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에 버려진 쓰레기더미 위에
향기롭고 고운 연꽃이 피어나듯
올바르게 깨달은 붓다의 제자는
아무렇게 내버린 쓰레기와 같은
눈이 먼 사람들과 함께 살지라도
그 자신의 지혜로 밝게 빛나리라.
(법구경)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를 불교에서는 사바세계라 부릅니다.
사바세계란 '온갖 번뇌를 인내해야 하는 세계'란 뜻입니다.
그러하기에 역설적으로 오히려 더 깊은 정신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바세계인 것입니다.
극락세계는 너무 편안해서 수행의 마음을 낼 수 없습니다. 지옥계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아귀계는 너무 이익만을 추구해서, 아수라계는 너무 싸움만을 좋아해서, 축생계는 너무 아둔해서 수행의 마음을 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계는 수많은 번뇌들이 오히려 향상심을 발로시키는 원인을 만들어 해탈을 추구케하니 인간계에 태어남은 참으로 복이라 할 것입니다.
보왕삼매론에 이릅니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서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성인께서는 '저 장애 가운데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저 '앙굴마라'와 '제비달다'의 무리가 모두 반역스런 짓을 했지만 성인께서는 모두 수기를 주셔서 성불하게 하셨으니, 어찌 저의 거슬리는 것이 나를 순종함이 아니며, 제가 방해한 것이 나를 성취하게 함이 아니리요.
요즘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
오염된 곳에서 예쁜 꽃과 맑은 향기를 피어내는 연꽃처럼, 치승하는 번뇌의 덩어리가 수행의 자양분이 되어지니 어찌 기껍지 않으리오? 몰록 열반의 과를 얻어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담연거사는 노래합니다. "모랫 바람가르며 만리 원정길에 올랐나니, 동서와 남북이 모두가 나의 집이네. 마음은 저 텅빈 가을하늘 같거니, 올곧은 마음이여 하얀 연꽃이여.
공문에 들어섰네 크나 큰 마음이여, 부귀명리 뜬구름은 미련없이 버렸네. 거울을 마주한 이 텅빈 마음 누가 알리, 한 송이 우담발화 불속에 피어나네.
지난해에 우연히 만나 서로 찾다가 이 가을에 다시 만나 맞손을 잡네. 문자없는 글귀로 시를 짓고, 줄없는 거문고를 타면서 흥에 취하네.
바람에 밀리는 머언 파도소리, 찬 연못에 비 지나가자 가을물 깊어지네. 이런 즐거움 아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게, 하나 하나 공안이 되어 총림마다 무성하리니."
계룡산인 장곡 합장
첫댓글 장곡스님 법문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