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州) 체스터필드의 공공 도서관은 올여름 이색 독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어린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 어린이와 잘 훈련된 치료견(犬)을 친구로 맺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와 전문가한테 한 시간가량 책 읽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각자 파트너인 치료견을 앞에 앉혀 놓고 한 시간 동안 큰 소리로 책을 읽어준다. 개는 영리하고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책을 읽어주는 경험을 통해 어린이는 독서가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세계적인 도서관이라면 몇 가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그중 하나가 셰익스피어 작품집 초판본이나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 같은 희귀본을 갖고 있느냐다. 건물의 아름다움과 역사, 장서(藏書)의 양도 중요한 기준이다. 독일 비블링겐수도원 도서관은 세계도서관협회가 해마다 뽑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에서 빠지지 않는다. 천년 넘는 역사와 고색창연한 분위기, 화려한 벽화와 조각들로 장식한 실내 공간이 어우러져 '모든 도서관의 꿈'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 보면 꼭 역사가 오래고 건물이 으리으리해야만 좋은 도서관인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편하고 즐겁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느냐다. 미국 도서관협회는 지난 4월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과 '자산 관리 교육' 협약을 맺었다. 도서관에서 현명한 소비 생활이나 재테크에 관한 강좌를 자주 열어 도서관을 시민들 생활 속에 앉히겠다는 뜻이다.
▶일본 사가현(縣)에 있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이 운영을 민간 기업에 맡기고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시민들 발길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한다. 유명 커피 체인점을 도서관에 끌어들이고 열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게 했다. 잡지와 DVD 파는 가게도 열어 도서관이 문화상품 쇼핑센터 구실도 겸하게 했다. 인구 5만 도시의 한 해 도서관 이용객이 100만명에 이른다.
▶우리도 직장인을 위해 평일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도서관이 늘었다. 서울 관악구는 관내 5개 도서관 책을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대출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한다. 국립 중앙도서관은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우체국 택배로 책을 부쳐 공짜로 빌려준다. 마포구청 옥상에 있는 하늘도서관에는 책을 읽다 나와 노을을 보며 커피 한잔할 수 있는 카페도 문을 열었다. 아무리 많은 책을 갖고 있다 해도 찾는 이가 없으면 쓸모가 없다. 좀 더 많은 시민이 도서관을 내 집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도서관의 진화는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