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인원은 총 열두명. 酒流 김상현, 양건, 김원철과 박노문, 非酒流 장지석, 구영승, 최민성, 조재선, 이항재, 오병선, 이장성과 한부환군으로 구성되어 좌우로 나누어 자리잡다.
오랫만에 장지석군, 이항재군, 오병선군과 한부환군이 참석했고 이장성군도 물을 건너 먼거리를 달려와 자리를 함께 했다.
두 세력사이에는 한 동안 방석 두 개정도의 비무장 중립지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삼십분 늦게 한군이 등장하여 주류로 등록하여 자리를 채우고, 비주류에서 장군과 이장성군이 위대한 배신을 하여 주류로 전향하면서 중립지대를 채움으로서 자리가 아름답게 정돈되었다.
메뉴는 예의 정식코스로되 스폰서가 이미 양군임이 고지된 터라 소주를 추가하는 소리가 더 빈발하였도다.
비주류석에서는 이념과 종교가 같은 이민족에게 정복되는 경우와 같은 민족이되 종교와 이념이 다른 적대 세력에게 정복되는 경우에 어느 것이 더 비참할지 뭐 이런 류의 심각하고 어려운 화제가 토의된 것같은데 주재기자가 없기에 자세한 내용을 알수 없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주류파 좌석에서는 강정호의 3타점 이루타를 양군이 잠깐 언급하였고 왕년의 경기 야구반 멤버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음 두 김군의 건강, 특히 수면중 무호흡증, 쉽게 말해 코골이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다.
계보학의 권위 김원철군이 오늘은 사육신의 한 분인 박팽년선생의 후손에 관한 비사를 들려주었다.(우리 동기 박동규군의 가계에 관해서이나 자랑스러운 일이므로 동의없이 올린다.)
박팽년선생의 일족이 멸문지화를 당하게 될 때 며느리가 회임중이었는데 나라의 명은 사내가 태어나면 죽이고 계집이 생산되면 婢로 삼아라 였다. 며느리는 사내를 출산했는데 마침 여종이 딸을 낳아서 서로 바꾸어 각각 奴와 婢로 만들어 숨어 살다가 성종조에 신원 복권되었다는 말씀.
이 말씀에 대해 박가가 공손히 받들어 모시되 단 한 가지 점에 이견을 제시했는바, 여종도 아들을 낳았는데 며느리가 낳은 사내아기와 바꾸었다는 버젼이 있다고 하다.
그 버젼에 의하면 여종이 훌륭하신 상전가문의 한 점 혈손을 살리기 위하여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켰다고 하여 의리를 지킨 충성스런 여종으로 기려지고 있다고.
진실은 김군의 버젼이 맞을지도 모르나 사람들은 항상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더우기 사회의 지도이념에 부합한 스토리를 선호하니까 후자의 버젼이 생긴 것같다.
한편 박군은 신임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첨을 했는데 그 전말을 아래에 고발한다.
박가는 역사에 해박한 김상현군에게 황룡사 구층탑에 관해 운을 띠었고 김군은 구층탑은 주변 아홉 나라가 조공을 하게 되리라는 신라인의 기원을 담은 건축물이라고 해설을 잘 해주었다. 아홉 나라는 고구려, 백제, 일본, 말갈 등등이라고.
해설이 끝난 후 박가가 개구하여 왈, "김원철군이 신임 회장이 되니 곧 바로 정건용군이 주식비를 부담한다고 나서고 이 번 달에는 양군이 나서니 이것이 바로 구층 탑을 세운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난데없이 조공을 바친 신세가 된 양군이 호쾌하게 껄껄 웃으며 그러하다고 동의하니 과연 대인의 풍모라고 하겠다.
한군은 차기 총리감으로는 양군이 적임이라고 쓴 소주를 두 잔이나 권하는데 과연 한군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할까?
청문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모든 의견이 일치하는데 박대통령이 과연 사람 보는 눈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 이외에도 좋고 흥미로운 말씀들이 오가고 했으나 본인은 소주를 한 병 반 마시느라 바빴던 관계로 잘 듣지도 못하고 기억도 못하는 형편이다.
차후 이 보고는 비주류측 인사가 담당해야 맨 정신에 정확하고 자세하게 녹취록이 작성되리라고 생각한다.
댓글에 뜻을 밝혀주기 바란다.
모임을 마친 후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아홉명이 던킨 도넛집에 들러 커피를 한 컵씩하다(최군은 과일음료). 커피가 숙취해소와 간보호에 좋다고 하니까 이젠 맥주로 입가심은 완전 퇴조다. 장군이 나서서 커피값을 치렀다.
커피를 짬짬이 기다리다가 박가가 주전부리로 도넛 다섯 개를 가져와 반씩 잘랐다. 9개보다 5개 값이 적고, 콩 한 개라도 나누어 먹는 우애를 상기시키기 위한 뜻이 있으며, 일인당 한 개는 열량과 당분의 과다섭취가 걱정되기 때문이다(그래도 장교수는 박가의 두꺼운 몸매에 다 까닭이 있다고 하며 식탐을 웃으면서 경계했고 최군이 동감을 표했다).
멀리 가는 친구들도 있고하여 열시전에 일어나 전철 2호선과 3호선 역에서 바이 바이 악수나누고 각기 분산.
이상 간략하게 보고합니다.(끝)
첫댓글 정말 비주류중에서 누가 나와서 기록하기 바랍니다. 취중에 기억나는 화제는 내가 떠든 소리뿐이라서 보고서를 보면 마치 대화를 내가 주도한 듯, 내 자랑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탕평을 위하여, 主流( 당연히 酒思派를 의미 )와 非主流 중간에 汎主流 좌석을 마련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순수 비주류는 조대감과 최박사에다 모임에 빠졌으나 엄교수 정도?일테니 말입니다.
昨醉未醒인게로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