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트레일러가 아직은 부담스럽습니다.
익숙해지기도 할 겸
남해안을 발길따라 편안한 마음으로 돌기로 하고 여행을 떠납니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한가하게 운전하다 첫 잠을 낙안 민속마을에서 자기로 합니다.
휴양림의 계곡이 아기자기한 낙안 민속마을 휴양림에 도착합니다.
텐트 칠 공간이 아주 적어 우리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며
직원이 우리를 한가하고 깨끗한 한 주차장으로 안내합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현장을 살피고 있는 이 짧은 시간에도 작은딸은 책을 읽습니다.
우리집 규율이 달리는 차 안에서의 독서가 '금지'다 보니
차가 멈춰 있는 이 조각 시간도 아까운가 봅니다.
아주 푹 빠졌습니다.
관리자에게 물으니 전기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해 배터리를 사용했고
사용 허락을 받은 물만 호스를 이용해 마음 편히 사용했습니다.
화장실에 전기 콘센트가 전혀 없습니다.
저녁이라 햇빛도 잔잔해 주차장에 깔린 파쇄석위에 의자를 놓고 편안한 쉼을 합니다.
다음 날
휴양림과는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옛 마을을 구경합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위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초가 지붕들이 정겹습니다.
두 딸은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말에 더 놀라워합니다.
입구에서 받아 온 지도를 참고삼아 딸들이 원하는 곳을 둘러보는데 어찌나 발이 아프던지
불편한 신발을 신고 온 센스없는 저는 마침내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걸었습니다.
성곽 밖에 주인이 매어두고 간 말이 한 필 있었습니다.
푸른 잎을 맛있게 뜯어 먹느라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는 것을 염두해 두지 않습니다.
말을 유난히 좋아하는 둘째딸은 말을 보자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양
어쩔 줄 모릅니다.
말한테 가보자고..
마음은 이미 말한테 갔을텐데.
사진을 찍으려 하면 얼굴을 가리고 도망가는 딸이 쑥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자진해 이런 포즈를 취합니다.
사진으로나마 남겨 위안을 하려나 봅니다.
떡방아를 체험하고 시식떡도 한 번 집어먹은 후 낙안 민속마을을 나와
다음 목표인 해남 땅끝마을로 향합니다.
트레일러 면허가 있는 남편만이 운전을 하다보니 운전을 도와줄 수 없어
긴 코스를 운전해 가는 남편의 얼굴에 힘들어하는 빛이 역력해
마음이 아픕니다.
다음 코스인 해남 땅끝마을을 향해 가며 이곳저곳 기웃기웃
마치 유랑자처럼 길을 갑니다.
그렇게 해남 땅끝 리조트에 도착합니다.
수많은 각양각색의 텐트속에 노란색 스노픽 텐트도 몇 동 보이는데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캠핑장 위치와 오토 캠핑장의 깔끔함이 아주 맘에 듭니다.
물을 싫어하는 우리는 해수욕장 근처에도 가지 않겠지만
개구쟁이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을 하며 휴가를 즐기기에는
안성마춤인 곳입니다.
오백원짜리 두 개를 넣고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세탁기와 온수 샤워시설도 있습니다.
편안하게 쉬려는 마음으로
방화동만 주로 가던 우리로서는
이렇게 좋은 시설이 우리 주변에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습니다.
안내인의 안내를 받아 카라반 싸이트에 자리를 잡고
운전하느라 힘든 남편을 위해 이곳에서 이틀을 지내기로 하니
미안했던 마음도 다소 덜어집니다.
에어컨 가동 된 실내에서
그리고 자연 바람이 살랑대는 바깥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하루 2만원의 캠핑 비용이 아깝지 않습니다.
편안한 잠을 자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위해 가져 온 빵을 더치오븐에 바삭하게 굽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발가락? 냄새나는 치즈와 슬라이스 햄을 빵 사이에 넣어
싸구려 맥심 봉지커피와 함께 먹습니다.
식사도 했으니 트레일러는 그곳에 두고 주변을 두루두루 돌아 다닙니다.
차에 꼬리를 매달고 있어 이동이나 주차는 약간 불편하지만
집을 지어두고 잠깐 외출할 때 트레일러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둘째딸이 원해 자연사 박물관을 관람하는데 참 신기하고 진기한 게 많습니다.
빨간 물고기가 헤엄치는 연못앞에 선 둘째딸은
자신이 외교관이 되면 집에 이런 연못을 만들겠다고 말하고
그걸 듣는 엄마는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는 아이의 큰 마음이 느껴져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요새 섬은 육지와 연결 된 다리가 놓여 있어 드나드는 게 쉽습니다.
점심식사는 완도로 가 회를 먹기로 합니다.
주문한 회를 준비하는 잠깐 사이에도 두 자매의 머리 맞대기는 계속됩니다.
공통분모가 많아 일곱살의 나이차이가 안 느껴질만큼 사이가 가깝습니다.
서로 싸우는 일도 없습니다.
참치의 일종인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쫄깃하고 맛있었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언젠가 횟집에 갔는데 회를 먹지 않아 전혀 손대지 않은 딸들 때문에
회갑상처럼 한 상 가득 거하게 받은 음식을 우리 둘이서만 꾸역꾸역 먹다 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아이들이 비록 먹는 양은 적어도 먹어주기는 하니 참 고맙습니다.
큰딸은 식사 후 밖에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맛을 벌써 압니다.
종류 불문하고 커피 좋아하는 우리를 닮아
식사 후 당연하다는 듯 커피를 마셔 건강이 쬐끔 걱정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의 소중함을 알고 그런 모든것에 감사할 줄 안다면
마음이 행복하고...
그래서 몸도 건강할겁니다.
선착장에 도착한 배로부터 분주히 뭔가를 나르는 사람들이 보이기에 궁금해 가 보니
물고기의 경매가 한창입니다.
알 수 없는 말로 순식간에 경매가 이루어지고 낙찰받은 상인들은 또 어디론가 물고기를 옮깁니다.
뒤집어져 드러난 이것들의 얼굴 표정이 참 예뻐서 베시시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최남단 해남 땅끝의 명성답게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먼 바다를 바라보면 시름도 잠시 잊을 수 있을겁니다.
평화롭고 넓은 게 마음이 다 시원해집니다.
바다가 그게 그거지 이런 보잘것 없는 걸 뭐가 좋다고 보라고 하는지
입이 좀 나온 둘째딸이 상념에 잠겨 있습니다.
그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 아빠는 관심을 끌어 전망을 보게 하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햇살이 따가우니 모자를 쓰라해도 이젠 야외활동이 익숙해 햇빛에 타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한사코 모자 쓰기를 거부합니다.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고 느끼게 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큰딸은 압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참고 웃습니다.
하지만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딸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하늘을 향해 들고 있는 저 팔이 언제까지고 우릴 지켜줄 수 있도록
건강하길 바랍니다.
첫댓글 차와 트레일러.. 전부 바꼈네요 즐감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마침 차를 바꾸려던 참이어서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저질렀는데 지금 마구 허리가 휘고 있습니다.ㅎㅎ
후기를 보니 시원해집니다.........저도 얼렁 캠핑카가 도착해야 하는데...^^
캠핑카를 주문하고 기다리시나 보군요. 축하합니다.
방어회같기도하구....새트레일러 영입을 축하드립니다...멋진 오스님과~~기쁜 추억 많이 만드세요~~~
어떻게 사진상으로 보이는 속살만 보고도 무슨 생선인지 아시는지... 신기합니다.^^
두분 따님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셨네요 앞으로도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캠핑하시길...^^
참치류는 아니구요^^..방어회 맞네요 일명 히라스...ㅎㅎ
그렇군요. 이제부터는 이름이랑 모양도 익혀둬야겠어요. 먹기만 하고 이름도 몰라 창피합니다.
참 행복해 보이시네요...아빠의 고생이 있어야만 되겠지만요.. 후기 잘보고 갑니다`~~
텐트도 그렇지만 특히 캠핑카류는 마치 집을 돌보는 듯한 아빠의 관심과 보호가 있어야만 가족이 편리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겠더라구요. 팩 박는 일만 안 했지 더 신경쓰이지 않나 싶네요.
지름신의 끝인가요? 큰따님이 귀국하셧나보네요? 귀헌 방어회 입만만 쩝.....늘건강하시고 즐캠하세요.
감사합니다. 다음엔 다른거라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해 봐야겠네요.^^ 저희끼리만 먹고는 사진올려 약올리는 것 같아서...
14일에 출발 하신거 맞죠?~ 그날 죽림 온천부근에서 지나가시는거 본거 같은데 오후~ 5시경 정도에~ ^^
이젠 몰래 다니지도 못하겠어요.ㅎㅎ
새집장만 축하합니다... 낙안민속촌 다녀오셨군요... 즐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카 추카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아요. 현주도 방학이라 귀국했군요. 현민이도 여전히 잘있고 사진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건강해 보여서 반가워요. 현주의 미모가 일취월장하고 있군요. 우리딸도 이렇게 예뻐져야 할텐데.,, 우리 가족은 광복절 맞이 강원도 2박3일 여햏했어요. 16년만에 다시 찾은 강원도 역시 볼것도 많고 먹을것(?)도 많고... 운전도 9시간씩 하고 아직도 차타고 있는듯 뇌가 제자리를 못찾은것 같아요....
그랬군요. 건강한 모습으로 캠핑하는 오토캠핑 가족의 일원이 된 게 참 보기좋습니다.
규율이 저와도 같군요....! 트레일러 부럽습니다....'
차에서 책 보는 게 눈에 많이 안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낙안읍성을 다녀오셨구만요~ 작년 전국투어때 내가 있었던 바로 그곳에 사이트를 구축하셨고...아마도 1박에 4000원? ㅎㅎ 매표소 소장과 직원들 통닭 두마리로 비공식 전기 끌어 사용했었구요~!!! 아뭏튼 작년엔 그곳에서 천관산휴양림으로 가기전까지 사나흘 잘 쉬었었답니다~!!! 어제보니 오사장님이 콤패스 를 청평으로 끌고 오시는것 같던데... 언제고 울막내 데리고 인사드리러 함 가겠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역시 반달곰님...^^ 저희는 어찌 그런 요령이 없을까요ㅠㅠ 전기가 없으니 영 불안하더라구요. 그바람에 최대한 전기 아껴쓰느라 그날 이후 흰머리 몇개 더 늘었을겁니다.
사이좋은 두 따님! 부럽습니다. 인생에 블루칩이 딸이라는데 전 눈만뜨면 싸우는 아들만 둘입니다.ㅎㅎ
조금만 기다리세요. 예쁜 두 며느님이 생길텐데요.뭘^^
아이들이 이젠 머리가크서 친구들을 더 좋아할때죠...여유로운시간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