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 신임 보훈처장 내정자와 중국 상하이는 특별한 끈으로 연결돼 있다. 조부인 김구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임시정부청사를 짓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혼을 바친 곳이고, 부친인 김신 전 교통부 장관도 상하이에서 태어났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만, 한국,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2005년 8월 상하이 주재 총영사로 임명돼 상하이와의 3대째 인연의 끈을 이어 갔다. 그런 그가 이제 보훈 행정 안주인으로 한국을 찾는다.
보훈처장 내정 발표가 난 5일에도 그는 상하이에서 막바지 업무에 여념이 없었다. 김 내정자는 “광복 60주년의 해인 2005년에 부임해서 건국 60주년인 2008년 상하이를 떠나 보훈처장직을 맡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혔다.
총영사로 재직했던 2년 6개월여 동안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일은 독립운동 유적 복원. 한중 수교 152주년을 맞아 상하이 한복판에 대한민국 문화원을 개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와 양쩌우 최치원 기념관 복원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는 “조부께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시던 곳에서 우리 독립유적 되살리기를 위해 힘썼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시진핑 상하이 전 당 서기나 한쩡 시장 등과 자주 만나 우의를 다진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심혈을 기울인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복원을 보지 못하고 상하이를 떠나게 됐다는 것은 그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임기 중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최종 결론을 못 본 것이 아쉽습니다. 다만 중국 측에서도 우리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임시정부 청사와 주변 환경이 잘 보존되도록 애쓰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는 “새로 가는 보훈처에서도 임시정부 청사 재개발 문제를 차근히 챙겨가면서 변함없이 우리 후손들이 독립운동의 의미를 느끼고 기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독립운동 유적 복원의 뜻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연세대 정외과,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국제관계학과를 나와 씨티은행 서울지점 부장, 컴퓨터코리아 부사장, 비티네트웍스 대표이사, 프랑스 국영 우주항공방산 회사인 아에로스페셜 한국대표, 유럽 우주항공방산 회사인 EADS 수석고문 등 등 전문경영인으로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상하이 총영사 재직 시절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을 지원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김 내정자는 “기업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우리 기업 입장에서 지원하려고 노력했다”며 “최근 중국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여행객이나 현지 교민들도 중국은 우리의 손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민간 외교관의 역할을 다해 달라”고 현지 기업인들과 교민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 내정자는 “보훈처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근간을 유지, 발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국내외 경험과 정부와 기업에서 활동하였던 경력을 바탕으로 중책을 수행해나가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