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상천·박주선 - 박정희 호평
한나라 이재오·원희룡 - DJ 선택
민정계·민주계·공화계·동교동계, 그리고 지금의 친이계·친박계…. 한국 정치에서 계보와 정체성을 떠난 정치란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설문에선 의외의 선택이 나왔다. 중앙일보와 중앙SUNDAY는 34인의 전·현직 정치인에게 역대 대통령 중 누구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지 두 명씩 꼽아달라고 했다.
친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은 2순위로 ‘김대중(DJ)’을 적었다. 야당 시절 ‘DJ 저격수’란 말까지 들었던 이 위원장이지만 그는 “남북 관계 진전”을 치적으로 꼽으며 DJ를 선택했다.
386세대인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의 선택은 DJ와 함께 ‘박정희’였다. 김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집행력”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로 적었다. 34인 중에는 이처럼 다른 계파, 다른 진영에 섰던 역대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사례가 많았다. 민주당에선 김 최고위원 외에 박주선 최고위원, 박상천 전 대표가 “산업화 업적”(박주선)과 “경제 발전”(박상천)의 공을 인정해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2인 중 한 명으로 손꼽았다.
동교동계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같은 계보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선택에 포함시켰다. 한 전 실장은 “건국 초기 국난 극복과 국가 비전”을, 한 전 대표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공헌”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한반도 평화정책, 정치 신념(민주화)에 맞게 평생 헌신한 점”을 들어 두 번째 순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목했고,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에 몸담았던 이수성 전 총리와 박찬종 전 의원도 “복지 확대”와 “남북 화해 기조 확립” 등의 이유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꼽았다.
보수연합을 내걸고 정계 입문한 심대평 의원(무소속)은 1순위로 박정희 전 대통령, 2순위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정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1·2순위로 제시했다. 정운찬 총리·김문수 경기지사·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모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1·2 순위로 뽑아 견해가 일치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만을 꼽았다.
34인이 평가한 역대 대통령의 능력별 비교도 눈길을 끈다. 역대 대통령 중 ‘성취 업적이 많았던 대통령’은 박정희-김대중-이승만, ‘비전 제시 능력’은 김대중-박정희-이승만, ‘행정 운영 능력’은 박정희-전두환-김대중, ‘경제 관리 능력’은 박정희-김대중-전두환 전 대통령 순으로 나타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회와의 관계를 잘 유지한 대통령’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도덕성’이 가장 높았던 대통령으로 꼽혔다.
특별취재팀
◆ 외부 연구·자문위원=박찬욱(차기 한국정치학회장)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정용덕(전 한국행정학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용욱(차기 한국경영학회장)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봉(문화사학회회장) 경기대 사학과 교수, 곽준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안민호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 중앙일보=이상일 정치데스크, 김택환 멀티미디어랩 소장,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박승희· 강민석 차장, 고정애 기자, 홍유진 인턴기자
◆ 중앙SUNDAY=전영기 편집국장, 이정민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팀장
인터뷰 대상 34인
전·현직 총리, 정당 대표에 대선 예비 후보군도 포함
조사 방법은 면접 조사를 원칙으로 하되 대상자의 사정에 따라 일부 e-메일 조사를 병행했다. 설문 문항은 서울대 박찬욱 정치학과 교수를 포함해 정치학·행정학·언론학·경영학·역사학자 8명과 중앙일보·중앙SUNDAY 정치부가 TF팀을 구성해 지난 4개월간 연구와 토론을 거쳐 정했다. 문항은 모두 14개로 ▶정치인으로 필요한 자질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리더십 덕목 ▶역대 대통령 평가와 이유(업적·비전·행정운영 등 세부 10개 항목) ▶위기 극복 사례 ▶2012년 한국 사회의 과제 ▶포퓰리즘에 대한 견해 ▶정치인 유형 분류(책임형과 신념형) ▶정치의 존재 이유 ▶영향을 준 국내외 인물과 책 ▶삶의 모토 등으로 구성됐다. 주관식이 대부분이었다.
면접 조사 대상으론 1987년 이후 한국 정치를 이끌어 온 전·현직 정당 대표 및 총리, 대선 예비 후보군 등 40여 명을 선정했다. 이들 중 34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우리 정치사에 족적을 남겼거나 오늘의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요 정치 리더 30인 이상의 생각과 판단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사한 것은 한국 언론으론 처음 있는 시도다.
출처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4016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