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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열대야] 04
S#1. 민원장 병원 복도
정우, 멈춰선 채 얼어붙어서 어딘가 뚫어지게 보고 있다.
영심, ?해서 정우 시선 좇아가보면 지혜가 걸어가고 있다.
영심 : (반색하며 ‘동서!’ 부르려다 깨닫고 정우 쳐다보면)... (심상치 않은 정우 표정!)
정우 : (지혜다!)... ... (지혜에게 못박힌 두눈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영심 : (?? 정우와 지혜를 차례로 본다)... (어느 순간 들려오는)
정우 : (E)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데 얼마전에 결혼..했어요.
영심 : (혼란스럽고)... ... (번뜩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
*플래시 백..
지혜의 결혼식, 영심과 부딪혔던 슬프게 울고있던 남자 정우!
영심 : (깨닫고 휘동그래진 눈으로 정우와 지혜를 홱 다시 차례로 쳐다본다)
정우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마는 영심!
영심의 존재 까맣게 잊어버린 채 애틋하게 지혜 바라보고 있던 정우, 코너를 돌며 지혜가 사라지자 튕기듯 다급하게 달려나간다.
영심 : (그 모습 바라보며 왠지 버림받은 것 같은)... ...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상처!)
S#2. 동 병원 다른 복도 - 소아병동 복도
사라진 지혜 찾으며 절박하게 뛰어오는 정우. 그러나 지혜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애가 타는 정우, 조바심치며 붐비는 복도를 안타깝게 헤매는데..
그 어느순간 발견하고 이끌리듯 멈춰서는 정우. 그의 눈앞에.. 지혜다!
정우의 존재 알리 없는 지혜는 자료철 넘기며 소아병동 외벽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정우 : (애틋함으로 그저 바라보고 서 있기만)... ... (아픔이고 슬픔인 지혜!)
지혜, 줄자를 꺼내 외벽의 길이를 재는데..팔을 최대한 뻗어 고정시킨 후 아래로 내려 오지만 이내 휘어져내리는 줄자.
지혜, 다시 시도한다. 또 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지혜. 한데.. 바닥까지 내려가도록 휘어지지 않는 줄자.
지혜,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 쳐다보면.. 지혜의 줄자를 위에서 잡아주고 있는 정우!
지혜 : (너무 놀라서 잡고있던 줄자를 스르르 놓친다)
정우 : (엷은 미소)... (그저 묵묵히 줄자 가져다 지혜 대신 잰다)
지혜 : (얼어붙은 채)...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정우가 여기 왜 왔지?)
정우 : (줄자 건네며) O미터 OO센치.
지혜 : 뭐니? 왜 이래 너?
정우 : (?)... ...
지혜 : 왜,왜 왔어? 여긴 왜 왔어 너?
정우 : 지혜야?
지혜 : (다가오는 의료진 발견하고) 밖으루 나가! (황망히 앞장서 나간다)
정우 : (뜻밖의 반응에 놀라고 얼떨떨한 채)... ...
S#3. 동 병원 택시 승강장
여행가방 든 영심, 축 늘어진 채 생각이 많은 얼굴로 택시 승강장으로 가는데..
영심의 시선에.. 나란히 택시에 오르고 있는 지혜와 정우.
영심 : (동서와 정우다!)
두 사람을 태운 택시 승강장을 빠져나가고.. 멀어지는 두 사람을 그저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영심..
S#4. 커피전문점
스트로우 휘휘 저으며 얼음 녹이고 있는 고개 떨군 지혜.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정우.
지혜 : (떨군 채) 미안..해. 유부녀잖어 나.
정우 : 음.
지혜 : 나두 모르게 놀라서.. 생각두 못했는데 니가 거기 서 있으니까 나두 모르게 놀라서..
정우 : 음. 고개 좀 들어.
지혜 : (천천이 고개 들지만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정우 : 눈두.
지혜 : (그제서야 마주 바라본다)
정우 : (가만히 응시한 채 그리움으로)... 오랜..만이다.
지혜 : (애틋하게 응시하며) 응.
정우 : ... ...
지혜 : ... ...
정우 : (그저 웃으며) 할말.. 참 없네.
지혜 : 응.
정우 : 예뻐졌다. 걱정했는데.
지혜 : (글썽글썽)... ...
정우 : 궁금..했어. 내내.
지혜 : 궁금만 했어?
정우 : ... ...
지혜 : 넘 넘 보구 싶더라. 너 보구싶어서 미치겠더라 난. 너 못만난다구 생각하니까 내인생에 너 없다구 생각하니까
하루 하루가 지옥이더라 난! (눈물 또르르)
정우 : 근데.. 그랬는데.. 막상 보니까 별루다.
지혜 : ... ...
정우 : 이런 식으루 너랑 마주앉아 있는 것두 별루구, 너 이뻐진 것두 난 별루구..
뭣보담두 널 놀라게 만든 내가, 그렇게 된 내가, 참 별루다 난.
지혜 : ... 정우..야.
정우 : (O.L) 바람 빠진 자전거에 앉아있는 거 같아. 그만 버리구 가야할지 계속 끌구 가야할지 막막한 게..
지혜 : 끌구..가. 힘들어두 끌구가. 너 버리는 거 못하잖어. 너 자전거 없이 못살잖어.
정우 : (긴 한숨)...
지혜 : 참 못됐다 나. 형편없어.
정우 : 거기 병원일 하니?
지혜 : 응.
정우 : (생각이 많은 얼굴로 끄덕이는)
지혜 : 넌.. 무슨.. 일이야? 병원엔 왜..?
정우 : 아버지, 입원하셨어. 아까 그 병원에.
지혜 : (소스라치게 놀라며) 뭐? O,OO병원에?
정우 : 음.
지혜 : 왜,왜?
정우 : 뇌종양.
지혜 : (휘동그래진 채)... ...
정우 : 끔찍하지만은 않네. 울아버지 머리통 속에 들앉아있는 종양. 덕분에 너두 만나구.
지혜 : ... 좀 더.. 큰.. 병원에.. 가지않구.. 왜?
정우 : 갔어. 근데 2주 이상을 기다려야된대서.
지혜 : 어어. 그럼.. OO..병원은 어떻게.. 알구..?
정우 : 누구 소개루.
지혜 : 어어 소개.. (심경 복잡한데)
정우 : (영심을 떠올리며) 병원장 며느리래.
지혜 : (화들짝 놀라서) 누,누가?
정우 : 소개해준 사람.
지혜 : 뭐? 며..느리? 이,이름이 뭔데?
정우 : 오영심. 왜 아는 사람이야?
지혜 : 어? 아,아니. 아냐. 모르는 사람이야. 근데 넌.. 어떻게.. 알아?
정우 : 우연히 만났어 남해에서.
지혜 : 우연..히?
정우 : 음.
지혜 : 증말루.. 우연히.. 만난 거야?
정우 : (?해서 쳐다보는)
지혜 : 하,하구보니까 질문이 이상하네. 난 그냥.. 그냥 좀 이해가 안가서. 니 성격 누구 보다두 잘 아니까.
낯 가리구 사람 가리는 박정우 첨보는 여자한테 아버지 병 얘기 했단 것두 그렇구,
종합병원두 아닌데 그 여자 호의만으루 병원을 결정한 것두 그렇구..그렇..잖아.
정우 : 낯 가리구 사람 가릴 새 없었어. 발등에 불 떨어져 올라온 거야.
지혜 : 어어. 그랬..겠다 증말.
정우 : 지푸라기라두 잡구 싶은 심정였는데 지푸라기가 돼 주더라.
낯두 가리지 않구 사람두 가리지 않구 아무런 계산없이 기꺼이...
지혜 : ... ... (정우 바라보며 이것 저것 얽혀서 복잡해진다)
S#5. 민원장 저택 앞
대문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영심. 소중한 무엇인가가 쑥 빠져나간 듯한 기분..
영심, 허탈하게 피죽 웃는다. 그러다가 푸하하 웃는다. 너무 한심해서 푸하하.. 너무 무참해서 또 푸하하..
영심, 그렇게 웃음으로 정우를 날려보내고 탈탈 옷을 털며 일어선다.
여행가방 들고 돌아서서 초인종 누르려다 문득 대문을 응시하는 영심.
영심 : ... ... (*다시 일상으로. 그러나 전과 똑같을 수만은 없는 영심!)
S#6. 민원장 저택 거실
수현, 거실을 기어다니는 훈이 신경써서 살피며 파출부아줌마랑 얘기중이다.
수현 : 우리얘까지 봐주시는 거루.. 보수는 넉넉하게 드릴게요. 괜찮으시죠?
파출부 : 나야 뭐 얘 봐주는 돈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주면야 괜찮죠.
수현 : 돈은 섭섭지 않게 드릴테니 제발 아이한테 신경 좀 써주세요.
파출부 : 걱정 붙들어매요. 내손주처럼 그냐양 애지중지할 테니.
수현 : 오늘부터 3일 정도면 되는데.
파출부 : 알았어요. (휘 둘러보며) 근데 이렇게 큰집에 왜 일하는 사람이 없대? 가정부 들일 생각 없어요?
혼자 몸이라 들어 와서 일할 수두 있는데.
수현 : 아뇨. 일할 사람 있어요.
그때 초인종 울린다. 수현, 일어나 초인종 있는 데로 가서 모니터 확인하고..
수현 : (?) 언니?
영심 : (모니터 저편에서) 네 저예요 아가씨!
수현 : (열어주며 혼잣말) 왜 벌써 왔대? 내려간지 며칠이나 됐다구?
파출부 : 누구.. 왔어요?
수현 : 어떡하죠 아줌마? 일할 사람 왔는데. 그냥 가셔야겠다!
파출부 : 예?
들어오는 영심.
수현 : 왜 벌써 와?
영심 : 아버님이 당겨오라구 하셨다면서요? 누구..?
수현 : 언니 며칠 더 걸릴 줄 알구 도우미아줌마 불렀어.
영심 : 네에.. (파출부 향해 목례하는)
파출부 : (살갑지 않게 받고 수현 향해) 기껏 오라가라 바쁜 사람 불러앉힐 땐 은제구 뭐 일 하는 사람 왔으니까 그냥 가라구요?
아니이 이러는 법이 어딨대 엉? 그렇겐 못해요. 뭐 일하는 사람 왔대니까 3일은 글렀구 그럼 오늘 일당이라두 쳐주든 가.
영심 : (맘 상해서 수현 향해) 일하는.. 사람..이요?
수현 : (쩝)
영심 : (어이가 없는)
그저 그녀들 지나 거실을 가로질러 2층으로 가는 영심. 그러다 홱 멈춰서고 돌아보며..
영심 : 아줌마, 저 일하는 사람 아니예요!
파출부 : 예? 아니 난 여기 이 사모님이 일하는 사람 왔다구 하길래, 아니예요?
영심 : (수현 응시하며) 네 아니예요!
수현 : (머쓱)
파출부 : 그럼 누구..신가..?
영심 : 저요? 일하기 싫은 사람이예요! 오늘은...
파출부 : 예?
영심 : 그리구요 아줌마, 저는요, 나는요, (집안을 휘 둘러보며) 이집..이집.. 맏며느리예요! 우리남편 이름은 민지환,
우리아들 이름은 민건호, 우리딸 이름은 민지원.. 그리구 나는요 아줌마.. 민씨집안 맏며느리예요. 아시..겠어요?
수현 : (쟤가 오늘따라 왜 저래?)
영심, 시무룩하게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어느새 영심에게로 기어온 훈이.
영심 : (발견하고 반색) 훈아! (덥썩 안으며) 훈아아! 잘 있었어? 우리훈이 외숙모 많이 보구싶었지? 그지 엉?
훈이 : (영심 알아보고 좋다고 해맑게 방실방실 웃는다)
영심 : 아우 이뻐라. (쪽쪽 뽀뽀를 하며) 아우 이뻐 아우 이뻐어. (눈 마주쳐주며) 외숙모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아!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다녀..왔습..니다!
S#7. 민원장 병원 입원실 (특실)
널찍 쾌적하고 입원실이라 하기엔 호화로운 병실. 간호사 태복에게 링거 꽂고 있다.
불편한 심경으로 병실을 둘러보는 태복.
정우 : (조금 당황한 채) 4인실루 신청했는데 뭔가 착오가 있는 거 같은데요?
간호사 : (주사바늘 꽂으며) 과장님 지시라구 들었는데. 과장님하구 상의되신 거 아녜요?
정우 : 아뇨. 아직 담당 선생님 못뵀는데요. 저기요 그냥 병실 바꿔주세요. 여긴 좀..
간호사 : 그럼 일단 과장님 한번 만나보세요.
정우 : (끄덕이고) 과장님 성함이..?
간호사 : 민재환 과장님이요.
정우 : 예에..
태복 : 6인실루 해. 8인실 10인실 있음 걸루 하구. (등을 보이며 돌아눕는다)
정우 : (아버지의 등 참 처연하다)... (지금부터 시작인가?)
S#8. 동 병원 재환방
재환, 골프중계에서 눈을 못뗀 채.. 정우, 그런 재환 향해 정중하게 목례한다.
재환 : (시선 TV속 골프공 좇으며) 용건이 뭡니까?
정우 : 박정우라고 합니다. 박태복환자 보호잡니다.
재환 : 박..태복 환자? 박태복 박태복.. (갸웃하며 그제야 쳐다본다)
정우 : 오늘 오영심씨 소개루.
재환 : 아 아. (다시 TV로 시선) 검사결과 삼사일 후에 나와요. 그때 얘기합시다.
정우 : 그게 아니라 병실 때문에. 원무과에 4인실루 요청했는데 특실이라서요.
재환 : 그냥 써요. 입원빈 4인실루 정산되도록 조치해놨으니까 돈 걱정은 안해두 돼요.
정우 : 네?
재환 : 나이스 펏! 야아 예술이네 예술!
정우 :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재환 : 형수님이 부탁하구 갔어요.
정우 : ... ... 그냥 4인실루 옮기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해주십시오.
재환 : (뜻밖이라는 듯 처음으로 유심히 쳐다보며) 써요 그냥. 워낙에 브이아이피 룸이란 게 1년 내두룩 그냥 놀리는 룸이니까
큰손해 없어요 난. 중병걸린 환자들 득실한데 아버님 같이 계시면 더 힘들어 하실거라구,
형수님이 간곡하게 부탁한 거예요.
정우 : ... ... (영심 떠올리며 따뜻해진다)
S#9. 동 저택 거실
초인종 울리고 있고.. 앞치마 두른 영심, 달려나가 수화기를 든다.
영심 : 누구세요?
지혜 : (모니터에 웃는 얼굴로) 형님 저예요!
영심 : (동서다!)... ...
지혜 : (모니터) 형님? 형님..?
영심 : 어어 도,동서.. (열어주고, 복잡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섰는)
양손에 음식보따리 들고 들어오는 지혜..
지혜 : (눈치 살피며) 잘.. 다녀오셨..어요?
영심 : (눈치 살피며) 응. 힘들..었지 혼자?
지혜 : 네. (표정 읽으며) 덕분에 그동안 형님 혼자 얼마나 힘드셨는지두 알게 됐구요.
영심 : (서먹) 나야 뭐 늘 하는 일인데 뭐.
지혜 :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영심 : (움찔) 어? 그,그렇지 뭐어. 즈,즐거웠다면 즈,즐거웠구 아,안즐거웠다면 또 안즐거웠구 그,그렇지 뭐어.
지혜 : (떠보는) 근데.. 왜 이렇게 서둘러.. 오셨..어요? 모처럼 어렵게 가신 건데 푹 계시다 오시지 않구..요?
영심 : (마음의 소리) 얘기 못들었나? 이상하네! 병원얘기 안했을 리가 없는데? (지혜 기척 살피며) 어어 사정이 좀 생겨서.
지혜 : (마음의 소리) 어떻게 물어보지? 후우 도대체 정우랑은 얼마나 어떻게 아는 거야? (조심스럽게) 무슨 사정..이요.. 형님?
영심 : (마음의 소리) 어~어? 알면서 웬 모른 척? 옛날 애인이라 숨기는 건가?
(지혜 향해) 어어. 급한 환자가 있어서 아버님병원에 소개해준다구우..
지혜 : 네에 그러셨구나아. (마음의 소리) 완전히 지뢰밭이다! 대체 어딜 어떻게 디뎌야 살아서 나갈 수 있는 거야?
영심 : (마음의 소리) 뭐야? 완전히 닭고아 먹구 오리발 내밀구. 먼저 아는 체 하면 나두 아는 체 할텐데. 내가 먼저 아는 체 해?
(지혜 향해) 저,저기 동서, 이,있잖아?
지혜 : (긴장) 네 형님?
영심 : 물어볼 게 좀 있는데..?
지혜 : 물어..보세요. (긴장한 채 기다리는)
영심 : ... ... (꺼내기가 쉽지않은)
지혜 : 뭔데.. 그러..세요?
영심 : 어어 이게 워낙에 사적인 질문영역이라 손윗사람으로서 디게 조심스럽네 내가.
지혜 : 괜찮으니까 편히 물어보세요. 뭔데..요?
영심 : 어 그,그게.. 그러니까 그,그게... 내가 하구싶은 질문이 뭐냐면 동서?
지혜 : 네..형님? (바짝 긴장한 채 기다리는)
영심 : 도,동서.. 동서.. 비가 좋아 세븐이 좋아?
지혜 : 네?
영심 : 너,넘 얘들인가 걔,개들은? 너,넘 피,핏덩이다 그지 엉? 그럼 욘사마가 좋아 뵨사마가 좋아?
지혜 : ...
영심 : ...
S#10. 동 저택 주방
파출부와 함께 저녁상 준비하고 있는 영심, 머릿속이 복잡하다.
앞치마차림으로 음식보따리 들고 들어오는 지혜, 영심 바라보며 머릿속 복잡하다.
지혜 : (표정관리 하며 들어오다 발견하고) 누구예요?
영심 : (불편) 어 도우미아줌마.
지혜 : (불편) 도우미아줌마요?
영심 : 응 아가씨가. 오늘만. 건 뭐야?
지혜 : 반찬이예요. 저녁찬거리 따루 준비 안해두 되니까 형님은 식사때까지 올라가셔서 푹 좀 쉬세요. 피곤하실텐데.
저녁준빈 제가 다 할게요. (눈치 살피는)
영심 : (!) 어 그럴..래? 그래 뭐.. (나가며 눈치 살피는)
S#11. 스포츠센터 스쿼시 장
지환, 비오듯 땀 흘리며 운동하고 있다. 가흔 없이 혼자다.
가흔의 부재가 느껴져 문득 쓸쓸해지는 지환. 떠오르는..
가흔 : (E) 연애할라구. 결혼두 하구. 남편 생기면 그때 다시 친구해 줄게. 그땐 니 친구 노릇 잘 할수 있을 거야.
털어내듯 온힘을 다해 공을 날리는 지환. 그 위로 들리는..
가흔 : (E) 힘들다 내가. 친구인 척 하는 거. 난 친구 아니거든. 지원엄마, 사랑하니?
지환, 필사적으로 공을 치고 받고 치고 받고 비오듯 땀 흘리며 그렇게..
S#12. 동 저택 주방
지환을 제외한 모든 식구들, 고급스럽고 먹음직스런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진 식탁앞에 앉아들 있다. 다들 놀란 채..
민원장 : 갑자기 웬 수라상이야? (영심 향해) 니 작품이야?
영심 : 동서작품..이예요.
재환 : (지혜 향해) 증말? 진짜루 이게 전부 자기 솜씨야?
지혜 : 아니야. (어른들 향해) 밖에서 사온 거예요.
재환 : (실망) 사왔어? 전부?
지혜 : 저 때문에 아버님 어머님 식사 때마다 넘 고생하시는 거 같아서.. 아무리 요리책 들여다보구 만들어두 형님처럼은 안되구,
고민 고민하다가 아버님 어머님 한끼라두 맛있게 식사하셨음 해서요.
민원장 : (듣고 있다)
지혜 : 잘 아는 단골 한정식집 음식인데 음식이 무척 깔끔하구 깊은 맛이 있어요. 형님 음식처럼요. 아버님 좋아하실 거 같아서...
민원장 : 고맙다. 잘 먹으마.
지혜 : 죄송해요 아버님 어머님! 앞으루 형님 옆에서 열심히 보구 배워서
담번엔 꼭 제손으루 아버님 어머님 입에 맞으시는 음식 해올릴게요.
나여사 : 세상에! 젊은 애가 어쩜 이렇게! 맘 쓰는 거 하며 행동거지 하며 이뻐죽겠어 그냥. 사람이 못하는 것두 한두가지쯤은
있어야지이 뭘 그렇게 애를 써어? 시집온지 십 수년이 되도룩 한가지두 제대루 못하는 한심한 물건두 있는데!
영심 : (무참하고)
수현 : 욕심 버려. 원더우먼 SF야. 실현불가 엉? 생긴 대루 지 밥그릇 대루 사는 거야.
큰 올케 있는데 니가 왜 잡다한 부엌일까지 신경쓰니? 그런 열정 회사일에다 올인. 알았어?
지혜 : (엷은 미소)
영심 : ... ...
민원장 : 식어. 뭣들 해. 먹어들.
식구들 식사하는 가운데..
재환 : 참 형수님, 박정우란 사람이 절 찾아왔던데요?
지혜와 영심, 화들짝 놀라서 동시에 숟가락을 놓친다.
지혜 : (당황)
영심 : (당황)
수현 : 거기만 지진 났어? 뭐야 둘이 동시에?
지혜 : ...
영심 : ...
식구들 시선 피해 바닥에 떨어진 숟가락 주으려고 몸을 굽히다가 영심과 지혜, 식탁 아래에서 시선이 마주친다.
지혜 : ... (억지 미소)
영심 : ... (억지 미소)
두사람, 상대의 숟가락을 주워서 서로 건네고, 식구들 눈치 보면서 바로 앉는다.
영심 : (지혜 의식하며 재환 향해) 그 사람..왜..찾아왔어요?
재환 : 병실 바꿔달라구요. 특실은 부담스럽다구.
영심 : (식구들 눈치 보며) 그래..서요?
재환 : 형편 잘 아니까 돈걱정 말구 그냥 쓰라구 돌려보냈어요.
영심 : (식구들 눈치 보며) 네에..
지혜 : (복잡한 표정)
나여사 : 무슨 소리야 그게? 누군데 형편두 안되는 사람이 공짜루 특실을 써?
민원장 : (?해서 듣고있는)
재환 : 환자가 형수님 고향 사람이야. 영 공짠 아니구.
나여사 : 너는 브이아이피이 룸에다 그런 시골사람들 들여 어쩌잔 거야? 병원수준 떨어지게!
수현 : 왜 걔한테 그래? 생각없이 부탁한 사람이 잘못이지.
언니, 무슨 민폐유? 다른집 며느리들처럼 병원살림 늘여주지는 못할망정.
영심 : ... ..
수현 : 차암 편하게 산다 언니! 혼수 하나 없이 뱃속에 애 하나 달랑 넣구 들와가지군 좋은 집에 좋은 옷에
이젠 고향사람 불러 생색까지 내시겠다? 암튼 우리언니 배짱하난 좋아! (중얼) 주제에 특실은!
민원장 : (쯧쯧, 수현 향해 뭐라고 일침을 놓으려는데)
영심 : (치밀어 올라서 홱 일어나고) 아가씨!
수현 : (얘가 왜 이래?)... 왜요 언니이?
식구들 깜짝 놀라서 일시에 영심을 향한 채 기다리고 있는데..
영심 : (부글부글 쏘아보는)... ...
수현 : 할말 있음 해. 왜 안해? 뭐? 뭐어?
영심 : 국, 식은 거 같은데 새루 떠다줄까 하구.. 떠다줘요? 보니까 침두 많이 텨 들어가는 거 같던데..?
수현 : (?)... (웃고마는)
기막혀 하는 식구들..
지혜 : (영심 쳐다보며 그 상황에서도 픽 웃음이 난다)
영심 : (분해서 혼자 씩씩거린다)
S#13. 고급 바
지환, 입구에 들어서고 무심코 바 향해 걸어가는데.. 어느 테이블에서 웬남자와 술을 마시고 있는 가흔..
지환 : (?)
가흔 : (눈으로 아는체 하고 남자와 술을 마신다)
지환 : ... ... (시선 걷고 바로 간다)
늘 앉던 자리에 앉고 주문을 하는 지환. 남자와 얘기를 하면서도 계속 지환을 의식하는 가흔.
지환 : (마시는데 등 뒤의 가흔이 어쩔수 없이 신경 쓰이고)
가흔 : (어느새 다가와 옆에 앉는다)
지환 : (쳐다본다)
가흔 : 선 봤어 오늘. 웃기지?
지환 : (그저 마시고)
가흔 : 일부러 일루 델구 왔어. 유치하지?
지환 : 가봐. 기다리잖아.
가흔 : 운동하구 왔냐?
지환 : 음.
가흔 : 혼자하니까 재밌대?
지환 : 그럭저럭. 넌 재밌냐?
가흔 : 그럭저럭. 저 남자 어떠냐?
지환 : 좋네.
가흔 : 보긴 봤냐?
지환 : 댁이 가릴 처진 아니잖냐?
가흔 : (웃고)
지환 : (계산하고 일어난다) 간다.
가흔 : 왜 벌써?
지환 : 너 집중하라구. 잘 해. 제발. (나간다)
가흔 : ... ...
S#14. 바 앞 (밤)
밖으로 나온 지환. 뒤돌아 물끄러미 출입구 너머를 응시한다. 허전하고 쓸쓸해진다.
털어내려듯 머리를 젓고 걸어나가는 지환.
S#15. 민원장 저택 거실
영심, 파출부 배웅하고 돌아서는데.. 나여사 방에서 나오며..
나여사 : 얘, 낼 저녁에 손님들 오니까 알아서 준비 좀 해. 정원서 바베큐 하자.
영심 : 어떤 손님인데요?
나여사 : 기자 둘. 참 가흔이두 오기루 했으니까 셋이네 셋.
영심 : 가흔..씨두.. 와요? 왜요?
나여사 : 왜긴 왜야? 내가 초대했으니까 오는 거지.
영심 : 그러니까 왜..초대하셨냐구요?
나여사 : 통 못봐서 보구싶어 초대했, 너 지금 시에미한테 따지는 거냐?
영심 : 저 가흔씨 싫어요 어머니.
나여사 : 걔두 너 싫어해.
영심 : 오지말라구 해주세요. 보구싶으시면 밖에서 보시면 되잖아요? 우리집에 가흔씨 저 싫어요 어머니!
나여사 : 니가 싫어두 내가 좋아! 내집이야! 니가 왜 내손님갖구 야단이야?
영심 : 애비 아직.. 어머니두 아시잖아요?
나여사 : 첫정인데 그럼 약혼까지 했는데 그럼 너 같음 그게 쉬워? 애비 아직이면, 애비가 무슨 바람을 피길 해 가정을 등한시
하길 해. 니남편 아직두 몰라? 정인 버리구 너 책임진 얘야. 지 행복 버리구 니 행복 지키구 있는 얘야 걔가.
영심 : ... ...
나여사 : 잔소리 말구 낼 가흔이 오거든 니남편 창피하지 않게 티내지 말구 잘 하기나 해. 못배운 티 무식한 티, 알았어?
(안방으로 들어가며) 멀쩡한 청춘들 갈라논 게 누군데 누가 누굴 보구 싫대? 적반하장두 유분수지!
영심 : ... ...
수현 : (빨래감 안고 나오며) 엄마 왜 저래?
영심 : ... ...
수현 : (?, 빨래감 건네며) 손세탁 해줘. 애기옷 세탁기 돌리는 거 나 증말 싫어. 이쪽 건 삶을 꺼. 젖병소독부터 해주구 해 언니.
멕일 게 하나두 없어.
영심 : (그저 받아 안는다)
S#16. 태복 병실
태복의 병상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명숙. 그러다가.. 갑자기 제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하는 명숙.
명숙 :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
정우 : 겨우 잠드셨어. 그만해.
명숙 : (아버지 바라보며 입을 틀어막고 운다)
정우 : 느이신랑 요즘 어떠냐구 물으시더라.
명숙 : 미친놈! (이번엔 발로 바닥을 짓밟듯 밟으며)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미친노오오옴 엉엉.. (서럽게 운다)
정우 : 진정 좀 해.
명숙 : (가슴팍을 움켜쥐고) 이 판국에 어떻게 진정을 해에..
정우 : 그래두 해. 억지루라두 해. 아버지 깨시면 어쩌려구 이래? 나가서 바람 좀 쐬구 와. 얼른?
명숙 : (울면서 일어나는데)
그러나 명숙, 나가지 않고 병실 한가운데 울면서 서고는 행공자세 취한다.
정우 : 뭐하는 거야 너?
명숙 : 내맘 진정시키는 덴 이게 젤 빨라. 흑흑흑..
정우 : ... ...
하염없는 눈물 뚝뚝 흘리며 행공자세 펼치고 있는 명숙.
명숙 : (동작 하며) 병실 열라 좋다 씨이. 오빠두 특실은 첨이지?
정우 : ... ...
명숙 : 그 아줌마 디게 고맙다 오빠. 화장품세트라두 사서 인사해야 되는 거 아냐?
정우 : (영심을 떠올린다)
명숙 : 근데 병원빈 어떡해 오빠?
정우 : (무거운)
명숙 : (눈치 보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있잖아 오빠, 그 인간말야.. 그 인간.. (다시 울음 터지며) 낼모레까지 합의 안 하면
감옥 간대.. 어떡해 오빠아아. 엉엉. 그 인간 어떡해 오빠아아. 다,다신 안그런대.
또 다시 그러면 그땐 내가 증말루 이혼도장 확 찍을거야 오빠?
정우 : ... ...
S#17. 민원장 저택 정원
영심, 빨래줄에 빨래 널고 있다. 화풀이 하듯 빨래감 힘차게 팍팍 털면서..
영심 : 그래에 좋다 이거야! 세월만 가라! 엉? 제발 빨리 좀 가라! 늙어만 봐! 내가 아주 쫓아다니면서 구박해줄 거다!
밥 두 안주구 물두 안주구 하루종일 쫄쫄 굶기면서 며느리살이 눈물나게 빡세게 시킬거다 내가!
벽에 똥칠 하실 때까지 오래오래만 사세요 어머니! 제가요 어머니똥 된똥 무른똥 다 받아드릴게요 다!
한쪽에서 지혜, 영심 응시한 채 서 있다. 갈등하다가 다가간다.
지혜 : (빨래 같이 너는)
영심 : 어 동서..! 혼자.. 해두 되는데 왜.. 나왔어?
지혜 : 안엔 혼자 있을 공간이 없어서요.
영심 : 맞어. 이 큰집에 혼자 있구 싶을 때 혼자 있을 공간이 없어 엉?
지혜 : (눈치) 환자분..하구 친한.. 사이..신가봐요? 특실까지 배려하신 거 보면..
영심 : 어? 어어. 화,환잔 잘 모르구 아,아들..이랑 아는데.. 절대 친한 건 아니구.
지혜 : 네에.. 박정우..라구 들은 거 같은데 그럼 그사람하군 어떻게..아세요?
영심 : 어? 어. 우연히 이번에 우연히 알게..됐어.
지혜 : 여러번.. 만나셨나봐요? 속사정..까지 아시구 병원소개 ..해주신 거 보면..
영심 : 여러번은 무슨 여러버언? 아냐 동서! 내려가는 고속도로에서 그냥 한번 만났구
그리구 남해에서 한번 두번 세번 네 번.. 맞네 여러번...!
지혜 : (?)
영심 : 오,오해 하지마 동서! 우린 절대 아무사이 아니구 남해에선 아무일두 없었어!
지혜 : (?) 네? 우리..요?
영심 : (헉!) 어? ... 너,너흰 아니잖아. 자,자연스런 대화..흐름상..
지혜 :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데)
그때 울리는 영심의 핸드폰 벨소리.
영심 : 어! 전화 전화 왔네에!
영심, 전화로 그 상황 피하려는데 폰 열고는 깜짝 놀라서 홱 지혜를 쳐다본다.
지혜 : (?)... 전화, 왜 안받으세요?
영심 : 어? 어. 바,받아. 왜 안받아. (‘박정우’ 응시한 채 망설이다가) 여보..세요? (사이, 지혜 눈치보며) 고,고맙긴요 제가 뭘.
지혜 : (어? 정우인 거 같다!)
영심 : (지혜 의식하며) 아버님은 어떠세요? 많이 힘들어하시죠?
지혜 : (정우다!)
영심 : 아니예요 정우씨! 그러실 필요 없어요! 먹은 거루 쳐요! 그냥 저 먹은 거루 하께요. (사이) 병원..갈 일 생기면 언제 한번
병문안은 갈게요. (사이) 넘 넘 힘든 거 잘 아는데요 그래두 기운 차려서 아버님 병 꼭 낫게하세요 정우씨가.
(사이) 힘내세요 화이팅! 그럼 들어가세요. (끊고, 조심스레 지혜를 쳐다보는)
지혜 : (정우 생각으로 고개를 떨군 채)
영심 : 동서..
지혜 : (떨군 채) 박..정우라는 사람.. 전환가 봐요?
영심 : 응.
지혜 : 많이.. 힘들어..했나 봐요?
영심 : 응. 아버지 병두 그렇구 여러가지루 힘든 일이 많은 가봐.
지혜 : (아프고) ... ...
영심 : 나.. 알아 동서. 병원에서 봤어 두사람.
지혜 : (깜짝 놀라서 홱 쳐다본다)
영심 : 정우씨한테 얘기..두 들었어. 물론 그땐 동선줄은 몰랐지만..
지혜 : 네..
영심 : ... 그 사람, 동서 많이 좋아하더라. 아직두 참 많이 좋아하더라..
지혜 : 정우 만나두 제 얘긴 하지말아주세요. 걔, 즈이아버지 입원한 병원이 저 버린 여자 남편병원인 거 알면
병원 나가려구 할 거예요. 걔 돌아요 형님.
영심 : 응... 왜.. 헤어..졌어?
지혜 : 가난해서요. 너무 가난해서.
영심 : ...단지..그 이유 때문에..?
지혜 : 네.
영심 : 정우씨 아직 젊은데 남은 날이 얼마나 많은,
지혜 : (O.L) 걔, 미래 없어요 형님. 걔 인생, 늘 제자리 멀리 뛰기만 하다 끝날 거예요. 걔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형님은 모르죠?
낮엔 운전학원에서 강습하구요 밤엔 중학생 고등학생 과외하구요. 그리구 어떤 땐 새벽까지 대리운전두 해요.
영심 : ... ...
지혜 : 그런데두 걔, 늘 제자리예요. 죽을둥 살둥 아무리 전력을 다해 자맥질 쳐봐두
늘 같은 자리에서 왔다갔다 하는 물 오리들처럼 걔인생두 그래요.
영심 : ... ...
지혜 : 그래서 접었어요.
영심 : 그래두 두사람 아직,
지혜 : (O.L) 아뇨! 전 아니예요! 전 완전히 정리했구 그래서 재환씨랑 결혼한 거예요! 재환씨, 전 좋아요 형님!
정우는 그냥 첫사랑일 뿐이예요! 돌아보면 아쉬움과 그리움이 반반씩 섞여있는, 누구나한테 있는 그런 첫사랑..!
영심 : ... ...
S#18. 지환 서재
스탠드 불빛만 켜져있는 어두운 방. 가흔을 생각하고 있는 지환..
*플래시 백..
다른 남자와 함께 있던 가흔 장면!
지환 : (쓸쓸해하는데)
영심 : (E, 모기만한 목소리로, 마치 귀신소리처럼 들리는) 여보. 여보오.
지환 : (놀라서 홱 쳐다보면)
허연 원피스 잠옷 입은 영심이 어두컴컴한 방 문앞에 유령처럼 서있다.
몸은 축 늘어지고 머리는 얼마나 쥐어뜯었는지 심히 부스스한 모습으로..
지환 : (그 모습 보고 흠칫 더 놀라는데 자세히 보면 아내다) 허.. 노크 좀 해. 몇번을 말 해?
영심 : (축 늘어져서 유령처럼) 어 노크. 알았어요. (다시 나간다)
밖으로 나간 영심, 똑똑똑 노크하고 다시 들어온다.
영심 : (유령처럼) 됐어요?
지환 : (어이가 없는) 새벽 2시야. 왜?
영심 : (불면의 고통으로) 잠이 안와서. 너무 안와서.
지환 : 책 읽어. 그럼 금새 잠오잖아 당신은.
영심 : 안아주면 안돼?
지환 : 바뻐. 강의자료 만들어야 돼.
영심 : 5분만 안아줘도 되는데.
지환 : (무시)
영심 : 알았어요. 깎아주께. 그럼 3분.
지환 : ... ...
영심 : 알았어 알았어. 인심 썼다 1분.
지환 : ... ...
영심 : (간절)... ...
지환 :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다가가 영심을 안는다)
영심 : 좀 더 꽉 여보.
지환 : (절레절레, 꽉 안는다)
영심 : ... ...
지환 : (손목시계 보는데)
영심 : 당신, 시계 보구 있는 거 아니지?
지환 : (쩝)
영심 : 있잖아 여보..
지환 : 음.
영심 : 결혼한 사람들은.. 남편 말구 아내 두구 다른 사람 생각하면.. 것두 죄짓는 거지?
지환 : (!) ... ...
영심 : 생각만 해두.. 생각 만으루두.. 죄 되는 거야 엉?
지환 : ... ...
영심 : ... ...
S#19. 영심 부부방
캄캄하고.. 잠을 통 이루지 못하는 영심. 떠오르는..
*플래시 백..
씬1, 망부석 마냥 슬프게 서서 지혜 바라보던 정우 모습!
영심 : (불면의 고통으로 퀭한 채) 돌았나봐 나. 진짜루 미쳤나봐 나. 왜 자꾸만 생각나는 거야.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그러나 잠시후 벌떡 일어나 앉는 영심. 다시 떠오르는 정우와의 추억.
S#20. 영심과 정우의 몽따쥬
첫만남에서 현재까지 영심과 정우의 장면이 영심의 추억으로 달콤쌉싸름하게 흐른다.
S#21. 민원장 저택 거실
깊은 밤 깜깜한 거실에 괴기스럽게 들리는..
영심 : (E)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둘이면 둘이지 셋이겠느냐~ 셋이면 셋이지 넷 아니야~♬
S#22. 지혜 부부방
잠들어 있는 지혜와 재환.
영심 : (E) 넷이면 넷이지 다섯 아니야~ 랄라랄라 랄라랄라 랄랄라~♬
지혜 : (잠을 깨고 이게 무슨 소리야?)
영심 : (E) 여섯이면 여섯이지 일곱이 될까~♬
지혜 : (영심이다! 왜 저래?)
S#23. 지환 서재
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
영심 : (E) 일곱이면 일곱이지 여덟이 될까~♬
S#24. 민원장 부부방
나여사 코 심하게 골며 자고있고, 잠이 깬 민원장 혀를 차며 영심의 노래 듣고있다.
영심 : (E) 아홉이면 아홉이지 열 아니야~ 랄라랄라 랄라랄라 랄랄라~♬
옆에선 코고는 소리 밖에선 괴상한 노래소리, 괴로움으로 귀를 틀어막는 민원장.
S#25. 민원장 저택 정원
영심, 멍하니 밤하늘 올려다보며 노래부르고 있다.
영심 : 열하나면 열하나지 열둘 아니야~ 열둘이면 열둘이지 열셋 아니야~ 열셋이면 열셋이지 열넷이 될까~♬ (F.O)
S#26. 인테리어 회사 전경 (다음날)
S#27. 인테리어 회사 사무실
지혜, 뭔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결심하고 일어나 수현방으로 간다. 노크하고..
S#28. 수현 사무실
수현, 업무중이다. 설계 도면 보든지 설계 하든지..
수현 : (노크소리에) 누구야 들어와.
들어오는 지혜.
수현 : (일견하고 설계도 보며) 무슨 일? 공이야 사야?
지혜 : 둘다예요.
수현 : 뭔데?
지혜 : 아버님 병원일 다른 사람으루 교체해주세요.
수현 : 왜?
지혜 : 자신이 없어서요. 아이디어두 잘 안떠오르구.
수현 : 시작한 지 하루만에? 안돼.
지혜 : 잘 해야 되잖아요. 잘 하는 사람한테 맡기는 게 좋겠어요. 아버님 병원이라구 생각 하니까 더 부담두 되구요.
수현 :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뭐 알았어. 그럼 르네상스 백화점 건 맡아.
홍대 이상철 교수팀이랑 조인인데 어 잘 됐네. 너 그 대학출신 아냐.
지혜 : 네.
수현 : 그럼 이교수부터 만나봐.
지혜 : 네. (정우 떠올리며 한없이 무거워지는)
S#29. 홍대 이교수 방
정우, 이교수에게 불려와 있다.
이교수 : 휴학 또 연장했단 게 사실이야?
정우 : 네.
이교수 : 왜?
정우 : 아버님이 편찮으세요.
이교수 : 심각한 거야?
정우 : 네. 병간호도 그렇구 병원비도 그렇구 복학은 무린 거 같아서요.
이교수 : (걱정스런 한숨)
정우 : ... ...
S#30. 홍대 캠퍼스
정우, 무거운 얼굴로 자전거 타고 내려온다.
지혜의 승용차, 정우의 자전거와 지나쳐 올라간다. 차안의 지혜, 역시 생각에 빠진 채 골똘하다.
S#31. 홍대 앞 거리
자전거 타고 달려가던 정우, 갑자기 끽 멈춰서고 뒤를 돌아 한곳을 쳐다보는데.. 화장품 가게다.
잠시 생각하다가 자전거를 돌려 화장품 가게로 가는 정우.
S#32. 화장품 가게 안
정우, 진열돼 있는 수많은 화장품 훑어보며 뭘 사야되는지 몰라 난감해한다.
종업원 : 도와드릴까요?
정우 : 네.
종업원 : 여자친구한테 선물하시게요?
정우 : 아뇨. 그냥 좀 아는 분한테.
종업원 : 그분 연령대가 어떠신대요?
정우 : 20대, 아니 30대? (갸웃) 아줌마예요.
종업원 : 네에 아줌마세요? 그 아주머니 피부타입은요?
정우 : 네? 글쎄요..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아줌마 타입으루 주세요.
S#33. 민원장 저택 정원
훈이 업은 영심, 혼자서 정신없이 손님 치를 준비하고 있다.
영심, 완벽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정원을 쓸고 물청소 하고.. 야외테이블 닦고 테이블보 올리고 바쁘게 세팅하는..
하는 내내 줄창 하품을 늘어지게 해대는 영심.
S#34. 가흔 갤러리 앞
기다리고 서 있던 지환, 가흔을 맞고 있다. 가흔, 신경써서 차려입은 모습이다.
지환 : 우리집 안가구 어디 파티 가? 너 오늘 넘 신경쓴 거 같다.
가흔 : 티나?
지환 : 그럼 안나?
가흔 : 티나면 안되는데. 티나는 순간 지는 건데.
지환 : 싸움터 가냐? 지긴 누구한테 져?
가흔 : 니 마누라. 나 오늘 니 마누라 기 죽이려구. 세게. 그래서 아침부터 미용실 뛰구 피부관리실 뛰구 백화점 뛰구
옷 사입구 구두 사신구 악세서리 사끼구. 카드 엄청 긁었다. 나 벌써 진거지. 그지?
지환 : (그저 웃음으로) 가자. (차 향해 앞서 걸어나가는데)
가흔 : (팔짱을 끼는)
지환 : (내려본다)
가흔 : 영역표시 하는 거야. 이쪽 팔은 내꺼다. 느이집 가서두 딱 이 한쪽팔 만큼만 나한테 신경써줘. 응?
지환 : 음.
가흔 : 니 마누라 몇 살이지?
지환 : 서른.
가흔 : 여섯살 위니까 일단 나이로 눌러야지.
지환 : ... ...
S#35. 영심 부부방
영심 : (화장하며) 기죽지 말자 오영심! 첫사랑 아니라 첫사랑 할아버지면 뭐하냐?
현재 스코아 나는 안사람 지는 친구, 게임이 되냐? 게임두 안되는 게 까불기만 해봐 오늘! (번뜩 들리는)
나여사 : (E) 잔소리 말구 낼 가흔이 오거든 니남편 창피하지 않게 티내지 말구 잘 하기나 해. 못배운 티 무식한 티, 알았어?
벌떡 일어나 옷장에서 이옷 저옷 가져다 대보는 영심.
S#36. 민원장 저택 정원 (해질무렵)
테이블엔 음식들 차려져 있고 한쪽엔 바베큐 준비되어 있다. 나여사, 마지막 점검하고 있다.
안에서 나오는 뉴스 앵커같은 정장차림의 영심. 우아하지만 불편해 뵈는..
영심 : 기자분들 도착했어요 어머니.
나여사 : (영심차림 보고) 너 올밤에 9시뉴스 진행하니?
영심 : 왜..요? 전 어머님 말씀두 있구해서 신경써서 입은 건데요.
나여사 : 그거 입구 고기 구울거야?
영심 : 네. (팔 들어올리며) 구울 수 있어요.
나여사 : 아우 알았어. 너 불편하지 나 불편해? 근데 너, 아무말두 하지마. 엉? 입두 뻥긋하 지말구 묻는 말에만 네 아니오,
못배운 티 내지말란 소리야? 알아들어?
영심 : 네.
나여사 : 온다! 명심해. 넌 오늘 무조건 네 아니오,야.
영심 : 네.
기자1 : 안녕하세요 나원장님!
나여사 : 아우 어서들 와요. 어서들. 카메란 또 왜 들구 왔어요? 그냥 밥만 먹구 얘기나 하자니까?
기자1 : 일상생활 하시는 거 몇컷 찍으려구요. (영심 향해) 안녕하세요? 우먼월드 정미숙이예요.
영심 : (조신) 네.
기자1 : 누구.. 나원장님하군 어떻게..?
영심 : (나여사를 쳐다본다)
나여사 : 며느리예요. 큰며느리.
기자1 : 네에. 그럼 민지환박사님의..?
영심 : 네.
기자1 : 아우 좋으시겠어요? 유명한 남편분에다 훌륭하신 시부모님들까지.. 담번엔 며느리님 기사두 쓸까봐요.
영심 : 네.
기자1 : (?) ... 괜히 저희들 땜에 갑자기 준비하신다구 고생하셨죠?
영심 : 네.
기자1 : (??)...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영심 : 네.
기자1 : (??)
나여사 : (얘가 진짜?) 우,우리 며늘애가 워낙에 말수가 적어요 정기자. 꼭 할 말밖엔 안해.
기자1 : 꼭 할말두 안하시는데요?
나여사 : (쩝, 영심을 흘긴다)
영심 : (조신한 버전 그대로 모른 척)... (몰래 혀를 쏘옥 내밀며 킬킬거리는데)
지환과 가흔,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가흔 응시하며 긴장하는 영심. 옷매무새 바로 하고 마음도 다잡고..
나여사 : 어머 얘 가흔아!
가흔 : 안녕하셨어요 어머니?
나여사 : 으응. 이게 얼마만이니 그래?
가흔 : 좀 됐죠? 죄송해요 어머니.
나여사 : 죄송은 무슨. 내가 너한테 미안하지 늘. 어떻게 둘이 같이 와?
가흔 : 차 안갖구 올라구 지환이 제가 갤러리로 불렀어요.
나여사 : 으응 그랬어? 잘했어.
영심 : (마음의 소리) 차 갖구오기 싫음 택시 타구오면 되지 거리에 깔리구 널린 게 택신데 웃겨 진짜!
가흔 : 안녕하세요 영심씨?
영심 : 네 어서오세요. 오랜만이예요 가흔씨. (지환 향해 다정하게) 편한 옷 내놨으니까 옷갈아 입구 와요 여보.
지환 : 알았어.
나여사 : 애비 인사부터 하구 가. (기자들 향해) 우리 큰아들.
지환 : 처음뵙겠습니다.
기자1 : 네 안녕하세요. 우먼월드 정미숙이예요. 아우 넘 미남이시다!
영심 : (뿌듯)
나여사 : 그리구 이쪽은,
기자1 : 큐레이터 이가흔씨, 맞죠?
가흔 : 네.
기자1 : 어머 넘 반가워요.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까 더 반갑다! 근데 두분은..?
가흔 : 지환이요? 친구사이예요. 소꿉친구.
기자1 : 어쩐지? 넘 친밀해 보이더라구요.
영심 : (어?)... (슬금슬금 걸어가 지환 옆에 나란히 서고 팔짱을 낀다)
가흔 : (느끼고 지환 옆에 좀더 가까이 붙는다)
지환 : (두 여자 사이에서 끙!)
지환의 키에 맞춤한 가흔의 키 의식하고 경쟁적으로 까치발을 드는 영심.
S#37. 인써트 (시간경과)
S#38. 동 저택 정원
나여사와 기자들, 지환과 가흔,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다. 와인잔 들고 모두들 즐거워하며 건배하는데..
영심은 매운 연기 속에 우아한 정장차림으로 땀 뻘뻘 흘리며 고기를 굽고 있다.
영심 : (지환이 야속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더니 어쩜 저러냐?
마누라 왕따 시켜놓구 고기가 넘어가냐? 어떻게 지나가는 말루라두 와서 먹어보란 소릴 안해? 저 남자 내 남편 맞아?
먹는 끝에 맘 상한다구 정 떨어진다 진짜!
영심, 연기도 맵고 배도 고프고 테이블에 끼고 싶은 맘 굴뚝같은데..
그런 영심의 시선에.. 둘이서만 와인잔 건배하는 다정한 지환과 가흔의 모습!
영심, 눈 돌아가고, 씩씩거리며 면장갑 홱 벗어던지고 테이블로 간다.
영심, 지환과 가흔 사이에 공간을 만들며 억지로 끼어앉으려는데..
나여사 : (저리로 가라고 사나운 눈짓)
영심 : (이 앙다물고 그렇게 못한다고 강하게 도리질)
나여사 : (저게 진짜?)
영심 : (마침내 끼어앉고) 많이들 드셨어요?
기자 : 네. 음식이 너무 맛있네요. 고기두 너무 연하구.
영심 : 다행이예요. 입에 맞으셔서.
나여사 : (입모양으로 ‘네 아니오’ 사납게 경고하는)
영심 : (끄덕이는)
지환 : (가흔의 잔에 와인을 따뤄준다)
영심 : (어?) 여보 나두 와인.
지환 : (한번 쳐다보고 따뤄주고는 고개 돌리는데)
영심 : (건배하자고 툭툭 잔을 친다)
지환 : (?)
영심 : 건배해요 여보.
지환 : ... (건배하는)
영심 : (가흔 의식하며 우아하게 마신다)
가흔 : (피식 웃고 기자들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기자 : 샤갈 증말 좋더라구요. 이번에 새삼 느꼈어요.
가흔 : 네. 지환이 얘두 샤갈 엄청 좋아해요. 옛날부터 샤갈만 보면 얌전하던 얘가 갑자기 흥분하구 그랬어요.
영심 : (고기 먹다가 내뛰는) 어머 무슨 소리예요 가흔씨? 우리그이 사과 별루 안좋아해요!
젤 친한 친구라면서 친구 식성두 몰라요? 그리구 우리그이가 돼지새끼두 아니구 아무리 어릴 때라구 하지만
사과만 보면 흥분을 한다뇨? 가흔씨 말 너무 막한다아 기자분들두 계신데.
가흔 : (!)
기자들 : (?)
나여사 : (미친다!)
지환 : (무안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영심 : (다들 왜 이러지?)
나여사 : 저기 며늘아!
영심 : 네 어머니.
나여사 : 들어가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좀 만들어 와. 응? 고길 먹었더니 덥다 아주. 입안두 텁텁한 게.
영심 : 네. (일어나 집안으로)
나여사 : (저걸 그냐아앙!)
S#39. 동 저택 주방
머리 수대로 열심히 냉커피 타고 있는 영심.
S#40. 동 저택 정원
기자 : 꼭 좀 부탁드릴게요. 환잔 안찍구 봉사하시는 분들 봉사하시는 것만 찍을 거예요.
그래야 독자들한테두 호스피스 활동의 참모습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거든요.
나여사 : (고민스런 지환 향해) 니생각은 어때?
지환 : 생각하구 말구가 어딨어요? 안돼죠. 말 안돼요.
가흔 : 목적이 선하구 취지가 분명하면 별 문제될 거 없을 거 같은데요 전.
나여사 : (고민되는)
S#41. 동 저택 현관
냉커피 쟁반 든 영심, 신발을 신으려다가 문득 생각나서 멈춘다.
*플래시 백..
지환을 사이에 두고 키가 큰 가흔을 의식하며 까치발 들던 영심 장면!
영심, 쟁반 내려놓고 신장 문을 열고 하이힐 꺼내서 신는다. 높아진 굽만큼 자존심도 세워진 기분!
만족해하며 쟁반 들고 가흔 향해 보란듯이 나가는 영심.
S#42. 동 저택 정원
가흔 : (핸드폰 받으며 일어나는) 네 제가 이가흔인데요? (걸어나가는)
지환 : (눈으로 잠시 좇다가 대화에 귀 기울이는)
냉커피 쟁반 들고 안에서 나오는 영심, 하이힐 불편해하면서 걸어오고.. 가흔은 핸드폰 통화하며 집안 향해 걸어가고..
어느순간, 영심의 하이힐이 삐긋 꺽이면서 휘청, 충돌하는 두 사람. 두 여자의 비명과 함께 냉커피잔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휘청하며 졸지에 냉커피 세례를 받는 가흔. (*혹은 가흔도 함께 넘어지든지!)
반사적으로 밀어내는 가흔의 손길에 냉커피 컵과 함께 땅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영심.
지환 : 가흔아? (놀라서 달려나가는데)
지환, 고꾸라져있는 영심은 안중에도 없고 가흔에게로 달려간다.
지환 : 괜찮아? 안다쳤어? 니쪽으루 컵 날아가던데?
가흔 : 어. 다행히 컵은 피하구 커피만 맞았네 그래두.
지환 : (손수건 건네며) 닦어. 엉망이다.
가흔 : 땡큐. (닦는)
영심 : (어이가 없는) 허.. (손바닥 들어보면 피가 흐르고 있다!)
가흔 : 괜찮아요 영심씨?
지환 : (그제야 뒤돌아보면)
손바닥에 피흘리며 흉한 모습으로 넘어져있는 영심!
지환 : (움찔) 괜찮..아?
영심 : (글썽글썽 그러나 이 악물고) 응. 괜찮아. (이 상황이 너무 무참하고)
지환 : 피 난다 손.
영심 : 괜찮아. (이 악물고 일어난다)
지환 : 제발 조심 좀 해! 손님들 불러놓구 이게 무슨 꼴이야?
영심 : 그러게. (그저 묵묵이 깨진 유리조각을 쟁반에 담는다)
S#43. 민원장 저택 전경 (밤)
S#44. 동 저택 거실
수현 : 왜 한가한 사람 놔두구 하필 겁나게 바쁜 우리 둘이야? 언니 시키면 되잖아? 뒀다 뭐해? 그런데 안쓰구.
나여사 : 내놓기 창피해서 그러지 이것아. 아우 걔 얘긴 꺼내지두 마! 속에서 천불 나! 그냥 니가 해. OO병원 외동딸이자
OO 인테리어 대표 민수현씨 바쁜 시간 쪼개 아버지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까지! 좋잖어? 느이회사 홍보두 되구. 엉?
수현 : 미쳤수? 안그래두 세상 살맛 안나죽겠는데 죽어가는 사람 옆에서 나더러 뭘 하라구? 아우 싫어! 생각만 해두 끔찍 해!
나여사 : 그럼 아기 니가 할래? 낼 오후에 한시간이면 되는데.
지혜 : 오후 내내 팀미팅 있는데요 어머니.
나여사 : (실망) 어어 그래?
수현 : 아후 그냥 언니 시키라니까! 딴 건 몰라두 그런 거 하난 잘 하잖아?
나여사 : (2층으로 시선주며 고민하는)
S#45. 영심 부부방
영심, 착 가라앉은 모습으로 오두마니 앉아있고.. 지환, 그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지환 : 미안해. 못봤어.
영심 : 당신 내 남편 맞아? 어떻게 못봐? 어떻게 멀쩡한 가흔씬 보면서 넘어져있는 나는 못봐?
당신, 모르지? 당신 가흔씨 이름 부르면서 달려왔어.
지환 : ... ... 손 보자. 많이 벴다며? 봐. (손을 가져다 보려는데)
영심 : (차갑게 홱 뿌리친다)
지환 : 벤 거 그냥 놔두면 안돼. 유리입자 박혀 있을수두 있어.
영심 : 내가 벤건 손이 아니라 내 마음이야! 오늘 내 손바닥에 박힌 건 깨진 유리조각 따위가 아니라 깨진 당신 마음이야 알아?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지환 : ... ...
영심 : 당신 눈엔 난 안보여 그치? 당신 귀엔 내 비명소린 안들리구 가흔씨 비명소리만 들려 그치?
난 뭐야? 난 도대체 당신한테 뭐야? 밥하구 빨래하구 청소하구 애 기르구, 당신한테두 내가 그냥 일하는 사람이야 그치?
당신들 식구들처럼 당신두 내가 그냥 일하는 사람인거야 어? (눈물 흐르고)
지환 : ... ... (가만히 안는다)
영심 : 놔! 이거 놔!
지환 : (꼭 안은 채) 미안하다..
영심 : 놔! 놔?
지환 : 미안..하다.
영심 : 이럴거면.. 평생 이럴거면.. 평생 나한테 맘 안줄거면 왜 나랑 결혼했어? 차라리 그때 버리지 이렇게 버리지말구
차라리 그때 버렸어야지. 왜 평생 날 비참하게 만들어? 왜 평생 날 미안하게 만들어? 왜 평생 날 한심하게, (운다)
지환 : ... ...
영심 : ... ... (F.O)
S#46. 민원장 병원 전경
S#47. 동 병원 일각
나여사, 인터뷰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연신 후레쉬 터지는 가운데..
나여사 : 죽음을 기다리는 일만큼 두려운 일이 있을까요?
그런분들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반드시 누군가가 해야하는 일입니다.
한구석에 서서 그 모습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영심. 문득 어떤 생각으로 자리를 뜨고 걸어나간다.
S#48. 태복 병실 앞
영심, 망설이다가 노크한다. 손에는 음료박스 들고있고..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는 영심.
S#49. 태복 병실 안
텅 비어 있는 병실. 갸웃하는 영심. 그리고 실망감..
영심, 음료박스 놔두고 돌아나간다.
S#50. 동 병원 재환방
정우, 재환으로부터 아버지의 검사결과 듣고 있다.
정우 : (긴장한 채 기다리는)
재환 : (판독 필름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맞아요 뇌종양.
정우 : (예상했지만 좌절하는)
재환 : 아버님 같은 경운 뇌수막종인데 보시다시피 종양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개예요.
그리구 종양이 시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시력이 떨어진 상태구요.
정우 : 시력이.. 떨어..져요?
재환 : 아버님 오른쪽 눈이 거의 실명상탠데 모르고 있었어요?
정우 : 네?
재환 : 모르구 있었나보네. 그동안 생활하기가 상당히 불편했을텐데. 자주 쓰러지거나 넘어지거나 하셨을 거구.
정우 : (풀썩 고개가 꺾인다)
S#51. 동 병원 복도
정우, 휘청휘청 걸어가는데..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멈춰서는 정우. 정우의 그 시선에.. 링거 끌며 기운없이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 정우. 정우, 그렇게 아버지 바라보며 몇발자국 뒤에서 걷고 있다.
아픈 사람으로 가득한 병원복도를 처연하게 걷고 있는 태복. 태복, 일순간 앞에 오는 장애물을 못보고 부딪혀 고꾸라진다.
정우, 놀라서 달려나가는데 갑자기 왼쪽 다리에 마비가 온다.
정우 : (어! 왜 이러지?)
왼쪽 다리 잡고 힘들어하는 정우. 고통으로 힘겹게 벽으로 가 기대앉고, 아버지 쳐다본다.
정우의 시선에..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아버지!
정우 : (아버지가 걱정인데 다리의 마비로 달려가지 못한 채) ... ...
태복, 그저 넋놓고 앉아있다. 두려움 가득한 태복의 눈. 내가 왜 이러지?
누군가 태복을 부축해서 일으켜준다. 고맙다고 생명감 없는 눈으로 인사하고 링거 끌며 걸어나가는 태복.
가슴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와 아버지 응시하고 있는 정우의 눈을 붉게 만든다.
S#52. 동 병원 말기암
환자 입원실 나여사 지시에 맞춰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영심, 환자 몸 주물러주고 있다.
나여사 : 쓰으.. 주무르는 거 말구 환자 몸을 닦여주는 거루 가는 게 어떨까 정기자? 그림이 그게 더 날거 같은데?
정기자 : 그러죠 뭐.
나여사 : 지원아, 주무르지말구 닦아. 환자얼굴 나오면 안되니까 발루 가자. (찾으며) 물수건 어딨어 물수건?
영심 : (누워있는 환자 보며 죄스러운) 어머니, 저 이거 안하면 안될까요? 하기 싫은데..
나여사 : 무슨 소리야? 기자분들 기다리는 거 안보여? 잔말 말구 자 물수건.
영심 : (받아들고 하는 수 없이 발을 닦인다)
나여사 : 맘으루 정성스레 좀 닦아. 사진에 다 나온다 너?
영심 : (환자에게 미안해하며 그저 닦는)
연신 후레쉬 터지며 카메라 영심의 그 모습을 담고 있는데..
보호자 : (E)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꺼리들이야?
나여사들 깜짝 놀라서 돌아보면 격분한 보호자가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나여사 : (당황)... 저,저기 이,이봐요 보,보호자분 이,이신거 같은데 내,내말 좀 내말 좀 들어봐요.
보호자 : (영심 향해) 일어나!
영심 : (죄인처럼 일어나는데)
보호자 : (사납게 뺨을 날린다)
나여사 : (화들짝 놀라고)
영심 :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보호자 : 쓰레기같은 것들! 나가! 당장 나가!
영심 :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S#53. 동 병원 복도
영심, 우울한 얼굴로 풀죽어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몇발자국 앞에 정우가 벽에 기댄 채 땅바닥에 앉아있다!
영심 : (어?)
지나가는 사람들 한번씩 정우를 힐끔거리고 통행에 방해가 돼 짜증스러워 한다.
영심의 시선에.. 그런 사람들의 반응 속에 무슨 일인지 그저 묵묵히 앉아있는 정우!
영심 : (다가가고) 정우..씨?
정우 : (고개 들고 보면 영심이다!) 영심씨!
영심 : 여기서 왜 이러구 있어요?
정우 : 갑자기 다리에 마비가 와서요. 꼼짝할 수가 없네요.
영심 : (!) ... 의사 불러올까요?
정우 : 아뇨. 이러다 말겠죠. 가끔씩 이럴 때 있잖아요 왜.
영심 : 네.. (힐끔거리는 사람들 신경쓰이고)... (정우 옆에 나란히 땅바닥에 앉는다)
정우 : (!)... (바라본다)
영심 : 혼자는 창피하잖아요? 둘이 이러구 있음 쟤네들 앉아서 대화하나부다 그러겠죠 뭐.
정우 : (조금 웃고)
영심 : 표정이 왜 그래요?
정우 : 영심씨 표정은 왜 그래요?
영심 : 어떤 사람한테 뺨 맞았어요.
정우 : (?)
영심 : 맞을 짓 했어요. 맞아두 싸요. 부끄러워서 맞은 이유는 말 못해요.
정우 : ... ... 술, 해요?
영심 : (?) ... 조금.
정우 : 시간 괜찮으면 나랑 술 좀 같이 먹어줄래요?
영심 : ... ...
정우 : 혼자 마시면 너무 많이 마실 거 같아서요. 아버지한테 해야될 말이 있는데 맨정신으룬 자신이 없어서..
영심 : (!) ... ...
S#54. 술집
영심,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고개를 숙인 채 소주잔을 연신 비워대고 있는 정우.
영심 : ... ...
정우 : (따뤄서 또 마신다)
영심 :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면서요. 천천히 마셔요.
정우 : (다시 마시고)
영심 : 무슨..일인데요?
정우 : (고개 숙인 채) ... ...
영심 : 정우씨?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데)
고개 숙이고 있는 정우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영심 : (흠칫 놀란 채) ... ...
정우 : (고개 숙인 채 소리없이 울고 있다)
영심 : 정우..씨?
정우 : ... ...
영심 : 울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참지말구 그냥 울어요. 소리내 울어요.
시원하게 정우씨 막힌 곳 뚫릴 때까지 소리 지르며 울어요. 혼자서 창피하면 내가 같이 울어 줄게요.
정우 : ... ...
영심 : (정우의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 (소주 벌컥 마시고) 잘 됐어요. 나두 오늘 울구 싶었는데 나두 오늘 막힌 거 많은데
같이 울어요. (부어서 또 마신다)
정우 : ... ...
영심 : (마시며 바라보는데 정우의 모습에 가슴이 자꾸 아려온다)... (그래서 또 마신다)
*시간경과 되고.. 술 취해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있는 영심.
계산을 마신 정우, 테이블로 오고 잠시 영심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영심 : (만취해서) 울어요 정우씨. 참지말구 울어요 정우씨. 혼자 울기 창피하면 내가 같이 울어줄게요.
그러니까 맘놓구 울어요 정우씨...
정우 : (위로 받는다) ... ...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영심을 일으켜세워 부축해서 나가는 정우.
S#55. 민원장 저택 대문 앞
막 떠나는 택시.. 만취한 영심을 부축하며 번지를 확인하는 정우.
정우 : OO번지. (맞게 온 것 같아서 안심하고) 영심씨, 정신 좀 차려요. 여기 영심씨집 맞죠?
영심 : (취한 눈으로 흐릿흐릿 보고는 끄덕끄덕)
정우 : (염려스런) 이대루 벨 눌러도 괜찮겠어요?
영심 :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는) ... ...
정우 : (영심을 다시 잘 일으켜 세우는데)
푹 꺾어진 영심의 기운없는 머리가 정우의 가슴으로 흘러내린다.
정우, 영심을 본의 아니게 안은 상태로 난감해하며 영심의 집을 쳐다보는데...
대문이 열리면서 평상복 차림의 지혜가 손지갑만 들고 나온다. 두 사람의 시선 공중에서 얽히고..
정우 : (영심의 집에서 나온 지혜!)
지혜 : (취한 영심을 안고있는 정우!)
정우 : (영심과 지혜를 차례로 보며 얼어붙은 채) ... ...
지혜 : (영심과 정우를 차례로 보며 얼어붙은 채) ... ...
그때 달려오는 지환의 차. 무심코 집으로 향하던 지환의 차, 발견하고 멈춰선다.
차안 지환의 시선에... 정우에게 안겨있는 술취한 영심!
지환 : (놀란 채)... (정우를 유심히 보게 된다)
정우 : ... ...
지혜 : ... ...
영심 : ... ...
그렇게 충격으로 얽힌 네 사람의 관계에서 엔딩..
-제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