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사 앞에서 내가 밥값을 내니 김사장이 따라나와 말리는데 난 화개장터 가셔 장을 보라 한다.
양홍권의 가게를 지나며 연락을 할까말까 하다가 참고 화개장터에 간다.
감기에 걸린 윤회장을 위해 겨우살이와 차가버섯을 사는 여성들을 뒤따르며 혼자 논다.
수조에 갇힌 빙어들은 불안하다.
쌍계사 지나 의신길을 두고 범왕길로 들어선다.
칠불암이 칠불사로 변하더니 주차장도 넓고 커다란 일주문도 아래에 만들어 두었다.
길도 넓고 깨끗하다.
아자방은 유적탐사인지 가려져 있고, 대웅전 문수전을 지나 주지실로 가는 일행을 따라 나도 들어간다.
스님께 한번 절하고 여러사람 사이에 차를 막 한잔 받는데 스님이 전화를 받더니 일어나시겟다고 한다.
하동군수가 올라오는 모양이다.
윤회장과 발전소 본부장은 스님방에 남고 우린 계단을 내려와 마당아래 템플스테이 건물 3층의 방으로 들어간다.
난 길을 내려가 사적비를 읽고 두개의 승탑을 본다음 영지를 지나 등산로를 찾는다.
비천다로인가 뭔가 이름이 붙은 길을 따라가도 산으로 오르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일주문 아래 주차장까지 내려가니 입구쪽에 초의선사다신탑비가 크다.
글씨는 더러 칠이 벗겨나갔지만 보기에 좋은데 그 탑비모양은 어쩐지 높이가 조화가 부족하게 보인다.
나무 사이의 작은 승탑 두개 뒤의 목책을 돌아나가자 산죽사이로 옛길의 흔적이 보인다.
신발도 미끄럽지만 가파르게 낙엽 쌓인 길을 미끄러지면서 올라간다.
4시가 지나 5분여 땀이 밸 무렵 산허리를 가로지른 길을 만나는데 소나무에 선차오솔길 글씨가 붙어있다.
가로길을 따르지 않고 능선을 따라 바로 올라간다.
이제 길의 모습은 또렷하고 길 위의 낙엽들을 빗자루로 쓸어낸 듯 깨끗하다.
완만한 능선길을 걸을만하다. 왼쪽으로 작은 능선 아래 칠불사의 깨끗한 기와지붕이 여럿 보인다.
절 쪽으로 '외부인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걸 보고 토끼봉을 찾아 부지런히 걷는다.
절에서는 대게 5시 무렵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생각하고 바보에게 전화하니 얼른 오라며 5시에 저녁을 먹는다 한다.
4시 반이 지났으니 돌아가기로 하고 지리의 주능선을 나무사이로 본다.
저 뒷쪽엔 반야봉의 덩치인 듯하고 왼쪽 건너로는 오래 전 박기홍과 길게 걸었던 불무장등 능선이 보인다.
돌아보니 역시 왼쪽으로 쌍계사에서 오르는 삼신능선이 꽤 길다.
30여분만 더 오르면 지리산 주능선을 밟을 것도 같은데 나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내려온다.
외부인출입금지 표지에서 절쪽으로 잠깐 걸으니 운상선원이 나타난다.
절 뒤로 들어오니 대나무 울타리를 친 공양간 쪽이다.
여기에서 올랐으면 시간을 많이 아꼈을텐데 물어보지 못한 것이 바보다.
저녁은 5시 반이랜다. 등짝에 흘렀던 땀이 식으며 산속 차가운 기운에 몸이 으실해진다.
바보와 김사장은 영지에 내려가 이야기하며 둘레를 도는데 난 염치불고하고 여성들의 방에 들어가
엉덩이를 뜨겁게 데운다.
5시 20분에 먹는 저녁 공양은 꿀맛이다. 돌아와 6시 반의 저녁 에불에 참여를 고민하다가
감기심한 윤회장의 결정으로 광주로 돌아오기로 한다.
지리산 능선을 밟아보지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재밌는 긴 하루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