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 이우디
우는 얼굴이 웃으며 지나간다
입이 막힌 영상을 보다가
봄이 죽은 소식을 읽는다
너머에서는 총알이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는 소식이 자막으로 흐른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가게가 붐빈다
급발진한 말들이 꽃보다 붉다 개나리가 만발한 들판에서 잠시 죽어도 될까 귀를 세우고 죽은 봄을 기다린다 오지 않는 얼굴을 미리 읽는다
웃으며 지나가는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 농담을 끝내고 싶은데 화약 냄새가 닫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얼룩진 군복의 탈주병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나를 겨냥한 말들이 앞발을 세운다 눈을 가린 나는 바람에 올라탄다
나의 무게를 견디는 게 무엇인지 묻는다
대답이 없다
자연처럼 무안하지 않다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베일을 벗은 오늘을 아름답다 해야 할까 외출하지 않는 날이란다 언제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정되었는지 나만 모르는 날이 웃으며 지나가는 걸 본다 혼잣말이 빅스비를 호출한다
"우크라이나를 틀어줘"
"헤네시 파라다이스 불러줘"
이스라엘이 지나간다 냉담한 전쟁이 지나간다
농담이 지나간다
ㅡ격월간 《현대시학》(2024, 7-8월호), 개활지의 시경연 우승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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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세계대전을 두 차례나 겪고나서도 왜 인류는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요?
며칠전 미국대선에 나선 전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총격사건이 세계를 뒤흔드는 중입니다
저마다 극단적 대립의 결과라고 풀어내는 정치판의 독해를 보고 들으면서 모두 농담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한때 모든 생산공장에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구호가 걸렸었는데 지금은 재해예방 강조로 바뀌었답니다
내로라 하는 이들 모두가 자기주장 관철에 서슬이 퍼렇고 편을 갈라 팽팽하게 대치 중입니다
말하기 좋아 보수니 진보니 하며 편을 가르고 좌파 우파를 따집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이도 저도 아닌 중도층이 더 많다는 걸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농담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박수를 치다가도 혀를 끌끌 차면서 슬쩍 외면하기를 반복합니다
누군가가 발사하는 위험한 폭발물이 어디엔가 떨어지고 누군가가 피해를 입는 게 세상살이입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고 각종 연예프로그램이 성행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않을 슬픈 요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