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튜브 서핑 중 우연히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님의 강연 영상을 찾아 보게 됐습니다.
1986년 중앙대에서 강연하신 것인데, 아! 그러고 보니 벌써 30년이 지났네요. 지금 다시 들어도 참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나시스 차남 리바노스한테 얘길했습니다. 사실 참 그, 지금 생각해도 한심한 얘기죠. 우리가 뭐 조선소가 있으면서 배를 팔겠다는 게 아니구, 그 오만분지 일 지도, 그 다음에는 그 조선소 짓겠다는 백사장 사진, 그걸 들구 가서 당신이 배를 사주면은, 아주 얘기가 구구하고 길죠. 배를 사주면은 사줬다는 증명을 가지고 영국 정부에 승인을 받아서, 영국 정부에서 차관을 얻어서 기계를 뭐 사들이고 그래서 여기다 조선소를 지어서 네 배를 맨들어 줄테니까 사라 이런 얘기죠 (장내 웃음)"
현대그룹 TV 광고나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올린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유독 1986년 중앙대 강연만을 자료 화면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타 대학들에서도 강연을 많이 하셨을 텐데, 왕회장님의 소탈함과 추진력이 가장 잘 드러난 강연이여서였는지 아니면, 중앙대를 제외한 이른바 속칭 일류대학들은 왕회장님을 초청치 않아서였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1988년 5공 청문회 때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당시 13대 초선의원)의 질문에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속생각까지 털어놓아 당시 질문자는 물론 청문회장 내에 잠시 웃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의원 "질문하는 요지는요, 왜 그 돈문제가 아니라면, 진작부터 시류에 순응한다는 것이 단지 돈 문제에 국한된 것이라면, 진작부터 6.29 선언이 있기 이전부터 왜 증인은 바른 말씀을 하시지 않았는가 하는 점에 관해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정주영 회장 "그래서 그건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기자들한테 발표한 것은, 우리는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노 "전경련은 법률이나 금융정책이나 조세정책, 또는 토지정책 등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 정부나 의회나 정당을 상대로 교섭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까?"
정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의회 정치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주로 정부를 상대로 했습니다."
노 "정부를 주로 상대했습니까?"
정 "네"
노 "그거야 그렇지요. 칼자루를 정부가 오로지 쥐고 있고 ( 정 "예, 그렇습니다" ) 의회 이거야 바지저고리였으니까요"
정"뭐 여지껀 그랬습니다"
(장내 웃음)
두 분 모두 다 그립네요...
몇년 전 부산 국립해양박물관을 둘러 보고서 아쉬운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한국 조선 발달 과정에 있어서 고 정주영 회장님의 울산 현대조선소 건설 일화가 소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눈에 보여지는 각종 첨단 선박, 거대한 조선소의 축소 모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울산만 허허벌판 백사장에서 출발해서 세계 1위 한국 조선을 만들었던,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자신감, 추진력, 정신적인 유산들이 오히려 물질적 유산보다도 미래 세대에게 가르치고 물려줘야 할 것이 아닌가.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유명한 '오백원짜리 지폐' 일화의 시기와 장소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강연에서나 『정주영 - 실록 기업소설』 (1984) 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1991)에도 오백원 지폐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백사장 사진, 오만 분의 1 지도, 빌린 유조선 설계도는 언급되는데 유명한 오백원 지폐는 분명한 출처 없이 그냥 널리 퍼진 정설처럼 되어 있습니다. 마치, 고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서 파독 광부, 간호사들을 만나 오열했다는, 후대에 조작된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서 - 정주영 자서전』(1998) 은 아직 읽어 보지 않았는데 앞서 출판된 책들에 언급되지 않은 일화가 뒤에 출판된 책에 실렸다면 신빙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갑작스레 발견된 고고학 유물에 바탕을 둔 것도 아니고 이미 몇 번 출판된 개인의 기억을 정리한 자서전이라면 역사적 사실이 아님에도 해당 인물의 업적을 높이기 위해 후대에 윤색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 아산병원 신관 1층에 마련된 아산 정주영 회장님을 기리는 아산기념전시실에는 투자전문회사 '애플도어'를 방문했을 때, 정 회장님이 500원 지폐를 꺼냈다는 설명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버클레이 은행 부총재를 만났을 때와 그리스 선박왕 리바노스를 만났을 때의 상황 묘사는 정작 유튜브에 나오는 정 회장님 당신의 실제 설명과는 다릅니다.
500원 지폐 일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아무쪼록 정확한 정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알고 계시면 댓글이라도 달아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전시실을 설치한 아산기념재단에 한번 문의해 봐야 겠습니다. 제대로 답변을 받게 되면 추가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ㅋㅋ
그나저나 현대 상선 컨테이너 부문은 '2M 동맹'에 합류하는 건가요? 머스크 라인이 현대상선 합병을 염두에 두고 내린 포석이란 분석이 있던데, 그럼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에 승선하다 보면 장차 머스크라인 컨테이너선 승선원이 될 수도? 인생은 새옹지마 塞翁之馬 라더니... ㅋㅋ 설마,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한국 선원들 모두 끌어 내리는 걸 보고만 계시진 않겠죠? ㅋㅋ
첫댓글답장을 받았습니다 ^^; 혹시나 제가 쓴 글 때문에 혼란스러우셨다면 사과드립니다 - -; (_ _) --------------- 안녕하십니까 아산사회복지재단입니다. 고 정주영 재단 설립자의 일화에 대해 문의주셨는데요. 말씀하신 일화는 `이 땅에 태어나서` 167페이지 '돈 좀 빌려주시오' 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173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있습니다. "나는 그때 문득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거북선이 그려진 5백 원짜리 지폐가 생각났다. - 중략 - 또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18페이지 부터 위 일화가 소개 되어있습니다. -----------------
첫댓글 답장을 받았습니다 ^^; 혹시나 제가 쓴 글 때문에 혼란스러우셨다면 사과드립니다 - -;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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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아산사회복지재단입니다.
고 정주영 재단 설립자의 일화에 대해 문의주셨는데요. 말씀하신 일화는 `이 땅에 태어나서` 167페이지 '돈 좀 빌려주시오' 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173페이지에 자세하게 소개되어있습니다. "나는 그때 문득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는 거북선이 그려진 5백 원짜리 지폐가 생각났다. - 중략 -
또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118페이지 부터 위 일화가 소개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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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사람들 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