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통나무집 토담집
많은 사람들에게 한옥(소위 양반한옥)은 로망 즉 이상향이다.
간절하게 바라고 원하는 마음은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실현되기 힘들기 때문인데
일부는 생활의 불편함을 이야기 하지만 그런 건 옛날이야기에 불과하고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건축비용에 있다.
강화 학사재 카페 해랑원사진, 아래2장도
나 또한 “이 지구상의 목구조 건축물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조물은 바로 한옥이다.”
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오래전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신영훈 선생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분의 한옥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는데 특히
프랑스 파리 교외에 이응노 화백 기념관인 ‘고암서방’ 을 짓던 이야기를 몇 년 전
책으로 다시 접하면서 그리 크지 않은 한옥을 언덕위에 짓기 위해 타워크레인을 세워
작업을 하는 과정의 박진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木壽 신영훈 선생께서 원장으로 계시는 ‘한옥문화원’ 에 전화를 걸었고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을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았다.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막연하게 추측해왔던 의문을 다시 나름대로 정리하기에는 충분했다.
한옥의 멋은 겉으로 드러난 조형미, 결합구조 그리고 전체적인 완성도 등 실로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는데, 나는 “소통의 구조” 라고 보았다.
대청을 중심으로 앞마당과 뒤뜰이 통하고, 미닫이문이나 들어열개 문으로 내부공간을
닫거나 여는 장치 등은 그 자체가 낭만이며 여유이다. 이러한 한옥의 열린 구조는
구둘 난방과 함께 인위적인 냉난방설비가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에 아주 적절했고
그 바탕에는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가 있으리라.
신영훈 선생께서 지유(指諭)로 참여하여 설계부터 전 건축과정을 이끌었고
이 시대 최고의 도편수 중 한사람으로 꼽혔던 고 조희환 도편수의 유작이라 불리는
강화의 ‘학사재’ 는 궁궐이나 사찰이 아닌 살림집으로서 전통적인 한옥의 법식을
온전하게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편리함을 제대로 추구한 ‘전형’ 으로 평가받으며
강화의 새로운 명물이자 한옥의 살아있는 교육장으로 매우 유익하게 이용되고 있다.
나야 아직 실물을 보지는 못했고 김도경 박사가 쓴 “한옥, 살림집을 짓다” 라는
책을 통해서만 접했을 뿐이나 그 과정과 완성된 모습을 담은 사진 만으로도
학사재의 위용을 충분히 실감하며 감탄한다.
그런데 (물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이런 나의 로망이 실망으로 변하게 된
실체를 접하고 순간적으로 허탈해 진 적이 있다. 문제는 한옥의 벽체였다.
몇 년 전 진주의 한 현장에서 일할 때 바로 옆에서 한옥을 짓고 있었는데
우연히 벽체공사 하는 광경을 보니 구멍이 뚫린 블록을 쌓고 있는 게 아닌가?
당시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저토록 공을 많이 들인 구조에 고작.....”
그 후에 알게 되었지만 많은 한옥현장에서 대부분 벽체를 블록이나 벽돌을 쌓고
시멘트 몰탈로 미장을 한 다음 그 위에 회벽을 바르거나, 단열을 위해 내부에는 얇은
스티로폼을 붙이고 도배를 하는 방법으로 벽 마감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분은 ALC 블록을 쌓고 스티로폼이 싫어서 계란 판에 흙을 넣는다고 하지만
높은 수준으로 정교하게 가공된 목재와 매우 이질적이라 할 시멘트 블록 혹은 벽돌,
나야 한옥에 대한 기술적인 경험이나 지식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막연하게 동경하는
입장에 있으나 달리 좋은 방법이 없단 말인가 하고 안타까워했다.
다행스럽게도 학사재는 전통방식을 따라 외엮기를 하고 흙벽치기로 벽을 마감했는데
이때도 단열문제를 고민하다가 단열 몰탈을 섞어 회벽을 바르고 살림집인 점을 감안
일부분은 스티로폼을 사용했다고 한다. ‘비지정 문화유산을 돌보기’ 위해 탄생한
‘아름지기’ 의 사옥을 짓는데도 위 사진처럼 공사를 했다. 보온과 유지보수를 위해
시멘트벽돌로 심벽을 구성했다지만 역시 매우 아쉽다.
벽돌로 심벽을 구성하다보면 간혹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여행 말미에 전주에서 옥천으로 오는 도중 몇 채의 한옥이 보이기에 차를 돌려
구경했는데 얼핏 보기에도 한옥의 모양새를 다 갖춘 건물들이었다. 살림집은 아니고
그 지역 독립기념관이라는데 혹시나 하고 여기 저기 살펴보다가 발견한 모습이다.
손으로 밀어보았더니 역시 흔들리더라. 마감처리를 야무지게 못한 탓도 있으려니와
이질재료 접합의 결과이다.
나무를 건조시켜서 가공하는 한옥의 부재도 함수율이 20% 정도란다. 이건 그래도
1년 이상 자연건조를 시킨 경우이고, 비용이나 공정상의 이유로 훨씬 덜 건조시킨
목재를 쓰는 경우도 많은가본데 당연히 어느 정도 수축과 변형이 뒤따른다.
요즘 부쩍 흙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흙벽돌은 물론 담틀공법으로도
복층구조를 만들기에는 시기상조인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포스트&빔 방식으로
골격을 만들고 벽체를 황토벽돌로 채우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런 공법도
시공하느냐?” 는 질문을 받는다. 소위 요즘 유행인 ‘통나무황토집’을 말하는 것인데
나는 “이질적인 재료의 접합부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즉 나무도 수축하고 흙벽돌도 수축하기 때문에 틈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고
구조적으로는 횡(수평)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횡력)을 잡아줄 마땅한 대책이 없으며
나는 통나무건축 하나만으로도 벅차다” 는 원론적인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한옥은 수직 기둥을 지주로 상인방 중인방 하인방, 마루로 연결되고 위로는 대들보와
중도리 마루도리로 꽉 조이고도 엄청난 무게인 지붕이 누르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구조적인 안정감이 생긴다고 보지만, 통나무집 중 포스트&빔 구조는 골조 조립 후
지붕작업을 하는 동안 구조물 전체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데 바람이 셀 때는 더하다.
이는 벽체의 장선(Stud)을 다 대고 큰 벽마다 외부만이라도 합판을 박아야 비로써
흔들림 없이 안정되는데 하물며 이보다 훨씬 원목구조를 단순화시킨 소위 ‘통나무황토’
골조는 더할 것이고 여기에 황토벽돌을 쌓은 것만으로 구조가 안정될지 의심스럽다.
흙벽돌 또는 흙벽돌로 만들어진 벽은 그 차체가 인장력이 별로 없는 재료구성이다.
그래서 다짐공법으로 구조벽체를 만드는 담틀(흙)집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위해
벽체의 두께를 50~60센티 정도로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정한 간격의
각재(Stud)가 원목골조와 연결되고 그 위에 합판을 박은 벽체와 흙벽돌을 쌓아 만든
벽체의 인장력 차이는 실로 ‘매우’ 크다. 흙벽돌 벽체와 나무 기둥이 얼마나 견고하게
결합되어 있는지는 그 시공과정을 지켜보면 쉽게 알 수 있을 터인데, 돌풍과 같은
외부의 충격으로 체육관 유리창규모의 창이 프레임 채 떨어지는 종류의 사고는
최근 빈번하다. 황토의 원적외선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우정 그런 집을 원한다면 중방을 꼭 만들고 그 아래에만 흙벽돌을 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할 것이요 되도록이면 2층은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더욱 알찬 정보는 전원의향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