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인 9월12일, 성묘를 마치고 친지들과 점심을 같이 한 후 오후 3시 쯤 귀경길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유지인 경기도 여주에 건설 중인 이포보를 들려보기로 했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추석연휴기간 동안 4대강에 건설 중인 16개 보를 임시개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속도로를 피해 꼬불꼬불한 국도를 따라 여주로 내달렸더니 5시가 훨씬 넘어 이포보에 도착했다. 이포보는 한강에 건설되는 3개의 보 가운데 여주군의 상징인 백로 모양의 이색적인 조형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또 수문을 동작하는 권양기가 안에 설치돼 있는 알 모양의 조형물도 궁금증을 갖게 한다.
◇ 12일 오후 해질무렵 촬영한 이포보 모습.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귀성길 또는 여주가 고향인 사람들이 이포보와 인근에 생활체육공원으로 조성된 당남지구, 생태공원인 당남섬을 둘러본 후 건설현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한강3공구 시행사측 관계자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2400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포보의 조형물 형상에 대해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추석연휴 개방행사를 위해 직원 절반이 고향을 가지 않고 비상근무 중이지만, 방문객을 안내하느라 일손이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며칠전 ‘남한강 100㎞ 자전거길 현장점검’이 있었던 후라 자전거길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자전거길을 실체로 타본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에 사는 방문객 A씨는 “자전거도로가 너무 좋았다. 실제로 한 번 타보니 주변환경이 확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B씨는 “자전거를 타고 서울 한강을 나가면 사람, 아기, 애완견 등 때문에 자전거 타기가 힘이 들었는데, 남한강 자전거 종주노선을 타보니 속도도 낼 수 있고, 장애물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고 평했다.
◇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연양리. 추석연휴 수변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를 질주하는 시민들.
부모님이 이포보 바로 옆 대신면 보통리에 살고 있다는 C씨(동작구 노량진동 거주)는 “‘보’가 뭔지 몰랐는데 이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부모님이 홍수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심이다. 꼭 한 번 친구들과 캠핑하러 오겠다”고 말했다.
이포보의 진풍경을 보려면, 해가 붉은 빛을 내며 서쪽으로 질때가 가장 좋을 듯하다. 외관이 아연합금으로 돼 있어 붉은 빛을 받아 반사되는 색이 아름다움을 더할 것이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방문객들을 안내하는 건설현장 관계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네고 다시 귀경길에 올랐다. 이제 빠르면 1시간30분, 늦어도 2시간이면 집에 도착한다. 올 추석은 4대강 16개 보 구경으로 지루하지 않은 귀성/귀경길이 됐을 듯 싶다.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지난 10~13일 동안 일시 개방한 4대강 16개보에 약 2만 5000여명이 다녀갔다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주출입문 등을 통과한 수치로, 임의 출입로를 통한 방문객까지 세어보면 실제 방문객은 본 통계보다 많을 것이란 추정이다.
한강의 경우 방문객들은 새로 조성된 자전거도로, 산책로 등을 체험하고 이포보 등 3개보와 캠핑장, 피크닉장, 체육시설(야구장, 축구장 등) 등 친수공간을 감상했다. 3대가 함께 한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았으며, 30대 이하 방문객이 41%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층도 4대강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보 인근에 무료로 비치된 100여대의 자전거도 방문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보 공도교를 개방한 여주보에서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자가 자전거를 이용해 종주노선, 지구내 순환노선 등을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다. 아직 미개봉된 야영장, 오토캠핑장 등의 개방시기, 이용방법 등에 대한 방문객들의 문의도 잇따랐다.
이포보 개방행사 방문객 안내를 맡은 한강 3공구 시행사측 관계자는 “여주가 고향인 분이나 인근 양평에 사는데 4대강살리기 사업이 궁금하던 차에 이번 개방행사를 기회로 구경 오신 분들이 많았다”며 “특히 백로를 형상화한 이포보의 조형물과 알 모양의 수문 권양기에 대해 관심을 많이 표했다”고 전했다.
◇ 추석연휴 동안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에 위치한 백제보를 찾은 시민들.
금강에서는 공주보에 조성된 1500주의 소나무 군락이 공주보를 방문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세종보는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연휴를 이용해 아파트 건설현장을 둘러보러 왔다가 세종보 주변에 조성된 수변생태공간을 감상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백제보에서는 시민들이 공도교를 건너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아보기도 하고, 황포돛배가 오가는 모습 등을 감상했다.
영산강에서는 황포돛배가 통과하는 모습 등을 감상해 보려는 방문객이 많았다. 익산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를 찾은 방문객은 3500여명.
11일 고향을 방문한 가족 20여명과 함께 죽산보를 찾은 이행복(68. 나주시 문평면 옥당리) 할머니는 “이야기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잘 돼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앞으로 잘 마무리해서 지역의 새로운 명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11일 오후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죽산보를 방문한 이행복씨 가족들이 죽산보 공도교 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낙동강에서는 우포늪의 따오기를 형상화한 창녕합천보, 가야문화를 상징화한 강정고령보 등 경관이 수려한 보의 방문객들이 많았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 4대강 16개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많은 이들이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본 결과 만족한다(66%, 보통 31%)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추진본부는 “이번 16개보 일시 개방이 그간의 소모적인 찬반논쟁에서 벗어나 사업의 실체를 직접 국민들이 체감함으로써 4대강 사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개방기간 동안 이용상의 문제점들은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해 향후 국민들의 4대강 이용에 한치의 불편함이 없도록 남은 사업을 마무리 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문의 :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개방행사지원단02-2110-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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