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서민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
①시세 70% 이하·차익 공유 '나눔형'
②전세로 6년 산 뒤 분양 결정 '선택형'
③시세 80% 수준으로 낮춘 '일반형'
④만기 40년·최저 1.9% 초저리 대출
⑤서울 역세권 등 수도권에 1.1만 사전청약
정부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주변 시세보다 최대 30% 싼 공공분양 아파트 50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 중 70%는 미혼·신혼부부와 같은 청년층 몫이다.
초기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주기 위해 40년 만기로 최저 연 1.9% 대출도 제공한다. 이런 혜택들이 더해지면 목돈 7,000만 원만 쥐고 있으면 시세 5억 원짜리 집을 사는 게 가능해진다.
청년층 34만…1인 미혼가구에 5만가구
국토부 제공
국토교통부는 2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공공주택 50만 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거공약으로 내놓은 '청년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집 주택' 브랜드를 구체화한 것이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짓는 아파트다. 그나마 가격이 싸 무주택자 선호도가 높다. 정부는 이런 공공분양 아파트를 2027년까지 지난 정부 때(14만7,000가구)보다 3배 이상 많은 5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짓기로 결정했다. 이 중 70%인 36만 가구는 서울·수도권에 공급한다. 서울 물량은 6만 가구에 이른다. 지난 정부 때 배정된 서울 물량(6,000가구)보다 10배 가까이 많다.
대상별로는 청년층에 가장 많은 34만 가구를 공급하고, 나머지 16만 가구는 무주택 중장년층에 돌아가게끔 했다. 특히 지금까진 청년층 몫은 기혼자 위주로 공급되는 구조라 미혼 청년은 사실상 공공 아파트를 잡을 기회가 없었는데, 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미혼청년(19~39세·무주택자) 특별공급(5만 가구)을 신설했다. 신혼부부엔 15만5,000가구, 생애최초엔 11만2,500가구, 일반 무주택자엔 18만가구를 공급한다.
역세권 중심으로…서울·수도권서 1.1만 사전청약
사전청약 일정
정부는 공공 분양 아파트는 입지가 떨어진다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지하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처럼 최대한 역세권 중심으로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이날 내년 사업승인 예정인 7만6,000가구 중 1만1,000가구(서울·수도권)에 대해 사전청약을 받겠다며 공급지역을 공개했는데, 서울 역세권으로 꼽히는 마곡, 면목, 위례를 비롯해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 고덕강일 지역도 포함돼 있다.
또 공급물량의 30% 이상은 민간과 손잡고 수요자 맞춤형 아파트로 공급하고, 아예 민간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도 검토한다.
분양가 내리고 40년 만기 초저리대출 제공
최근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로 웬만큼 싸선 큰 메리트가 없다. 더구나 치솟는 대출금리도 부담이다. 정부가 짓기로 한 공공 아파트는 이 2가지 걸림돌을 없앤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정부는 수요자의 선택권을 넓혀주기 위해 공공 아파트를 3가지 유형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①분양가를 시세 70% 이하로 낮추되 시세차익 30%는 공공과 나누는 나눔형(25만 가구) ②6년간 임대로 살다 이후 분양 받을지를 결정하는 선택형(10만 가구) ③시세 80% 수준의 일반형(15만 가구) 등이다.
나눔형과 선택형은 초저금리 대출도 함께 제공한다. 40년 만기, 연 1.9~3% 고정금리로 최대 5억 원(집값의 80%)까지 빌려준다. 대출금이 일정 기준 이상이면 소득에 따라 한도를 제한하는 규제(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적용하지 않는다.
시세 5억 나눔형 아파트…7,000만원으로 내집마련
대출 혜택
이런 조건들을 적용하면 아파트 시세가 5억 원인 지역에 들어서는 나눔형 아파트는 초기 분양가가 3억5,000만 원에 정해진다. 이 경우 집값의 80%인 2억8,000만 원을 최저 1.9% 금리에 빌려준다. 7,000만 원만 있으면 내집 마련이 가능해진다. 매달 갚는 원리금(원금+이자)은 83만 원(원리금균등상환 가정)이다.
만약 5억 원짜리 일반 아파트를 시중은행에서 4억 원(80%) 대출받아 산다고 가정하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은(금리 4.64%·만기 30년) 206만 원에 이른다. 최근 기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해도, 이런 이점을 고려하면 역세권 나눔형 아파트는 거의 로또 아파트나 다름 없다. 다만 나눔형은 의무 거주기간 5년을 채워야 하고, 이후 공공에 팔면 시세차익의 30%를 공공에 반납해야 한다.
선택형은 전세로 살다 6년 뒤 분양 여부를 선택하는 모델이다. 6년 뒤 분양가는 '입주시 추정 분양가+분양시 감정가'의 평균 가격으로 정한다. 추정 분양가가 4억 원이고 감정가가 8억 원이라면 평균가인 6억 원이 분양가가 된다.
일반형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시세의 80%에 공급한다. 대신 청년층 몫을 늘리기 위해 20%는 추점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또 기존 디딤돌대출을 이용해 청년층에 대해선 대출한도(최대 4억 원)와 금리(2.15~3%)를 낮춰줄 예정이다.
"수도권 집값 하방 압력 적잖이 받는다"
업계에선 시세보다 싼 공공분양 아파트 50만 가구가 쏟아지면 서울·수도권 집값 역시 적잖은 하방 압력을 받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주택경기 침체기라 정부가 계획한 대로 공공 물량이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단 역세권 위주로 1차 사전청약 물량을 잡았지만 이런 입지를 발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사비도 오르는 추세라 실제 입주까진 시간이 상당히 걸릴 걸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