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광명시민여러분>이란 제목의 글에서 안양광명이 불교말이란 걸 설명할 떄 인용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도가 깊지만 육신의 병도 깊은 노장 혜곡.
그를 시봉하는 어린 사미 혜진.
그리고 공부를 점검해줄 스승을 찾아 산을 올라온 젊은 수좌 기봉.
이 세 스님의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노장의 병세가 날로 나빠지자 기봉은 탁발이라도 해서 약을 좀 마련할까 싶어 산을 내려옵니다.
출가 전 속가에도 가보지만 여동생을 부르는 불편한 어머니의 목소리만 듣고 돌아섭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건널목과 이런저런 풍경들이 사바세계를 보여줍니다.
한 손에는 약을, 다른 한 손에는 번뇌를 들고 다시 산을 오릅니다.
마당에서, 다녀왔다고 절하고 돌아서는 기봉의 어깨 위로 노장의 주장자가 떨어집니다.
기봉이 천천히 돌아서서 따지듯 묻습니다.
‘스님은 왜 산에 계십니까!’
……
‘별은…. 먼 곳에서 하늘의 균형을 잡는다.’
‘이놈아, 너 같은 멍충이가 나를 찾아 산을 오르니 내가 산에 있어야지.’
…..
‘불 속에 들어간데도 꽉 깨문 화두를 뱉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 출세간의 장부가 한번 결심을 세웠으면 끝을 보아야지.
화두를 깨트려 견성을 이룬다면 천안산 꼭대기에 부는 청풍과도 같은 대자유와,
풍우 속에서도 요지부동인 큰 바윗돌같은 평정을 얻게 되어,
네가 오늘 섰던 생사의 그 자리가 바로 극락정토이다.’
.….
‘자! 어찌하겠느냐?
경계에 흔들리고 풍진에 핏발이나 서는 뒤숭숭한 눈으로는 지옥과 극락은 하나가 아니고 둘이지?’
‘말해라 말해!’
‘마음달이 물 밑에서 차오를 때 나의 주인공은 어디로 가느냐?’
……….
기봉이 대답을 못하자 혜곡은 주장자를 기봉의 발 앞으로 넘어뜨립니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절제되고 깔끔한 禪語 선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별은 먼 곳에서 하늘의 균형을 잡는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이랍니까?
캄캄한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습니다.
길을 찾는 이들은 현자의 가르침을 指南 지남으로 삼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Warren Buffett 워런 버핏과 더불어
노블리스 오브리제의 지남이요 북극성이었던 Bill Gates 빌게이츠.
그의 이혼 발표와 그 이후 쏟아지는 그에 대한 불편하기 짝이 없는 뉴스들로 인한 충격이 무척 큽니다.
그게 다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미 둑은 터진 거 같습니다.
기술과 제품으로 세상을 바꾸고 무려 57조원이나 되는 돈으로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다른 쪽 면은 믿기어려울 정도로 어둡습니다.
우연치고는 묘하게도 요즈음 회사에서 틈나면 그의 책 <미래로 가는 길>을 다시 읽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1995년에 출간되었고 저는 이듬해인 96년에 처음 읽었습니다.
이미 절판되어 교보문고에는 중고책으로 매매가 올라와 있지만,
네이버에는 아직도 이 책에 대한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의 무게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그에 관한 미투 성격의 뉴스를 계속 듣는 것은 전혀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공과 사를 구별해야 된다는 말로 위안하기엔 너무 사안이 무겁습니다.
빌게이츠의 이혼 신청 뉴스가 나온 날,
사람들은 그저 먼 산에 난 불같이 무덤덤하게 보고 넘기는 거 같았지만 국내에서도 골때리는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노태우의 딸 최태원의 법적 아내인 노소영의 후회가 그것입니다.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나처럼 된다”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배웠고,
이를 금과옥조라 여겨 아래로 전수하며 살고 있는 나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을 한 순간에 바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저간의 사정이 기사에 있지만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나처럼 된다”는 워딩이
제 귀엔 더 없이 험악하게 들렸습니다.
크는 애들 들을까 무섭습니다.
차라리 워딩을 다르게 했더라면 예컨대,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삼종지도를 강조하였다’라든지
그랬더라면 아무런 뉴스꺼리도 아니었을 걸 워딩을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나처럼 된다”고
그따우로 싸가지없이 하니까 듣는 사람 기분 나쁜 겁니다.
세상 어느 부모가 제 자식 잘못되기를 바라겠습니까?
“부모님 말씀 잘 들으면 나처럼 된다”는 말은 스스로 부모를 욕되게 하는 말이고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는 말에 다름이 없습니다.
별은 먼 곳에서 하늘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하늘의 일은 그렇다 치고 그럼, 이처럼 혼탁한 세상의 균형은 누가 잡아주나요?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의 북극성이고 지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의 어떤 가르침이냐고요?
그건 조과선사가 백거이에게 말했던 세살배기도 알지만 팔순노인도 행하기 어렵다는
諸惡莫作 제악막작 하고
衆善奉行 중선봉행 하며
自淨其意 자정기의 하면
是諸佛敎 시제불교 니라!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 타야 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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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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