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졸업작품 에세이
박앤
우리 15기는 공동졸업작품으로 데크 공사를 했다. 처음에는 몸이 많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실제로 첫날까지도 그랬다. 첫날에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아이디어부터 모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토대로 타잔T가 설계도를 만드셨다. 그리고 절단기나 임팩 드라이버 등의 장비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때까지는 계속 날이 꿀꿀한데다 찬바람이 많이 불어서, 밖에서 오래 서 있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이튿날에는 기초 공사부터 시작했다. 기초석을 놓기 위해서는 모래땅을 한참이나 파야 했는데, 한나절 그러고 있으니 어깨랑 허리가 좀 욱신거렸다. 그래도 땅을 팔 때마다 2년 전이 떠올라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기분이 좋다 말았다. 기껏 파놓은 자리에 다시 흙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기초석을 묻었다. 비가 잦아들 때쯤 다시 가보니 기초석의 평형이 다 흐트러져 있었다. 살짝 짜증난 채로 그걸 다시 맞추는데 어떤 친구가 어차피 또 흐트러질 거라면서 막 묻어서 기분이 좀 안 좋았다. 그래도 몇 번 심호흡하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다음날에는 비 탓에 무너진 기초석들을 재정비하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절단기, 임팩 드라이버 같은 장비들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철근 재단이랑 용접은 해봤어도 목재 재단은 처음이라, 나는 철근 재단이랑 용접은 해봤어도 목재 재단은 해보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이 목재 재단할 동안 뭔가 부산히 일하는 척하면서 슬쩍 농땡이를 피웠다. 근데 그걸 타잔T가 알아채신 건지, 나를 유심히 보시더니 대뜸 끌고가서 임팩 드라이버 하나를 쥐여주시며 “이제부터 이거 해”라고 하셨다.
나는 쬐끄만 일반 드라이버면 몰라도 임팩 드라이버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상당히 많은 나사선을 갈아먹은 뒤였다. 최대 파워로 피스를 박다가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친구들이 하면 피스가 너무 잘 박히는 것 같았다. 그 친구들과 자세도 똑같이 해보고 별 짓을 다 했는데, 결국 나사선만 더 갈아먹었다. 그런데 친구들이랑 같이 힘으로 누르니 잘 들어가는 걸 보고 단순하게도 힘 부족이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최대 파워인데도 피스 하나를 제대로 못 박는다는 게 좀 짜증났지만, 어쩔 수 없이 임팩 드라이버를 다른 친구한테 넘기고 잡일꾼으로 전직했다.
나는 잡일꾼으로서 삽질하기, 평형 맞추기, 클램프로 휜 목재 바로 만들기, 피스 박을 때 뜬 목재 누르기, 망치로 튀어나온 타카 박기, 목재에 피스 박을 곳 표시하기, 목재 길이와 너비 재기, 타잔T 보조하기 등등을 했다. 사실 이런 사소한 것을 안 챙긴다고 공사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왕 할 거 최대한 갈라진 곳도 없고 뜬 곳도 없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작업하니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좀 기운이 났다.
그렇게 사흘차가 지나가고 나흘차가 되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데크를 다 짓고, 마지막으로 우드스테인까지 칠해 마무리했다. 다 하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 뿌듯했다. 결과물이 잘 나와서 재밌었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르지만, 과정 자체도 친구들과 함께라서 재밌었던 것 같다. 내 성격이 좀 안 좋아서 사소한 것 하나라도 잘못되면 인상을 썼는데, 그것 때문에 다른 친구들 기분이 안 좋았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미안하다.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학기에 목공 프로젝트가 있으면 한 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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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