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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3시간 15분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3시간 15분이 늦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오늘은 27시간 15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학작품 중에 가질 수 없는 시간을 주제로 지은 소설이 많이 있다
폴란드의 작가 플라스코의 소설에 나오는 ‘제8요일’은 가난한 연인들의 좌절과 절망을 상징한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25시’는 이미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닌 절망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오늘의 27시간 15분은 히말라야가 선물하는 성스러운 시간이며, 축복받은 시간이다.
꽃목걸이를 걸어주다
'산이 좋은 사람들' 네팔 지사장이 직접 공항에 나와서 환영의 의미가 담긴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꽃목걸이는 네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리골드로 만들었는데, 주황색에서 느껴지는 진취적인 에너지가 온 몸으로 전해졌다
또한 메리골드의 강한 향기가 코에 스며들어 공항 청사에서 퀴퀴한 냄새에 시달렸던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지사장이 가지고 온 버스를 타고 약 30여분 달린 끝에 네팔에서의 첫날밤을 보낼 호텔에 당도하였다
Yak & Yeti Hotel에 당도하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호텔은 매우 깨끗하고 직원들도 친절하여 아주 흡족하였다
우리 동료들은 호텔 로비에서 꽃목걸이를 목에 걸고 자신만만한 포즈로 기념 촬영을 하였다
호텔 이름에 붙은 야크(Yak)는 히말라야의 대표적인 고산동물이며, 예티(Yeti)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설인(雪人)을 말한다
우리의 친구 카고백
이 카고백 속에는 히말라야에서 보름간을 버틸 온갖 물품들이 가득 차 있다
의류, 간식, 의약품, 물티슈, 보온병, 아이젠, 스틱, 카메라, 고글, 바테리...한 가지라도 없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키도 작고 연약해 보이는 포터들이 지고가야 할텐데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지 못한 게 미안하다
정상회담(?)을 하다
유창호 바오로와 이재진 대건안드레아가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중이다 ㅋㅋㅋ
늦은 밤이지만 두 분의 대화는 진지하게 이어져서 내일부터 이어지는 트레킹이 원만하게 진행될 것 같다
내일부터는 더운 물을 쓸 수 없기에 객실에 들어가자 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호텔을 떠나며..
다음날 아침 5시에 기상하여 6시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6시 30분에 호텔을 나섰다
호텔 주위에는 나무들이 많아서 여러 종류의 새들이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늦잠을 잘 수도 없었다
출발 직전. 호텔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며 먼 길을 떠나는 우리들 자신의 마음을 곧추세웠다
네팔공항 국내선 대합실
루크라로 가는 국내선 항공기를 타기 위해서 도착한 국내선 대합실은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기념품점에 들어가 2년 전에 뚜비를 사면서 기념촬영을 했던 여인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자기 누나라고 하였다
누나 대신에 남동생과 기념 촬영을 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그런데 누나는 시집 가셨나?
루크라행 항공권
루크라는 산악기후 지역이라 오전에는 쾌청하지만 오후가 되면 기후가 나빠져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기 일쑤이다.
지금은 경비행기로 40분 만에 루크라에 도착하지만 예전에는 지리(Jiri, 1,930m)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일주일을 걸어야만 루크라에 도착했다고 한다
항공권이 발매되었다는 건 루크라행 경비행기가 예정대로 출발한다는 뜻이다. 야호~ 이제 루크라로 간다!!
타라(Tara)항공을 타다
우리는 12인승 타라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타라(Tara)는 네팔어로 '별'이란 뜻이다
왼쪽에 앉아야 히말라야산맥을 볼 수 있다기에 재빨리 줄을 서서 왼쪽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낡고 작은 경비행기는 매우 많이 흔들려서 저으기 불안하였으나 끝없이 펼쳐지는 설산에 집중하니 금방 잊혀졌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장대한 히말라야산맥,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사는 고산족들의 힘겨운 삶의 모습이 보였다
산과 산을 돌아 마을들을 이어주는 구불구불한 길, 산을 깎아 만든 다랭이논, 우러러볼 수 밖에 없는 설산들이 대비되었다
타라항공의 여승무원
네팔 사람들의 피부는 동양인으로서도 까무잡잡한 편이지만 생긴 건 백인에 가깝다.
두상은 앞뒤로 튀어나오고 콧날이 우뚝 섰으며, 깊이 들어간 큰 눈엔 수줍음이 서려 있고 날씬한 편이다
마치 한국화가 천경자의 그림에 나오는 인물처럼 깊은 눈매와 우수어린 눈동자가 매력 있었다
타라항공의 여승무원은 대표적인 네팔 미녀로서 여자들이 봐도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하였다
항공기 내부가 훤히 보인다
항공기의 조종석과 객실이 커튼 하나로 분리되어 있어서 조종석이 훤히 보였다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몸짓 하나하나가 눈에 보여서 보다 생동감 있고 다이나막한 느낌이 들었다
히말라야 산신들이 보호해주는 이곳 상공에서 항공기 납치라든가 테러 따위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조종사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앞에 보이고, 그들의 대화까지 들을 수 있어서 마치 내가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루크라(Lukla, 2,840m)
1953년 5월29일 에베레스트 정상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뉴질랜드 에드먼드 힐러리는 낙후된 네팔을 위해 사회 인프라시설을 확충했다.
많은 어린이들이 힐러리가 지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한 비행장과 도로 등 사회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여 이전보다 훨씬 편리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만만찮은 법....
이후 루크라 비행장 등의 건립으로 수많은 트레커들이 히말라야로 몰려들었고, 이에 따른 쓰레기도 엄청나게 버려졌다.
이에 힐러리는 "내가 히말라야에서 한 일들 중 가장 최악은 루크라 비행장을 건립한 것" 이라고 후회했다고 한다
루크라공항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의 출발지는 2,840m 산비탈에 자리한 루크라이다.
루크라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특이한 비행장으로 널리 알려진 산간마을이다.
산 비탈면에 활주로를 짧게 만들다보니 활주로가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착륙하는 비행기는 경사면을 올라오느라 자동으로 제동이 된다
이륙하는 비행기는 출력을 최대로 높인 상태에서 경사면을 달려 내려가 뛰어오르는 듯한 짜릿한 광경을 연출한다.
롯지에서 짐을 꾸리다
2,840m 높이에 있는 루크라공항에 내리자마자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거칠어짐을느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숨이 차서.. 출발도 하기 전에 고소증으로 주저앉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공항 바로 아랫쪽에 있는 롯지의 의자에 앉아서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채 오랫동안 쉬면서 호흡을 진정시켰다
이곳에서 작지만 강해 보이는 포터들과 만나서 카고백을 꾸리고, 본격적인 트레킹의 채비를 하였다
강인한 여성 포터
그들은 생존을 위해 짐을 메고, 우리는 즐기기 위해서 짐을 멘다... 모순된 삶의 현실이다
그들은 짐을 운반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지만, 우리는 기꺼이 돈을 지불해가며 사서 고생을 한다.
묵묵히 짐을 꾸리는 어린 여성 포터의 얼굴에 히말라야의 거칠고 메마른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남루한 옷차림과 거친 손마디,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 고단한 삶이 느껴지지만 히말라야의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신산회 깃발을 펼치다
神의 땅, 人間의 길을 가다 (God's Land, Trekking in the Human Road)
히말라야 땅에서 우리의 깃발을 처음으로 펼쳐들고 우리가 올라가야할 아득한 산맥을 바라보았다
전주에서 홀로 참가한 박미란씨가 합류하여 신산회의 출정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 주었다
신이 만들어낸 초월적 세계에 들어온 우리들의 마음은 이미 미천한 그곳은 잊어버리고 그리운 거기에 가 있었다
출발을 위한 휴식
산이 높을수록 골도 깊다 했다.
하물며 이곳은 세상의 지붕이라 불리는 곳. 걷는 내내 숱한 계곡과 절벽을 건너고 또 넘어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출발할 수는 있어도 결국에는 스스로의 의지로 혼자 걸어가야 할 이 길은 여행이란 이름의 고행이다
롯지 앞에는 힐러리의 고국 뉴질랜드의 국기가 높이 매달려 있었으며, 아침 햇살을 받은 설산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출발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며 긴장을 풀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가슴이 문제다
첫댓글 드디어 여행기가 시작되었군요...
벌써 추억이 되었으나..
발자취를 더듬으며 산행기가 끝나야
비로소 진정한 산행의 끝이지요...
기대만빵입니다.
.또한 신산회의 자랑이자 기쁨입니다..
존경합니다...
홀로 떠난 전주의 여인.. 정말 대단하네요...
후속편이 기다려집니다
제가 같이 산행한 느낌이들어요
정말 형님이 쓰시는 산행기는
산행의 진정한 마무리를 의미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랜시간을 걷기로 작정을 하는지
정말 대단합니다.
전주의여인이라~~~ 대단한 여인 이십니다~~~
그전에 안나푸르나팀의 정여사도 대단한 여심 이었는데###^^ㅋ ㅋ
장하시네요. 히말라야에 야심을 품고 출정........
그토록 그리웠던 히말라야였는데....히말라야는 내게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고통과 시련을 주면서 꾸준히 복종을 강요했습니다
그래서 복종하였습니다
히말라야에서 살아남는 길은 히말라야의 질서에 복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끝으로 5천 미터가 넘는 산은 가지 않으려고 다짐했습니다
혹....시간이 지나면 이런 결심이 무디어질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