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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 : 2022년 10월 15일(토) / 수인분당선 및 경강선 이매역 1번출구 (10시 30분)
◈ 산행코스 : 이매역-산치성-종지봉-매지봉-영장산(정상)-종지봉-전경대입구-아파트단지-뒤풀이장소-야탑역-집
◈ 참석 : 13명
◈ 동반시 : "상사화" / 전원범
◈ 뒤풀이 : '아구찜'에 소·맥주, 막걸리 / '군산아구찜'<성남시 야탑역 2번출구에서 300m, (031) 702-5559>
새벽에 일어나서 밖을 보니 하늘이 맑고 깊다. 이런 가을날에 산에 가지 않으면 무엇을 하랴. 시산회는 1년에 25회 산행을 해야 하므로 가을, 특히 10월에 3회 산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도서관에 가는 산우가 있는 모양이나, 이 나이에 질리지도 않는지, 눈과 허리, 엉덩이는 아프지 않는지, 내 일은 아니지만 불가사의헤 뇌가 근질근질하다. 그건 그의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시제가 겹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 각자의 사정에 따를 따름이다. 매스컴에 따르면 미풍양속인 시제에 50대는 거의 오지 않고 60대는 겨우 반반, 70대는 많아야 2/3가 참석한다고 하니 이 또한 머지않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임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13인이 참석한다니 1주일 만에 가는 산행이지만, 작년에 비해 부쩍 늘었다. 요즘 들어 주변의 죽마고우들의 부고가 심심치 않게 심장 근육을 긴장하게 만든다. 그런데 시산회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산회원이어서 건강해진 것인지, 건강해서 시산회원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오늘의 길라잡이의 책임으로 나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종화와 함께 미리 답사를 했다. 쉬운 길이고 해발고도가 낮아 2~3년 전에는 정상까지 올랐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우선 매스컴에서 過猶不及을 자주 언급한다. 우리가 아는 하루 만보의 개념은 만보기를 팔기 위한 일본의 회색빛 장사속이라 한다. 우리 나이에는 6천보로 충분하다고 한다.
근육량에 비례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등산은 유산소운동이므로 헬스로 근육 증진을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허벅지 근육량이 많을수록 수명이 늘고 치매는 줄어든다는 의학계의 보고서가 많다고 한다. 물론 등산이 근육량 증가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헬스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코스에 대한 의견을 모아보니 자연스럽게 정상은 피하자는 쪽으로 굴러간다. 이에 반발한 두 산우는 정상을 향하여 전진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오늘은 궁금한 것이 많다. 호기심이 많다는 것은 삶에 대한 존경의 증표이다. 오죽하면 시인 도봉은 '바람이 분다', '새벽이 온다'고 '살아야겠다'고 했을까. 시인의 눈은 조금 수상(?)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막걸리를 실은 두 산우의 진격에 비해 총총히 걸어간 10인의 산우는 중간에 좌판을 펼치면서 나온 안주와 막걸리의 비정상적 비율에 망연자실, 10 곱하기 2는 20만큼의 반성을 많이 했다. 특히 도봉은 한과와 깨강정만 내놓고 손이 부끄럽게도 골뱅이는 도로 집어넣어야 했다.
양기의 맛난 김치와 조 총장표 홍어무침도 빛을 밝히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앞으로는 남아도 GO다. 후에 두 산인이 정상에서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비분강개한 산우가 많다고 들었다. 한 사람은 두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웃었다. 그 두 손가락이 막걸리 2병, 각 1병을 가리켰으니 앞으로 10인의 질시(?)를 참조하여 부디 몸조심 특히 손가락을 조심하시라.
그 와중에도 도봉이 시를 읊잔다. 도봉은 속도 좋은지, 없는지 모르겠다. 내가 시를 낭송하는데, 목이 메인다. 시가 슬픈 건지? 내 마음이 슬픈 건지?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무리 맛난 안주라도 막걸리를 만나지 못하면 '찐빵 없는 앙꼬', '사막 없는 오아시스'가 된다.
"상사화" / 전원범
이저승을 넘나드는
인연의 끈에 매달려
꽃이 지면 잎이 나고
잎이 지면 꽃을 피우며
그렇게
애태우면서도
만나지 못해 서러워라
그리움의 성을 쌓고
기다림의 탑을 쌓아
속살까지 물들이며
흔들리고 있더니
서로가
눈에 밟혀서
떠나지도 못하는가
끝끝내 남은 말은
모두 다 불태우고
내리는 잎잎을
아픔으로 받으면서
한자락
바람을 접어
꽃대만 세우는구나
뒤풀이 식당을 향해 내려가는 발자국 소리가 터벅터벅 거리며 굴러간다. 30분 거리가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다리가 팍팍하다고 주절거린다. 드디어 뒤풀이 식당이 오아시스가 되면서 산더미를 닮은 콩나물 속에 웅크린 아귀가 상의 중앙을 차지하니 소·맥주가 슬슬 넘어간다.
남 회장님은 뒤늦게 합류한다. 반가운 회장님의 지극한 사랑이다. 근래에 들어 막걸리 취향이 소·맥주로 바뀌는 것 같다. 막걸리는 발효주라 빠르게 취한다고 한다. 특히 정기적으로 신경성·심인성 약을 복용하는 경우는 상승작용을 하므로 막걸리를 조심하라고 한다.
나이 먹으면 조심하라는 언어에 둘러싸인다. 즐겁게 살다가 때가 오면 가야지, 하면서도 혹여 레드컴플렉스의 病者 박정희 정권으로 인한 살벌하고 참담했던 대학시절 때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패러디해 유행했던 '우리들의 시대' 가 옳지 아는가!
어쨌든 술이 웬수가 되는 뒤풀이가 계속 이어지면 잘잘못을 떠나 뒤풀이 폐지론이 슬슬 일어나지 마라는 법은 없다. 헌법도 바꾸는데. 한때 각 1병의 시절이 있었다. 그때로 회귀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하자. 큰 사고라도 나면 446번의 땀이 변한 金銀寶貨로 쌓은 시산회의 금자탑이 무너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2022년 10월 21일 기세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