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요약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정상적인 경제 성장 과정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맞지만, 때로는 불경기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돈을 주입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며, 최악의 경우 경제는 망가지는데 돈만 흔해지는 **‘착시(인플레이션)’**일 수도 있습니다.
현대 신용화폐 시스템에서 통화량 증가가 의미하는 바를 3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보면 명확해집니다.
### 1. 경제 발전의 결과인 경우: "신용창출의 선순환"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면 통화량은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은행의 **신용창출(Credit Creation)**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습니다.
* 이 대출금은 자재 업체, 직원 급여 등으로 흘러가 다시 다른 은행의 예금으로 들어옵니다.
* 은행은 이 예금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시중의 총통화량(M2)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즉, **"경제 활동 활성화 \rightarrow 대출(신용) 수요 증가 \rightarrow 통화량 확대"**라는 건강한 선순환의 결과물입니다.
### 2. 경제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인 경우: "인위적 수혈"
반대로 경제가 침체되어 있을 때,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량을 늘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는 결과가 아니라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입니다.
* 기준금리를 내리고 국가 재정을 풀어 시중에 돈을 공급합니다(양적완화 등).
* 돈의 가치(이자율)를 낮추어 기업은 투자를, 소비자는 소비를 하도록 등 떠미는 것입니다.
* 이 경우 통화량은 늘어났지만, 실제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지 못하면 앞서 말씀드린 자산 거품이나 단기 부동자금 쏠림 같은 부작용(돈맥경화)만 낳게 됩니다.
### 3. 경제는 퇴보하는데 통화량만 늘어나는 경우: "화폐 가치 하락(착시)"
가장 경계해야 할 경제의 병리 현상입니다. 실질적인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량(실질 GDP)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드는데, 국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내거나 구조적 문제로 명목 통화량만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 생산성은 제자리인데 돈만 많아지니 **물가가 폭등(인플레이션)**합니다.
* 지표상 겉보기에는 통화량도 늘고 자산 가격도 올라 경제가 커진 것 같지만, 실질 구매력은 박살이 납니다. 베네수엘라나 짐바브웨 같은 초인플레이션 사례가 극단적인 예시입니다.
> **핵심은 '통화유통속도(Velocity of Money)'**
> 통화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얼마나 빠르게 돌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입니다. 돈의 절대량이 10% 늘어도, 시장에서 돈이 도는 속도가 반토막 나면 경제는 침체됩니다.
>
따라서 단순히 통화량 지표가 우상향한다고 해서 "경제가 발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그것이 **실질 생산성 증가에 동반된 신용 팽창인지**, 아니면 **부채와 정책 공급으로 연명하는 양적 팽창인지**를 쪼개어 보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