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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46
#.1 씬. 종가 전경.(밤)
#.2 씬. 마루.(밤)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서있는. 그 위로.
강석E : 저 당장은 이 사람과 결혼 못하겠습니다.
#.3 씬. 만기의 방.(밤)
만기, 강석, 단아 앉아있는.
단아 : (강석을 보는)
만기 : 이유는 역시 저 아이가 걱정 돼서인가?
강석 : 네, 할아버님. 김선태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이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은 제 이기심인 거 같습니다.
제가 이 사람과 결혼을 하면, 저보다는 이 사람이 그 인간에게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제게 고통을 주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인간입니다.
단아 : (안타까운 심정으로 강석을 보는)
만기 : 그럼 결혼은 그 사람이 잡히고 나서 해야겠구만?
강석 : 네, 할아버님. 그게 이 사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거 같습니다.
만기 :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4 씬. 마루.(밤)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서있는.
강석, 단아, 만기의 방에서 나오는.
강석 : (석호, 영인에게 인사하는)
영인 : 들었어요, 이실장. 이실장 걱정하는 마음 이해해요. 어쩌면 그게 순리겠죠.
단아 : 잠깐만 밖에서 기다려줘요.
강석 : ......
#.5 씬. 종가 앞.(밤)
강석, 차 옆에 서있는데, 단아,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강석 : 어른들도 이해하시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해요.
단아 : 어디 가서 얘기해요.
#.6 씬. 남교수 사무실.(밤)
강석, 단아 들어오는.
단아 : 왜 나하고 의논도 하지 않고 할아버님께 먼저 말씀을 올렸어요?
강석 : 당신은 고집을 부릴 테니까.
단아 : 난 강석씨가 걱정 안 되는 거 같아요?
강석 : ......
단아 : 그 사람이 칼로 찌르려 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강석씨였어요.
나도 강석씨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이 돼요.
강석 : 난 남자예요. 그 인간과 마주서도 당신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구요.
단아 : 나 무슨 일이 있어도 잘못 되지 않아요.
강석 : 그걸 어떻게 장담해요?
단아 : 그냥 느껴요. 날 찌르고 겁이 나서 도망친 사람이잖아요?
강석 : 그건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그럴 수도 있어요.
단아 : 어쩌면 그 사람도 우리와 똑같이 허약한 인간이란 생각 안 들어요?
강석 : ......
단아 : 궁지에 몰려서 극악한 짓까지 했지만,
지금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나 괴로워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강석 : 당신 말대로 궁지에 몰린 인간이에요.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물려고 덤비는 법이고.
단아 : 그래서 피하고 싶어요?
강석 : .....
단아 : 난 그러기 싫어요.
강석 : 고집 부리지 말아요.
단아 : (강석의 손을 잡으며) 무슨 일이 있든 같이 견디게 해줘요.
우리 지금까지 그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잘 견뎌왔잖아요?
강석 : (안타깝게 보는) 난.....당신이.....또 그런 일을 당할까봐 무서워.
단아 : (강석을 끌어안으며) 나도 그래요. 조금은 무서워요. 강석씨한테 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그래서 같이 있어야겠어요.
강석 : .....
#.7 씬. 종가 앞.(밤)
강석의 차 와서 멈추는.
강석, 단아 차에서 내리는.
단아 : 대답하고 가요?
강석 : .....
단아 : (강석의 얼굴을 감싸 쥐며, 입을 맞추는)
강석 : .....
단아 : (조금 떨어지면서 미소 지으며) 이래도 대답 안할 거예요?
강석 : .....
단아 : 그럼 오늘부터 무지 괴로울 텐데. 대답하고 가지 그래요?
강석 : (보면)
단아 : 오늘밤부터 잠 못 자게 고문 할 건데?
나 작정하면 없어 보이는 짓 강석씨보다 더 심하게 할 수 있거든요.
강석 : .....
#.8 씬. 마루.(밤)
단아, 걸어오는, 영인 서있는.
영인 : 아버지, 오빠들하고 얘기하고 계셔. 들어와.
#.9 씬. 석호의 방.(밤)
석호, 수영, 태영, 앉아있는,
영인, 단아 들어와 앉는.
석호 : 이실장하곤 얘기 했냐?
단아 : 네. 전 결혼 미루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태영 : 단아야? 강석이도 그렇지만 우리도 걱정 되는 건 사실이다.
영인 : 그래, 단아야. 서둘 거 뭐 있어. 이젠 양가에서 다 결혼도 허락했는데,
범인이 잡히고 나서 편한 마음으로 결혼해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단아 : 범인이 언제 잡힐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그리고.....
석호 : 말해봐라.
단아 :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그 사람 계속 불안해 할 수밖에 없어요.
불안해하는 그 사람 혼자 두고 싶지 않아요.
영인 : 그렇지만, 이실장 단호한 거 같은데.
단아 : 설득해 보려구요.
#.10 씬. 마루.(밤)
수영, 태영, 단아, 석호의 방에서 나오는.
수영 : 설득할 수 있으면 해봐라. 어려운 상황일 때일수록 함께 있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으니까.
단아 : 네, 큰 오빠.
태영 : 그래 까짓것, 그깟 놈 무서워서 결혼도 미룬다는 거 쪽팔릴 수도 있다.
수영 : (미소 지으며) 쪽 팔려서 결혼한다는 건 좀 그렇지 않냐?
태영 : 강석이 자식, 설득하는 덴 그런 게 먹힐 수도 있어.
그 자식 쪽팔리는 거 죽기보다 싫어하는 놈이잖아?
단아 : (미소 지으며) 알았어, 작은 오빠. 그 작전 써볼게.
#.11 씬. 강석의 방.(밤)
강석, 옷을 갈아입는데, 울리는 핸드폰.
강석 : (받는) 네.
단아E : 집에 들어갔어요?
강석 : 네. 지금 들어와서 옷 갈아입었어요.
단아E : 우리 결혼 미루는 거 쪽팔리는 짓이래요, 작은 오빠가.
강석 : .....
#.12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나 당장 결혼 못하면 생병 생길 거 같은데, 어떡할래요?
#.13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
단아E : 나, 진짜 없어 보이죠?
강석 : (미소 짓는)
단아E : 며칠이나 없어보여야 하는 거예요? 근데요.
강석 : 네.
단아E : 이렇게 치대는 것도 해보니 괜찮네요.
강석 : 몰랐어요.
단아E : 뭘요?
#.14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
강석E :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거 몰라서..... 그렇게 살아도 되는 줄 알았어요.
단아 : (울먹해지고)
강석E : 멱살을 잡히고, 욕을 먹으면서도,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나. 그랬어요. 그런데....
#.15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처음으로 내가 얼마나 많이 잘못하고 살았는지, 절실하게 깨달아요.
그래서 당신에게 미안하고, 미안해서 당신을 내 옆으로 데려오는 게 겁이 납니다.
단아E : 그렇게 살아온 당신까지.....사랑해요.
강석 : (눈물이 고이고)
#.16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잘못 살아왔다고 아프게 깨닫는 당신까지 사랑해요.
그래서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당신 옆으로 가는 거. 더는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17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
단아E :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하지 말아요. 우리 너무 늦게 만났잖아요?
기다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아요, 우리.
강석 : (눈물이 흘러내리는)
#.18 씬. 회사 전경.(낮)
#.19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수영, 태영 들어오는.
태영 : 웬일이냐? 점심시간에 단아한테 가지 않고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다 먹고?
강석 : (어색하게 미소 짓는) 그런 날도 있어야죠.
태영 : 차나 한잔 마시자.
시간 경과,
수영, 태영, 강석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수영 : 이실장?
강석 : 네.
수영 : 단아가 하자는 대로 하는 게 어떻겠나?
강석 : .....
태영 : 그래, 임마.
수영 : 넌 매제한테 임마가 뭐냐?
태영 : 꼽냐?
강석 : (웃으며) 안 꼽습니다.
태영 : (수영에게) 안 꼽다잖아? 튕기지 말고, 결혼해.
단아 그 자식 성격에 적극적으로 결혼하겠다고 하는 게 가상하지도 않냐?
강석 : 그 사람이 그래주는 거 고맙습니다. 고마우니까 더 제 자신이 죄스러운 거구요.
태영 : 죄스러우면 나 죽었습니다, 하고 납작 엎드려. 알았냐?
강석 : .....
태영 : 너 계속 시간 끌면 겁 대가리 엄청 많은 놈한테 우리 단아 못준다고 우리가 튕길지도 모른다.
(일어서며) 나가자, 형.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알아들었겠지.
수영, 강석, 일어서고.
수영 : (강석의 어깨를 잡았다 놓고 나가는)
울리는 강석의 핸드폰.
강석 : 네?
#.20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 (핸드폰) 제발 저 아저씨 좀 어떻게 해주면 안돼요?
박물관에서 손님들 안내하는 데까지 계속 따라다니셔서 얼마나 민망한 줄 알아요?
남교수 : (미소 지으며) 그냥 즐기라니까. 연예인 된 거 같고, 좋지 않니?
단아 : (곱게 흘겨보면서) 왜 대답 안 해요?
강석E : 생각 좀 해보구요.
단아 : 그럼 생각 많이 해요. 생각 하는 동안은 만나지도 않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요.
#.21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 (핸드폰) 퇴근하고 학교로 갈게요.
단아E : 못 들었어요, 안 만날 거라니까요.
퇴근하고 와도 저 없을 거예요. 오늘 약속 있어요. (전화 끊기는)
강석 : (핸드폰 보는)
#.22 씬. 강석의 집 전경. (밤)
#.23 씬. 강석의 집 거실.(밤)
강석, 들어오는.
천갑, 순진 텔레비전 보고 있고. 영자, 마중하는.
영자 : 하교수가 와 있으니까 일찍 들어오는구나?
강석 : 그 사람 왔어요?
영자 : 몰랐어? 냉이국 끓여주겠다고 장까지 봐서 왔는데?
#.24 씬. 강석의 집 식당.(밤)
강석, 들어오면, 단아, 아줌마 음식 하고 있는.
강석 : (어이가 없어서 보는) 약속 있다면서요?
단아 : 어서 씻고 내려와요. 다 됐으니까.
강석 : (미소 짓는)
#.25 씬. 커피숍.(밤)
현규, 들어오는. 혜주, 우는 여자 아이를 달래고 있는.
혜주 : 엄마, 화장실 가셨으니까 금방 오실 거야.
소리 내 우는 아이.
현규 : (놀라서 다가서며) 왜 그래요?
혜주 : 아이스크림 사러 엄마랑 같이 왔는데, 엄마가 화장실 가셨어요.
현규 : 내가 달랠게요.
혜주 : 아니에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현규 : (그런 혜주를 멍하니 보는)
혜주 : (미소 지으며) 치료 효과가 있나 봐요.
엄마, 들어오는.
아이 : 엄마(하면서 더 큰 소리로 우는) 엄마.
엄마 : 금방 화장실 갔다 온다니까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울었어? (혜주에게) 미안해요.
혜주 : 아니에요. (아이스크림 포장 한 거 내주면서) 여기 포장 한 거.
엄마 : (돈 주면서, 아이 데리고 나가면서) 뚝, 울보야, 울보.
혜주 : (돌아서는데)
현규 : (흐뭇한 느낌으로 보면서) 대견하네.
혜주 : 저도 제가 대견해요.
현규 : (웃는)
#.26 씬. 강석의 집 식당.(밤)
천갑, 영자, 강석, 단아, 순진 식사하고 있는.
천갑 : 냉이국이 진짜 구수하다.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음식 솜씨가 있어야 하는 거거든.
순진 : 이모부,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이모 또 샘내세요.
영자 : 넌,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나 그렇게 쪼잔한 사람 아니야.
천갑 : 강석아?
강석 : 네.
천갑 : 너 결혼 미루겠다고 했다면서?
강석 : (단아 보고)
단아 : .....
천갑 : 근데 어쩌냐? 나랑 네 엄마는 하루라도 빨리 하교수 데려오고 싶은데.
며느리가 차려주는 밥상에 맛들이니까 약도 없다, 야. 그지? 여보?
영자 : 그래, 강석아. 나 빨리 하교수 데려와서 역사 공부 다시 시작하고 싶어.
배웠던 거 벌써 다 써먹었단 말이야.
#.27 씬. 종가 앞.(밤)
강석, 단아 차에서 내리는.
단아 : 자기 편 하나도 없는데, 계속 버틸 거예요?
강석 : 네.
단아 : (흘겨보는) 정말 이럴 거예요?
강석 : 왜요? 튕기니까 치대기도 하고, 이것도 괜찮네요.
단아 : 작전 바꿀 수도 있어요.
강석 : 어떻게요?
단아 : 중국 연수 다시 들고 나올지도 몰라요.
강석 : 이 여자가. 그건 협박입니다.
단아 : 그러니까 왜 협박까지 하게 만들어요?
강석 : (끌어안으며) 정말 겁 안나요?
단아 : .....
강석 : 나란 놈하고 결혼해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단아 : 겁 안나요. 나 딱 한 가지 생각밖에 안 해요. 이 겁 많은 남자 옆에 가서 얼른 담 좀 키워줘야겠다.
강석 : (단아 어깨 잡고 보면서) 졌습니다.
단아 : (미소 짓고 보는)
강석 : 별 수 있겠어요, 언제나 내가 졌는데, 이번에도 지는 수밖에. (손잡으며) 들어갑시다.
#.28 씬. 만기의 방.(밤)
만기, 강석, 단아, 석호, 영인 앉아있는.
강석 : 안되겠습니다, 할아버님.
만기 : ....
강석 : 이 사람이 결혼 당장 못하면 생병 날 거 같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빨리 데려가야죠.
단아 : (강석을 곱게 흘겨보는)
만기 : (미소 짓고) 그렇다고 내일 당장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건 아니지?
강석 : (단아에게) 그럴래요?
단아 : (흘겨보는)
강석 : 그건 아닌가봅니다, 할아버님.
만기 : 에미야?
영인 : 네, 아버님.
만기 : 단아가 생병까지 나게 생겼다니 서둘러주자꾸나.
단아 : (부끄러워서 얼굴을 만지는)
강석 : (씩 웃는)
#.29 씬. 마루.(밤)
주정, 들어오는. 진아, 말순, 술상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는.
주정 : 어, 웬 술상이야?
진아 : 이실장님 오셨거든요. 단아 아가씨 다음주에 결혼하세요, 할머니.
주정 : 뭐, 다음 주에?
#.30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옷 갈아입고 있는데, 주정, 문 벌컥 열면서.
주정 : 단아야? 너 다음주에 결혼한다면서?
단아 : (웃으며) 네.
주정 : 드디어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단아 : 네, 드디어 해요.
#.31 씬. 수영의 방.(밤)
수영, 태영, 강석, 진아, 말순 술상 앞에 놓고 앉아있는.
수영, 태영, 강석, 잔을 부딪치는.
태영 : 겨우 이틀 튕기고 마냐? 그래도 난 일주일은 버티다가 손 들 줄 알았다.
강석 : 어쩝니까? 형님 여동생이 저한테 시집오고 싶어서 별 수를 다 쓰는데.
태영 : 야, 너 그 잘난 척 한동안 안보나 했다.
강석 : 저도 이러기 싫은데 형님 여동생이 자꾸 이렇게 만드는 걸 전들 어쩌냐구요.
태영 : 얘들 노래방에서 그 주접떠는 거 본 이후로 또 메슥거린다.
주정, 들어오면서.
주정 : 축하 파티에 내가 빠지면 안 되지? (앉으며, 술잔 들고) 손주 사위, 한잔 따라보게.
강석 : 네, 할머님. (술을 따르고) 근데, 이 사람은?
주정 : 단아 씻으러 들어가던데.
강석 : (웃으며) 안 씻어도 이쁜데. 저한테 더 이쁘게 보이려고 그러나보네요.
태영 : (윽 하면서) 나 도저히 얘랑 술 같이 못 마시겠다. 속이 울렁거려서.
수영 : (웃으며) 그냥 참고 마셔라.
태영 : 형은 비위도 참 좋아.
수영 : 나도 참고 마시는 중이다.
#.32 씬. 부엌.(밤)
삼월, 단아 서있는. 수영의 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삼월 : 참 좋다. 우리 단아 시집간다고 다들 좋아서 저러는 거 보니.
단아 : 삼월씨?
삼월 : 응.
단아 : 나 잘하고 살 수 있겠지?
삼월 : 그걸 말이라고. 가서 더도 덜도 말고 아들 딸 일곱만 낳아.
단아 : (놀라면서) 할머니?
삼월 : 럭키 세븐이잖아?
단아 : (웃는데)
진아, 술병 들고 들어오는.
진아 : 아가씨, 이실장님이 아가씨 왜 안 들어오냐고 찾으세요?
삼월 : 어서 들어가 봐.
진아 : 술도 더 가져오라고 하세요. 고모할머님이.
삼월 : 주정이 너무 많이 마시면 주정하는데.
#.33 씬. 수영의 방.(밤)
수영, 태영, 강석, 하품하고 있는. 주정, 말순, 술에 취해 있는.
단아, 진아, 옆에 앉아 웃고 있고.
주정 : 그래서? 연애를 주먹질로 시작했단 말이지?
말순 : (술에 취해 딸꾹질 하면서) 제가 원 펀치를 날렸는데, 저 인간이 피하다가.....
(태영 마구 치면서 낄낄거리는) 자기, 그때 쌍코피 터졌지?
태영 : 얘, 얘 취했네. 너 왜 이러냐? 시어른들 계신 앞이다.
주정 : 괜찮아, 괜찮아, 이 맛에 술 마시는 거지 뭐.
(갑자기 흑 하면서, 술상 탁 치고) 니들은 인생사는 것처럼 산다. (태영 잡으면서) 태영아?
태영 : 왜 그러세요? 할머니?
주정 : 네 고모할머니 인생은 뭐가 이렇다니?
태영 : 취하셨네, 취하셨어.
주정 : 단아야?
단아 : 네.
주정 : 나 벌써 흰머리 나지? 그지?
단아 : 새치라니까요, 할머니.
주정 : (강석을 잡으며) 이보게.
강석 : (하품하다가 놀라서) 네? 네.
주정 : 내가 자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말일세. 제사 구경 하러 왔었잖나?
강석 : 아, 네.
주정 : 그때 내가 자네 이렇게 더듬으면서....(강석 팔을 만지면서)
강석 : (당황하고)
주정 : 얘 참 실하다 그랬는데.
태영 : 할머니, 할머니, 손주 사위한테 이러시는 건 말이 안 되죠.
주정 : 내가 속으로 이런 젊은 놈하고 연애 한번 해보면 소원이 없겠다 그랬는데.
태영 : (주정 입 막으면서) 할머니, 할머니. 정신 챙기셔야 하거든요. 이러시면 이 자식 또 잘난 척 하거든요.
주정 : (태영 손 때리면서) 잘나긴 잘났잖아.
강석 : 옳으신 말씀입니다.
태영 : 파장, 파장. 더 이상 들어주다간 나 위장병 생기겠다.
#.34 씬. 강석의 집 거실.(밤)
천갑, 영자, 강석 앉아있는.
강석 : 다음주 금요일로 정했어요.
천갑 : 그래, 잘했다, 잘했어, 이왕 하는 거 빨리 해치우자.
강석 : 어머니?
영자 : 응?
강석 : 하객이요. 너무 많이 부르는 거 다시 한번 생각해주세요.
영자 : 왜?
강석 : 불안해서요.
영자 : 불안하다니?
강석 : 사람이 너무 많으면 김선태 그 인간이 섞여들어도 못 알아볼 수가 있잖아요?
전 그냥 가족 모임처럼 조용히 치렀으면 좋겠어요.
천갑 : 그래, 강석이 얘 말도 일리가 있다. 벅적대면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볼 수도 있고,
그렇게 하자, 여보야?
영자 :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부를 사람은 불러야 하는데. 우리 집안에 첫 결혼인데.
천갑 : 첫 결혼인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얘들 안전 아니냐?
미친놈이 잡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하는 결혼이니 너무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치르자.
영자 : 알았어. 하는 수 없지 뭐.
#.35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강석E : 가족 모임 형식으로 조용히 치르기로 했어요.
단아 : 어머님, 아버님이 그러자고 하세요?
강석E : 내가 누굽니까? 말발 무지 좋은 여자하고 연애하면서 말발만 는 놈 아니냐구요?
얼마나 조리 있게 설득을 했던지, 바로 넘어들 오시드라구요.
단아 : 어떡해요?
강석E : 뭐가요?
단아 : 너무 장해서 옆에 있으면 뽀뽀라도 해줬을 텐데.
강석E : 끊어요.
단아 : 네?
강석E : 바로 달려갈게요.
단아 : 제발 참아줘요. 내일 만나서 곱빼기로 해줄 테니까.
강석E : 약속 한 겁니다?
단아 : (웃으며) 네.
#.36 씬. 강석의 사무실.(낮)
강석, 일어서서 서류에 사인하고 있고, 태영 옆에 서있는.
태영 : (씩 웃으며) 매제를 상사로 두니까 서류에 사인도 일어서서 해주고, 기분 괜찮다.
강석 : 제가 웃어른 공경은 확실하게 하는 놈입니다.
태영 : 웃어른이 점심 살 테니까 나가자.
강석 : 안되겠는데요, 그 사람한테 가서 먹어야 합니다.
태영 : 다음주에 결혼할 건데,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너 너무 그렇게 납작 엎드리면 나중에 고생한다.
강석 : 그러라면서요?
태영 : 그건 임마, 결혼 미루겠다고 튕기니까 한 말이고.
강석 : 오늘은 꼭 가야합니다.
태영 : 왜?
강석 : 뽀뽀 해준다고 했거든요, 형님 여동생 분이.
태영 : (맛 가는 표정으로, 서류로 강석 어깨 치면서) 매제 놈 때문에 내가 위장병으로 입원하고 말지.
#.37 씬. 대학 교정.(낮)
강석, 단아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뒤에서 따라오는 경호원.
강석 : 여기 좋네.
단아 : 네?
강석 : 여기서 해줘요.
단아 : 뭘요?
강석 : 몰라서 묻습니까?
단아 :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학생들 다 보거든요.
강석 : 그럼 어떻습니까? 결혼할 사인데.
단아 : 저 마귀할멈이 결혼한다더니 진짜 맛 갔네 그럼 좋겠어요?
강석 : 네, 좋겠어요.
단아 : 그럼요.
강석 : (보는)
단아 : (경호원 눈으로 가리키면서) 저분 가시라고 하세요. 오늘부턴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구요.
강석 : .....
단아 : 빨리요. 정말 민망해 죽겠다구요.
강석 :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돌아서서 경호원 쪽으로 걸어가는)
단아 : .....
강석 : (경호원에게 애기하고, 경호원 인사하고 돌아서서 걸어가면. 단아 앞으로 걸어오는) 됐죠? 합시다.
단아 : 뭘요?
강석 : 이 여자가, 사람 가지고 노나?
단아 : 몰랐어요? 나 생까는 거 전문이잖아요. (돌아서는데)
강석 : (단아의 팔을 잡고 와락 끌어당기는)
단아 : (당황하는데)
학생들 지나가면서 와 하고 탄성 지르고.
여학생1 : 어머, 교수님 멋지세요.
단아 : 뽀뽀까지 하면, 죽는 수가 있어요.
강석 : (웃으며) 목숨을 걸고 해버려?
단아 : 제발요, 제발. 나 내년에 교수임용 돼야 하거든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현규와 혜주.
#.38 씬. 남교수 사무실.(낮)
단아, 들어오면, 남교수 웃으며 보는.
남교수 : 야, 하단아 교수? 다시 봐야겠다. 캠퍼스에서 애정행각 장난 아니셨다면서요?
단아 : (얼굴 붉히며) 보셨어요?
남교수 : 보진 못 했구요. 소문만 들었어요. 우리 과 애들 꽤 여럿이 본 거 같던데.
단아 : 교수님들 아시면, 안되는데.
남교수 : 어떡하냐? 노교수님 아시는데.
단아 : 네?
남교수 : 애들이 떠들면서 가는 거 노교수님하고 뒤에서 들었거든.
단아 : 어떡해요? 언짢아 하시죠?
남교수 : 놀라긴 하시는 거 같던데, 웃으시더라. 하교수한테 그런 용기가 다 있나 하시면서.
#.39 씬. 대학 교정.(낮)
현규, 친구들 농구하고 있는. 바라보며 앉아 있는 혜주.
현규 : (멈추고) 이혜주?
혜주 : (일어서는)
현규 : (손으로 오라고)
혜주 : (의아해 하면서 다가가는)
현규 : 가방 거기 놓고, 나랑 편먹자.
성민 : 친구? 얘가 무슨 농구를 할 거라고 이러시나?
현규 : 생맥주 내기 하자.
강하 : 친구 너무 불리한 내기를 거시는 거 같네.
현규 : (혜주 어깨에 손 올리며) 자신 있지?
혜주 : 자신 없는데요.
현규 : 미인계로 밀고 나가.
어설픈 혜주의 패스를 받고 농구대를 향해 달려가는 현규. 골을 집어넣고, 혜주와 손을 부딪치는.
혜주, 두 팔을 올리고 친구1을 막아서는.
친구1 : (혜주를 밀치지도 못하고, 암담한) 미치겠다, 정말, 여자라 확 밀어버릴 수도 없구.
현규 : 우리 편 잘한다.
혜주 : (그런 현규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
#.40 씬. 영인의 사무실.(낮)
영인 : (전화) 네, 사부인.
#.41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영자 : (전화) 우리 애 시계 제가 취소했어요. 아무래도 너무 과하다 싶어서요.
#.42 씬. 영인의 사무실.(낮)
영인 : (전화)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되는데요.
#.43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영자 : (전화) 소박한 걸로 다시 정했으니까 그렇게 하세요, 사돈.
그럼 바쁘실 텐데, 일 보세요. 끊습니다. (수화기 내려놓는)
순진 : 뭐하러 그러세요? 이모? 받을 건 받아 챙기는 게 제일이지.
영자 : 너 집에 안 내려갈래?
순진 : 왜요?
영자 : 우리 며느리 너 때문에 신경 쓰는 거 싫어서 그런다, 왜?
#.44 씬. 석호의 사무실.(낮)
석호, 영인 얘기하고 있는.
영인 : 단순한 양반이라 그런지, 한번 마음 돌려 먹으시니까 화끈하신 구석이 있어.
결혼식도 거창하게 하지 않겠다고 하시고.
석호 : 다 우리 단아 복 아니겠어? 마음고생 심하게 하고 하는 결혼인데, 이제부터라도 좋은 일만 있어야지.
영인 : (놀라서 배를 만지는)
석호 : 왜? 안 좋아?
영인 : 신기하다.
석호 : 뭐가?
영인 : 이 녀석이 툭하고 찬 거 같아.
석호 : (다가앉으며) 정말?
영인 : (눈물이 글썽해지면서) 이런 느낌이구나. 진짜 신기하다.
석호 : (손잡는)
영인 : 고마워.
석호 : .....
영인 : 이 애 지우지 말라고 말려줘서. 어쩔 뻔 했니? 만약 그때 마음 잘못 먹었으면
이런 느낌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았을 텐데.
#.45 씬. 수영의 사무실.(낮)
수영 : (전화 중) 얼마나요? (암담한) 다행이네요, 큰 액수는 아니라서.
태영, 서류 들고 들어오는.
수영 : 해직 처리하시고, 횡령한 공금은 제가 송금할 테니 시끄럽지 않게 처리해주십쇼. 네, 수고하십쇼.
태영 : 뭐야? 누가 공금 횡령 했어?
수영 : .....
태영 : 어느 부서 누구야?
수영 : 리조트 이부장님 전화다.
태영 : 리조트에서 사고 난 거야?
수영 : 제수씨 매제 되는 분이 사고를 쳤다는구나.
태영 : (기가 막히고) 얼마나 횡령을 한 거야?
수영 : 5백 만 원 조금 넘는다는구나.
태영 : 아, 진짜, 그렇게 우리 말순이가 신신당부를 했는데.
수영 :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하자. 괜히 제수씨 아시면 미안해하실 거 아니냐?
태영 : .....
#.46 씬. 부엌.(밤)
삼월, 진아, 저녁 준비하고 있는.
말순, 들어오는.
말순 : 다녀왔습니다.
삼월 : 수고 했어.
말순 : 조만씨는요?
삼월 : 그 놈의 옷 또 바꾸러갔지 뭐.
말순 : (씩 웃으며) 그 옷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삼월 : 누가 아니래.
말순 : 할아버님 출타 하셨나 봐요?
삼월 : 단아 결혼 날짜도 알려드릴 겸해서 평촌 어르신 댁에 가셨어.
말순 :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삼월 : 천천히 해. 하실장 댁이 손이 여물어 그런가, 이젠 살림을 제법 잘해.
말순 : 형님?
진아 : (보면)
말순 : 저 좀 보시죠.
진아 : .....
#.47 씬. 마루.(밤)
말순, 진아 나오는.
진아 : 왜요?
말순 : 형님, 이러시면 제가 좀 곤란하죠?
진아 : (의아하게 보는)
말순 : 같은 새색시들끼리 사정 안 봐주면 누가 봐주겠어요?
진아 : 네?
말순 : 갑자기 형님이 살림 솜씨가 일취월장 하시면 저는 뭐가 되냐구요?
쟨 살림도 젬병인 애가 맨날 신랑하고 쌈질이나 한다고 할 거 아니냐구요?
동동, 태권도 복 입고 들어오다가 두 사람 얘기를 듣는.
말순 : 사람이 무엇보다 의리가 있어야 하는 거거든요.
진아 : 동서는 직업이 있잖아요.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제가, 살림 솜씨라도 안 늘면 더 면목 없는 거잖아요?
말순 : 따지지 마시고, 제 입장을 좀 생각해주세요, 형님.
동동 : 엄마?
말순 : (돌아보고) 어, 동동아.
동동 : 저 좀 보시죠.
#.48 씬. 태영의 방.(밤)
말순, 동동 서있는.
동동 : 왜 자꾸 아빠랑 똑같아지세요?
말순 : 내가 뭘?
동동 : 아빠가 고모한테 어리광부리는 거 저 정말 창피했거든요.
엄마가 큰엄마한테 그러시는 거 아빠랑 똑같은 거거든요.
말순 : 반성문 또 써야하니?
동동 : 그럴 것까진 없는데요.
말순 : 고마워. 봐줘서.
동동 : 엄마는요, 아빠한테 모범을 보이셔야 한다는 거 제발 꼭 좀 잊지 말아주세요.
말순 : 명심할게.
동동 : 진짜, 저 너무 힘든 거 있죠. 엄마, 아빠 아들 노릇하기.
말순 : 미안하다.
동동 : 아셨으면 됐어요. (나가는)
말순 : 아들 시집살이 하는 나도 진짜 힘들다 뭐.
#.49 씬. 단아의 방.(밤)
삼월, 단아, 진아, 말순, 행주에 수놓고 있고.
영인, 행주로 차 봉지 싸서 봉투에 넣고 있는.
단아 : 어머님 가서 쉬세요. 몸도 무거우신데.
영인 : 이거라도 해야, 거저 딸 시집보냈다는 말 안들을 거 아니야.
말순 : 아, (손가락 입에 무는)
삼월 : 아이고, 하과장 댁도 행주 접는 거나 해.
말순 : 아니에요. 저도 할 수 있어요, (하다가 아 하고 다시 찌르는)
삼월 : 그러다 손 남아나지 않겠어.
영인 : (진아를 보면서) 그래도 큰 며느님은 제법이네.
말순 : (진아를 흘겨보는)
진아 : (말순 눈치 보면서, 괜히 바늘로 찔린 시늉하면서) 아. 저도 아직 서툴러요.
말순 : 형님. 연기 하시는 거 너무 티 나시거든요.
울리는 핸드폰.
말순 : (번호 보고) 어, 엄마? (듣다가) 뭐? (눈치 보면서 일어나 나가는)
#.50 씬. 마루.(밤)
말순, 핸드폰 하면서 나오는.
말순 : 진짜 왜 그러는데? 이번엔 제발 잘 좀 하라고 내가 얼마나 사정을 했냐구?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듣는 태영.
태영 : (난감한)
말순 : 진짜 그 인간 사람 아니지? 사람이면 정말 이럴 수 없다.
태영 : (다가서며) 그만해.
말순 : (보는)
#.51 씬. 태영의 방.(밤)
태영, 말순 들어오는.
말순 : (주저앉으며, 얼굴 가리는)
태영 : 장모님 잘못도 아닌데, 마음 아프시게 왜 그래?
말순 : 자기 너무 너무 창피하지?
태영 : 난 괜찮아. 횡령한 공금 채워 넣고 조용히 해결하기로 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말순 : 자기 돈도 없잖아?
태영 : (다독이며) 다 해결 했어. 우리 말순이 속상해서 어쩌냐?
#.52 씬. 천갑의 방.(밤)
천갑, 영자, 누워있으면, 강석, 두 사람 얼굴에 팩 발라주고 있는.
강석 : 팩은 신랑인 제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천갑 : 얌마, 넌 젊고 기본도 있잖냐? 여러 말 말고 골고루 좀 발라라.
영자 : 가뜩이나 사부인이 젊어서 엄마 스트레스 받는단 말이야.
천갑 : 네 엄마, 사부인한테 라이벌 의식 느끼고 있으니까 성의껏 발라, 성의껏.
영자 : 결혼식날 사부인 또래로 보여야 하는데.
천갑 : 그럼, 재취 소리 듣는다.
영자 : 그럼 어때? 젊어 보이는데.
천갑 : 강석아?
강석 : 네?
천갑 : 하교수 고스톱은 좀 치냐?
강석 : 네?
천갑 : 생각해봤는데, 하교수 시집 와서 오순도순 고스톱 치고 그러면 재미가 쏠쏠 할 거 같다.
강석 : 오순도순 치실 수 있겠어요?
천갑 : 왜 못해?
강석 : 지시면 스무 시간씩 안 재우실 거잖아요?
천갑 : 설마 며느리한테까지야 그러겠냐? 칠 줄 모르면 좀 배워오라고 해라.
#.53 씬. 단아의 방.(밤)
단아 : (핸드폰) 네?
강석E : 음식솜씨는 뛰어나니까 더 배워올 거 없구요. 고스톱이나 배워 오라구요.
아버지 벼르고 계세요. 며느리랑 오순도순 고스톱 치시겠다구요.
#.54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핸드폰) 내가 두고 볼 겁니다. 할아버님한테 요령껏 바둑 못 져드렸다고 머리 나쁘다고 했죠?
얼마나 요령껏 져드리나 내가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겁니다.
단아E : 끊어야겠어요.
강석 : 왜요? 또 누가 들어오셨는데요? 진짜 그 집 양반들은 왜 그렇게 잠도 없으신 겁니까?
단아E : 화투 사러 가야해요.
강석 : (웃는)
#.55 씬. 단아의 방.(밤)
주정, 단아 고스톱 연습하고 있는.
주정 : 얘, 얘. 그림은 맞춰야지. 비를 팔에다 갖다 맞추면 어떡하니?
단아 : 너무 헷갈려요. 할머니.
주정 : 나 참 살다 살다 혼수로 고스톱 연습해서 가는 애는 또 처음 본다.
단아 : (웃으며) 특이하잖아요?
주정 : 좋겠다. 특이한 시부모님 계신 집으로 시집가서.
단아 : 네, 좋아요. (패를 맞추는)
주정 : 아니라니까, 이건 칠이고, 이건 사라니까.
단아 : 같은 보리 아니에요?
주정 : 너 아무래도 시집가기 전에 마스터해서 가긴 틀린 거 같다.
단아 : 열심히 해볼게요.
주정 : 참 눈물겹다.
울리는 단아의 핸드폰.
단아 : (받고) 왜요?
강석E : 방법이 있어요, 인터넷 고스톱 있거든요.
단아 : 저 지금 바쁘니까 끊어요.
강석E : 뭐가 그렇게 바쁜데요?
#.56 씬. 강석의 방.(밤)
강석 : .....
단아E : 고모할머니한테 배우고 있는 중이예요.
강석 : (웃으며) 정말 화투 사온 겁니까?
단아E : 그런다고 했잖아요?
주정E : 야, 나 원 고 들어간다.
단아E : 끊어요, 할머니 원 고 들어가셨단 말이에요. (툭 끊기는 전화)
강석 : (웃는, 싸대기 보면서) 네 주인 별 고생을 다 시킨다, 내가.
#.57 씬. 부엌.(밤)
말순, 어두운 부엌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진아, 들어와서 불을 켜는.
말순 : (얼굴 눈물 훔치는)
진아 : 동서?
말순 : 왜 안주무시고 나오세요?
진아 : 수 놓느라 쌀 씻는 거 잊어버려서요. (다가와서 앉으며) 왜 그러세요?
말순 : 아니야. 아무 것도.
진아 : 무슨 일이예요?
말순 : 내 동생 남편이 또 사고 쳤어.
진아 : .....
말순 : 리조트에서 공금 횡령해서 사라졌대.
진아 : 어떡해요?
말순 : 이럴까봐 우리 하태영이랑 결혼하는 거 그렇게 망설였던 건데,
결국 나 때문에 우리 하태영만 힘들게 됐다. 형님?
진아 : (보면)
말순 : 진짜 형님이 부러워요. (고개 숙이고 우는) 웬수같은 식구들 정말 지겨워 못살겠다.
진아 : (그런 말순을 끌어안고) 그래도 우리 속 안 썩이는 시집 식구들 있잖아요?
말순 : (배시시 웃으며) 하긴 그렇네요.
#.58 씬. 강석의 집 거실.(낮)
천갑, 영자, 강석, 단아 앉아있는.
천갑 : 신혼여행을 이 에비 고향으로 가겠단 말이냐?
강석 : 네. 이 사람하고 저 큰 수술 받아서 비행기 오래 타고 외국 나가는 것도 무리고 해서요.
천갑 : 에비 고향으로 신혼여행 가겠다고 하는 건 흐뭇하지만 (단아에게) 서운하지 않겠냐?
단아 : 아버님 고향에 유적지도 많으니 논문 자료 수집에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천갑 : 하, 역시 공부하는 애라 신혼여행도 학구적으로 가겠다는 거 봐라.
(영자에게) 내 며느리가 보통 이 정도다.
영자 : (흘겨보면서) 당신 혼자 며느리야?
강석 : 그것만 학구적인 줄 아세요? 이 사람 고스톱 개인 레슨까지 받고 있어요.
천갑 : 고스톱도 개인 레슨 받는 데가 있냐?
강석 : 고모할머님한테 밤새워 배웠대요.
천갑 : 정말이냐? 야, 그럼 한판 돌리자.
강석 : 아버지, 아버지. 이 사람 아직 그림도 맞출 줄 모른대요.
천갑 : 밤새워 배웠다면서?
강석 : 공부 머리만 있지, 그런 머리는 없나 봐요.
단아 : (곱게 흘겨보는)
천갑 : 열심히 배워라. 명승부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59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졸음이 밀려오지만, 억지로 참고, 화투 짝 맞추고 있는.
삼월, 문 열고.
삼월 : 아직 안자고 뭐해?
단아 : (웃으며) 시부모님께 이쁨 받으려고 공부 중이예요.
삼월 : (들어와 앉으며) 뭐?
단아 : 어머님, 아버님이 고스톱을 즐기신대요.
삼월 : (웃으며) 그래서 연습하고 있는 거야?
단아 : 네. 근데, 너무 어려워요.
삼월 : (단아의 손 잡고) 우리 단아 시집가서 웃을 일 많겠네.
단아 : (미소 지으며) 삼월씨? 나 시집 잘 가는 거 같지?
삼월 : 암, 잘 가고말고.
단아 : 삼월씨?
삼월 : 응?
단아 : 나 딸 아들 일곱 낳아볼 테니까, 삼월씨 우리 애기들 시집 장가 갈 때도 행주에 수놔줘야 해.
삼월 : 그럼 삼월씨 나이가 대체 몇인가.
단아 : 꼭이야? 삼월씨.
삼월 : 그래, 그래보자꾸나.
#.60 씬. 강석의 집 전경.(낮)
#.61 씬. 강석의 집 거실.(낮)
강석, 친구1,2 서있고, (친구2는 재즈바에 없던 인물로)
영자, 함을 보자기에 여미고 있고. 천갑, 혜주, 순진 서있는.
천갑 : 모양 좀 내서 묶어라.
영자 : 그러고 있잖아.
강석 : 니들 함값 가지고 실랑이 하면 재미없다.
친구1 : 그게 다 함 파는 재미다.
천갑 : 적당히들 해, 적당히. 우리 며느리 집안이 워낙 명문가라
너무 요란하게 함 팔고 그러면 싫어하실 수 있어.
강석 : 들었지, 니들.
친구1 : 너 벌써부터 이러는 거보니, 결혼하면 바로 공처가 딱지 붙이겠다.
천갑 : 그건 할 수 없어. 에비가 세상에 없는 공처간데 아들놈이라고 별 수 있겠냐.
영자 : 결혼한 친구가 누구지?
친구2 : 접니다, 어머님.
영자 : 애기는?
친구2 : 딸, 아들 둘입니다.
영자 : 함 질 에비론 딱이네.
친구2 : 그래서 강석이 이 자식이 생전 연락도 없다가 함이나 지라고 부른 거 아니겠습니까?
친구1 : (강석에게) 야, 신부 친구들은 많이 불렀다냐?
강석 : 아니. 안 불렀을 걸?
친구1 : 야, 그럼 난 뭐하러 가냐? 함 팔러 가서 신부 친구들하고 썸씽 생길 일도 없는데?
강석 : 우리 아버지 말씀 못 들었냐? 우리 색시 집안이 워낙 명문가라 요란한 거 싫어한다니까.
니들 시끄럽게 했다간 내 얼굴 다시 못 볼 줄 알아라.
친구1 : 야, 겁나서 어디 함 팔러 가겠냐?
강석 : (웃는)
#.62 씬. 마루.(밤)
석호, 영인, 수영, 태영, 주정, 동동 서있고 삼월, 말순, 진아, 조만, 상을 차리고 있는.
(영인, 말순, 진아, 한복 차림으로)
친구2E : 함 사세요. 함 사세요.
삼월 : 왔나보네.
#.63 씬. 만기의 방.(밤)
만기, 앉아있는. 그 위로, 친구들 함 사세요, 소리가 들리고.
만기 : (흐뭇하게 미소 짓는)
#.64 씬. 종가 앞.(밤)
친구1,2 함 사세요, 하고 소리 지르고 있는.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강석, 그 옆에 서있는.
친구1 : 안 오시면, 다른 집으로 갑니다.
영인, 수영, 태영, 주정, 영인 나오는.
주정 : 나와요, 나와. 어서들 오세요.
친구2 : 함 팔러 왔습니다.
영인 : 잘 왔어요. 어서들 들어와요.
친구1 : 그냥은 못 들어가죠.
영인 : (미소 지으며, 봉투 몇 개를 땅에 내려놓고) 함 값 여기 있어요.
주정 : 어서들 밟고 들어오세요.
친구2 : (친구1에게) 대접이 아무래도 소홀 한 거 같지 않냐?
친구1 : 그러게.
친구2 : 이건 뭐 술상도 안나오고.
강석 : (식구들 눈치 보면서) 니들 정말 이럴 거냐?
주정 : (웃으며, 집안을 향해) 술상 대령하랍신다.
말순, 진아, 술상을 들고 나오는.
말순 : 술상 나왔습니다.
친구1,2 술을 한잔씩 마시는.
태영 : 술도 한잔씩 하셨으니 이젠 들어들 가시죠.
친구2 : 권주가도 없고, 이거야 원.
강석 : 이 자식들이 정말.
친구2 : 신랑은 좀 빠져있지?
태영 : 권주가 제가 합니다, 제가.
친구2 : 남자가 부르는 권주가가 권주간가.
말순 : (태영에게) 내가 할까?
태영 : 좀 빠져있지.
주정 : 내가 해, 내가. 어떤 장르들 좋아하시나?
#.65 씬. 마루.(밤)
삼월, 조만, 동동, 서있는. 진아, 말순 들어오는.
삼월 : 아직도 함 못 샀어?
진아 : (웃으며) 고모할머님이 권주가 부르고 계세요.
삼월 : (웃으며) 손녀 시집보내느라 애 쓰네, 우리 주정이.
#.66 씬. 종가 앞.(밤)
주정 : 이제 권주가도 들으셨으니 그만들 들어오시죠.
친구2 : 권주가도 들었는데, 왜 이렇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나 모르겠네.
강석 : (주먹 들어 보이면서) 적당히들 하자, 적당히.
영인 : (웃으며 봉투, 다시 여러 개 땅에 내려놓는)
친구2 : (두 걸음쯤 옮기고 주저앉는) 아이고, 발걸음이 왜 이리 무겁나. 좀 쉬었다 가야겠다.
강석 : 너 죽으려고 빽 쓰냐?
친구2 : 친구 놈 협박까지 받으니, 더 못 일어나겠네.
태영 : 안되겠다, 형.
수영 : (웃고)
태영 : 저희들이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태영, 수영, 주정, 다가들어 친구1,2를 밀다시피 해서 집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친구2 : 어, 어, 이러면 안 되는데....
#.67 씬. 종가 마당.(밤)
석호, 친구2가 건네는 함을 받아드는.
평상 위에 붉은 보자기로 덮은 소반이 놓여져 있고, 그 위에 정화수와 봉치떡이 시루째 놓여있고.
석호, 함을 시루 위에 올려놓는. 영인, 수영, 태영, 강석 그런 석호를 보며 서있는.
#.68 씬. 마루.(밤)
친구1,2 만기에게 인사하고 있는.
식구들 둘러서있고. 술상이 차려져 있는.
친구2 : 소란스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만기 : 차린 건 없지만 많이들 드시고 가구려.
시간 경과,
친구1,2, 강석, 수영, 태영, 앉아서 술 마시고 있는.
친구2 : 신부 얼굴 좀 보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강석 : 니들이 내 신부 얼굴 봐서 뭐하게?
태영 : 단아야, 나와서 인사 드려라.
단아, 한복 차림으로 나오는. 친구1,2 일어나서 인사하는.
강석 : 우리 신부 얼굴 닳으니까 너무 오래 보지 마라.
친구2 : 오늘 같은 날은 신부 노래도 듣고 그래야 하는 거다.
친구1 : (친구2 쿡 찌르면서) 꼭 들을 필요까지 있겠냐?
친구2 : 왜?
수영, 태영, 강석 웃는.
#.69 씬. 종가 앞.(밤)
강석, 친구1,2 걸어 나오는.
친구2 : 나 함 팔러 와서 신부 노래 못 듣고 가는 건 처음이다.
친구1 : 그 노래 잘못 들었다간 귀 버린다.
강석 : (주먹으로 친구1 치면서) 이 자식이, 내 색시 노래가 어때서?
친구1 : (버럭) 솔직히 그게 노래냐?
#.70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영인, 주정, 진아, 말순, 조만 함을 가운데 놓고 둘러 앉아있는.
영인 : (함을 푸는, 사주 봉투 단아에게 주고)
단아 : (사주 봉투를 받고)
조만 : 빨리 좀 풀어보세요. 궁금해 죽겠어요.
영인 : (한복을 꺼내고)
삼월 : 아이고, 색깔도 곱네.
영인 : 이건 화장품이고....(화장품 상자 꺼내고 보석함을 꺼내는)
조만 : 뭐가 그렇게 여러 개예요?
영인 : (보석 일곱 세트를 꺼내는)
주정 : 정말 뭐가 이렇게 많아? (열어보고 입이 벌어지는) 참 골고루도 장만해 보내셨네.
단아 : (진아와 말순의 눈치를 보는)
태영, 문 여는.
태영 : 아직 다 안 풀어보셨어요?
조만 : 보석 세트가 일곱 개나 되요.
태영 : 뭐? 아니 무슨 함에 돈 자랑을 해?
삼월 : 우리하곤 풍습이 다른 댁이잖아? 귀한 며느리 들이신다고 온갖 정성을 다 하셨나본데 왜 그래.
태영 : 여보야? 샘나니까 그만 나와라.
말순 : 나 샘 안나. 와, 진짜 예쁘다, 그죠, 형님?
진아 : (미소 지으며) 응. 동서.
단아 : (민망하기만 하고)
#.71 씬. 석호의 방.(밤)
석호, 영인 앉아있는.
진아 : 어머니?
영인 : 응. 들어들 와.
진아, 말순 들어오는.
영인 : 앉아들.
진아, 말순 앉는.
영인 : 시누이 결혼 준비하느라 애 많이들 썼는데 상 좀 주려구.
진아, 말순 의아하게 보는.
영인 : (보석 세트 두 개를 내놓는)
진아, 말순 당황하는.
영인 : 집안 풍습이 그래서 함을 너무 간소하게 해서 보냈잖아?
내가 결혼 전에 하던 건데, 며느리들한테 주고 싶어서. 열어들 봐.
진아, 말순 각자 앞에 놓인 거 열어보는.
영인 : 큰 며느님한테는 루비가 어울릴 거 같고, 작은 며느님은 씩씩하니 사파이어 세튼데 마음에들 들어?
진아 : 고맙습니다.
말순 :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영인 : 시어머니가 하던 거니 의미도 있고, 괜찮지?
#.72 씬. 마루.(밤)
수영, 태영, 삼월 서있는.
삼월 : (태영에게) 단아 새언니들한테 미안하게 왜 그래?
태영 : 자식이 해도 너무 해서 보냈잖아요? 형수님이랑 우리 마누라도 여잔데 부럽지 왜 안 부럽겠어요.
진아, 말순, 석호의 방에서 나오는.
태영 : 왜 부르신 거야?
말순 : 우리 상 받았다.
#.73 씬. 석호의 방.(밤)
석호, 영인의 손을 잡고.
석호 : 난 생각도 못했는데, 우리 와이프 이렇게 멋져도 되나 모르겠다.
영인 :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멋진 시어머니야.
#.74 씬. 수영의 방.(밤)
수영, 진아 보석 함 열어놓고 앉아있는.
수영 : (진아의 손에 반지 끼워주는) 조금 헐렁한가?
진아 : 아니에요, 딱 맞아요. (울먹한)
수영 : 또 울려고 그래요?
진아 : 내가 뭐 그렇게 착하게 살았다고 이렇게 복을 받나 싶어서요.
수영 : (진아를 감싸 안는)
#.75 씬. 태영의 방.(밤)
말순, 반지에 귀걸이에 목걸이까지 하고.
말순 : 나 귀부인 같지 않아?
태영 : 그렇게 좋냐?
말순 : 좋지 그럼.
태영 : 너도 여잔 여잔가 보다, 보석에 헤벌레 하는 거보니.
말순 : 이게 지금 보석에 헤벌레 하는 거냐? 시어머님의 사랑에 감동한 거지?
하여간 하태영, 진짜 뭘 몰라요.
#.76 씬. 단아의 방.(밤)
단아, 삼월 마주 앉아있는.
삼월 : 어머님이 생각이 참 깊으셔.
단아 : 네, 그렇지 않아도 새언니들한테 미안해서 혼났는데.
삼월 : 우리 단아 마음 편히 시집가라고 저렇게 좋은 어머니도 모셔 들이고. 착한 새언니들도 맞아들였나보다.
아버지랑 오빠들이 혼자 있었으면 우리 단아 발걸음 안 떨어질까 봐.
단아 : (울먹해서 끄덕이는)
삼월 : (단아 어깨 어루만지며) 우리 단아가 정말 시집을 가는구나.
단아 : .....(삼월을 끌어안는)
삼월 : (다독이면서) 많이많이 행복하게 살아야해.
단아 : 응. 할머니, 그럴게.
#.77 씬. 하옹의 방.(밤)
단아, 행주로 상식상을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78 씬. 부엌.(밤)
단아, 그릇들 하나하나에 손을 대보고 있는.
영인, 들어오는.
영인 : 내일 일찍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왜 아직 안자?
단아 : 그냥요, 잠이 안와서요.
영인 : (미소 지으며) 하긴 나도 그렇더라, 결혼 전날 통 잠이 안와서 혼났어.
단아 : 어머니?
영인 : (보면)
단아 : 고맙습니다. 어머니가 계셔서 홀가분하게 저 갈 수 있어요.
영인 : (단아 손 잡고, 울먹해서) 고맙다, 단아야. 네가 그날 나 수술한 줄 알고,
우리 집에 와서 미역국 끓여주지 않았으면, 나 어쩌면 더 많이 망설였을 거야.
단아 : ....
영인 : 그래서 이렇게 딸 시집보내는 엄마 마음이 어떤 거라는 것도 알게 해주고.
단아 : .....
#.79 씬. 종가 전경.(아침)
#.80 씬. 사당.(아침)
만기, 석호, 서있고, 단아, 한복 차림으로 큰 절을 올리고 일어서는.
만기 : 단아가 오늘 이 집안을 떠납니다.
단아 : (울먹한)
#.81 씬. 신부 대기실.(낮)
단아, 웨딩드레스 입고 앉아있는.
강석과의 처음 만남부터 이어지는 영상들.
#.82 씬. 결혼식장.(낮)
서있는 강석, 주례 노교수.
석호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단아.
식구들. 종가 친척 몇 분. 남교수, 병도, 장기, 등등.
그 사이에 서있는 현규와 혜주.
강석, 그런 단아를 바라보는.
단아 : (석호의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마음의 소리)
누군가의 손녀로, 누군가의 딸로, 누군가의 누이로 살아왔던 제가 이제 당신에게로 갑니다.
강석, 석호에게 인사하고 단아의 손을 건네받는. 나란히 걸어 주례 앞에 서는.
단아 : (마음의 소리) 죽는 그날까지 당신의 아내로 살기 위해...... 그래서 이 순간, 간절히 소망합니다.
죽은 이후에도 이 사람의 여자이기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또 이 사람이기를.....
수 없이 다시 태어난다 해도 늘 이 사람이기를.....
나란히 선 단아와 강석의 모습에서.
첫댓글 드디어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