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시편 98(97),2ㄱ)
내일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시기를 앞둔 마지막 연중 평일인 오늘 복음 말씀은 마르코가 전한 복음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예수님 앞에 나서며 주님을 따르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는 오늘 복음 말씀을 살펴보기에 앞서 오늘 복음 바로 그 이전의 상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 바로 그 이전의 상황은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다가와 자신이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자신은 율법의 모든 계명을 충실히 지켜왔다고 이야기하자 예수님께서 그 청년에게 가진 것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에게 나누어주라는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갑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은 바로 그 이후 베드로가 예수님께 하는 말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마르 10,28)
부자 청년과는 달리 가진 것이 별로 없는 가난한 어부 베드로 그래서 내세울 것 없는 베드로이지만 그 역시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그가 갖고 있던 모든 것, 그래봐야 배 한 척과 약간의 살림살이가 전부이지만 베드로로서는 자신이 갖고 있던 그 모든 것을 예수님의 뒤를 따르기 위해 모두 버려야만 했습니다. 베드로의 입장에서는 예수님을 위해 부모님과 어부라는 직업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던 작지만 소중한 모든 것을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기꺼이 모두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베드로가 어쩌면 조금은 자만하는 마음으로, 아니면 그런 저를 조금은 알아주십사라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굳이 이 말을 꺼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마르 10,28)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는 내세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 주시며 그가 한 선택과 따름이 아버지 하느님에 의해 꼭 보상 받을 것임을 다음의 말로 약속해 주십니다.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마르 10,30)
여기까지만 했다면 모든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예수님께서는 여기에 하나 더 단서 조항을 붙이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마르 10,31)
베드로는 정말 좋다 말았을 것입니다. 인정해 주시나 싶더니만 돌연 하시는 그 말씀은 베드로의 마음을 들었다 놓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부자청년에게 알려주신,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이어 오늘 복음의 내용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 곧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하느님께 내어 놓는 버림에 더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그리고 우리의 모든 삶을 주관하는 분은 바로 하느님 그 분이시라는 하느님 무조건적인 우선성입니다.
베드로의 마음 안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오만과 자만의 마음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주님께서 그런 나를 알아주시길, 모든 것을 버린 나에게 내세에서의 영원한 생명을 확약해 주시기를 원하는 마음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결정하는 권한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그 분께 있다는 것, 구원의 결정권을 지니게 계신 분은 // 그 모든 것을 이루시는 분은 우리가 무엇을 했다는 사실에 근거해 우리에게 구원을 약속해 주시는 분이 아니시며 오직 선하신 하느님 그 분의 뜻에 온전히 달려 있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독서의 집회서의 말씀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하느님을 향한 믿음의 자세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집회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은혜를 갚는 것이 고운 곡식 제물을 바치는 것이고 자선을 베푸는 것이 찬미의 제사를 바치는 것이다. 악을 멀리하는 것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고 불의를 멀리하는 것이 속죄하는 것이다.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타나지 마라.”(집회 35,3-5)
독서의 집회서의 이 말씀처럼 하느님 앞에 빈손으로 다가갈 것이 아니라 한 손에는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에 대한 자선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악을 멀리하는 불의를 멀리하는 절제를 들고 주님께 다가가려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이 바라고 원하시는 제사는 많은 제물을 바치는 제사가 아닌 내가 직접 실천한 자선과 애덕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오늘 복음의 베드로의 경우에 적용해본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는 사실 자체에 우쭐해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는 삶을 게을리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더 분발하여 온 정신과 마음을 다하여 거룩한 그분의 모습을 닮아 살아가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하느님이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율법을 통한 계명을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아갈 때, 주님이 일러주시는 올바른 길을 걸어간다면 우리는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구원의 얻게 됩니다. 그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을 따르기 위해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 놓을 수 있는 버림, 그리고 그 분을 따를 수 있는 용기, 이에 더하여 그 분이 모든 것을 주관하신다는 하느님 우선성의 그 권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오직 그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 바로 우리의 구원 곧 내세에서의 영원한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이 진리,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받을 은총에 여러분의 모든 희망을 걸고 그 분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으로 기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시편 98(97),2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