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산맥을 넘어 비슈케크로… 붐 협곡의 전설과 실크로드의 흔적을 찾아서
한국여행사진작가협회 산들투어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사진기행 — 키르기스스탄 5일차
이식쿨 호수의 일출에서 붐 협곡을 지나 비슈케크까지… 역사와 자연, 그리고 동행의 정이 어우러진 하루
[한국아트뉴스=어랑] 한국여행사진작가협회 산들투어 실크로드 투어단은 키르기스스탄 여행 5일차를 맞아 천산산맥의 품에 안긴 이식쿨 호수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른 새벽,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호숫가에 서서 일출을 기다렸다. 잔잔한 호수 위로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고, 아침 해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구름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늦게 모습을 드러낸 태양은 강렬한 빛을 쏟아내며 호수와 주변 산자락을 환하게 밝혔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맞이한 태양의 열기는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구름 사이로 번지는 황금빛 햇살과 호수의 푸른 물결은 사진작가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했다.
일출 촬영을 마친 투어단은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리조트 앞 광장에 모였다. 멀리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펼쳐진 가운데 대원들은 설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며 이식쿨 호수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을 뒤로하고 투어단은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를 향해 출발했다.
이날 여정은 단순한 도시 간 이동이 아니었다. 천산산맥의 웅장한 협곡을 지나 현지에 전해지는 사랑의 전설을 만나고, 실크로드의 역사와 현대 키르기스스탄의 문화를 함께 살펴보는 뜻깊은 여행이었다.
천산산맥을 가로지르는 자연의 통로, 붐 협곡
이식쿨 호수에서 비슈케크로 향하는 길에 만나는 대표적인 자연경관이 붐 협곡(Boom Gorge, Боом капчыгайы)이다.
붐 협곡은 천산산맥의 거대한 산줄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자연 통로다. 험준한 산과 깊은 골짜기 사이로 도로와 철도가 이어지고, 추강(Chu River)이 협곡을 따라 흐른다.
높이 솟은 암벽과 굽이치는 강물, 끝없이 이어지는 산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은 중앙아시아 대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준다.
오늘날 붐 협곡은 이식쿨 지역과 수도 비슈케크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로다. 오래전부터 천산산맥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물자가 이동하던 길목으로, 실크로드 교통망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도 의미 있는 장소다.
투어단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협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붐 협곡에 전해지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
붐 협곡을 지나는 길에는 키즈퀴외(Kyz-Küyöö, Кыз-Күйөө)라는 이름과 연결되어 전해지는 사랑 이야기가 있다.
현지에서 들은 구전 이야기에는 이식쿨 지역의 부유한 집안 딸과 가난한 목동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지만, 딸의 아버지는 신분과 재산의 차이를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아버지가 딸을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하자 두 연인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함께 도망쳤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붐 협곡 주변의 지명과 연결된 전설로 소개된다.
전설의 역사적 사실과 지명 유래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험준한 산과 깊은 협곡을 배경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여행자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남겼다.
수백 년 전 이 길을 오갔을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상상하며 투어단은 다시 비슈케크를 향해 달렸다.
천산산맥 아래 푸른 도시, 비슈케크에 도착하다
붐 협곡을 벗어나자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마침내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Bishkek)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슈케크는 천산산맥 북쪽 기슭에 자리한 도시다. 멀리 보이는 설산과 도심을 가득 채운 가로수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가을빛으로 물든 거리에는 황금빛 나뭇잎이 쌓이고, 넓은 도로와 공원에서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비슈케크의 매력은 자연과 도시가 가까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설산을 바라보며 도심을 걸을 수 있고, 울창한 나무숲 사이에서는 중앙아시아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비슈케크가 자리한 추이 계곡 일대는 과거 실크로드 교통망과 연결된 지역이다. 인근에 남아 있는 중세 교역도시 유적들은 이곳이 동서 문명교류의 중요한 통로였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비슈케크에는 소련 시대의 도시계획과 건축물, 독립 이후 형성된 키르기스스탄의 새로운 문화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비슈케크에서 맛본 조지아 전통 만두, 힌칼리
비슈케크에 도착한 투어단은 조지아 만두 전문점을 찾아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 식탁의 특별한 음식은 조지아 전통 만두인 힌칼리(Khinkali)였다.
힌칼리는 밀가루 반죽 안에 고기와 향신료, 육즙을 넣어 만든 만두로, 윗부분을 주름지게 빚은 독특한 모양이 특징이다.
큼직한 만두를 조심스럽게 베어 물면 따뜻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키르기스스탄 전통 음식과 함께 맛본 조지아 만두는 중앙아시아 여행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음식문화 체험이었다.
나라와 민족은 달라도 음식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동서양의 여러 문화가 오가던 실크로드의 교류 정신을 오늘날의 식탁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알라투 광장, 키르기스스탄의 역사와 자긍심을 만나다
점심식사를 마친 투어단은 비슈케크 시내 탐방에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수도 중심부에 자리한 알라투 광장(Ala-Too Square)이었다.
광장 주변에는 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한 주요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광장은 키르기스스탄의 국가적 행사와 시민들의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광장에서는 국기를 지키는 근위병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늘 높이 펄럭이는 키르기스스탄 국기는 붉은 바탕에 황금빛 태양이 그려져 있다.
태양 중심의 교차 무늬는 키르기스스탄 전통 이동식 가옥인 유르트의 천장 구조, 튄뒤크(Tündük)를 상징한다.
이는 유목민의 전통적인 생활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붉은 바탕과 황금빛 태양에는 국가의 역사와 민족적 자긍심이 담겨 있다.
천산산맥의 자연 속에서 살아온 유목민들의 문화가 오늘날 국가의 상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 전쟁의 희생을 기억하다
비슈케크 시내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승리광장(Victory Square)이 있다.
광장의 대표적인 구조물은 키르기스스탄 전통 유르트의 지붕 형태를 연상시키는 대형 기념시설이다. 그 아래에는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이 기념시설은 소련 시절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사람들과 전쟁의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전쟁터로 떠난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슬픔과 희생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자리하고 있다.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 앞에서 투어단은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했다.
역사는 화려한 승리의 기록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과 아픔을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크공원, 황금빛 가을 속을 걷다
이어 찾은 곳은 비슈케크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오크공원(Oak Park)이었다.
공원에는 오랜 세월 자라온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가을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산책로를 덮고, 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스며들었다.
공원 곳곳에는 여러 조각상과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시민들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비슈케크의 공원은 단순한 녹지공간이 아니었다. 도시의 역사와 문화, 시민들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었다.
투어단은 황금빛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중앙아시아 수도의 여유로운 일상을 기록했다.
키르기스스탄 경복궁 식당에서 열린 특별한 칠순·팔순 잔치
비슈케크 시내 탐방을 마친 투어단은 저녁식사를 위해 한식당 경복궁을 찾았다.
중앙아시아 여행길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한식이었다. 따뜻한 국물과 정겨운 반찬이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자 먼 타국에서도 고향에 돌아온 듯한 반가움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날 저녁은 평범한 식사 자리가 아니었다.
실크로드 투어단 대원들의 뜻깊은 칠순과 팔순을 함께 축하하는 특별한 잔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축하의 주인공은 용고문 용안수 대원의 팔순, 미소 김명보 대원의 칠순, 미소진 홍승덕 대원의 칠순이었다.
투어단은 세 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식탁 위에는 생일 케이크가 놓였고, 대원들은 환한 미소와 손가락 하트로 축하의 순간을 함께했다.
낯선 나라에서 맞이한 칠순과 팔순의 잔치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함께 여행하고, 함께 식사하고, 서로의 인생을 축하하는 순간은 여행의 또 다른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일이지만, 그 풍경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은 함께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이날의 축하잔치는 산들투어 실크로드 사진기행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유목민의 전통과 실크로드의 역사가 살아 있는 도시
비슈케크는 단순한 중앙아시아의 수도가 아니다.
천산산맥의 자연과 유목민의 전통, 실크로드의 교류 역사, 소련 시대의 흔적과 독립국가의 새로운 미래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이식쿨 호수의 푸른 물결을 뒤로하고 붐 협곡의 웅장한 절벽을 넘어 도착한 비슈케크.
그곳에서 우리는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낯선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동행한 사람들의 특별한 인생을 함께 축하했다.
하루의 긴 여정을 마친 투어단은 비슈케크의 호텔에 도착해 깊은 밤의 휴식을 취했다.
다음 여정 — 실크로드 3대 유적지 탐방
네바케트(Navekat) 유적 → 악베심(Ak-Beshim) 유적 → 부라나 탑(Burana Tower·발라사군)
천산산맥을 넘어 이어진 실크로드의 옛길을 따라 한국여행사진작가협회 산들투어 실크로드 투어단의 역사기행은 다음 날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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