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성군에 대한 글은 가끔 쓰는데 영표군에 대한 이야기를 쓴건 처음이군요. 물론 모든 것이 그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왠지 괜히 영표군에게 미안..-_-;;
제가 요즘 직장인을 대상으로한 모축구대회 우리회사 축구팀 감독이라는 걸 하면서(-_-).. 수비수들에게 누누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비수는 뒤에도 눈이 달려야 한다.."
혹시 축구를 해보신 분, 특히 수비쪽 포지션을 경험하신 분들은 이 말을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축구를 하다보면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 가장 짜증나는 선수는 "수비 뒷공간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공을 가지지 않는 놈" 입니다. 잠깐 그 녀석의 움직임을 노치고 있으면 어느샌가 뒤로 돌아 들어가 일을 내곤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상대 수비에게 가장 위협적인 놈은 드리블을 잘하거나 골을 잘 넣는 놈보다도 계속 움직이면서 수비 뒷 공간을 알짱거리는 놈입니다. 우리나라 국대에서 그런 플레이가 좋은 선수는 박지성, 이동국, 차두리.." 그런 놈들을 막으려면 정말 뒤에도 눈이 달려야 합니다.
어떻게 뒤에 눈을 달고 있냐?.. 모든 오감을 곤두 세우고 뒤에서 움직이는 바람소리, 그리고 앞을 보지만 뒤로 돌아 들어가는 어지러운 그림자를 주시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뒤에 뭔가 움직이는 스산한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수비수가 경기장 안에 있는 모든 시간 동안 온 신경을 사방으로 분산시키면서 끊임없이 상대방의 어지러운 움직임에 집중을 해야만 합니다.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 조차도 말입니다.
이런 공격수가 있으면 상대 수비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런 공격수가 많으면 상대 수비는 그 만큼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합니다. 따라서 쉽게 지치죠.
그래서 제가 얼마전 올린 칼럼에.. 설기현-이동국-차두리 3톱에 박지성 공미하면 어떨까 했던 의견을 올린 것도 그런 맥락에서 였습니다. 일단 전반에 수비를 확실하게 지치게 하고 후반에 득점력 좋은 선수로 교체 카운터.. 아~! 이동국..쓰벌..-_-;;..
EPL 최고의 래프트백 이영표.
내가 이런 생각을 확신으로 가져가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로 첼시전..
비록 첼시에서는 기라성같은 선수 틈에서 약간 뒤로 밀려나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무시 할 수없는 "숀라이트 필립스" 그가 토튼햄전에서 영표군의 오버래핑을 하는 틈을 노려 잠시 반짝했던 초반.. 영표군이 작정하고 수비모드로 전환하자 곧 그는 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이 잊혀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숀라이트필립스가 영표군에게 공을 뺏기는 순간 토튼햄 공격의 시발점이 되면서, 그날 영표군은 수비 뿐만 아니라 수비는 공격의 시작이라는 단순한 개념에 아주 충실한 위협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결국 영표군 한명에 첼시 오른쪽은 공격진과 수비진 모두에게 과부하가 걸려 버리게 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리하여 결국 마케형님이 직접 영표군을 상대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이동 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무감독은 어쩔 수없이 공격수인 숀라이트 필립스를 빼고 왼쪽에 에시앙을 투입 할 수밖에 없는 전술적 변화를 감행 한 것이다. 결국 그것은 영표군 때문에 오른쪽 공격 포기 선언이고, 일단 영표군을 막으려고 2중 수비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날 무시무시한 첼시 한쪽 측면을 쓸어버린 영표군에게 내려진 평점 6점. 그 평점을 내린 놈은 영표군에 지워진 숀라이트 필립스의 팬으로써, 그를 지워버린 영표군에게 앙심을 품고서 경기 후 술먹고 발로 기사를 쓴 녀석이거나, 숫자 6과 9를 분별할 수없는 "숫자난독증"이 있는 정신적 장애인일 것이라 생각된다
.
무감독과 퍼거슨의 차이.
영표군의 스타일을 보면, 무시무시한 떡대로 들이미는 녀석들에게 약한 단점이 있다. 어쩔 수없는 영표군의 피지컬적 단점인데, 나름대로 많은 보완을 하고 있지만, 그런 녀석이 영표군에게 달려들 경우 킹과 위치를 변화하면는 팀플레이로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좀더 보완 할 것이냐라는 것이 그의 남겨진 과재일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체격으로 EPL을 주름잡는 네빌의 플레이를 연구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영표군의 아주 좋은 먹이감은 개인기와 스피드로 승부하는 녀석이다. 무감독의 판단 미스는 바로 이점이다. 영표에게 스피드를 이용한 개인기가 특기이며 게다가 영표군에게 몸싸움조차 밀리는 숀라이트필립스를 대결 시킬 생각을 했다는 것. 결국 그의 판단 미스는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오른쪽 라인의 초토화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그러나 퍼거슨은 달랐다.
그 동안 즐겨 써먹었던 좌지성 우날도 라인을 좌날도 우지성으로의 변경.
난 경기가 시작되고 이 뒤바낀 라인을 보자마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런 능청스런 할아버지.. 그 동안 할아버지의 용병술과 전술을 지켜보면서 당연히 그럴 것이다라는 예상이 맞았다는 쾌감 이랄까?
영표에게는 딱 안성맞춤인 스피드와 개인기를 주무기로 하는 날도를 좌측으로 돌리고, 수비력과 공간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이 좋은 지성을 영표와 대결 시킨 퍼기옹의 센스를 볼 수가 있었다.
토튼햄의 과제 - 수비수는 뒤에도 눈을 달고 있어라.
어제의 경기.. 확실히 토튼햄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경기였다. 만약 어제 두 번째 골의 원인을 영표군의 실수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앞으로도 토튼햄은 계속 그런 어이없는 골을 상대에게 헌납할 것이다.
어제 경기 2번째 골이 나왔던 상황을 되집어보자.
지성군을 따돌리고 공을 중앙으로 돌리면서 나왔는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짐승 한 마리.. 과연 영표군만의 실수였을까?
그림을 보자..
깊은 밤 숲속에서 바쁜 걸음을 가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에 왠 포악스럽게 생긴 맷돼지 한마리가 튀어나왔다고 생각해 보자. 순간 정신이 아찔 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여유롭게 공을 몰고 가는 순간 갑자기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짐승을 보고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결국 뒤에 달렸던 영표선수의 눈이 잠시 감긴 순간.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달려든 지성.
결국 그 순간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한 영표군의 실수가 골 헌납의 결정적인 역할이기는 하지만, 위험 지역 한 가운데 버티고 있던 그 위험한 짐승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나머지 수비수는 과연 잘못이 없었을까?
공간을 돌아 들어가는 루니의 모습을 여유롭게 구경만 하고 있었던 센터백들도 어제 두 번째 골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인식해야만 한다.
바로 수비라인의 집중력 부족..
꼭 어느 누구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수비라인의 집중력 부족은 토튼햄의 어제 오늘이 아니다. 특히 스톨테리의 경우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체적인 플레이를 보면 충분히 좋은 선수이지만,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그의 활약이 지워진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어떤 경기였는지 기억이 가물한데.. 하여간 전체적으로 공수에 엄청난 활약을 보였지만, 경기 막바지에 상대에게 딱 한번 몸싸움에서 밀리며 골을 허용했던 모습.. 어리버리하게 갈라스에게 패스한 첼시전..
사실 스톨테리 뿐만 아니다. 포백라인 전체와 케릭과 제나스등의 수비형 미드필더들.. 즉 수비를 주임무로 하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순간 집중력이 저하되는 타이밍이 너무 많이 노출 된다.
어제 첫번째 골도 두번째 골도 상대 뒷공간을 파고드는 선수를 주시하지 못했던, 즉 잠시도 감지 말아야할 뒤통수에 달려있는 눈을 잠시 감아 버렸던 모든 수비수들 그 모두가 그 책임을 같이 느껴야만 한다.
침착함과 영리함이 돋보이는 영표선수 그나마 토튼햄 수비라인 중 가장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의 실수이기에 욜감독이나 토튼햄 팬들의 안타까움과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실수는 한다. 어이가 없고 결정적이었으나..
업사이드 위치에 나 홀로 있던 외계인 앙리에게 백패스를 했던 제라드 보다는 덜 황당하지 않은가..
가끔은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다라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도 팬으로써 같은 인간으로써의 아름다움이리라..
PS.. 갑자기 생각난 이번 시즌 EPL의 황당사건..
1. 제라드의 백패스
2. 경기 중 심판 교체..
3. 후반 시작 33초후 입장한 로벤..
첫댓글 ps 3번에 로밴 오타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수비수로써 공감가는 말도 많았고요
고쳤습니다. 외래어는 그냥 봐주세요..^^
정말 좋은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자주 올려주세요..ㅎㅎㅎ
영표형이 수비에 돌입했을때 보여주는 엄청난 수비력을 보고 있자면 토트넘에서 영표형이 치고 나갔을때 얼마나 백업이 안되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최고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제대로된 수비형 미들이 영입되길 바랍니다.
수비는 귀통수에도 눈이 있어야 한다 ㅋㅋㅋ 그럼 눈이 세개 괴물이 되어야 축구를 잘 한단 말인가?!!! ㅎㅎㅎ잘 읽었습니다.
글 잘봤습니다.. ^^
글 잘 봤습니다만...2번째골은 루니의 움직임이 좋았다고 할 수있을지언정 토튼햄 수비의 실책은 아닙니다..;; 당연히 거둬낼수있을 공이었고 그래서 토튼햄 수비입장에서는 조율모드, 지역방어에 들어간거죠. 코너킥상황에서나 딱 달라붙는 대인마크가 가능한거지 저런 상황에서까지 따라붙으라는건 지구인의 체력을 너무
과대평가 하신듯합니다. ^^;; 저건 두말할 필요없는 (안타깝지만...)영표형의 실수입니다. 지금 보이는 캡쳐 전에도 거둬낼 기회가 있었죠. 그떄 확실하게 처리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루니가 수비 뒤로 돌아들어가는데 노친것이 잘못이 아니라니요? 특히나 위험지역에서.. 저런 상황에서는 지쳐 쓰러지더라도 붙어줘야 합니다. 조기 축구에서도 저런 선수 조심하라고 강조를 하는데.. 하물며 프로에서??
그리고 제가 이야기 했지만 영표선수 실수가 가장 큽니다. 하지만 영표선수 실수에 가려진 다른 부분들을 간과한다면 않된다는 것이 이글의 요지 입니다.
이영표선수 혼자만의 실수는 아니라는 요지겠죠, 그 시발점이 센터백 자신의 주책임이 아니라고 해도 다른 수비수가 마크하겠지 하며 상대선수를 놓친것도 충분히 실수로 받아들일수 있는 문제인것 같은데요.
저도 팀에서 센터백을 맡고 있습니다만, 페널티 에이리어 근처에서는 아무리 안전한 상황이라도 상대 선수의 움직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정말 공이라는 건 어디로 갈지 모르는 거고 실수라는 것도 분명히 있으니까 늘 준비를 해야되지요.
루니는 지성이 타이트하게 붙으니까 직감적으로 골문을 향했습니다. 이래서 루니에게 킬러본능이 있다고 하는 거지요. 루니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습니다. 혹시 공이 자기 쪽으로 오면 완벽한 찬스를 잡는거고 영표가 걷어내면 뭐 할 수 없는거고... 반면 토트넘 센터백들은 너무도 안일했습니다.
위에 어떤 분이 수비수들 체력보완 측면에서 얘기하셨는데 상대 선수, 그것도 '괴물'같은 선수가 골문으로 가는데 체력을 안배하고 있습니까? 게다가 영표가 중앙으로 들어오고 있고 뒤에 지성이 따라붙고 있는 상황인데. 한 명이 루니를 커버하고 나머지 한 명이 영표와 루니 사이의 길목을 차단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