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덕수궁 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계속 추진하겠다." - 허바드 주한미대사
최근 건교부에서 법개정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미국대사관측은 그와 관계없이 계속 대사관 신축을 강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어 또 한번 우리의 법과 문화주권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측은 오는 2006년까지 옛 덕수궁 터에 지상 15층 지하 2층 크기 미국 대사관과 직원용으로 8층 아파트(54가구)와 4층짜리 군인용 숙소를 신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규모 면에서도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2배에 가까운 엄청난 크기입니다. 게다가 미국대사관측은 신축과정에 부당한 법개정과 특혜를 건교부와 서울시에 요구해 많은 문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대사관과 아파트가 들어설 곳은 불과 80여년전까지만 해도 고종이 선왕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선원전'을 비롯해 여러 건물들이 있던 곳입니다. 일제가 조선의 상징을 파괴할 목적으로 그 사이에 길을 뚫어 덕수궁으로부터 잘라낸 후 유린한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곳을 짓밟고 미국대사관과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우리문화의 자주권을 유린당하는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그곳에 덕수궁이 있었다"는 부끄러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덕수궁을 지키는 사이버 서명운동과 활동에 참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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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퍼온 내용입니다...
▲ 덕수궁에서 바라본 미대사관과 직원용 아파트가 들어설 위치.
ⓒ2003 시민의모임
"미 대사관만 그 자리(덕수궁터)에 짓고 아파트만 다른 곳에 짓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고)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명박 서울시장)
"문화계와 시민단체는 무조건 보존을 주장하고 있지만 순리대로 하자면, 미 대사관을 짓겠다는 것은 정부간의 약속이니 지켜야 하지 않겠나. 대체부지 마련안은 국유지와 시유지 중에 (미대사관이 들어설 규모의 땅이) 없으니까 어려울 것 같다." (청와대 한 외교관계자)
"덕수궁터 미대사관 신축 문제는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해당기관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특별한 외교관계를 고려했을 때 양국정부간에 합의한 문제임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문화관광부 오치철 차관)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덕수궁터 미 대사관 신축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이렇게 발언했다.
특히 청와대·외교통상부·서울시는 "아파트와 직원용 숙소는 제외하고 대사관 청사만이라도 짓겠다"는 미대사관측의 입장을 수용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문광부는 문화재 보존에 한·미 외교관계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최종결정을 내려야 하는 문화재청은 난감한 처지. 문화재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외교적 입장에서만 말(신축허용)을 하고있어 괴롭다"며 최근 언론보도를 겨냥해 "5개월에 걸친 지표조사결과가 나온 마당에 어떻게 눈으로 덕수궁터를 둘러보고 (신축허용을) 결정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3일자 기사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장관과 문화재청 등 관계 부처장은 그 동안 경기여고터를 직접 둘러보고 지표조사를 검토한 결과 문화유적을 보존하면서 대사관 신축 필요성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나서서 법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외통부·서울시, 신축허용 한목소리... 힘 없는 문광부
3일 고건 총리 주재로 열린 '미대사관 신축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선지 이렇다 할 결정은 도출되지 않았다.
총리실에서는 이날 열린 회의에 대해 "문화재유적의 보호와 외교공관 신축의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절충하는 방안과 서울시가 당초 재산교환 취재에 따라 대체적지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는 간담회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출장중인 이창동 장관을 대신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오치철 문광부 차관은 "대통령이 총리에게 이 문제를 일임한 뒤 처음 소집된 회의라는데 의의가 있을 뿐, 미 대사관 신축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는 자리를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 차관은 '정부가 나서는 것은 문화재위원회의 결론에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정부차원의 논의와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는) 병립할 수 있다"고 말해 애초 문화재위원회의 결과를 존중한다는 문광부 입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 올 여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덕수궁터 미대사관, 아파트 신축 반대 시민모임'에서 벌인 일인시위 장면.
ⓒ2003 시민의모임
덕수궁터 미대사관·아파트 신축 반대 시민모임(문화연대 등 32개 단체)은 "정부가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서 대사관 신축허용에 대해 문화재청과 협의가 되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대사관은 유적지를 보존하는 선에서 짓겠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 이미 덕수궁터의 건축 부재였던 장대석이나 사고석이 대사관저의 배수로나 축대, 화단에서 뒹굴고 있다. 또 혼유석(혼이 나와서 쉬는 돌)은 파티하는 데 음식테이블로 쓰이고 있다."
시민모임의 황평우 집행위원장(문화연대)은 특히 "관련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더이상 문화재보존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앞으로 누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법을 따르겠냐"고 반문했다.
문화재보호법 74조에는 건설공사의 시행자는 사전에 공사지역에 대한 유적의 매장 및 분포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그 조사보고서를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 심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이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미대사관이 제기해온 형평성 문제, 즉 그 일대에 이미 유사한 건물(영국대사관과 러시아대사관)들이 들어선 마당에 미대사관만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논리에 굴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려워진 한·미 관계? 덕수궁이 '크리스마스 선물'인가
이에 대해 시민모임의 천준호 공동대표는 "이미 망가졌는데 뭐가 문제냐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며 "어려워진 한미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덕수궁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일제가 덕수궁터를 파괴할 당시에는 중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복토(흙으로 덮는 것)를 하고 건물을 올렸다. 때문에 땅을 파보면 주춧돌이나 초석, 다수의 유적이나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기여고터와 부대사관저 자리는 복원될 여지가 많다."
시민모임은 오늘(4일) 오전 11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미국의 압력에 따라 덕수궁터 유린하는 정부당국 규탄한다'는 취지의 긴급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결국 덕수궁터 대사관신축이 한국정부가 미국에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이 달 말 열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회의에 달렸다. 이 결과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최종결정을 내리게 되어 있다.
문화재청장이 위원회가 내린 결과를 뒤집고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에는 큰 무리수가 따른다. 왜냐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문화재청장이 뒤엎은 경우는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문화재청은 위원회의 결정에 비토한 적 없다"
단호한 문화재위원회 위원들
▲ 미대사관 신축예정부지(옛 경기여고 자리)는 지표조사결과, 흥덕전, 선원전, 흥복전이 있었던 곳으로 왕의 초상화와 혼백, 시신을 모신 덕수궁의 '가장 신성한 영역'으로 밝혀졌다.
ⓒ시민의모임
정부가 사실상 대사관 신축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가장 난감한 곳은 문화재청. 문화재청과 매장분과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법이 존중되어야 하지만 86년 서울시가 맺은 덕수궁터를 신축부지로 제공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정부간 약속이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재위원회 11명 위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은 '학자적 양심'에 따라 심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위원장인 정영화 교수(영남대)는 "예민한 사안이라 개인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 문화재청은 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 비토한 적이 없다"고 말해 문화재청의 '정치적 결정'을 견제했다.
배기동 교수(한양대)는 "문화재청의 최종결정이야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위원회)는 정치적 결정과 상관없이 갈 것"이라며 "그것이 위원들의 책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 교수는 지표조사에 대한 심사에서 나아가 구체적인 정부가 보전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시·발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가적인 덕수궁에 대한 '현상변경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땅을 파면 유물·유적의 현존 여부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지표보고서를 토대로 문화재위원회 3분과에서 '현상변경을 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려주면, 우리 6분과에서 시·발굴의 결과를 가지고 중요성을 더욱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김동현 교수(한국전통문화학교)는 최근 신축허용을 둘러싼 언론보도에 대해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일축하며 "심의결과가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원회가 왜 있겠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