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중앙대 교수)
1. 조순형 의원의 대통령 출마 선언
조순형 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심을 한 것 같다. 기존의 제도권 정치(나쁘게 말하면 ‘패거리 정치’)에 식상한 사람들은 조 의원을 지지할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바로 유권자들은 ‘도덕성’이란 잣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조 의원이 민주당, 더 나아가 범여권 내부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얻어 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단기필마(單騎匹馬)격인 조 의원이 당적을 초월하는 ‘바람’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한국 정치에 새로운 장(章)을 열 것이다.
2. 한나라당 후보의 ‘도덕성’ 문제
정치인에게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교황을 선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에 대하여 ‘도덕성’을 따지는 것을 ‘위선(僞善)’이라고 몰아 붙이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치고도 너무한 것이다. 특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어떤 후보를 옹호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한다면 그것은 그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고백하는 셈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후보자가 어느 어느 측면에서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또 더 알리는 편이 바른 길이다.
3.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는 사람은 박근혜 씨를 비판하면 안 된다 ?
요즘 조갑제 씨가 박근혜 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자 왜 부친인 박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사람이 박근혜 씨를 폄하하느냐고 인신공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박근혜 씨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조갑제 씨를 싫어하는 이유는 조갑제 씨가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탐사기자(investigative reporter) 출신인 조갑제 씨가 쓴 ‘청와대의 골칫거리 - 박근혜와 최태민의 밀착’(월간조선 2005년 11월 별책), 그리고 월간조선 2007년 7월호의 특종 기사(‘최태민 가계도와 가족 재산’)는 박근혜 씨가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나 하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기사가 모두 사실이라면, 그것은 ‘도덕성’이나 ‘일관성’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성(normalcy)’의 문제다. 더구나 월간조선 기사의 주장대로 최씨 일가가 아직도 박근혜 씨 주변에 머물고 있다면, 그것은 - 조갑제 씨의 말대로 -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인 것이다.
4. 한편에 대한 비판이 다른 한편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
나는 지금까지 이명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대운하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에 대한 비판이 다른 한편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은 어느 한편을 지지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덕목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도덕성(morality)’과 ‘일관성(integrity)’이다. 걸어 온 길이 비교적 깨끗하고, 안보 경제 사회 등에 관한 입장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 후보는 과거(유신-5공 체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큰 좌절을 느낀다. 나 같이 좌절을 느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선은 좌파 정권을 종식시킬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대선을 몇 달 앞둔 한국 보수의 ‘자화상(自畵像)’이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