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꽃밭에 관한 얘깁니다.
제 '가을 꽃밭'이 이제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국화와 구절초(재래종)는 어느새 한 물 가고 있고, 코스모스가 막 절정을 맞고 있거든요.
근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꽃밭이라고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제가 처음 꽃밭을 만들 때는요(그 더운 여름날 호미로 땅을 파며), 이런 모습을 상상하고 만든 게 아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랍니다.
제가 이 작은 꽃밭을 만들 때는,
이 꽃밭 하나 가득... 꽃으로 덮힐 것을 상상했는데요,(그러기를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나온 꽃밭은, 거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제가 원하던 꽃이 아니었다는,
그래서... 약간의 실망도 했고, 꽃밭을 바라보는 마음이 시큰둥하다는 겁니다.
저는 이 꽃밭에 네 종류의 꽃울 심었는데요,
국화는 세 종류, 그리고 코스모스까지... 가을 꽃만을 볼 수 있는(어차피 이 과정이 11월 말에 끝나기 때문에) 한정적인 꽃밭이기는 했지만요.
근데, 구절초 하나만 제가 원하는 색과 꽃이었는데(흰색),
흰색 꽃으로 가득한 꽃밭이 되기를 기대하며 본부에서 구철초를 옮겨와 심었는데,
꽃은 맞았는데, 생각대로 꽃이 많이 피어주질 않아서(내년에는 벌어서 많이 필 거라는군요.)... 희끗희끗한 몇 송이의 듬성듬성한 모습으로 이제는 거의 끝을 향해 가고 있구요.(재래종 구절초는 빨리 진다네요.)
가운데에 심었던 국화는,
제가 바랐던 건 꽃이 수없이 많이 달린 샛노란 색과, 흰색이었는데(향기도 좋고),
나중에 꽃이 핀 것은, 노리끼리한 꽃송이도 작고... 흰색은 약간 분홍으로, 구절초보다 꽃도 적어... 게다가 내가 바라던 향기도 없고 해서,
'이런 꽃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안 심었을 텐데......' 하고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리고, 가장 기대를 걸었던 코스모스는...
늦게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꽃이 핀 것까지는 좋았는데,
웬걸?
제가 원했던, 우리가 어릴 적 흔하게 보던 재래종 코스모스가 아닌 개량종 아니었겠습니까?
그러니, 거기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없었답니다.
결과적으론, 제가 급하게 만들었던 꽃밭이라, 어떤 꽃인지도 모른 채 바쁘게 옮겨다 심거나 씨앗을 뿌렸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아, 내가 만든 꽃밭이라고... 내 맘대로 돼주는 게 아니로구나!' 하고 느끼는 걸로,
이 '꽃밭 이야기'는...
그래도 이 흐린 날이 많은 올해 가을을 수놓고 있기는 하답니다.
그런데요,
그런 저에게... 꽃구경 제대로 하라고,
이 마을에 한 '꽃동산 집'이 있었는데요,
우리 본부에서 하는 교육의 일환으로 하루는 이 마을의 '꽃집'에 방문했었는데,
정말 꽃세상이드라구요.
물론 그 때는(9월) 아직 꽃이 피기 전이어서 그냥 그대로 돌아오긴 했지만,
시월이 되면서... 우리 숙소에서만 봐도, 그 언덕 위에 있는 집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났던 게, 바로 꽃 때문이었는데요.
그래서 짬을 내어 한 두어 차례 그 꽃집에 가 보았는데,
아, 정말... 꽃세상이었습니다.
그리고 맘먹고, 햇볕이 비치는 오후에 찾아간 게 바로 며칠 전이랍니다.(아래)
이 집은 은퇴한 부부가 이렇게 꽃을 가꾸면서 '꽃차'도 만들어 판매한다는 귀농인으로,
1년 내내 꽃만을 가꾼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이 절정인데요... (이 마을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듯합니다.)
꽃 구경하러 가면, '꽃 차'도 대접하는 등... 마음도 너그러운 분들이랍니다.
그렇게 저는, 제가 만든 꽃밭에서는 얻지 못했던 '충만감'을,
남들이(다른 부부가) 만든 '꽃세상'에서 실컷 가을을 느끼고 돌아왔답니다.
이 산골에 있는, 정말... 꽃세상이드라구요......
그렇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았던 저는...
그래도 돌아오면서는, 제 꽃밭 사진을 또 찍어대기도 했답니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