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우주선에 올라요, 할머니.”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1929-2018),
‘세상 끝에서 춤추다(Dancing at the Edge of the World)’ 중 ‘우주 노파’
Bob James + Keiko Matsui - Altair & Vega [2001]
*알타이르(Altair) : 독수리자리에 있는 15개의 별들 가운데 가장 밝은 알파성(α星: 으뜸별)으로, 알테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늘을 나는 독수리'라는 뜻이다. 지구에서의 겉보기 등급은 0.77로 토성과 비슷한 밝기로 관측할 수 있는 지구에서 약 16광년 거리에 있다. 하얀 별로서 태양보다 약간 크고 무거우며 약 10배 정도의 밝은 빛을 낸다. 거문고자리(Lyra)의 베가(Vega), 백조자리(Cygnus/Cyg)의 데네브(Deneb)와 여름철의 대삼각형을 이루고 있으며, 알타이르는 대삼각형에서 꼭지점에 해당하는 별이다. 견우성(牽牛星)이라고도 하며 직녀성(織女星)인 베가(Vega)와 함께 일 년에 한번 까마귀와 까치가 다리를 놓아 칠월칠석날(七月七夕)에 만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우주 노파’라는 에세이에서 어슐러 K 르 귄은 대뜸 지구에 외계인을 데려온다. 알타이르(Altair) 네 번째 행성에 사는 이 우호적인 이웃들은 인류 대표로 지구인의 본질을 알려줄 지구인 한 명을 요청한다. 누구를 보내야 할까? 건강한 남자 우주비행사, 과학자가 물망에 오르겠지만 르 귄은 제안한다. 지금 마트에 가서 평범한 할머니를 데려오자고. 그 할머니는 아이를 낳고 길렀고, 평생 사소하게 여겨지는 일들을 했고, 생명의 탄생을 겪었고 죽음을 직면하며 완경기(完經期-폐경기-Menopause)에 접어들었다. 그러니 이 여성이야말로 지구인의 본질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닌가? 물론 할머니는 무척 놀랄 것이고, 저 키신저 박사를 보내라며 고개 젓겠지만 르 귄은 확신한다. “그러니 우주선에 올라요, 할머니.”
르 귄은 이 글을 1970년대에 썼다. 여성들 대부분이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림을 했고 돌봄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했던 시대상도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지구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중·노년의 남성들을 주로 내세운다. 돌보고 살리는 지혜는 인류를 대표할 만한 지혜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도 픽션은 가끔 더 나은 세계를 앞서 그린다. 1996년에 출간된 엘리자베스 문(Elizabeth Moon)의 ‘잔류 인구(Remnant Population)’에는 평범한 할머니 오필리아(Ophelia)가 나온다. 오필리아는 온몸이 쑤셔 짜증을 내고 끊임없이 투덜거리지만 누군가를 돌보는 일만은 탁월해서, 원치도 않았는데 지구인을 대표하는 존재가 된다. 작가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르 귄의 에세이가 있다고 했는데, 나는 아마 ‘우주 노파’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은 세계를 바라는 상상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언젠가는 그 상상이 우리의 비현실을 현실처럼 여기는 마음에 스며들어, 이 현실을 바꿀 것이다.
어슐러 K 르 귄(Ursula K. Le Guin, 1929-2018)은 저명한 인류학자 앨프리드 크로버와 대학에서 심리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작가 시어도라 크로버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제 관계였던 부부는 현장 연구를 함께하고 북미 최후의 야생 인디언으로 알려진 이시를 곁에서 도우며 기록을 남기는 등 아메리카 인디언 연구에 큰 족적을 남겼고,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르 귄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래드클리프 컬리지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르네상스 문학을 전공한 어슐러 르 귄은 이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녀는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1953년 프랑스로 건너가던 중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몇 달 후 파리에서 결혼했다. 1959년, 남편의 포틀랜드 대학 교수 임용을 계기로 르 귄은 미국으로 돌아와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시간여행을 다룬 로맨틱한 단편 「파리의 4월」(1962)을 잡지에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르 귄은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며 ‘어스시 시리즈’와 ‘헤인 우주 시리즈’로 대표되는 환상적이고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냈다. 인류학과 심리학, 도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외계로서 우주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른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일종의 사고 실험과 같은 느낌을 주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았다.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세계환상소설상 등 유서 깊은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였고 2003년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었다. 또한 소설뿐 아니라 시, 평론, 수필, 동화, 각본, 번역, 편집과 강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며 2014년에는 전미 도서상 공로상을 수상하였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내가 만난 名문장, 인류를 대표하는 지혜(김초엽 SF 작가), (동아일보, 2021년 11월 18일(월))〉, 《Daum, Naver(인터넷 교보문고)》/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