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7 18:57
지구 극한점 맞아? 남극 기온, 38.5도 '껑충'…"인류재앙 예고"
저위도의 따뜻하고 습한 바람이 남극 상공 침투…"상상도 못 한 일"
온난화로 빙하·해빙 급격 붕괴…크릴새우·황제펭귄 멸종 우려
남극 브런트빙상 서식지의 황제펭귄들 [Christoper Walton 제공]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남극의 기온이 한때 계절 평균보다 38.5도나 수직 상승한 것으로 관측돼 남극이 지구온난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와 해빙이 급격히 녹는 것은 물론이고, 남극 생태계를 떠받치는 크릴새우가 감소하고 황제펭귄이 치명적인 번식 실패를 겪고 있어 인류와 남극 생태계에 재앙이 닥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남극 콩코르디아 기지의 과학자들은 2022년 3월 18일 남극의 기온이 계절 평균보다 38.6도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이 같은 온도 상승폭은 유례가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빙하학자인 마틴 시거트 액서터대 교수는 "이 분야에서 누구도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전례 없는 일과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남극조사국을 이끄는 마이클 메러디스 교수도 "영하의 기온에서는 이와 같은 엄청난 (온도) 급증을 견딜만하겠지만, 지금 영국에서 40도가 상승한다면 봄날 기온이 50도 이상이 될 것이고 이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극적인 기온 상승이 저위도 지역에서 불어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과거와는 달리 남극 상공 대기권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파악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남극은 지난 2년간 인간이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빠르게 굴복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서쪽 남극의 빙하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고, 남극 대륙 주변 바다에 떠 있는 해빙 역시 급격히 감소 중이다.
호주 태즈메니아대 연구팀은 지난주 기후 저널(Journal of Climate)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극 기후에 남극 생태계와 지구 기후시스템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중요한 전환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거튼 교수도 남극이 지구에서 온난화의 타격을 가장 강하게 받았던 북극을 뒤따르고 있다면서 "북극은 현재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4배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고, 남극 역시 2배나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북극과 남극이 다른 지역보다 큰 타격을 입는 이유는 따뜻해진 바다가 해빙을 녹이기 때문이다. 얼음 아래서 빛을 보지 못하던 바다가 노출되고 태양광이 우주로 반사되지 못하면서 바다가 더욱 가열된다는 것이다.
남극 빙하
[호주 남극기후생태계협력연구센터(ACECRC) 홈페이지]
빙하가 줄어들면 수십 년 안에 상당한 해수면 상승이 예상된다.
기후 변화와 관련한 정부간 협의체는 이번 세기까지 해수면이 0.3∼1.1m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위험이 과소평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극의 생태 역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영국 남극조사국의 케이트 헨드리 교수는 조류(藻類·물속에 사는 식물)가 남극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물고기, 펭귄, 바다표범, 고래 등의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릴새우의 멸종은 남극 먹이사슬의 붕괴는 물론이고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는 요인이다.
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크릴새우는 조류를 먹고 배설하는데, 배설물이 해저로 가라앉으면 탄소를 해저에 가둬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서만 서식하는 황제펭귄도 해빙의 감소로 치명적인 번식 실패를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펭귄은 방수 깃털이 다 자랄 때까지 해빙 위에서 지내야 하는데, 깃털이 자라기도 전에 해빙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온난화 추세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황제펭귄 서식지의 90%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40407042900009
2022/07/26 12:39 [월드&포토]
무서운 속도로 녹아내리는 그린란드 빙하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빙하
(피투픽 AFP=연합뉴스) 7월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 해상에 떠 있는 거대한 빙하가 햇빛 아래서 녹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녹고 있는 그린란드 대륙빙하가 여름이 되자 더 무서운 속도로 흘러내리고 있다.
북극에서 해빙을 측정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걸프스트림 V' 제트기가 이달 중순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灣)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대륙에서 흘러나온 엄청난 물이 해안가 절벽 계곡을 통해 바다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빙하가 녹아 맨땅 드러낸 그린란드
7월 19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의 육지가 빙하 없이 맨땅을 드러냈다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
7월 19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의 일부 육지가 빙하 없이 맨땅을 드러냈다
8월 중순 들어 그린란드 북부의 낮 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높은 16도를 유지하자 대륙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지표면의 물이 거대한 강을 이뤄 해안가로 밀려온 것이다.
북극해에서 녹고 있는 빙하
7월 1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 해상에 떠있는 거대한 빙하가 햇빛을 받아 녹고 있다
바다에 인접한 양지바른 지역은 언제 얼음이 있었냐는 듯 흙빛을 완전히 드러냈다.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바다로 흘러간 물은 총 180억t에 달한다고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는 밝혔다.
하루 평균 60억t의 물이 바다로 들어간 셈이다.
바다에서 녹고 있는 빙하
7월 1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 해상에 떠 있는 거대한 빙하가 햇빛을 받아 녹고 있다
바다로 녹아드는 빙하
7월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 해상에 떠 있는 빙하가 햇빛 아래서 녹고 있다
빙하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린란드가 2019년에 이어 2022년에도 기록적인 빙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19년 여름 폭염으로 녹은 그린란드 얼음은 총 5,860만t으로 추정됐다.
한반도 면적의 2배 정도를 1.25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었다.
바다로 떨어지고 있는 그린란드 빙하 녹은물
7월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에서 빙하 녹은물이 바다로 떨어지고 있다. 북극에서 해빙을 측정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걸프스트림 V' 제트기가 공중에서 촬영했다
북극해에 떠다니는 작은 빙하
7월 1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 해상에 떠 있는 빙하 잔해들
안타깝게도 그린란드의 빙하는 이미 '회복 불가능' 진단을 받았다.
빙하는 여름에 녹고 겨울에 얼지만, 현재의 연간 강설량으로는 여름에 녹는 엄청난 양의 빙하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에 흩어진 빙하
7월 18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해상에 육지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작은 빙하들이 떠다니고 있다
그린란드 해상에 떠 있는 빙하
7월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해상에 빙하들이 떠다니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진은 2020년 논문에서 이런 결론을 내리면서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그린란드 빙하의 붕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극의 빙하가 점점 더 많이 녹아내리는 것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해상에 떠 있는 빙하
7월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피투픽 지역 인근 배핀만 해상에 빙하들이 떠다니고 있다
특히 북극은 다른 지역보다 3배나 빨리 기온이 높아졌는데, 위성으로 해빙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북극해의 얼음 면적 최대치는 10년마다 약 13%씩 줄어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그린란드에서는 강수량도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여름 그린란드 북서부 카아나크 마을은 홍수를 겪었고, 이 지역 빙하 꼭대기에서도 비가 관찰됐다.
맨땅 드러낸 던다스 언덕
7월 15일(현지시간) 빙하가 녹아 맨땅을 드러낸 그린란드 던다스 언덕의 모습
빙하가 녹은 그린란드 배핀만
7월 15일(현지시간) 빙하가 녹아 맨땅을 드러낸 그린란드 배핀만 모습
빙하에 눈이 아닌 비가 내리면 빙하의 표면은 햇빛을 더 잘 흡수하게 되고, 그만큼 해빙 속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은 7.5m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요한 북극에서 홀로 빛나고 있는 거대 빙산을 그저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 /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2072608390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