래 자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林希逸). 〈응제왕應帝王〉에도 “열자列子는 스스로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생각하여.....새기거나 쪼아대는 인위人爲를 버리고 소박한 데로 돌아가....일생을 마쳤다[列子自以爲未始學...彫琢復朴...一以是終].”고 하여 조탁복박彫琢復朴이라는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 동호기무식侗乎其無識 : 동호侗乎는 아무 것도 모르는 모양이다.
☞ 당호기태의儻乎其怠疑 : 당호儻乎는생각이 없음이다. 당연儻然과 같다. 태의怠疑는 어리석은 모습. “지향하는 바가 없다.”(郭象), “의심하여 결정하지 못하거나 깊이 생각하여 분별하는 일들이 이미 사라졌다.”(成玄英), “마치 게으른 듯 마치 의심하는 듯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없는 상태이다.”(林希逸).
☞ 췌호망호萃乎芒乎 : 췌萃는 홀芴(황홀할 홀, 아둔할 홀)의 뜻. 망호芒乎는 “멍하니 알지 못함이다.”(成玄英)
其送往而迎來 來者勿禁 往者勿止 從其强梁 隨其曲傅 因其自窮
故朝夕賦斂而毫毛不挫 而況有大塗者乎
(기송왕이영래하야 래자를 물금하며 왕자를 물지하야서 종기강량하며 수기곡전하야 인기자궁하노니
고로 조석에 부렴이호모불좌하니 이황유대도자호따녀)
가는 사람을 보내고 오는 사람을 맞이함에 오는 사람을 막지 않고 가는 사람을 붙잡지 않아서 사나운 백성들은 사나운 채로 맡겨 두고 잘 구부리고 따르는 사람은 따르는 대로 내맡겨 두어 그들 스스로 이르는 것을 따랐을 뿐입니다.
그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세금을 거두어도 털끝만큼도 백성들을 해치는 일이 없었으니 하물며 대도大道를 체득한 사람이겠습니까?”
☞ 종기강량從其强梁 수기곡전隨其曲傅 인기자궁因其自窮 : 종從, 수隨, 인因은 모두 같은 뜻. 강량强梁은 힘이 세고 사나운 사람. 곡전曲傅은 자기 자신을 굽혀서 따르는 자를 말함이다. 자궁自窮이란 스스로 이르는 것이다. 혹 따르기도 하고 혹 거스르기도 하지만, 요要는 결국 모두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이른다.(林希逸)
☞ 고조석부렴이호모불좌故朝夕賦斂而毫毛不挫 : 좌挫는 좌剉(꺽을 좌)의 가차자. 불좌不挫의 대상은 백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