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물상지(玩物喪志)
물건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게 된다는 뜻으로,
물질에 탐닉하다 큰 뜻이나 자신이 세운 목표를
잃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쓸데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소중한 자기의 본마음을
잃어 버리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사람은 일만 해서는, 학생은 공부만 해서는 견디지 못한다.
여가를 이용하여 즐길 여유를 가져야
다음에 다가올 업무를 잘 처리할 수가 있다.
즐겨야 한다는 여기에 공자(孔子)의 말을 잘 갖다 붙인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知之者 不如好之者),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는 도를 즐기라고 했다는데
좋아하는 취미에 억지 인용하면서 큰소리친다.
좋은 교훈이 되는 속담이 있다.
재미있는 일에 정신을 팔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며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했다.
사물에 정신이 팔려(玩物)
뜻을 잃는다(喪志)는 성어와 같다.
유교 삼경(三經), 오경(五經)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서경(書經)'에서 유래했다. 상서(尙書)라고도 하는 이 책은
고대 중국 하은주(夏殷周) 시대의 정치 문서를 편집했다고 한다.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이
요녀(妖女) 달기(妲己)에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유흥에 흥청일 때
무왕(武王)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새 나라 주(周)를 건국했다.
각지의 제후국들도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여러 가지 진기한 공물을 무왕에 보내 왔다.
서쪽지역에 살던 미개한 부족국
여(旅)에서 오(獒)라는 큰 개를 보내오자
무왕은 처음 보는 헌상품에 큰 관심을 보이며
많은 상을 사자에게 내렸다.
이를 본 소공(召公)이 무왕에 글을 올려 간언했다.
주서(周書)의 여오(旅獒)편이 그것인데 내용을 보자.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려 사방에서 공물이 오면
좋은 징후이니 기쁘게 받되
제후와 백성에게 나눠야 한다며 이어진다.
不役耳目, 百度惟貞.
듣고 보는 감각에 치우치지 마시고,
법도를 바르게 하십시오.
玩人喪德, 玩物喪志.
사람을 희롱하면 덕을 상하고,
사물에 너무 빠지면 뜻을 잃게 됩니다.
무왕은 흔쾌히 건의를 그대로 따라
튼튼한 주나라를 이끌었다.
소공은 주공(周公)과 함께 무왕을 잘 보필하여
초기의 주왕조 기반을 굳혔다.
소공은 백성들의 신망도 높아 지방순시하며
팥배나무 아래서 송사를 듣고
공정하게 판결한 것을 기렸다는 성어
감당유애(甘棠遺愛)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알기만 하면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을 못 당한다.
좋아하는 사람은 또 즐기는 이를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즐기는 일이 취미 오락에 그치고
생산적인 것이 못 될 때 고민이 생긴다.
서양 격언이 생각난다.
'오락은 꽃, 일은 뿌리다'란 말은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면
우선 튼튼한 뿌리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소공 정도가 돼야 바른 충고를 하고
무왕 같은 아량이 있어야 쓴말도 받아들여 바른 길로 간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즐기는 일에 침식을 잊고 빠졌던 분야에서
이때까지 생각지 못했던 미래를 창조하는 수도 있으니
무턱대고 말릴 일도 아니다.
일률적인 것은 어디서나 폐단이다.
정치인들 가운데 처음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정계에 진출했다가
뇌물로 인해 '완물상지(玩物喪志)'하는 경우가 많다.
무릇 큰 뜻을 품은 사람은 물욕에
초연할 수 있는 자질을 길러야 한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