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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천안함 소설론과 하태경의원의 망동
김우종
2013년이 겨울로 접어 들면서 유명 작가 이외수의 3년 전 천안함 발언이 잠시 연말 풍경을 장식했다.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에 막강한 MBC도 국방부도 반론도 제대로 못하고 머리 숙여 시키는대로 따르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외수도 긴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진행이 빨랐다. 그리고 그는 천안함 유족에게 사과도 안 한 것 같고 자신이 ‘사살당한 기분“이라는 표현만으로 끝냈다.
사과야 하든 말든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을 북의 침공이라 했고 그래서 긴장과 공포의 분위기 마저 돌고 유족들이 오열하던 시기인데 이외수는 무슨 배짱으로 정부의 발표를 소설에 비유하며 야유했을까?
최근에는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로 오랫동안 생계를 유지해오던 모 평론가도 강의 중 천안함 발언 때문에 쫓겨났다는 소문인데 이외수는 이런 공포분위기도 파악 못하고 사는 걸까?
하기야 그 평론가는 유신 정권 시절 사건까지 들먹여져서 목이 잘린 모양이지만 그런 과거사까지 탓하려면 그와 함께 어울려 다니며 같이 일 저질렀던 이재오 의원도 금배지 내 놓아야 하지 않나? 아니 이번에 이외수를 때린 하태경 의원 역시 과거에 주사파 하다가 군대도 못 간 것이 사실이라면 빨갱이 출신의 군 미필자이니 천안함 사건에 나서서 얼굴 붉힐 자격이 없다. 그래서 이외수는 ‘나는 그래도 군필인데’라는 말 한 마디를 한 것 같은데 MBC도 국방부도 마음대로 위압하는 권력 앞이어서 ‘나는 그래도 군필인데’ 라는 말 한 마디 밖에 못 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면 대한민국의 문인 신세가 너무 서글프다.
그런데 이번 이외수와 하태경 사건은 이대로 넘기며 과거지사로 종결해 버릴 일이 아니다. 왜냐면 이것은 이 나라의 모든 문인의 창작활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우리 나라의 민주질서에 대한 파괴행위이기 때문이다.
첫째, 하태경 의원의 그것은 이 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창작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서 문인들을 입맛에 맞도록 길들이려는 행위다. 이외수 작가는 이번 사태로 자신이 ‘사살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는데 진실을 말하는 작가가 그처럼 강단에서 쫓겨나고 방송에서 추방된다면 그것은 그 문인들을 죽이는 짓이고 모든 문인들로 하여금 제 말대로 따르도록 길들여보자는 것 아닌가?
문인의 활동은 쓰는 행위만이 아니다. 문인은 공인이며 그의 생각이 강연이든 트위터이든 작가의 이름을 달고 하는 행위인 이상 그것은 모두 공인으로서의 창작활동의 연장이므로 마땅히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된다. 그러므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무엇이든 작가는 그의 독자적 판단으로 그 사태를 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무슨 권한으로 이를 가로 막고 나서나? 이 나라의 누가 국회의원에게 그런 간섭까지 하는 권한을 맡겼단 말인가? 물론 누구라도 자기주장을 펼 수 있지만 하 의원의 말 한마디에 의해서 나타난 결과는 보통사람의 의견 제시가 아니라 부당한 권력행사이며 하의원은 그런 결과를 의식하고 압력행사를 한 것이다. MBC 제작진들이 많은 공을 들여서 만든 프로를 작살내고 그가 강의 내용에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그를 해군장병들 앞에 내세웠다는 이유만으로 국방부가 중대한 과실이라도 범한 듯이 사과하게 만든 것은 독재국가의 무리들이나 하는 추악한 발상이다.
특정 작가의 강연이나 방송출연이 이 꼴이 된다면 이것은 창작활동의 원천적 봉쇄이며 이런 일은 한반도의 남쪽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태가 용납되고 그대로 넘어가면 다른 어떤 기관도 하태경 의원 같은 사람의 보복을 각오하지 않는 한 그 작가를 부르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그 작가는 사살당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엔 수백 년 전의 ‘용비어천가’만 부르는 문인들로 채워질 것이다.
둘째, 이외수의 문제가 3년전 천안함 사태에 대한 그의 발언 때문이라면 무조건 그의 입을 틀어막기 전에 정부발표에 대한 그의 반론이 왜 허튼 수작이 되는지 따져 보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임금님에게 새 복두건을 만들어 드린 보두장(幞頭匠)이 임금님 귀가 당나귀더라고 말한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거짓 선동이라면 그를 잡아 죽이기 전에 임금님이 만백성 앞에서 당당하게 모자를 벗고 자기가 짐승이 아님을 입증한 다음에 죽이든 말든 해야 한다. 그 다음에 그 말이 잘못이면 반론을 제기하면 된다. 그것이 다 같이 공감하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고, 그렇게 소통하며 살라고 조물주가 입도 달아주고 눈과 귀도 달아주었으며 소통이 막히면 바벨탑처럼 무너진다는 교훈도 남겨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상식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우매한 발상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하서 단 한 가지만 말하고 지나가자.
천안함이 침몰하였을 때 그는 누구보다도 앞장서 달려가 전우들을 구하고자 하였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온 힘을 다하다가...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이것은 천안함 침몰 직후 그곳으로 달려 가 그 때가지 살아서 갇혀 있을 병사 단 한명이라도 구출하려고 잠수했다가 죽은 UDT 영웅 한주호(韓主浩) 준위에 관한 것이다. 그렇게 숨졌다고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에 실려 있다. 잠수복을 입은 한주호 준위의 모습은 TV로도 알려졌고 그처럼 장렬하게 숨졌다고 보도 되었고 이렇게 교과서에까지 실렸기 때문에 그렇게 믿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외신을 통해서 엉뚱한 사진이 날아들고 전국으로 퍼졌다. 한주호 준위의 위령제 사진이다. 여기에는 주한 미군사령관이 허리를 숙이며 검은 치마저고리의 유족에게 봉투를 건네주고 위로하는 장면이 보인다. 이 자리에는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의 국방장관이 참가해서 위로금 전달했다는 소식은 없다. 이유가 무엇일까?
또 위령제가 열린 장소가 의문이다. 두 동강 난 천안암의 자리가 아니라 천안함 앞부분에서 1.8킬로, 꼬리 부분에서 6킬로 떨어진 자리로 되어 있다. 사진만으로는 거기가 그런 자리인지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런데 만일 위령제가 천안함이 아닌 그와 가까운 제3의 자리이고 그곳에서 한국군이 아닌 미군 최고사령관과 주한미대사가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한 그 사진이 가짜가 아니라면 한주호는 한국군 살리러 간 것이 아니라 미군을 살리러 가서 잠수했다가 죽었고 그 때문에 천안함에 살아 있었을지도 모를 한국군은 내버려 둔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면 천안함이 침몰한 그날 과연 거기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왜 미군 최고사령관과 주한 미 대사가 거기 나타나야 했었나?
또 정부발표와는 너무도 맞지 않는 일이 그 사진에 나타나고 있다. 적의 기습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고 이 때문에 미군 사령관과 주한 미 대사가 역사상 처음으로 이를 애도하는 동맹국의 예의를 갖추려고 했다면 그들은 한주호 한 명이 아니라 46명 전사자의 장례식에 먼저 가야 했다. 그런데 그들은 거기 나타나지 않았다. 그곳 아닌 한주호한테만 가고 유족에게 위로금까지 전달했다. 왜 그랬을까?
또 한국군 장례식에 그처럼 미군의 최고 사령관과 대사까지 참석하고 위로금까지 전한 일은 너무도 많은 한국군 장병들이 죽은 6.25전쟁 때는 한 번도 있어 본 일이 없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는 그렇다. 왜 그랬을까?
또 황당한 것이 있다. 적의 공격으로 아군 전함이 침몰하며 수십 명이 전사했다면 이는 전쟁 발발의 초비상 사태다. 그런데 미군 최고사령관이 그처럼 긴박한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그 자리에 한국군 전사자에게 한가롭게 위로금이나 전달하러 가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사령부 상황실에서 전황을 파악하고 작전 지휘하며 잠 잘 시간도 없어야 마땅한데 머리가 돌아버린 사령관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바보짓을 하나? 더구나 한주호 준위는 미군 병사도 아닌데?
주한미대사도 그렇다. 정부발표대로 북한군의 도발로 수십 명이 죽었다면 전쟁 상황인 것이 상식이고, 그렇다면 북측의 방사포들이 그들 주장대로 당장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지도 모를 일인데 최전방의 한국군 병사 위령제에는 왜 간단 말인가?
외신으로 날아 온 이 사진이 가짜 최고사령관과 가짜 주한 미 대사와 가짜 유족들로 만들어진 가짜 사진일까? 아무리 첨단기술 세상이라 해도 온 세상에 얼굴이 알려진 미군 최고 사령관과 주한 미 대사로 분장한 인물을 등장시켜 남들을 속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천안함 사태가 북한이 저지른 비상사태였다는 발표를 믿어 볼 방법이 없다.
한주호가 한국군을 살리러 갔다는 발표와 그 사진 내용이 맞지 않고 전면전 직전의 비상사태였다는 발표도 그 사진과 맞지 않는다. 그리고 그처럼 이상한 것을 취재하고 한번 보도한 KBS가 다음날부터 입 다물어서 궁금증만 남기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밝혀져야 할 큰 비밀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밝혀서 득이 될 일도 없다면 그대로 덮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렇게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덮여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그냥 덮어 두고만 싶은 사람은 비겁하기는 해도 귀막고 눈 감고 나는 모르오 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도 이를 교과서를 통해서 계속 상기시키고 3년전 이외수의 주장을 다시 상기시키며 뉴스를 만드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다.
셋째, 이외수의 그것을 유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며 그것은 문인에 대한 협박이다. 온 국민의 애도 속에 전사자에 대한 장례가 치러지고 특진과 위로금이 따르고 명예가 주어졌는데 그 내용의 진실성을 부정한다면 당연히 유족도 상심할 것이고 요즘 풍조대로라면 그런 비판자는 예외 없이 종북이며, 자칫 전쟁이 다시 터지기라도 하면 6.25 때처럼 그들은 재판 없이 처형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까 협박이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그처럼 숨진 병사들의 명예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지금까지의 정부발표를 그대로 두는 것은 잘못이다. 만일 그들의 죽음의 진실이 그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를 밝히기를 거부했다면 이는 말 못하는 전사자에 대한 모독이고 기만이다. 그리고 정부발표가 이외수 말대로 소설이고 여기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 있기라도 했다면 신성한 죽음마저도 이용한 그 행위는 더욱 큰 모독이다.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진실 아닌 거짓으로 그들에게 무엇이 주어졌다면 그것은 모두 그들의 죽음을 농락한 것밖에 안 된다. 죽음이란 속세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가장 가벼운 몸짓으로 이승을 하직하는 일이다. 이런 전사자들에게 소설로 꾸며진 서류로 억만금의 위로금을 주고 최고의 명예훈장을 준들 그것은 남은 자의 것일 뿐이지 어찌 죽은 자의 명예가 되고 위로가 될 것이며, 그들이 어찌 산 자들의 거짓으로 만들어 준 그것을 바란단 말인가?
그러므로 전사자들의 명예를 진심으로 지켜 주고 그 슬픈 영혼을 위로하려면 지금처럼 남아 있는 모든 의문을 풀어 나간 다음에 온 국민의 칭송과 위로의 말을 들려 줘야 한다.
이것을 무시하면서 진실을 말하려는 문인들을 문화센터에서 쫓아내고 강연장에서 쫓아내고 방송에서 추방한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하태경 의원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그 작가를 불러들인 국방부도 방송국도 절절 매도록 호통을 치고 사과하게 만든 것이 옳다면 하의원은 그 작가를 찾아가서 사진 찍고 대화 나누고 이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당시 대통령후보)도 그렇게 호통치고 자신에게 절절 매며 사과하도록 압력을 가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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