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 곽호영
세상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던 곱디고운 단풍이 하룻밤 찬 서리에 메말라 지나가는 바람결에도 바스락거린다.
부지불식간 일어난 일이다.
사랑이 그렇더라.
청춘이 그렇더라. -------------------------------------------------------------- 속수무책
우리만의 리그에서 그는 금수저다
좋은 집안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거쳤다
퇴임 후 경비원이 된 그의 용기에 갈채를 보냈는데
느닷없이 들이닥친 뇌출혈
오늘,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
세월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데
우린 그저 속수무책이다. ------------------------------------------------------------------ 통증
은근슬쩍 찾아온 통증 통증은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 “주인님 제발 저 좀 추슬러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탈이 납니다,”
과부하가 걸렸는지 잦아지는 경고음
아직까진 쉴 수가 없는데 조금 더 일해야만 하는데
한의사가 놓아주는 침 후끈후끈한 파스에 의존해서라도 견뎌야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동반되는 책임과 의무 통증도 부담 섞인 축복이다
ㅡ시집『흐린내 연가』(2024,그루) *************************************************************************************************** 어제 저녁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일곱 명이 모여 모처럼 해물탕을 먹었습니다 이미 불콰해진 친구와 막걸리만 마시는 친구의 권유로 한잔 마셨습니다 화제는 늘 그랬듯이 건강 유지 비법이고, 부부사이의 티티카카로 웃게 됩니다 다음달 모임이 말복이니 부부 동반으로 보양식을 먹자는 제안에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고작 일년에 한번 부부동반은 너무 적다는 공감대가 쌓인 것이지요 반세기를 살아오면서 얼굴 익히고 정까지 나누었는데 얼굴 한번 더 보는 것은 당연하지요 속수무책으로 이승을 먼저 떠난 친구들 모습이 그리워지는 저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