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기억될 이름 제73회
이헌 조미경
아들이 캐나다에서 영구 귀국을 하게 되고 대학 입학에 필요한 준비에 돌입을 하게 되면서, 덩달아 미영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한 미영은 집안에 멍하게 앉아 천장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자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책스럽게 굴었다. 남편 연우는 그런 미영을 한심 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그렇지만 미영도 할 말은 많다. 결혼과 동시에 경력단절이 되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육아에 매달려 자신을 잃어버리고 오롯이 아이들의 엄마이자 보모로서만 존재를 하다 아이들의 사춘기를 거치면서 공부라는 위해한 꿈을 위해 해외에서 체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들들과도 소원하게 되었다. 어느 때는 자신이 낳은 적이 없는 남의 자식을 돌보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자연스레 집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또한 아이들 또래의 학부모들과 사교 모임이 없다 보니 점차 한국 사회에서 만나서 부대끼고 알아가는 열성적인 자모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쩌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같은 동네에 사는 또래 주부들과는 의례적인 인사 외에는 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동그란 섬에 갇힌 꼴이 되어 있었다. 어쩌다 동창 모임에 참석해도 미영은 그들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이유는 자신은 아들들을 낳기만 했지 키우지 않아서 인지 한국의 대학입시에 대한 치열함이나,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비싼 과외 선생을 섭외하는 에너지를 쏟아 본 적이 없는 그녀는 늘 대화에서 제외되었다. 미영의 동창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너는 좋겠다. '시누이 잘 두어서 아들들 캐나다에서 영어는 저절로 배우고 있으니 신경 쓸 일도 없으니 팔자가 늘어졌구나.' 그랬다. 동창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은 자신도 여느 동창들처럼 밤늦은 시간에 학원 앞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졸린 눈을 비비며 쓴 커피로 쓰린 속을 달래고도 싶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한국의 치열한 입시 전쟁을 피해서 멀리 타국에서 영어 공부 하면서 마음껏 이국의 문화를 즐기고 싶어 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기분이 다운이 되고 머릿속이 혼미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다. 억지로 일어나 저녁 반찬거리를 사야 하는데,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귀찮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먹을 반찬이 없다. 그때 휴대폰이 울린다. 남편이다. "뭐 하고 있어? 남편은 늘 이런 식이다. "그냥." 미영이 대답했다. "당신 이제 찬거리 사러 마트에 다녀와야 하지 않아?" 미영은 대답 대신에 한숨을 푹 쉬었다. 남편은 끊임없이 변화를 좋아하는데 자신은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혼자 멍하게 있는 것이 좋은데 자꾸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찬거리를 다듬고 나서 저녁 준비를 마치고 나서 한숨 돌리고 있을 때 걸려온 남편의 전화는 그녀를 짜증 나게 했다. 가스레인지에서 보글보글 찌개가 끓고 있는데, 남편 연우는 오늘도 회사 직원들과 회식 자리가 있다고 한다. 아들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매일 밤 12시에야 집으로 귀가를 한다. 식탁에 멍하게 앉아 있던 미영은 식욕이 없다. 식욕이 없어도 건강을 위해서 먹어야 하는데, 오늘 저녁은 왠지 먹고 싶은 생각조차 없다. 거실에 앉아 TV를 켰다.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화면은 맛있는 음식이 계속해서 소개되는데, 전혀 식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시간 연우는 회사 근처 식당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신입사원 환영회가 있는 날이었다. 같은 부서 직원은 아니지만 앞으로 자주 얼굴을 보아야 할 것 같다. 연우는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삼겹살을 젓가락으로 뒤집으로 입으로는 계속 수다를 떨고 있었다. 모처럼 회식 자리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무실 식구들이 모여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의 화제는 자연스레 주식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침마다 조간신문을 보면서 주가 등락을 확인하는 것이 주된 일인 연우에게 동료들의 주식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다. 맞은편에 앉아서 삼겹살에
생마늘을 넣어 우걱우걱 씹던 자재부 김 부장이 먼저 선수를 치면서 금방 후끈 달아올랐다. 김 부장은 소주잔을 기울이다 얼굴이 불과하게 붉어 지자 자신의 경험담을 약간 과장을 섞어 좌중에게 자랑스럽게 무용담을 전하는 영웅이 되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옆자리에서 맥주잔을 부딪치다 말고 김 부장의 다음 말이 궁금한지 채근하는 표정이다. 연우도 자신이 투자한 종목이 요즘 연일 하한가를 치고 있어 조바심이 바짝 나는 상황이라 김 부장의 말이 궁금했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첫댓글 수고 하였어요, 잘 보고 다녀갑니다.
장편소설 다시 한 번
시간내어 읽어 보겠습니다
자식은 성장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한것으로 착각 하게되고,
부모는 자식의 그같은 행동에 정 보다는
서운함이 앞서 때론 우울증에 사로잡히지요.
그러므로 자식은 키울때만 자식이지.
성장하여 단독 세대를 꾸며주면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하면 됩니다.
남편역시 사회생활에 분주 하다보니
현재는 잊고 있지만.
늙으면 후회 하면서 부부의 정 만으로
살아가면서 지난 과거를 잊는 마음에서
삶에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지요
부모는 자식들을 어느 정도로 키우고 나면
자신들 스스로 알아서 하지요
그래서 어느시기가 되면 엄마들은 할일이 없어지지요
오늘도 좋은 소설에 머물다가 갑니다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올봄 유난히 시간이
부족합니다
자주 뵙고 가야 하는데
늦게 다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