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그리움
人道海水深(인도해수심),
사람들은 바닷물이 깊다고 말하지만,
*道(도) : ‘길 도’자로 ‘길, 말하다, 다니다, 가다’ 등의 뜻이 있다.
不抵相思半(불저상사반).
내 그리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리.
*不抵(부저) : ‘소용없다, ~에 미치지 못하다, 쓸모없다, 뒤떨어지다’ 등의 뜻이 있다.
海水尙有涯(해수상유애),
바닷물은 그래도 끝이라도 있지,
*尙(상) : ‘오히려 상’자로 ‘오히려, 더하다, 숭상하다, 높이다’ 등의 뜻이 있다.
*涯(애) : ‘물가 애’자로 ‘물가, 끝, 잡도리하다, 수변水邊’ 등의 뜻이 있다.
相思渺無畔(상사묘무반) .
이 그리움은 아득히 끝이 없는 걸.
*相思(상사) : 남녀 사이의 일방적인 그리움으로 짝사랑을 뜻한다.
*渺(묘): ‘아득할 묘’자로 ‘아득하다, 작다, 1의 천억 분의 일, 끝없이 넓음’ 등의 뜻이 있다.
携琴上高樓(휴금상고루),
거문고 들고 높은 누각 오르니,
*琴(금) : 거문고 금 이지만 당시 당나라의 현악기의 이름을 몰라 거문고로 번역한것으로 여겨짐.
樓虛月華滿(루허월화만).
텅 빈 누각엔 달빛만 가득하다.
彈著相思曲(탄저상사곡),
그리움의 노래를 거문고로 타노라니,
*彈著(탄저) : ‘칠 탄, 나타날 저’자로 ‘(현악기를) 탄주彈奏해 보이다’는 뜻이다.
弦腸一時斷(현장일시단).
현줄이며 애간장이 일시에 끊어지네.
―‘그리움이 빚은 원망(상사원·相思怨)’ 이야(李冶·약 730∼784)
그리움이 쌓이고 쌓여 끝내 원망으로 남았다는 애소(哀訴). 그리움의 깊이를 바다와 견준 단순한 비유이지만 단순하기에 더 절절한 느낌이다. 애타는 마음을 달래려 거문고 가락에 그리움을 실어 보는 시인. 텅 빈 누각, 쌓인 원망을 씻으려 시인은 하릴없이 같은 노래를 쉼 없이 타고 있었는지 모른다. 급기야 뚝 끊어지는 현줄. 순간 시인은 이참에 단장(斷腸)의 그리움마저 절연(截然)히 사그라지길 기원했을까. 아니면 그리움이 빚은 원망이 더한층 깊어 가는 불안한 예감을 가졌을까.
이 시에서 연상되는 귀에 익은 가곡 하나. ‘뉘라서 저 바다를 밑이 없다 하시는고. 백천 길 바다라도 닿이는 곳 있으리라. 님 그린 이 마음이야 그릴사록 깊으이다.’ 이은상 시, 홍난파 곡 ‘그리움’의 제1절이다. 모티프를 따온 그 이상의 닮은꼴인데 노산(鷺山) 선생의 맛깔스러운 우리말과 리듬은 그것대로 색다른 감흥을 준다. 당대의 여류 시인 설도(薛濤)의 ‘봄날의 기다림(춘망사·春望詞)’을 김억(金億)이 가곡 ‘동심초’로 번안한 전례를 떠올리게도 한다.
당나라 3대 여류 시인으로 꼽히는 이야(李冶·약 730∼784 : 당나라 최고의 팜 파탈로 꼽히는 이야의 상상도)
✺ 이야(李冶·약 730∼784) : 자는 계란季蘭이며, 호주湖州 오흥吳興 출신이며, 설도薛濤, 어현기魚玄機와 더불어 당조唐朝 삼대三大 여류시인女流詩人으로 꼽힌다. 타고난 재자가인才子佳人으로서 어려서부터 거문고를 잘 탔고 시적 재능이 뛰어나 5,6세 즈음 아버지가 정원에서 그녀를 안고 있는데
“경시미가각經時未架却, 심서란종횡心緖亂縱橫” 즉, ‘때가 지나도 채워지지 않는 바구니,
이 내 맘 어지럽기만 하다’라며 ‘영장미詠薔薇(장미를 읊다)’라는 시를 지어 읊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부녀자답지 못한 행동”이라 여기며 어린 딸을 출가出家시키려고 했다. 당시 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을 도사道士가 되는 길뿐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11살 되던 해에 섬중剡中(저장성浙江省 일대)에 있는 도교道敎 사원寺院인 도관道觀에 들어가 여도사女道士가 되어 육우陸羽(733∼804), 유장경劉長卿(725~789) 등과 교류가 깊었다.
육우陸羽는 이야李冶가 병들어 누웠을 때, 진정 그녀를 이해하며 찾아왔던 친구였고, 유장경劉長卿은 그녀를 “여류 시인 중의 호걸(여중시호女中詩豪)이다”라고 추켜세웠다. 그녀의 뛰어난 문재文才는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드디어 황제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덕택에 그녀는 궁중宮中 악기樂妓가 되어 덕종德宗의 총애를 받았다고 한다. 훗날 반란군의 장수에게 시를 지어 보낸 것이 화근이 되어 처형당하는 비운悲運을 맞았다고 전한다.
이로 인하여 그녀의 작품은 흩어졌고, 『전당시(全唐詩)』에 그녀의 시 16수가 남아있다. 후세 사람들이 그녀의 시와 설도(薛濤)의 시를 합하여 『설도, 이야시집(薛濤 李冶詩集)』 2권을 합간했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 〈이준식의 漢詩 한 首(이준식,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동아일보 2024년 11월 22일(금)〉, Daum∙Naver 지식백과/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