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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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농부들의 일상은 '풀과의 전쟁'이라 할만큼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뽑아 치웠지만 며칠 뒤면 새로운 풀이 자리잡고, 키를 쑥 쑥 키웁니다
고작 50평 남짓한 텃밭에서 뽑은 잡초 더미가 바위만해졌는데도
이랑 사이에는 새로운 비름 강아지풀 바랭이가 바락바락 대들고 있습니다
힘이 딸리는 아내는 낫으로 풀 뿌리를 잘라내니 자꾸 부활하는 것 같아서
호미만으로 풀을 뽑는 나는 진도가 느리고 진땀이 흐르고 있네요^*^
이 또한 지나갈 것을 알기에 삼복 더위가 지날 때까지
승패를 가리지 않는 풀과의 전쟁에 참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