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만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 몸과 마음에 모두 건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곳 스파. 무릇 잡지 기자 노릇이란 게 그렇다. 가장 새롭고 가장 좋은 것을 가장 빨리 듣고, 보고, 쓰지만 무엇 하나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게 없어 어느 순간 돌아보면 물풀처럼 뿌리 없는 삶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잠자리 앉았던 자리만큼 미약한 경험의 흔적에서 헤맬 때 가끔씩 편집장으로부터 즐거운 지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일명 체험 기사라는 레테르가 달린 취재가 그것이다. 이번 지령은 W호텔의 어웨이 스파 체험기. 근근함이 일상인 샐러리맨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기회다. 화장실에 가서 한 번 비실 웃고 나온다. 어떤 취재든 늘 지뢰 하나씩은 숨어 있는 것이 이 일의 곤고함이지만 이렇게 ‘호사스러운 마루타’ 되기는 그야말로 기꺼이 전의를 불태울 만한 일이다.
감각의 공화국에 가다. 지난해, 이런 이분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리움에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W호텔에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 천박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느낄 만한 분류지만 사실 우아하고 고전적인 색깔 일색인 우리나라 별 다섯 개 호텔에 강펀치를 날릴 만한 스타일 호텔 style hotel의 출현이 일으킨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를 반증해 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잘 삶은 달걀을 매끈하게 반으로 잘라놓은 것 같은 스타일리시한 로비의 소파며, 구름이 떠 있는 엘리베이터, 손 닿는 곳마다 놓여 있는 아트 북, 호텔 구석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시작과 끝의 구분이 없는 감각적인 라운지 음악. W호텔의 모든 것은 감각의 극단을 모아놓은 감각의 공화국처럼 느껴진다. 이 감각의 공화국의 은밀한 속살이 바로 ‘어웨이 스파’다. 일단 스파의 문을 열어보자. W호텔의 어웨이 스파는 일반적으로 물이 있고 여러 가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제한된 개념이 아니라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수영장 ‘웨트 Weat’, 피트니스 센터 ‘스웨트 Sweat’, 사우나 시설 ‘워터 Water’, 스파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트리트먼트 룸’, 스파 레스토랑 ‘토닉 Tonic’ 그리고 스파 용품을 파는 ‘테이크 어웨이 Take Away’까지. 단지 다양함만을 강조하는 종합 선물 세트라는 허술한 단어로는 성에 차지 않는 쫀쫀하고 완벽한 구성감이 느껴진다. 스포츠 용어로 치자면 완벽한 라인 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완벽한 스파 월드의 입구는 3층에 있는 스파 로비다. 시원하게 탁 트인 한강 전망만으로도 마음이 열린다. 이곳은 오직 W호텔의 멤버십 ‘루 Roo’ 회원과 투숙객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웨이 스파의 모든 입구는 여기로 통해 있으니 일종의 헤드쿼터인 셈이다. 일단 스웨트와 웨트에서 운동을 즐긴다. 바다 같은 강, 한강의 유려함을 굽어보며 수영도, 운동도 할 수 있다. 조망이 너무 좋아 어쩌면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첨단 운동기구와 전문 트레이너가 이끄는 요가, 타이치, 명상, 아쿠완도, 요가 뷰티 발레, 킥복싱, 살사 등 다양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있다. 봄이 되면 야외 테라스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테라스 요가도 할 수 있다. 수영장 웨트는 해변의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는 W호텔만의 특별한 공간이다. 스웨트와 웨트에서 땀을 냈다면 다음은 워터. 워터는 몸을 씻고 땀을 빼는 사우나를 넘어서는 공간으로 이곳에서 눈에 띄는 공간은 ‘터키시 하맘’이다. 오토만 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의 전통 목욕법 터키시 하맘은 터키인들이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 경험 그 이상의 의미를 목욕에 부여한 목욕 의식으로, 스크럽과 트리트먼트를 통해 종교적 경험에 가까운 기의 충전과 원기 회복을 선물해 준다. 하맘 중앙에는 따뜻한 대리석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 누우면 ‘텔락’이라는 트리트먼트 전문가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크럽을 해주고, 올리브 비누로 몸을 씻어준다. 까칠까칠한 ‘이태리 타월’ 두 개를 탁탁 두드려 싹싹 미는 우리의 ‘때밀이’ 문화와는 또 다른 터키식 목욕의 섬세함을 경험할 수 있다.
1. (좌) 스파의 중심 ‘와추’. 간단한 수영복 차림으로 워터 트리트먼트도 받고 남녀가 함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우) 에센셜 오일과 꽃으로 채운 청동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킹 배스’. 2. 한강을 굽어보며 운동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스웨트’. 여행만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 몸과 마음에 모두 건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곳.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 " W호텔의 어웨이 스파 "
운동도 하고 몸도 씻었으니 이대로 스파가 끝나는 것인가 싶은 의심이 드는 순간 테라피스트가 스파 트리트먼트 룸이 있는 2층으로 안내한다. 50가지가 넘는 스파 트리트먼트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15개의 룸은 이제까지의 공간과는 다르게 아주 사적이고 비밀스럽다. 각각의 룸은 정적이면서도 화려하다. 그 이유는 바로 조명과 음악, 그리고 방마다 특색 있게 꾸며진 인테리어 때문이다. 이곳에 오면 확실히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내 기분, 몸 상태, 체질에 따라 조명과, 아로마 향과, 음악이 세팅된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모토를 실현한 듯 이 작은 방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 커플이 함께 테라피를 받고 싶다면 두 개의 베드가 나란히 놓인 커플 룸도 좋다. 음양의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인 흙, 불, 물, 철, 나무의 요소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입욕제와 마스크를 통해 몸의 음양의 조화를 맞춰주는 ‘파이브 엘리먼츠’, 고대시대 왕이라도 된 듯 에센셜 오일과 꽃으로 채운 청동 욕조에 몸을 담그는 ‘킹 배스’, 경직된 몸에 강력한 수압을 이용해 몸 안의 모든 독소를 빼내는 ‘비시 샤워’, 따뜻하고 평온한 물속에서 숙련된 인스트럭터가 몸을 받쳐주고 부드럽게 스트레칭을 유도하는 ‘와추’ 등 다 열거하자면 숨이 차다. 기라성 같은 프로그램 중 내가 받은 트리트먼트는 ‘아로마 스톤 터치’. 이곳은 마사지라는 말 대신 터치라는 용어를 쓴다. 좀 더 감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이다. 스톤 테라피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낯설지만 동방의 주술사나 샤먼이 인간의 병든 몸을 치료하면서 개발해 낸 전통 요법이다. 인디언은 햇빛에 쪼여 따뜻해진 돌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몸의 원기를 회복했고, 일본의 수도승은 허리띠에 뜨겁게 달군 검을 돌을 넣고 다니면서 그 기운의 힘을 얻어 소식으로도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부터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검을 돌과 흰 돌을 사용했다. 양 陽의 성격을 띠는 검은 돌은 강하고 협조적이며 균형을 이루는 데, 음 陰의 성질을 가진 흰 돌은 영혼과 빛의 에너지를 수렴하고 돕는 데 썼다고 하니 돌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다고 아무 돌이나 되는 것은 아니고 화산 폭발로 생겨 원적외선을 많이 품고 있는 현무암이나 수성암을 사용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톤 테라피의 가장 큰 장점은 손으로 주무르거나 마사지를 하지 않고도 돌의 중력만으로 마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몸에 맞는 아로마 향이 퍼지고 조도가 알맞게 낮아지면 따뜻하게 데워진 수성암이 룸 안으로 들어온다. 34도 정도로 따끈하게 데워진 돌은 몸의 경혈에 놓여진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의 돌이 배와 가슴의 경혈에 놓여지면 해수욕장의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 듯 짜릿하고 붕 뜬 기분이 된다. 돌의 따듯한 기운이 온몸에 기분 좋게 퍼지면 몸에 올려진 돌보다 조금 작은 돌이 손 안에 쥐어진다. 손 안에 따듯한 알전구를 쥔 듯 알싸한 기분이 되면 그것이 비로소 몸으로 돌의 기운이 흘러 들어온다는 신호다. 뜨거운 스팀 타월로 발이 세심하게 닦여지고 바둑알만 한 작은 돌이 발가락 사이에 끼워진다. 이 단계에 이르면 온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스톤 테라피는 돌에 들어 있는 풍부한 미네랄과 무기질이 피부를 통해 침투되고, 몸 위에 올려놓은 돌의 중력에 의해 피부 근육이 이완되어 손으로 마사지하는 것보다 열 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끝인가 싶은 아쉬움이 들 때쯤 스톤 터치의 본게임이 시작된다. 달궈진 돌에 오일이 둠뿍 칠해지고 몸에도 오일이 골고루 발라지면 돌을 이용한 스톤 터치가 시작된다. 발바닥에서 다리와 팔까지 처음에는 약하게, 이후 강약이 반복되며 오일의 부드러움과 돌의 중력을 이용한 터치가 이어진다. 손으로 마사지할 때보다 돌의 뜨거운 기운과 중력 때문에 훨씬 더 빨리, 그리고 강하게 경혈이 자극되어 온몸의 신경세포가 일제히 ‘와~’ 하고 열린다. 특히 등과 어깨 부분은 피로감이 많아서인지 터치가 시작되자 팔과 다리보다 훨씬 더 큰 쾌감이 느껴졌다.
스파는 가장 영리한 여행
80분간의 트리트먼트가 끝나면 그야말로 긴 여정을 끝낸 느낌이다. 뭉쳐 있던 근육은 어느새 다 풀어지고 몸과 마음에 숨어 있던 독기도 백기를 들고 스르르 빠져나가면 나른함이 온몸을 뒤덮는다. 근육이 풀어 질대로 풀어졌으니 그야말로 온몸이 무장해제된 느낌이다. 이 상태로 스파가 끝난다면 당장 호텔 로비에서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내 몸의 상태를 잘 안다는 듯 테라피스트가 그다음 안내한 곳은 휴식 공간 ‘칠 Chill’이다. 긴 시간 운동과 트리트먼트로 일제히 열린 감각을 조용히 하나씩 닫으라는 듯 편안한 베드에 누워 음료를 마시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두운 조명에 마치 비행기의 음악 채널처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로 밖에서 실컷 뛰어놀다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온몸의 감각이 하나씩 조용조용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즈음 약간의 허기가 돈다. 몸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싶으면 스파 레스토랑 ‘토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파의 숨겨진 원칙, ‘다이어트 중이라도 스파 후에는 간단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화이트와 그린으로 정갈하게 꾸며진 토닉에서 스무디나 과일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콩으로 만든 ‘빈 버거 Bean Burger와 고구마 요리’ 혹은 ‘로스트 치킨’을 먹고 나면 정말로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수영장, 그리고 스파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트리트먼트에 휴식과 정찬까지. 마치 1박 2일의 짧은 여행과 닮은 어웨이 스파는 그래서 커플에게 더 매력적이다. 여성이 미용을 위해 들르는 뷰티 코스로서의 단순한 스파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모두 충족감을 느낄 수 있고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깨어나기 때문이다. 다람쥐처럼 무한한 성실과 반복으로 일상의 원을 돌려야 하는 구심력에서 벗어나 그 원을 밀고 나가려는 원심력의 기운이 넘치는 곳, 길(way)에서 잠시 벗어나(a)볼 것을 건강하게 부추기는 곳이 어웨이 스파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지명을 찾아 나서거나, 지구상의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어야만 여행이 아니다. 어쩌면 어웨이 스파는 길 위의 고단함도 없고 일상의 익숙함도 없는 여행, 집 떠난 설렘과 집 안의 안락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가장 영리한 여행 혹은 떠남이 아닐까. 1. W호텔의 모토인 Whatever, Whenever처럼 그날의 몸 상태나 심리에 따라 룸의 조명과 음악을 바꿀 수 있는 트리트먼트 룸. 커플이라면 미니 욕조가 딸린 커플 룸이 좋다. 2. 1 수영장 ‘워터’. 2 빨간 벽이 인상적인 물을 이용한 ‘비시’ 룸. 3 스파 후 지친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스파 레스토랑 ‘토닉’. 4 터키의 전통 목욕 의식을 그대로 재현한 ‘터키시 하맘’. 중앙에 놓인 따뜻한 대리석에서 섬세한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여행만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 몸과 마음에 모두 건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곳 스파. 무릇 잡지 기자 노릇이란 게 그렇다. 가장 새롭고 가장 좋은 것을 가장 빨리 듣고, 보고, 쓰지만 무엇 하나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게 없어 어느 순간 돌아보면 물풀처럼 뿌리 없는 삶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잠자리 앉았던 자리만큼 미약한 경험의 흔적에서 헤맬 때 가끔씩 편집장으로부터 즐거운 지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일명 체험 기사라는 레테르가 달린 취재가 그것이다. 이번 지령은 W호텔의 어웨이 스파 체험기. 근근함이 일상인 샐러리맨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기회다. 화장실에 가서 한 번 비실 웃고 나온다. 어떤 취재든 늘 지뢰 하나씩은 숨어 있는 것이 이 일의 곤고함이지만 이렇게 ‘호사스러운 마루타’ 되기는 그야말로 기꺼이 전의를 불태울 만한 일이다.
감각의 공화국에 가다. 지난해, 이런 이분법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리움에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W호텔에 가본 사람과 가보지 못한 사람. 천박한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느낄 만한 분류지만 사실 우아하고 고전적인 색깔 일색인 우리나라 별 다섯 개 호텔에 강펀치를 날릴 만한 스타일 호텔 style hotel의 출현이 일으킨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를 반증해 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잘 삶은 달걀을 매끈하게 반으로 잘라놓은 것 같은 스타일리시한 로비의 소파며, 구름이 떠 있는 엘리베이터, 손 닿는 곳마다 놓여 있는 아트 북, 호텔 구석구석에서 흘러나오는 시작과 끝의 구분이 없는 감각적인 라운지 음악. W호텔의 모든 것은 감각의 극단을 모아놓은 감각의 공화국처럼 느껴진다. 이 감각의 공화국의 은밀한 속살이 바로 ‘어웨이 스파’다. 일단 스파의 문을 열어보자. W호텔의 어웨이 스파는 일반적으로 물이 있고 여러 가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는 제한된 개념이 아니라 훨씬 더 넓은 개념이다. 수영장 ‘웨트 Weat’, 피트니스 센터 ‘스웨트 Sweat’, 사우나 시설 ‘워터 Water’, 스파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트리트먼트 룸’, 스파 레스토랑 ‘토닉 Tonic’ 그리고 스파 용품을 파는 ‘테이크 어웨이 Take Away’까지. 단지 다양함만을 강조하는 종합 선물 세트라는 허술한 단어로는 성에 차지 않는 쫀쫀하고 완벽한 구성감이 느껴진다. 스포츠 용어로 치자면 완벽한 라인 업이라고 해야 할까. 이 완벽한 스파 월드의 입구는 3층에 있는 스파 로비다. 시원하게 탁 트인 한강 전망만으로도 마음이 열린다. 이곳은 오직 W호텔의 멤버십 ‘루 Roo’ 회원과 투숙객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어웨이 스파의 모든 입구는 여기로 통해 있으니 일종의 헤드쿼터인 셈이다. 일단 스웨트와 웨트에서 운동을 즐긴다. 바다 같은 강, 한강의 유려함을 굽어보며 수영도, 운동도 할 수 있다. 조망이 너무 좋아 어쩌면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첨단 운동기구와 전문 트레이너가 이끄는 요가, 타이치, 명상, 아쿠완도, 요가 뷰티 발레, 킥복싱, 살사 등 다양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있다. 봄이 되면 야외 테라스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테라스 요가도 할 수 있다. 수영장 웨트는 해변의 모래사장을 연상시키는 W호텔만의 특별한 공간이다. 스웨트와 웨트에서 땀을 냈다면 다음은 워터. 워터는 몸을 씻고 땀을 빼는 사우나를 넘어서는 공간으로 이곳에서 눈에 띄는 공간은 ‘터키시 하맘’이다. 오토만 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의 전통 목욕법 터키시 하맘은 터키인들이 목욕탕에서 몸을 씻는 경험 그 이상의 의미를 목욕에 부여한 목욕 의식으로, 스크럽과 트리트먼트를 통해 종교적 경험에 가까운 기의 충전과 원기 회복을 선물해 준다. 하맘 중앙에는 따뜻한 대리석이 놓여 있는데 이곳에 누우면 ‘텔락’이라는 트리트먼트 전문가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크럽을 해주고, 올리브 비누로 몸을 씻어준다. 까칠까칠한 ‘이태리 타월’ 두 개를 탁탁 두드려 싹싹 미는 우리의 ‘때밀이’ 문화와는 또 다른 터키식 목욕의 섬세함을 경험할 수 있다.
1. (좌) 스파의 중심 ‘와추’. 간단한 수영복 차림으로 워터 트리트먼트도 받고 남녀가 함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다. (우) 에센셜 오일과 꽃으로 채운 청동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는 ‘킹 배스’. 2. 한강을 굽어보며 운동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스웨트’. 여행만이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아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 몸과 마음에 모두 건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곳.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 " W호텔의 어웨이 스파 "
운동도 하고 몸도 씻었으니 이대로 스파가 끝나는 것인가 싶은 의심이 드는 순간 테라피스트가 스파 트리트먼트 룸이 있는 2층으로 안내한다. 50가지가 넘는 스파 트리트먼트 프로그램이 이루어지는 15개의 룸은 이제까지의 공간과는 다르게 아주 사적이고 비밀스럽다. 각각의 룸은 정적이면서도 화려하다. 그 이유는 바로 조명과 음악, 그리고 방마다 특색 있게 꾸며진 인테리어 때문이다. 이곳에 오면 확실히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로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내 기분, 몸 상태, 체질에 따라 조명과, 아로마 향과, 음악이 세팅된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모토를 실현한 듯 이 작은 방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 커플이 함께 테라피를 받고 싶다면 두 개의 베드가 나란히 놓인 커플 룸도 좋다. 음양의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인 흙, 불, 물, 철, 나무의 요소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입욕제와 마스크를 통해 몸의 음양의 조화를 맞춰주는 ‘파이브 엘리먼츠’, 고대시대 왕이라도 된 듯 에센셜 오일과 꽃으로 채운 청동 욕조에 몸을 담그는 ‘킹 배스’, 경직된 몸에 강력한 수압을 이용해 몸 안의 모든 독소를 빼내는 ‘비시 샤워’, 따뜻하고 평온한 물속에서 숙련된 인스트럭터가 몸을 받쳐주고 부드럽게 스트레칭을 유도하는 ‘와추’ 등 다 열거하자면 숨이 차다. 기라성 같은 프로그램 중 내가 받은 트리트먼트는 ‘아로마 스톤 터치’. 이곳은 마사지라는 말 대신 터치라는 용어를 쓴다. 좀 더 감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이다. 스톤 테라피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낯설지만 동방의 주술사나 샤먼이 인간의 병든 몸을 치료하면서 개발해 낸 전통 요법이다. 인디언은 햇빛에 쪼여 따뜻해진 돌을 발가락 사이에 끼워 몸의 원기를 회복했고, 일본의 수도승은 허리띠에 뜨겁게 달군 검을 돌을 넣고 다니면서 그 기운의 힘을 얻어 소식으로도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0년부터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 검을 돌과 흰 돌을 사용했다. 양 陽의 성격을 띠는 검은 돌은 강하고 협조적이며 균형을 이루는 데, 음 陰의 성질을 가진 흰 돌은 영혼과 빛의 에너지를 수렴하고 돕는 데 썼다고 하니 돌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다고 아무 돌이나 되는 것은 아니고 화산 폭발로 생겨 원적외선을 많이 품고 있는 현무암이나 수성암을 사용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톤 테라피의 가장 큰 장점은 손으로 주무르거나 마사지를 하지 않고도 돌의 중력만으로 마사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몸에 맞는 아로마 향이 퍼지고 조도가 알맞게 낮아지면 따뜻하게 데워진 수성암이 룸 안으로 들어온다. 34도 정도로 따끈하게 데워진 돌은 몸의 경혈에 놓여진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무게의 돌이 배와 가슴의 경혈에 놓여지면 해수욕장의 뜨거운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 듯 짜릿하고 붕 뜬 기분이 된다. 돌의 따듯한 기운이 온몸에 기분 좋게 퍼지면 몸에 올려진 돌보다 조금 작은 돌이 손 안에 쥐어진다. 손 안에 따듯한 알전구를 쥔 듯 알싸한 기분이 되면 그것이 비로소 몸으로 돌의 기운이 흘러 들어온다는 신호다. 뜨거운 스팀 타월로 발이 세심하게 닦여지고 바둑알만 한 작은 돌이 발가락 사이에 끼워진다. 이 단계에 이르면 온몸의 세포가 하나하나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실제로 스톤 테라피는 돌에 들어 있는 풍부한 미네랄과 무기질이 피부를 통해 침투되고, 몸 위에 올려놓은 돌의 중력에 의해 피부 근육이 이완되어 손으로 마사지하는 것보다 열 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끝인가 싶은 아쉬움이 들 때쯤 스톤 터치의 본게임이 시작된다. 달궈진 돌에 오일이 둠뿍 칠해지고 몸에도 오일이 골고루 발라지면 돌을 이용한 스톤 터치가 시작된다. 발바닥에서 다리와 팔까지 처음에는 약하게, 이후 강약이 반복되며 오일의 부드러움과 돌의 중력을 이용한 터치가 이어진다. 손으로 마사지할 때보다 돌의 뜨거운 기운과 중력 때문에 훨씬 더 빨리, 그리고 강하게 경혈이 자극되어 온몸의 신경세포가 일제히 ‘와~’ 하고 열린다. 특히 등과 어깨 부분은 피로감이 많아서인지 터치가 시작되자 팔과 다리보다 훨씬 더 큰 쾌감이 느껴졌다.
스파는 가장 영리한 여행
80분간의 트리트먼트가 끝나면 그야말로 긴 여정을 끝낸 느낌이다. 뭉쳐 있던 근육은 어느새 다 풀어지고 몸과 마음에 숨어 있던 독기도 백기를 들고 스르르 빠져나가면 나른함이 온몸을 뒤덮는다. 근육이 풀어 질대로 풀어졌으니 그야말로 온몸이 무장해제된 느낌이다. 이 상태로 스파가 끝난다면 당장 호텔 로비에서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내 몸의 상태를 잘 안다는 듯 테라피스트가 그다음 안내한 곳은 휴식 공간 ‘칠 Chill’이다. 긴 시간 운동과 트리트먼트로 일제히 열린 감각을 조용히 하나씩 닫으라는 듯 편안한 베드에 누워 음료를 마시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어두운 조명에 마치 비행기의 음악 채널처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로 밖에서 실컷 뛰어놀다 해 질 녘 집으로 돌아온 것처럼 온몸의 감각이 하나씩 조용조용 제자리를 찾아간다. 이즈음 약간의 허기가 돈다. 몸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싶으면 스파 레스토랑 ‘토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스파의 숨겨진 원칙, ‘다이어트 중이라도 스파 후에는 간단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화이트와 그린으로 정갈하게 꾸며진 토닉에서 스무디나 과일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콩으로 만든 ‘빈 버거 Bean Burger와 고구마 요리’ 혹은 ‘로스트 치킨’을 먹고 나면 정말로 왕후장상이 부럽지 않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수영장, 그리고 스파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트리트먼트에 휴식과 정찬까지. 마치 1박 2일의 짧은 여행과 닮은 어웨이 스파는 그래서 커플에게 더 매력적이다. 여성이 미용을 위해 들르는 뷰티 코스로서의 단순한 스파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모두 충족감을 느낄 수 있고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깨어나기 때문이다. 다람쥐처럼 무한한 성실과 반복으로 일상의 원을 돌려야 하는 구심력에서 벗어나 그 원을 밀고 나가려는 원심력의 기운이 넘치는 곳, 길(way)에서 잠시 벗어나(a)볼 것을 건강하게 부추기는 곳이 어웨이 스파다. 비행기를 타고 낯선 지명을 찾아 나서거나, 지구상의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어야만 여행이 아니다. 어쩌면 어웨이 스파는 길 위의 고단함도 없고 일상의 익숙함도 없는 여행, 집 떠난 설렘과 집 안의 안락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가장 영리한 여행 혹은 떠남이 아닐까. 1. W호텔의 모토인 Whatever, Whenever처럼 그날의 몸 상태나 심리에 따라 룸의 조명과 음악을 바꿀 수 있는 트리트먼트 룸. 커플이라면 미니 욕조가 딸린 커플 룸이 좋다. 2. 1 수영장 ‘워터’. 2 빨간 벽이 인상적인 물을 이용한 ‘비시’ 룸. 3 스파 후 지친 몸에 영양을 공급하는 스파 레스토랑 ‘토닉’. 4 터키의 전통 목욕 의식을 그대로 재현한 ‘터키시 하맘’. 중앙에 놓인 따뜻한 대리석에서 섬세한 케어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