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문학(산문)
내 사랑 프라이드
서숙 지음|푸른사상 산문선 52|145×210×15mm|224쪽
17,500원|ISBN 979-11-308-2115-3 03810 | 2023.11.20
■ 도서 소개
어둠을 밝히는 저녁 등불 같은 이야기들
영문학자 서숙 교수의 산문집 『내 사랑 프라이드』가 <푸른사상 산문선 52>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일상의 이곳저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 예술과 문학의 존재 등에 관한 사유를 격조 있는 문체로 담았다. 인생의 순간과 상념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산문집은 독자들에게 어둠을 밝히는 저녁 등불 같은 위안을 안겨줄 것이다.
■ 작가 소개
이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 자연과학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보건직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어린 시절의 꿈을 쫓아 소설가가 되었다. 본격적인 문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여 문학석사(문예창작학), 문학박사(국어국문학) 학위를 취득하였다. 목포대와 광주여대에 출강하다 광주여대 교양학부 교수로 임용되었다. 현재는 소설 쓰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문학 강의와 문학 연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소설집으로 『창』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꽁지를 위한 방법서설』 등이, 장편소설로 『하늘꽃 한송이, 너는』 『허균, 불의 향기』가 있고, 학술서로『『토지』의 가족서사 연구』, 대학교재 『글과 삶』 등이 있다.
■ 목차
▪작가의 말
1부 지상의 방 한 칸
옛날의 공기 / 엘마네 집 / 망고의 추억 / 차이나타운 / 다인종 사회 / 돌고래 쇼 / 무라카미 하루키 / 성당에서 / 작은 서울 / 단골 이발소 / 동행 / 꽃 입양 / 그의 손편지 / 셰리 / 생일 / 지상의 방 한 칸 / 케네디극장 / 소년 / 청포도 / 텃밭에서
2부 흐르는 사람들
내 사랑 프라이드 / 이야기 주머니 / 제왕나비 / 목련나무 / 휘파람 / 비둘기 / 양들은 무사하다 / 여름 빨래 / 세신사 / 냉동실 청소 / 애물단지 / 연날리기 / 순리 / 돌봄 대가 / 젊은 그들 / 학림 / 굴레방다리 / 서머타임 / 젠트리피케이션 / 나비 잡기 / 호스피스 일지 / 흐르는 사람들 / 타지마할 / 길 안내 / 암각화
3부 나팔꽃 편지
앨리스의 질문 / 스티브 잡스 / 레의 귀환 / 여우에게 / 남의 눈 / 만다라 / 무대 / 밤길에 비단옷 / 너희들의 눈 속에는 / 선택 / 정인이 / 울음치료 / 물보라 / 어둠 속에서 / 아파트 불빛 / 가양동 가는 길 / 시간열차 / ‘아니오’의 힘 / 함께 가요 / 뉘 집 자손들 / 실버층 / 탯줄 / 찹쌀 탕수육 / 집으로 / 우연한 만남 / 인연 / 코로나 전후 / 다람쥐 / 흐르는 강물 / 나팔꽃 편지
■ '작가의 말' 중에서
아주 오랜만에 산문집을 냅니다. 30여 년 일하던 학교를 떠나 이런저런 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하와이대학에서 일 년 동안 머물렀던 일들을 간단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애착이 가는 것도 부족한 것도 많은데, 누구였지요? 살아 있는 것들은 얼룩이 져 있다고 했으니, 모두 나의 순간들로 받아들입니다.
■ 출판사 리뷰
영문학자 서숙 교수의 산문집이다. 일상의 이곳저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하와이대학에서 머무르는 동안의 에피소드를 이 산문집에 솔직하고 담백하게 술회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얼룩이 져 있다고 했으니, 모두 나의 순간들로 받아들’인다는 저자의 말처럼, 지난 일상의 궤적을 훑어가며 삶과 세상사에 대한 크고 작은 모든 일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 인생의 진한 순간들과 상념들을 유려한 필체로 그려내어 맑고 투명하게 독자들의 마음속에 스며든다.
하와이에서 돌고래쇼를 관람하며 사라져가는 원주민들의 전통문화와 정체성에 관해 사유하기도 하고, 길거리에 버려진 유기견과 사람이 동행하며 주고받는 정서적 교류를 떠올리기도 한다. 꽃시장에 들러 싱그럽고 화려한 꽃을 입양해온 일들, 기숙사에서 처음 만난 친구에게 받은 편지를 보며 떠올린 여름방학의 미국 여행기, 무용과 학생 졸업발표회를 진행한 케네디센터에서의 한국 학생들의 전통공연을 비롯해 각국 학생들의 무대 감상도 담겨 있다. 표제작인 「내 사랑 프라이드」에는 저자가 소유했던 차량에 대한 추억담이다. 1995년에 처음 만나 헤어질 때까지 변치 않고 단정하던 모습을 가진 잉크색 프라이드 베타와의 인연을 그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삶과 세상사에 관한 진지한 사유가 담겼다. 인생살이에 대한 고민과 예술과 문학의 존재, 아동학대 등 사회 전반에 화두가 되는 문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겠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어둠 속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하는 저녁 등불이 위안을 안겨주는 것처럼, 허공 위의 꽃밭에 등불 하나 보태고 싶다고 말하는 저자의 마음이 지극하기만 하다.
■ 작품 속으로
또 다른 참전용사. 그는 집에 돌아왔지만, 사람을 믿을 수 없다. 아무하고도 시선을 맞출 수 없고 자살 충동과 악몽에 쫓긴다. 이들은 반려견과 만나면서 변한다.
“이 개도 버림받고 상처받고 불신감에 차 있던 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같아요.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도움이 돼요”.
“이 개와 시선을 맞추면서 그가 나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을 알게 돼요. 그러자 내 자존감이 돌아와요. 우리는 서로를 통해 회복되고 있어요.”
이렇게 이들은 서로를 통해 존재감을 회복한다. 함께 동행한다.
(「동행」, 48쪽)
내 작은 프라이드는 건재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야무지고 튼튼해지는 듯했다. 프라이드는 이런 찬사들을 받기 시작했다. 어마, 차 이쁘네요. 이거 벤츠보다 더 귀한 거네. 새 차를 사실 때는 꼭 저를 주세요. 학교 앞 단골 세차장 청년도 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말했다.
은퇴가 가까워지면서 버스로 오가는 일이 많아졌다. 프라이드를 인문관 지하주차장 맨 끝에 세워놓았다. 바깥 날씨가 화창하면 프라이드와 함께 밖으로 나와 한 바퀴 돌며 나뭇잎들도 보고 지나가는 학생들도 보았다. 가끔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난 매일 바람 쏘이고 싶다구요.” (「내 사랑 프라이드」, 79쪽)
이 찬바람 부는 봄날 초저녁 저 아래 어둠 속에서 옷깃을 다잡으며 종종 집에 가는 사람이 문득 위를 쳐다볼 때, 그를 위로하는 것은 초승달도, 보름달도 아니다. 별들은 더욱 아니다. 그 순간 그에게 사람 사는 동네를 지나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은, 어둠 속, 창마다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하는 저녁 등불들이다.
거실의 불을 켠다. 나도 저 허공 위의 꽃밭에 등불 하나 보태고 싶다.
(「아파트 불빛」, 1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