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적인 대형흥행작들의 개봉 틈바구니 속에서도
영화의 진정성을 갖춘 작은 영화 한편이 개봉을 하였습니다.
문승욱 감독의 '나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장현성씨와 방은진씨가 출연하였으며 몬트리올영화제 대륙 경쟁부문,퀘벡 국제영화제,케랄라 국제영화제,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작으로 상영되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12월중에 부산에서는 부산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으로 있으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기획]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비디오를 보는 남자>
영화 <비디오를 보는 남자>가 11월 28일 개봉한다. 선글라스를 폼나게 걸친 미래의 전사, 장도리를 쥐고 복수심에 불타는 사내, 그리고 천군을 호령하면서 검을 빼어 든 장군 사이에서 기껏해야 비디오 리모컨을 손에 든 ‘비디오 남자’의 모습은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영화, 시사회 반응이 이만저만 뜨거운 게 아니란다. 딱 모양새를 보아하니 ‘작가영화’ 내지는 ‘예술영화’ 같은데, 실상은 폭소가 멈추지 않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라나! 리모컨 버튼으로 풀어본 <비디오를 보는 남자>. 자, 빨리감고 되감고 잠깐정지였다가 또 다시 플레이~
필름 이전에 활자가 있었다!
<비디오를 보는 남자>는 원작이 따로 존재한다. 1994년에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바 있는 임영태 작가가 쓴 동명의 소설이 그것. 한때 비디오 가게를 차려본 경험이 있는 작가가 당시의 기억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소설인 ‘비디오를 보는 남자’는 비디오 가게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주인 남자의 권태롭고 쓸쓸한 일상을 그렸다. 극적인 사건 하나 없으면서도 무척 재미있게 읽히고 은근한 감동도 준다는 것이 독자들의 대체적인 감상평이었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 임영태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된 덕분에 거액의 원작료를 받았으며 그 해에 소설가 생활 10년 중 유일하게 소득세를 내보았다고 한다.
다음은 작가의 짧막한 영화 감상평이다.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는 괜찮은 편이었다. 전에 감독이 중간 편집본을 한번 보여준 적이 있는데, 영화는 정말 편집이 중요하더라. 이번에 최종 편집본을 보니 완성도가 훨씬 좋아졌다. 하긴 소설도 마찬가지긴 하다. 어느 대목을 넣고 빼고 줄이고 늘리느냐에 따라 스토리의 밀도와 전체적인 형상미가 확 달라지는 법이니까.”
복길이가 미스 신이 될 뻔 했다고?
모든 영화엔 캐스팅 뒷얘기가 있게 마련! <비디오를 보는 남자>에도, 물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스 신은 남자 주인공인 ‘비디오 남자’를 향해 당돌하게 애정 공세를 펼치는 깜찍한 캐릭터다. 직업은 술집 여종업원. 약간 푼수끼가 있는,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미스 신을 연기한 여배우는 사현진. 이 생기 넘치는 여배우에겐 미스 신이란 캐릭터가 맞춤옷 같이 퍽 잘 어울린다. 하지만 한때 미스 신 역에 ‘복길이’ 김지영이 물망에 올랐었다는 후문이다. 김지영 본인이 생기발랄한 미스 신 캐릭터에 끌려 꽤 호감을 보였다는 얘기. 여차저차 해서 결국 미스 신은 사현진에게 낙점됐으나, 친근하고 수더분한 복길이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김지영도 멋드러지게 미스 신을 연기했을 것 같다.
붓 대신 메가폰을 잡으셨구려~
<비디오를 보는 남자>는 김학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현재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김학순 감독은 그 이력이 독특하다. 감독은 대학 시절 서양화를 전공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너무 정적이라고 생각한 감독은 보다 동적인 조각으로 관심 분야를 옮겼다. 그렇게 계속 취향을 바꿔 가다가 당도한 것이 바로 영화! 그때부터 감독의 행보는 부쩍 바빠졌다. 필름에 매혹된 감독은 곧장 영화를 배우러 미국으로 향했고 수년간 감독 수업을 받으면서 찬찬히 데뷔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나도 우묵배미의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주무대는 비디오 가게다. 그런 만큼 영화 속에는 우리들도 익히 알고 있는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개중 <우묵배미의 사랑>은 ‘비디오 남자’(장현성 분)가 애착하는 작품. 남자는 애정의 도피 행각을 벌이는 <우묵배미의 사랑>의 남녀 주인공들의 일탈을 동경했는지 모른다. 자신은 정작 그럴 수 없기에. 그리고 비디오 남자가 호감을 갖게 되는 여자 ‘혜정’(방은진 분)이 빌려간 비디오 테이프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 속에서 아내를 얻고 싶다고 말하는 쪽은 설경구가 아니라 전도연이었다. 이 또한 내심 비디오 남자에게 관심이 향하는 혜정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그 밖에 등장하는 영화들이 <올가미> <마누라 죽이기> <물침대> 등등. 비디오 목록들이 언급되는 장면들은 유독 영화 속에서 재미난 장면이다. 직접 확인하시길~
“멀리” 하면 무슨 노래가 생각나세요?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유머는 은근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요새 영화 속에 흔하디 흔하게 등장하는 욕지거리 하나 없이도 웃음보를 어지간히 간지럽힌다. 개중 썰렁한 와중에 웃긴 것이 ‘노래 연상하기’에 관련한 에피소드. 등장 인물들은 멀리, 하면 무슨 노래가 떠오르는가란 질문을 서로 묻고 답하면서 일순간 겸연쩍여지거나 썰렁해진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재미나다. 멀리~ 하면 무슨 노래가 생각나세요? 당신이 구세대인지 신세대인지 그 해답은 영화 속에 있다.
<비디오를 보는 남자>는 방은진의 배우 은퇴작?
<301.302> <산부인과> <수취인불명> 등으로 잘 알려진 방은진은 지적인 여배우의 대명사다. 영화계에서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때마다 사회자로 섭외되는 여배우 1순위 이기도 한 그녀는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 사회를 박중훈과 진행하기도 했다. 1994년 임권택 감독의 <태백산맥>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래 영화와 연극, 방송과 CF를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펼쳐온 방은진은 개봉을 앞둔 <비디오를 보는 남자>의 개봉과 함께 배우 생활을 시한부 은퇴할 예정이다. 현재 <첼로>로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기 때문. <첼로>는 아버지와 딸의 사랑을 그린 서정적인 멜로 영화로 마르시아스 심의 ‘떨림’을 각색한 작품. 이제 배우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 관객을 만나게 될 방은진. 그녀를 향한 영화계의 기대는 사뭇 각별하다.
특별 보너스!
몰라도 영화 보는데 지장 없는, 그러나 알면 재미있는 몇 가지 것들
1. <비디오를 보는 남자>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못지 않은 로맨틱 추리담이다. 비디오 가게 주인인 주인공 남자가 비디오 반납함에서 발신자 불명의 연애 편지를 발견하는 것이 추리의 시작. 남자는 자신을 밝히지 않은채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오는 미지의 여인을 영화 내내 상상하고 추리한다. 진실은... 영화가 끝날때에야 밝혀진다.
2.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여자의 나레이션은 <베를린 천사의 시>의 사운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뭔지 모를 신비감과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를 통해, 김학순 감독은 남자가 기다리는 구원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3. 이 영화에는 주인공 남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그냥 ‘비디오 남자’일 뿐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보면 남자의 이름을 예측할 수 있는 장면이 딱 한번 나온다. ‘받는 사람 임영태’라고 씌어진 편지 봉투가 살짝 카메라에 잡히는 씬. 임영태는 앞서 소개했듯 이 영화의 원작 소설 작가의 이름이다.
4. <비디오를 보는 남자>에는 우연히 사생활이 담겨진 비디오 테이프가 반납함에 들어온다. 주인공 여자는 이 테이프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비디오 가게에 들르게 되는데, 비슷한 영화로 독립장편영화 <너무 많이 본 사나이>가 있다. 다른 점은 테이프 안의 내용이 살인 사건 현장이라는 것.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자신의 살인 장면이 담긴 테이프를 찾기 위해 비디오 가게의 모든 영화를 빌려 보는 과정에서 영화 매니아가 되버리고 만다. 영화의 중독성을 다시한번 실감하게 하는 영화. 이제는 <비디오를 보는 남자>에 중독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첫댓글 군에 있을 때 키노를 통해 텍스트로나마 접했던 작품인데 볼 수 있겠군요 ^^
아..잼 있겠다..낼 보러 가 볼까나..ㅎㅎ
부산에서 개봉했나요?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데..상영관 아시는 분 리플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