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각색 : 유하
원작 : 이만교
촬영 : 박영호
조명 : 정영민
출연 : 감우성, 엄정화
제작 : 싸이더스 / 배급 : 청어람
장르 : 멜로드라마 / 등급 : 18세 관람가 / 시간 : 103분
1. 영화소개
1) 감독: 유하
-1963년 전북 고창 출생.
-세종대 영문과, 동국대 대학원 영화과 졸업.
-1988년 <문예중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무림 일기>(89),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91),
<세상의 모든 저녁>(93),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95),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99) 등.
-산문 <이소룡에 세대를 바친다>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3) 감독
<결혼은, 미친 짓이다>(2002) 감독
<말죽거리 잔혹사>(2003) 감독
◎ 연출 및 각색의 동기:
제 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화제가 됐던 이만교의 소설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된 건 전적으로 유하 감독의 노력이다. 당시 오늘의 작가상 시부문 심사위원이었던 유하 감독은 소설 부문 후보작으로 올라와 있던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짓이다>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도발적으로 화두를 던지고 있는 이 독특한 제목이 마음에 들어 바로 읽었다고 한다. 특히 결혼이란 아이템은 그동안 유하 감독이 관심을 갖고 있던 소재이고, 트리트먼트 구상을 해 온 상태였다. 원고를 읽어보니, 여성 캐릭터가 두 집 살림을 하는 등 불온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 동안은 결혼에 대해 성스러운 면으로만 포장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결혼제도의 문제점을 공론화 시키고 담론을 끌어 낼 수 있는 사회문화적 성숙이 도래했다고 판단, 영화화를 결심했다. 유하 감독은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에게 소설을 읽어보길 권유했고 그 후 싸이더스에서 판권을 구입, 2001년 7월부터 유하 감독이 직접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2)배우:
준영/감우성
그,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NO! 그러나 사랑은 어쩔 수 없으니...
He said…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사는게 가능할까?
이름 : 김준영 l 나이 : 32세 l 직업 : 대학 영문과 강사
Profile
-1970년생. 서울대 미대 졸업
-1991년 MBC탤런트 공채20기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 (2002) 데뷔작
-드라마 MBC <우리들의 천국> <폭풍의 언덕> <산> <예감> <수줍은 연인> <미찌꼬> <사랑해 당신을> <눈으로 말해요>,SBS <메디컬 센터> 등
연희/엄정화
그녀, 결혼도 사랑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슨 일에든 자신 만만한 연희.
She said… 난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어!
이름 : 강연희 l 나이 : 30세 l 직업 : 조명디자이너
Profile
- 1971년생
- 1989년 MBC합창단 출신
- 영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1993)로 데뷔
- 1993년 1집 '눈동자'로 가수 데뷔 및 굿모닝영동(KBS)으로 탤런트 데뷔
- <결혼은, 미친짓이다> (2002)
<싱글즈> (2003)
3) 줄거리
대학강사인 준영과 연희는 맞선을 본다. 준영의 표현대로 할리우드영화처럼 찻집, 극장, 레스토랑 등을 거치며 공식화된 맞선을 진행한다. 그들은 왔다갔다 택시 비용보다 여관비가 더 쌀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다 어느새 여관으로 직행하고, 대화만큼 솔직한 섹스가 이어진다. 그리고 데이트, 잠시 동안의 헤어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가상의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연희의 결혼으로 인해 또 한번 헤어진다. 연희가 웨딩마치를 올린 두 달 뒤, 준영과 연희는 주말부부 행세를 하며 옥탑방에서 또 하나의 살림을 차린다. 거짓말 할 자신이 없어 결혼하지 않는다는 준영과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연희의 만남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2. 영화 분석
1) 상징
◎ 청거북: 준영과 연희 관계의 지속성 암시
* 단서
․ 거북이 한 마리가 없어졌다는 준영의 말에 연희가,
“다섯 마리 다 없어지면 연락하세요.”
말다툼 후 학교로 찾아온 연희의 잘 있었냐는 물음에 준영이가,
“아니. 거북이 언제 죽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지.”
․ 연희와 헤어지기로 한 후 조카집에서 거북이가 두 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고,
“그러니까 잘 돌봐줘야지.”
⇒ 둘 사이의 감정과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임을 암시
◎ 사진: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 매개체
* 단서
․ 여동생의 결혼식 날 가족사진 찍을 때 사라진 준영에 대해서 그의 남동생이,
“갔을거야. 형은 내 결혼식 때도 안 찍었잖아.”
→ 남에게,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진실된 모습 드러내기 싫어하는 준영
․ 연희가 차 안에서 준영에게 자신의 어릴적 사진들을 보여줌
→ 준영에게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함
․ 연희가 준영과 계속 사진을 찍음
→ 서로에게 자신을 열고 그 진실된 모습을 받아들이길 원함
․ 준영이 연희와 헤어지기로 한 후 그녀가 만든 앨범을 처음으로 보며
“사진 속에서는 모두가 행복해 모였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까지 하지 못한 말이 무엇 인지 알 것 같다.”
→ 그 말은 “결혼하자” 였을 것이다. 그것을 뒤늦게 깨달은 준영.
⇒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하는 준영이 영희와 많은 사진을 찍었다는 점은 준영이 자신도 모르 는 사이에 자신을 연희에게 조금씩 열어주고 그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 콩나물 비빔밥: 연희의 소박한 면과 그들의 일상성 상징
* 단서
․ 첫 만남 때 잘하는 음식이 ‘콩나물 비빔밥’이라는 연희의 말에,
“보기보다 소박하시네요.”
→ 준영은 그녀의 소박함을 받아들이지 못함
“넌 경제적 조건 포기 못해.”
“나를 포함해 가난한 녀석들은 빼.”
“지금이라도 호텔로 가는게 좋지 않겠어?”
끝내 콩나물 비빔밥을 먹지 않음
․ 준영이 연희가 만든 콩나물 비비밥을 먹지 않은 것이 헤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됨
→ 옥탑방에서 주말부부 행세를 하며 연극처럼 지내던 그들. 하지만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 인 콩나물 비빔밥의 먹고 안 먹는 문제가 이별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결국 콩나물 비 빔밥은 가상의 공간(옥탑방)에서 살고있는 연극처럼 지내던 그들을 일상적인 현실의 세 계로 나올 수 있도록 깨우치게 하는 역할을 했다.
◎ 그 외의 상징들
* 슬리퍼: 연희와 헤어진 후 현관 앞에 있는 연희의 슬리퍼를 클로즈업
→연희의 부재를 뜻한다.
* 케익: 생일 케잌을 만들어 온 연희를 보며 행복한 준영. 그러나 연희의 남편에게 전화가 오자 실망감․허전함을 느끼며 케잌을 만진다.(클로즈업) 그리고 연희와 케익을 먹으 며 처음으로 연희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 연희 남편에 대한 준영의 질투
* 다리 꼬기: 준영과 연희의 다툼 후에 연희가 학교로 찾아온다. 벤치에 앉아있는 두 사람 을 투샷으로 잡는데, 이때 둘의 다리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꼬아져 있다. 그리 고 대화를 나누던 중 연희의 다리가 풀린다.
→ 다리를 반대방향으로 꼬고 있는 것은 아직 서로가 마음을 다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 희가 다리를 푸는 것은 준영에게 화가 나 있는 감정을 풀고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감을 의미한다.
2) 성격
◎ 준영
① 성에 대해 개방적
․ 연희와 처음 만난 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기다리며
“근데, 택시비나 여관비나 마찬가질 것 같은데......”
․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희에게
“니가 결혼한다면, 그건 일종의 범죄 아니야? 꼭 처녀야만 한다는 얘기가 아냐.”
② 단정적
․ 준영이 연희에 대해 속물적으로 이야기 함.
이에 대해 연희는 “아는 척 하지마.”,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준영과 싸운 후 연희가 “오히려 여자를 보고 재는 것은 자기면서!”
→ 실은 준영이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어떤 사람일 것이다라고 넘겨짚는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③ 결혼에 대해 냉소적
․ 연희 “정말 나하고는 결혼 안할거야?
준영 “아니. 그 누구하고도. 거짓말하면서 살 자신 없거든.”
․ 준영이 만들어 준 커피를 마시던 연희가, 만약 결혼을 했다면 이렇게 커피 만들어 줄 거 냐는 질문에,
“그런거 하기 싫어서 결혼 안 하는거야. 커피 만들어 주고 설거지하는 걸로 사랑한다 안 한다 싸우게 되니까.”
④ 소심한 성격
․ 연희와 싸운 후 먼저 연락하기보다는, 친구 결혼식에서 연희와 자연히 만나게 되기를 기 다림
◎ 연희
① 적극적
․ 준영과 KFC 앞에서 처음 만나고 찻집으로 가는 모습에서 준영보다 앞장서서 당당히 먼 저 걸어가고, 준영이 그런 연희의 뒤를 따름.
․ 처음 만난 날, 준영이 여관 이야기를 꺼내자
“어차피 들어가면 곯아떨어질 것 같은데... 여관비나 택시비나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 첫 만남을 가진 후부터 항상 먼저 연락함
․ 준영이 독립하도록 경제적으로 도와줌
․ 준영과 관계를 가질 때, 그리고 관계를 가지는 도중에 항상 먼저 요구함
“하러 갈래”,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 “벗겨줘.”, “안에다 하지마.”
② 소박함
․ 제일 잘 하는 음식 “콩나물 비빔밥.”
․ 준영과 여행을 가서도 민박집에 만족하면서 잘 지냄
③ 전통적인 여성상 (진실일수도, 가식일수도 있다.)
․ 연희가 사진 속에서 추구했던 모습들.
․ 준영 어머니 병실에 가서 다소곳하게 있는 모습들.
3) 카메라
극단적인 하이나 로우 앵글은 없었고 대부분이 아이레벨이었다. 또 눈에 띄는 카메라 워킹도 없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편집했다. 그들의 '미친 짓'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지켜보도록 하는 효과를 준 것이다. 즉,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관객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유도했다.
이 영화에서는 대사가 내용 전달을 위해 중요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 장면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오버 더 숄더샷’이 많이 사용되었다. 일상적인 모습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하는 오버 더 숄더샷을 많이 사용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또 한편으론 인물의 대사를 많이 사용해 연극적인 분위기로 이끌어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이야기에 거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4) 조명
특별히 눈에 띄는 조명 사용은 없었다. 일상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연광과 비슷한 조명 사용했다. 정사씬에서는 적당히 어둡게, 여행씬에서는 적당히 밝게 만들었다.
5) 음향
음향 부분에 있어서 한가지 특이한 부분은,
연희가 자신의 남편 얼굴의 점에 대해서 커피숍에서 이야기 할 때, 잠시 카메라가 그 둘을 하이앵글로 잡은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그 주위의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대화하는 모습이 들어가 있는데,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주 컸다는 점이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대화를 하고 있을 때엔 그 주변의 사운드를 죽이는 것이 보통이나, 이 영화에선 주변 사람들의 대화소리, 웃음소리를 그대로 두고 그와 함께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정석이라고 생각하던 음향의 영화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일상성을 강조하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6) 장면전환: Fade In/Out
시간의 변화와 함께 인물들의 감정 변화까지도 표현하는 장면 전환 기법으로 사용되었다. 관객이 보기에 한 박자 쉬고 가는 느낌이어서 관객이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는 것 막는 장치의 역할을 했다. 관객이 인물들의 대화․행동을 엿듣고 엿보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7) 배우의 연기
◎ 감우성
감우성은 그 동안 텔레비전에서 늘 사람 좋고 약간은 멍청한 인물로 나왔다. 그리고 그가 맡아왔던 이런 배역의 이미지가 ‘감우성’의 이미지고 굳혀왔다. 그러나 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연기변신을 자연스럽게 잘 소화했다. 행동이나 표정․대사도 튀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배우들만이 짓는 약간의 과장된 표정이 아닌 절제된 표정과 행동으로 일상성 강조했다. 그는 이 영화로 MBC 제1회 영화제에서 신인 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엄정화
그동안 가수로 과감한 의상과 춤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엄정화. 93년 영화 데뷔 후 좀처럼 스크린 진출을 하지 않던 그녀가 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연희’역을 하면서 그녀 또한 감우성과 마찬가지로 ‘절제’와 ‘자연스러움’을 통해 영화의 ‘일상성’을 잘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