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6월19일
반가운 사람들
38도를 웃도는 폭염을 뚫고 시내를 나갔으니 어지간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나보다. 야근해서 데리러 갈 수 없다고 갈 때 데려다주겠다는 친구의 마음이 나를 미안하게 했다. 운전을 안 하니까 주변 친구들이 신경을 쓴다. 택시를 타고 나갈까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더위면 택시를 타고 나갔다. 이제는 그런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쩌면 그때 나는 치기에 가까운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다녔다. 운전을 안 하면 택시를 타면 되지. 남들에게 신세 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고 남의 시선도 의식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렇게 안 하기로 했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운전을 못 하는 사람도 있다. 오기나 치기를 부리면서 택시를 부르는 어리석은 마음은 내려놓았다. 오늘도 불볕더위지만 친구가 모처럼 식사하자고 해서 양산을 쓰고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 생각보다 뜨거웠다. 신호등 앞에 경찰관이 수신호로 보내고 있었다. 사고가 난 것은 아닌데 신호가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함께 기다리던 아주머니에게 경찰관이 대통령이 오셔서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날씨는 덥고 신호는 바뀌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데 땀이 줄줄 흘렀다.
모처럼 정성스럽게 화장했는데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눈이 따갑고 급기야는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더위에 고생하는 경찰관을 생각하면서 함께 더위 속에서 버티기로 들어갔다,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닐텐데 무척이나 오래 기다린 기분이 들었다. 버스도 연착이 되어서 버스 정거장에서 또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약속 시간을 훌쩍 넘길 것 같아서 지금 상황을 전화로 알려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대행이 버스는 왔고 자연스럽게 차량흐름이 진행이 되었다, 우리 경산에 대통령이 오신 걸까? 궁금해하면서 시원하게 냉방이 된 버스에서 몸을 식혔다, 쉽사리 식을 줄 모르는 나의 체온이 목적지에 다다르자 겨우 식었다.
약속 시간보다 많이 늦었지만, 친구를 보니 싹 사라졌다. 자주 다녔던 칼국수 집에서 반가운 선생님을 만났다, 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모신 선생님이었다. 오랜만에 뵈니 너무 반가웠다. 며칠 전에 나에게 간단한 일을 부탁하셨는데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는데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죄송한 마음도 풀었다, 친구랑 셋이 함께 시원한 콩국수를 먹었다.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다. 그래서 행복하다.
가끔 전화해서 안부를 전해도 만나면 늘 반가운 친구가 있어서 나의 삶이 빛이 난다. 그런 친구가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