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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10여년 전 다른 곳에 썼던 개인적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과 다를 수 있으며 합리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견이 있다면 당신 생각이 옳고 제가 틀린 것입니다.
오늘 생각없이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어떤 교수님이 쓰신 대학 등록금에 관한 글을 읽었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얘기하시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립대학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하고 사립대학에는 전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학의 서열화도 해결되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한다. 또한 그러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에게는 정당을 불문하고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국, 공립대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한다는 것은 연대나 고대 또는 서울지역 몇개 사립대에 갈 지방 소재 학생들을 지역 학교에 좀 더 붙들어놓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도가 약하기는 해도 지방의 국, 공립대는 등록금이 사립대보다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SKY대 정도 갈 정도가 안되는 경우의 학생들을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상으로 하게 되면 지방의 국, 공립대 경쟁률은 물론 지금보다 더 세질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울의 주요 사립대에 그 아래급 학생들이 돈내고 갈 수 있는 자리를 더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립대에 지원을 아예 안한다는 것은 등록금 인상에 대해 더 이상 국가에서 통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서울에 있는 사립대 상당수가 미국만큼이나 등록금을 인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은 사립대라는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에서 대학 등록금이 무상이거나 매우 싼 것은 대부분의 대학이 국, 공립대이기 때문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을 지역 차이가 거의 없이 평등하게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교수님은 서울대 출신이라 국립대에 대해 지원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사람마다 가치가 다를 수 있으니 패스.
그리고 국, 공립대에 우수한 학생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해서 중도 탈락률을 높여야 그 수준이 유지되거나 경쟁력이 향상될텐데 KAIST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런 식의 학사관리를 했을 때 학생들이나 교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우리가 들어올때 남보다 힘들게 해서 들어왔는데 들어와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냐'는 사고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군대 같은데서 자신이 후임 때 고생했다고 선임이 되니까 아랫사람을 부려먹으려는 심리나 마찬가지).
예전에 유급 등으로 대학교 졸업을 쉽지 않게 하려는 시도가 몇몇 대학에서 있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했으며 특정 학교에서는 '네가 내 앞길을 책임질거냐'며 교수를 칼로 찌른 일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걸 볼 때 엄격한 학사관리가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대학을 나와야 사람취급하는 기본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부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을 나와야 사람이지.' 사회 인식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아예 병신 취급하고 있다. 사실 이건 옛날부터 있었다. 80년대 대학에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거리를 나온 학생들 중에서 어떤 시인에게 출신 대학을 물었는데 그 시인이 자신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무시하였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이 자신들은 구태를 깨트리는 사회 정의의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들 386세대들이 기성 세대가 된 지금,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이 그때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 있는가? 매일매일 살인, 성범죄, 사기 범죄, 정치인의 부패와 비리, 대기업의 비도덕적인 이윤 추구로 도배된 뉴스를 듣고 보면서... 다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당시 질타했던 구세대의 모습을 지금 답습하고 있는 것은 그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전 세대들이 지금 세대에 미안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대졸과 고졸의 차이가 개인의 다른 노력으로는 바꾸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중소기업도 들어가기 어렵고 운좋게 직장을 잡아도 설령 같은 일을 한다 해도 대졸자와의 임금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소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너네들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는 발언은 기만이다.
대기업 사무직은 대학나오지 않은 사람 지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인가? 중 고등학교 수준의 국어, 영어, 수학, 또는 사회나 과학 같은 상식적인 지식이면 충분하다. 나머지는 대졸자라도 사내교육에서 배우는 것이다. 내가 만난 증권회사 부장님은 증권사에서 일할 때 수학은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했다.(quant 같은 경우가 아닌 일반 거래인). 도대체 탤런트가, 가수가 대학 어디 나오는 게 왜 온나라를 떠들석하게 하는 뉴스가 되는건가? 연기 잘하고 노래 잘하면 그만이지 도대체 미국 어느 대학 출신이니 아니니 하는 걸로 왜 격론을 벌이고 진위여부로 소송까지 해야 하는가. 나라가, 국민들이 제정신이 아닌 거다.
남과의 비교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나 일본과 비교해보자. 우리가 싫어하는 일본의 경우도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동경대 또는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일부 학교 출신 상당수가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에 일본에서 고졸로 성공한 사람 인터뷰를 보았는데, 기업 면접에서 대학 입학은 은근히라도 묻지 않고 직업 경력이 부족하다는 말만 들었다는 기사였다. 심지어 실력만 있으면 예능, 기술의 경우 중졸, 고졸 중에서도 대학 교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동경대 건축학과 교수 중에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졸업 학력인데도 직장 경력과 이제까지의 작품으로 임용된 경우도 있다.
두 나라 다 학력을 중시한다고 해도 그 실속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다나카 고이치는 대졸 직장인이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서 미국 박사는 한명 또는 두명밖에 안된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마스카와라는 사람은 이제까지 해외에 나간 적도 없어 스웨덴에 가기 위해 여권을 만들어야 했다.
서울대 나오고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MIT, 옥스퍼드,...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학교의 박사를 받았다는 한국 사람들 중에서 이제까지 학문 관련 노벨상 수상자가 있나?
일본, 유럽 등지에서 미국 학문의 아류취급을 받는 한국 학문이??(이 말은 분야에 따라 틀릴 수도 있다. 몇몇 학문 중에는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것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무엇보다도 고졸자가 대졸자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대학은 의사, 법관, 교사나 전문 기술자나 학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는 걸로도 충분하다. 어차피 고졸로 들어와서 일해도 방송대학, 사내대학 또는 일반 대학의 야간 수업을 들으면 된다. 예를 들어 모든 회사의 일반 사무직 공채 중 4~50%를 고졸자에서 뽑도록 국가에서 강제로 하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불필요한 입시 경쟁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입시공부를 게을리하고도 직장에 들어가게 되지 않냐고 생각할 지 모르는데 반대로 고교 내신성적이 취업에 반영된다고 하면 학생들이 대학 안간다고 해서 게을리할 수 있을까?? 학교폭력, 왕따, 또는 교사에게 하극상 행위 등이 생활기록부에 남고 기업 채용에 반영되면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대학을 가는 것이 그저 인생에서 한 선택일 뿐이고 남보다 우월하다는 징표가 되지 않으면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해도 대부분 순응할 것이다. 왜냐면 말 그대로 공부하기 위해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고 왔으니까. 대학들이 등록금 장사를 하기도 어렵게 된다. 대학 수요자가 적고 돈에 민감하니, 올려서 학생들이 줄어들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의학, 공학, 자연과학 등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학생 하나 교육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 필요가 없다. 독일이나 프랑스 또는 북유럽 몇몇 국가에서 대학교육이 거의 무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데는 대학들이 거의 국공립이라 정책 시행이 대부분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며, 전체 인구 대비 대학생 비중이 작고 나라에서 예산을 공정하게 집행해서 세금내는 국민들이 불만이 없게 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이야기의 초점이 많이 빗나갔는데 나도 대학을 나오고 대학원도 다녀봤지만 입시 문제나 대학 등록금 문제에 있어 현실과 다른 얘기를 들으니 답답함을 금할 수 없어 끄적거려 본다. 국립대 무상지원을 공약으로 내걸면 정당을 불문하고 표를 행사하는 것도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의심스럽다.
통계학자 Andrew Gelman은 그의 책 '붉은 주, 파란 주, 부자 주, 가난한 주(나라?)' 에서 사람들은(아마 미국인) 자신의 선택이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에 따라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선택이 옳기 위해서는 그 선택한 후보가 일부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 전반적으로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립대 무상지원도 그 문제들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사회는 청년실업문제, 가계경제문제, 노인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간의 상생문제, 기초적인 복지문제(무상급식은 아니더라도 사회 최약층을 구제하기 위한), 날로 흉폭해지는 범죄를 막는 문제, 환경문제, 대외적인 평화 문제(일본, 북한과의 관계 등), 생각할 문제가 많다. 현실적인 공약만 내걸어도 실행하기가 어려운데 현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공약을 내거는 후보에게 표를 행사하는 행위는 합리적인 선택인가?(개인적으로는 특정 성향을 지지하나 그것 외에 최소한 현실적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내걸 수 있는 공약을 걸고, 몇 가지 안되더라도 지키려고 하는, 아니면 쓸데없는 일을 늘리지 않는 사람을 선호한다.)
인신공격으로 들릴 수 있다면 죄송하나 그 교수님은 대학 안에서 오랫동안 계시고 공부를 잘하셔서 서울대-미국박사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시다 보니 그 아래를 잘 못보시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첫댓글 제가 생각하기에 더 한심한것은 유학와서 잠깐 공부하고 간 사람들이 미국에서 수십년을 고생하면서 산 사람들을 평가한다는거죠. 이 카페에도 미국유학을 경험하신분들이 많은것으로 알지만 기성세대보다 인종차별이 그나마 심하지않은 대학교근처에서만 공부만 하다가 학위받고 한국으로 가서 교수나 좀 미디어를 타신분들이 미국은 이렇다...라고 할때 참 우습기도 하고 그런말들을 믿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불쌍하기도 합니다. 맞아요, 가수가 한국사람들이 인정하는 그 명문대학에서 공부한것이 뭐가 중요한지?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할때 유학와서 박사학위받고 한국에서 교수가 된 사람이 있는데, 한국에가서 미국은 총기, 마약, 살인등등 범죄가 너무 많아서 살만한곳이 못된다고 떠들고 다닌다고 했었는데, 그런데 우스운것이 산타바바라는 미국에서도 아~주 범죄가 없는 도시입니다. 그야말로 뉴스가 너무 자극적인것이 없을 정도인데 그런 도시에서 4년간 공부하다가 한국에 간 사람이 미국에 대해서 뭘 그리 잘아는지. 그때는 인터넷도 없던 세상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반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사람이 교환교수로 아틀란타에 왔었는데 너무나도 살기 좋은곳이었다고 하더군요. 100배 워험하다는 도시인데..
그런데 인간역사를 보면 아무리 여러가지 방법으로 완전한 유토피아를 만들려고 해도 성공한 케이스는 없는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이 좀 낫나요? 제가 뉴스를 보기 싫어하는 이유가 거의 모든 뉴스가 살인과 범죄등등 depress를 너무 받는 것들이라서 아에 TV News를 보지를 않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신분들을 비하하는것은 아니지만 사실 박사는 그 분야의 깊은곳을 공부하고 터득했다는것이지 세상살이에 도가 튼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많이 했건 말건 각자 자기의 일만을 열심히 하면서 살면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다는거죠. 많은 정치인들이 갑작스런 공약아닌 공약을 떠드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말을 믿고 투표해주면 투표한 사람자체가 그런 정치인의 노예가 되는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성찬씨나 나나 아무리 떠들어 봤자 우리는 그야말로 힘이 없는 사람들이라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돈있고 세력있다는 사람들은 동네 개가 짖는 정도로 알겁니다. 슬프지만 현실이고 아마 이런 인간역사는 계속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에 당파싸움때문에 나라가 망했다고 그리 떠들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나요? 한국이건 미국이건?
저도 선생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제가 경험한 미국도 기껏해야 뉴욕주 서쪽 일부 정도인데 한두 군데, 그것도 일부 생활만 보고 미국이 어떻다 얘기할 수 없지요. 한국은 그에 비하면 작지만 역시 이렇다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 교수들이 한국 학생들이 실력이 없다, 창의성이 없다고 비아냥거리면 그것도 싫습니다. 정작 그런 분들 보면 자기 자식들에게 미국 국적을 쥐어주려고 원정출산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제 40이 넘고 새로 뭘 하고 싶은 의욕 없이 개인적으로 별일 없이 살다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못하고 자식 못 가지는 게 저만 있는 일도 아니라서요.
@강성찬 글쎄말입니다, 한국 학생들이 실력이 없다고 하는 교수는 그야말로 누워서 침뱉기죠. 그렇게 잘난 교수들한테 배우는 학생들이 왜 실력이 없다고 그런 교수는 생각할까요? 미국에 종합대학이 500개가 넘는것으로 아는데 한국사람들이 인정하는 "명문"대학은 몇개 안되는데 아마 그건 학위받고 한국가서 자랑짓할려고 하는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원정출산중에 그나마 좀 젊은 교수들이 자주 쓰는 방법이 교환교수로 와서 2세를 미국에서 낳는거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제가 미국에서 일을 오래해봤지만 한국사람들이 절대로 다른 인종보다 뒤 떨어지지 않는데 주눅이 들어서 사는 한국 사람도 꽤 있더군요. 하도 등수를 따지는 사회에서 커서 그런가 봅니다. 1등, 2등... 하다못해 한국뉴스를 읽다보면 세계에서 무슨 특별한것을 6등이니 7등이니 언급하는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국은 100개이상의 나라출신들이 사는 나라이고 인종차별을 될수있으면 못하게 하는데, 한국은 그나마 거의 단일민족인데 신분제도같은 것을 만들어서 대놓고 차별을 하니, 참나.
뭔가 자극적인 큰일이 생겨서 정신차려야 한국이 제자리로 갈것 같은 생각입니다. 너무 가슴아픈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