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가격이 무서운 속도로 오르고 있다. 정부의 민간택지 상한제 적용이 확실시 되는 입지에 위치하지만, 공급 감소 전망과 학군 프리미엄에 힘입어 지난해 여름 기록했던 신고가를 넘어섰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84㎡(11층)는 지난달 8일 2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1979년 준공 이후 매매된 것 가운데 역대 최고가격이다.
은마는 총 28개동, 4424가구의 대단지로 전용 76㎡와 84㎡ 중소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다. 워낙 단지 규모가 커 강남에서 매매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아파트로도 꼽힌다. 지난 1일(실거래 등록) 기준 올해 들어 은마아파트는 124회 매매됐다.
신고가를 기록한 전용 84㎡의 경우 올해 초 까지만해도 17억원 안팎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20억5000만원(7층)의 역대 최고가에 매매된 이후 정부의 잇단 규제안 발표로 약세를 보이다가 올해 2분기부터 다시 가격이 고개를 들었다. 16억원대까지 떨어졌던 이 평형 매매가는 4월 들어 18억원, 5월 들어 19억원을 회복하더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발표 직전인 7월 20억4000만원에 매매, 전고가에 근접했다. 상한제 발표 이후 거래가격 약세와 거래량 감소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한꺼번에 전월 대비 2억원 가량 가격이 뛰며 지난달 새 주인을 찾은 것이다.
전용 76㎡ 역시 전고점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작년 9월 18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은 올해 초 15억원대로 급락한 바 있으나 4월과 5월 순차적으로 16억원, 17억원대를 회복했고 지난달 19일에는 18억2000만원(7층)에 팔렸다. 이와 관련 대치동 A공인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이 지연되는 편에 속하고 분양가 상한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상의 입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면서 "정부가 자사고 폐지와 정시 확대 방안을 발표한 뒤로는 특히 학군 프리미엄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거래 이후에 집주인들이 전용 84㎡ 매물 호가를 전부 22억원 이상으로 올렸다"고 덧붙였다.
대치동 B공인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워낙 거래량이 많아 단지 가격추이만 봐도 강남 재건축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면서 "최근 다시 탄력을 받으면서 값이 급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강남 재건축 단지는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가 위치한 동남권의 20년 초과 아파트는 올해 9월23일 이후 6주연속 0.1% 이상의 가격 상승세를 유지중이다. 지난달 28일을 기준으로는 주간변동률이 0.16%에 달해 서북권 신축(0.20%)에 이어 서울에서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