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와 쿠사마 야요이의 아트 섬 '나오시마'
다카마츠항에서 페리를 이용하여 나오시마항에 도착하면 빨간 호박 (쿠사마 야요이 작) 작품이 마중을 나 온 듯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빛바랜 집들이 예술가들에 의해 현대작품으로 재탄생한 이에(집)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안도 타다오의 베넷세 하우스를 비롯해 바다를 캠퍼스 삼아 그린 듯 아름다운 미술관들이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일본의 아트 섬 ‘나오시마’ -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현대 아트의 성지
나오시마는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던 세토내해의 투박한 섬이었다고 합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 받았던 낯선 섬에 예술인들의 손길이 닿은 것은 일본의 깨어 있는 교육기업 베네세그룹 회장이 청소년을 위한 수련관을 만들 계획으로 나오시마 섬의 반을 사면서부터였다. 그러나 회장은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대신 그 아들(베넷세 홀딩스)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섬도 살고 기업에 이익도 창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지인이었던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손을잡았다. 여기에 섬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까지 힘입어 나오시마는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멋지게 변신을 하게 된다.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외딴 섬마을이었던 나오시마가 아트섬으로 바뀌면서 한 해 수십만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가가와현의 새로운 명물이 되었다.
아트섬 나오시마에서 만나는 예술가 3인의 이야기
나오시마는 볼 거리가 워낙 많은 곳이기 때문에 미리 보고 싶은 미술관이나 장소를 정하고 계획적으로 둘러보는 것이 좋다. 미술관마다 입장료를 일일이 내는 방법도 있지만 7개의 아트하우스는 티켓 한 장이면 두루 관람할 수 있어 좋다.
1. 땡땡이 무늬에 미친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호박
쿠사마 야요이라는 작가는 노란 호박과 빨간 호박의 조형물에 땡땡이 무늬를 그린 작품을 나오시마에 남겼다. 이 작가는 호박 작품만 전문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쿠사마 야요이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로 화가이자 소설가다. 32년째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아가며 작업을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열살 때부터 물방울이나 그물을 모티브로 그림을 그려 '땡땡이 무늬에 미친 작가'라는 별칭도 있다. 그의 대표작인 1990년대 2000년대 작업한 그의 '호박' 시리즈는 희망에 대한 욕구를 물방울 점화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물방울 무늬가 알알이 박힌 호박의 질감이 환상적이다.
2. 빛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지중 미술관과 베넷세 하우스
가장 유명한 미술관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지중 미술관이다. 2000년대 중반 설립된 지중 미술관은 땅 속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바깥에서 보다 안에서 봐야 제 멋을 알 수 있다는 안도 타다오 특유의 건축의 멋! 그리고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겠다는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숨겨진 공간에서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들은 빛과 어우러져 현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작가들과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작품 각각의 매력을 가장 잘 감상 할 수 있는 설계를 했다고 한다. 장내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은 없지만, 살면서 한 번쯤 꼭 가 볼만한 곳이라 추천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우환 미술관'이 있다.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 이우환과 안도 타다오 두사람의 콜라보레이션을 담은 미술관이다.
그 외에도 베넷세하우스와 호텔은 고즈넉한 해변에 위치해 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숙소, 미술관 등은 바다를 캔버스 삼아 세네토해를 내려다보는 각별한 전망이 아름답다. 건물 안팎에는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베넷세 호텔에서는 작품들을 바라보며 그윽하게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답니다.
3. 나오시마 섬 사람들은 모두 예술가! 이에 프로젝트
나오시마 섬에 자리한 100년 넘은 오래된 빈 집과 염전창고에도 현대미술의 숨결이 녹아들었다. 바로 이에(집) 프로젝트다. 작품들에는 예술가의 손길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흔적이 묻어난다.
포구 앞 목욕탕인 '나오시마 센토 아이러브유' 역시 실제 공중목욕탕을 개조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다시 꾸며져 있었다. 일본 각지의 물품들이 벽을 가득 채워 흥미로운 모습이다. 일상 속에서 예술과 마주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나오시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